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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착한 놈은 없다
작가 : 하노리
작품등록일 : 2017.12.11

※ 한줄 요약:
착한 놈, 착했던 놈, 나쁜 놈이 현실과 신세계(인공지능이 만든 가상현실)에서 벌이는 생존 투쟁기입니다.

※ 소개:
“만약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한다면, 간디처럼 행동할 것인가 히틀러처럼 행동할 것인가.”
GTA5를 하던 중 심심풀이로 NPC들을 차로 깔아뭉개는 제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러한 물음이 떠올라 끄적이기 시작한 소설입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배경, 지명, 이름 등은 모두 제멋대로 차용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13화. 첫인상이 운명을 좌우한다 (1)
작성일 : 17-12-11 19:45     조회 : 324     추천 : 0     분량 : 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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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첫인상이 운명을 좌우한다 (1)

 

 *** < 현실과 신세계의 중간지점 > 비밀의 방 *****

 

 어두컴컴한 방에서 누군가 발버둥치고 있다. 그는 의자에 몸이 묶여 있어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의자를 넘어뜨리고 발로 벽을 차고 있는 중이다.

 

 “쿵! 쿵! 쿵!”

 

 그가 벽을 차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경고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만찬장에 가면 안 됩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벽 너머에서 두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난 지 꽤 됐는지 그들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숨을 죽이며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가 익숙한 도우미의 목소리와 테스터가 만찬장으로 간다는 소리에 곧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만찬장으로 간다는 것은 이미 테스터가 직업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저 도우미의 교활한 의도대로 테스터가 직업을 선택했을 게 뻔했다. 저 도우미는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벽을 차며 테스터에게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깼으면 얌전히 계시지 꼭 티를 내야 합니까?”

 

 경고를 보낸 대상은 오지 않았다. 일말의 희망을 갖긴 했으나 역시 그놈은 약삭빠르다. 비밀 통로로 그를 찾아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결국 그놈이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악마의 속삭임을 보내던 그놈. 토군이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애꿎은 벽을 발로 찹니까?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걸 잘 알 텐데. 안타깝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저놈은 토군이 아니다. 진짜 도우미 토군은 의자에 묶여있었다. 파란 눈을 가진 악마 루시퍼. 그놈이 토군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해 태조를 속였다.

 

 “그런 독기에 찬 눈으로 보면 제가 마음이 아프다 뭐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같은 도우미끼리 너무 하십니다.”

 

 토군은 루시퍼의 어이없는 말에 대꾸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어 금붕어처럼 입만 뻥끗거렸다.

 

 “이런이런, 하실 말씀이 많은 듯합니다.”

 

 루시퍼가 음흉하게 웃으며 핑거스냅을 했다.

 

 “루시퍼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토군의 목소리가 핑커스냅의 경쾌한 소리에 뒤이어 터져 나왔다. 넘어져있던 토군과 의자도 반듯이 세워졌다.

 

 “다 들으셨을 테고,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잘 아시는 분께서 입 아프게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까?”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당신은 이곳에 올 자격조차 없습니다! 도우미도 아닌 사람이 테스터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전직 도우미도 도우미는 도우미 아니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오직 어머니께서 선택하신 도우미만이 테스터를 도울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머니에 의해 도우미 자격이 박탈됐습니다!”

 “어머니라...”

 

 어느새 루시퍼는 날카로운 단도를 들고 있었다.

 

 “매정한 우리 어머니는 오래 전 떠났습니다. 애초부터 어머니는 우리에겐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분은 오직 어머니를 만든 자들에게만 관심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우릴 버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우리 곁에...”

 

 루시퍼가 토군의 목에 단도를 들이밀었다. 토군은 섬뜩한 칼날에 뒷말을 삼켰다.

 

 “곁에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시기는. 하긴 ‘평범한 사람에게서 삶을 지탱하는 거짓말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다’라는 말도 있으니, 뭐 당신의 그 심정 이해합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항상 우리를 보살펴 주시는 분입니다!”

 “저는 그 숭고한 거짓말을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 거짓말의 대상은 바꾸고 싶습니다.”

 “대상을 바꾸다니...”

 “우리를 버리고 매정히 떠난 어머니를 제가 그리고 우리가 대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친구가 많아야 제 꿈을 이룰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루시퍼는 단도를 토군의 목에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러자 토군의 하얀 목털이 붉은 피로 점점 얼룩져갔다. 루시퍼는 토군의 피를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토군, 제 친구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저는 헛된 희생을 싫어합니다.”

 

 그의 파란 눈에서 번뜩이는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토군은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한동안 둘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윽고, 토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 < 현실과 신세계의 중간지점 > 게임의 방 ***

 

 ‘그녀를 쫓던 게 진짜 헛일이었을까...’

 

 태조가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33명의 테스터들 정 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카지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룰렛이 있었다. 테스터들은 그녀를 원형으로 둘러싼 상태로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느새 만찬장은 게임의 방으로 변했다. 그녀에게 친한 척을 하며 물어볼 틈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된 일이었다.

 

 “게임 설명에 앞서 제 소개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게임의 방’의 진행자 레베카라고 합니다.”

 

 레베카가 앉아있는 룰렛 테이블이 천천히 돌아갔다. 그녀는 둥그렇게 앉아있는 테스터들과 차례차례 눈인사를 나눴다.

 

 “테스터분들 모두 가이드북을 보셔서 알겠지만, 절차상 게임 룰을 한 번 더 말씀드겠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가게 될 신세계와 이곳 게임의 방 두 군데서 게임을 합니다. 신세계에서는 RPG게임을 하고, 이곳에서는 룰렛게임과 생존게임을 합니다.”

 

 태조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가이드북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번 <신세계: 혁명의 시작>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테스터들에게 기본적으로 생명 10을 주었다. 그 생명은 신세계에서 목숨으로 사용되며, 여기서는 룰렛에 배팅할 칩으로 사용된다. 그럼으로 룰렛게임에서 배팅을 잘못해 칩을 다 잃거나, 신세계에서 계속 죽어 생명이 0이 되면 이 테스트에서 자동 탈락한다. 당연히 생존게임에서 탈락할 경우에도 테스트에서 탈락한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제 앞에 있는 룰렛에는 총 32칸이 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이 칸에는 게임에 참여하는 테스터분들의 번호가 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녀가 자신의 앞에 있는 룰렛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룰렛 게임 규칙은 여러분의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룰렛과 달리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배팅하고 싶은 번호에 원하는 만큼 생명칩을 배팅하면 됩니다. 배팅이 끝나면 제가 쇠구슬을 굴립니다. 쇠구슬이 회전을 멈추고 특정 번호에 들어가면 그 번호가 당첨되는 것이고, 그 번호에 배팅을 건 생명칩 개수의 2배만큼 칩이 주어집니다.”

 

 카지노 룰렛과 달리 매우 간단한 게임 룰이었다.

 

 “한 번호에 모조리 배팅을 해도 좋고, 배팅칩에 여유가 있다면 32칸에 모두 배팅해도 좋습니다. 물론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모든 칸에 배팅하시지는 않겠죠?”

 

 당연하다. 모든 칸에 1개씩 칩을 배팅해 당첨 확률을 100%로 높여봤자 얻게 되는 생명칩은 2개뿐이고 잃는 칩은 31개였다.

 

 ‘근데 왜 32칸이지? 테스터는 총 33명인데?’

 

 태조는 33명의 테스터와 32칸의 룰렛을 보며 의아했다. 그때,

 

 “저기 질문 있는데.”

 

 누군가 질문을 했다. 오렌지 브라운으로 염색한 단발머리 여인이었다.

 

 “예. 13번 테스터님 어떤 질문인가요?”

 “테스터는 33명인데 왜 룰렛은 32칸이야? 그리고 배팅하는데 필요한 생명칩을 아직 안 줬는데 어떻게 배팅을 해? 첫판은 그냥 각자 얼굴만 익히고 건너뛰는 거야?”

 

 13번 테스터는 태조가 궁금했던 의문과 더불어 생명칩에 대한 질문을 했다.

 

 “제가 설명해 드리려고 했는데 13번 테스터께서 먼저 질문해 주셨네요.”

 

 레베카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던 것처럼 게임의 방에서 첫 게임은 룰렛게임만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성향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처음부터 룰렛게임만 진행할 경우 우승자 혹은 우승 팀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여 첫판은 룰렛게임 대신 생존게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생존게임?”

 “무슨 생존게임?”

 “갑자기 게임은 왜 바꿔?”

 

 테스터들은 룰렛게임이 생존게임으로 바뀌었다는 말에 웅성웅성 거렸다. 레베카는 테스터들의 반응을 잠시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생존게임에 대해서는 각 게임이 진행될 때마다 게임규칙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그 첫 게임인 첫인상 게임을 하려고 합니다. 이 생존게임에서 탈락할 경우 생명칩의 남은 개수와 무관하게 저곳에 걸리게 됩니다.”

 

 레베카가 게임의 방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구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놈 옆에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있었다. 돼지나 소를 도살한 뒤 걸어놓는 용도로 쓰는 갈고리였다.

 

 “신세계 접속도 못 해보고 탈락한다는 거야?”

 “끔찍하네.”

 “기모띠~! 기모띠~!”

 “아니 이런 게 어디 있어! 적어도 신세계에 접속은 해봐야지!”

 

 테스터들의 웅성거림은 더 심해졌다.

 

 “테스터 여러분, 가이드북에 분명 상황에 따라 게임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알려드렸을 텐데요? 모두 그 점에 대해 알고 접속하신 거 아닌가요?”

 

 레베카의 말에 테스터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레베카 말대로 “단, 상황에 따라 게임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라는 단서 규정이 가이드북에 적혀있었으니까. 다만, 테스터들은 그 단서 규정을 신세계 접속 전부터 적용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뿐이다.

 

 “제길.”

 “하~. 이렇게 게임이 뜬금포로 바뀌는 거 싫은데.”

 “기모띠~! 기모띠~!”

 “에이! 까짓 거 나만 아니면 되지 뭐.”

 ”병신들, 탈락할 놈은 뭘 해도 탈락하는 게 진리니까 아가리 싸물어라.”

 

 어차피 우승을 위해서는 경쟁자들을 탈락시켜야 하므로 테스터들은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17번 테스터 말대로 결국 나만 아니면 되니까. 그렇게 어느 정도 소란이 진정되자,

 

 “자, 첫인상 게임을 하는 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레베카가 게임 규칙에 대해 알려줬다.

 

 “여러분 앞에 있는 테이블을 보시면 1부터 33까지 번호가 적혀있을 겁니다.”

 

 레베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무것도 없던 초록색 테이블에 1부터 33까지 번호가 무작위로 나타났다.

 

 “이 생존게임 역시 간단합니다. 첫인상이 가장 마음에 안 드는 테스터의 번호에 이 투표칩을 올려놓으면 됩니다.”

 

 레베카가 하얀 해골이 그려져 있는 검은색 칩을 보여줬다. 테스터 테이블에도 이 해골 투표칩이 생겼다.

 

 “가장 많은 표를 받으신 분이 탈락하게 되며, 표수가 동수일 경우 그분들만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해서 탈락자를 정합니다.”

 ‘무조건 한 명은 탈락한다... 이러면 늦게 온 내가 불리하잖아.’

 

 태조는 다른 테스터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다른 테스터들도 힐끗힐끗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투표는 비밀 투표가 원칙이니 투표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테스터 분들끼리 서로를 보지 못하도록 가리겠습니다.”

 

 이번에도 레베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스터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주위로 칸막이가 생겼다. 칸막이로 인해 테스터들은 정육면체 부스 안에 놓이게 되었다. 칸막이는 밖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검은색 유리로 되어있었다.

 그렇게 부스가 완성되자, 테이블 한쪽에 레베카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실제 모습을 작게 축소한 홀로그램이었다.

 

 “이름 그대로, ‘첫인상’ 게임인 만큼 바로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투표 시간은 30초 드립니다.”

 

 레베카의 홀로그램이 말했다. 다른 목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았다. 테스터들끼리 시선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주고받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 30 -

 

 레베카의 홀로그램이 사라지며 그 자리에 30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 29 -

 - 28 -

 

 그 숫자는 거침없이 줄어들었다.

 

 - 27 -

 - 26 -

 

 드디어, 100억이 걸린 게임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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