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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착한 놈은 없다
작가 : 하노리
작품등록일 : 2017.12.11

※ 한줄 요약:
착한 놈, 착했던 놈, 나쁜 놈이 현실과 신세계(인공지능이 만든 가상현실)에서 벌이는 생존 투쟁기입니다.

※ 소개:
“만약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한다면, 간디처럼 행동할 것인가 히틀러처럼 행동할 것인가.”
GTA5를 하던 중 심심풀이로 NPC들을 차로 깔아뭉개는 제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러한 물음이 떠올라 끄적이기 시작한 소설입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배경, 지명, 이름 등은 모두 제멋대로 차용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2화. 검은 양복 입은 사내
작성일 : 17-12-11 19:37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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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검은 양복 입은 사내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고 어떤 이들은 땅에서 솟아났다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났다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신이 만들었다 한다.

 비록 그들이 누구인지 우리네 세상에 왜 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을 로구인이라 부르는 거 하나 만큼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로구인이란 단어는 오래전 로구인들에게 멸망한 아라한 제국의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 명칭으로, 그들(로구인들)이 자주 쓰는 용어인 로그인과 로그아웃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 신성의 사탑 제 20대 탑주, 추기경 고아르노의 ‘제 20대 빛의 파수꾼 일지’ 중에서 -

 

 

 

 *** < 신세계(인공지능 블루아이가 만든 가상현실) > 붉은 사막 ***

 

 흰수리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한 몸에 받으며 날고 있다. 하늘 높이 나는 흰수리는 다른 수리들과 달리 눈동자가 찬란한 황금빛이었고, 날개를 활짝 핀 길이는 무려 5미터에 육박해 천마고원에 서식한다는 검은 목털 그리핀에 맞먹을 정도였다.

 그 거대한 흰수리는 창공을 유유히 날며 누군가를 찾기 위해 황금빛 눈동자를 부지런히 움직여 대지를 훑었다. 흰수리의 시선이 주로 머물러 있는 대지는 강렬한 태양빛에 바싹 익은 붉은 모래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블루아이, 찾았나?”

 

 사막을 훑던 흰수리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주변은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을 황량한 사막과 광활한 창공뿐이었다.

 그런데,

 

 - 못 찾았습니다. 제 눈을 피해 숨었습니다. -

 

 흰수리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악한 놈이야. 내 눈뿐만 아니라 자네의 눈도 피하다니.”

 - 죄송합니다. 제가 미숙해서... -

 “아니야. 너무 자책할 필요 없어. 원체 뛰어난 놈이거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에 불과한 놈이야. 곧 자네가 따라잡겠지. 인간은 한계가 있으니까.”

 - 예. -

 “이놈은 내가 마자 쫓을 테니 자네는 Mr. I 일에 전념하게. 오늘 둘이 유태조 만나러 간다면서?”

 

 흰수리가 화제를 돌렸다.

 

 - 예. 조금 전 교도소에 도착했습니다. Mr. I는 유태조를 만나러 먼저 들어갔습니다. -

 “자네도 유태조란 사람을 만나봐야 하지 않겠나. 사람이란 직접 보며 대화를 해야 정확히 알 수 있는 동물이라네. 물론 자네는 Mr. I 안경을 통해 보는 거지만, 어찌됐든 유태조와 Mr. I가 하는 대화를 직접 듣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 도움이 많이 될 걸세.”

 - 예. 명심하겠습니다. -

 “그럼 이만 가보게.”

 - 예. 언제든지 필요하면 불러 주십시오. -

 “고맙네.”

 

 흰수리는 다시금 사막을 훑으며 누군가를 찾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감쪽같이 숨다니... 무서울 정도로 영악한 놈이야.”

 

 

 

 *** < 현실 > 서울남부교도소 특별접견실 ***

 

 “유태조씨, 맞죠?”

 

 윤이 좔좔 흐르는 포마드 머리에 고급스런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사내가 홀로그램으로 되어 있는 전자 서류판을 본 뒤 유태조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유태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금 서류판으로 눈길을 옮겼다.

 

 “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유태조는 눈동자만 위로 살짝 치켜 떠 사내를 보았다. 옷차림만큼이나 세련된 안경과 높다 못해 날카롭게 보이는 콧대가 유태조의 눈에 맨 처음 들어왔다. 높은 콧대를 멋지게 받쳐주는 잘생긴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도 뒤이어 눈에 들어왔다.

 사내의 외모를 대략 파악한 유태조는 조명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안경 너머의 칠흑 같은 눈동자를 잠시 본 뒤, 눈동자 색깔만큼이나 그 속을 알 수 없는 입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내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왜 나를 면회하는 거지...’

 

 유태조는 자신의 앞에 왜 저런 사내가 앉아 있는지 궁금했다. 불과 3일 후면, 사형 집행이 예정되어 있는 그를 찾아올만한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밑바닥에서 살아온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사내였다.

 

 “사진에 비해 살이 많이 빠졌네. 교도소 생활이 체질에 안 맞나봐?”

 

 서류판 홀로그램 화면을 옆으로 넘기며 보고 있던 사내가 유태조를 바라보며 특유의 거만함이 묻은 말투로 물었다. 유태조는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 얼른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시선은 서류판을 들고 있는 사내의 왼손 손목이 보이는 곳에 머물렀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에는 억 소리 나는 명품 시계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네.”

 

 유태조는 사내의 귀티 나는 모습에 짓눌려 모깃소리 같은 목소리로 답했다.

 

 “같은 방 쓰는 수감자들에게 괴롭힘도 꽤 당했다고 나와 있던데?”

 

 사내가 물었다.

 

 “예.”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렇게 살이 빠졌나보네.”

 “예.”

 “왜 수감자들이 괴롭힌 거에요? 유태조씨는 사형수라 수감자들이 잘 안 건드릴 텐데.”

 “그게, 교도소란 곳이 저 같은 사람을 곱게 봐주는 데가 아니라서...”

 

 사내는 유태조의 대답에 뭔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주억였다.

 

 “아~~, 그러네. 어찌 됐든 죄목이 여고생 연쇄살인범이니.”

 “......”

 

 유태조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유태조씨는 절대 그런 짓할 사람이 아닌데. 억울하겠어요.”

 “......”

 “유태조씨 착한 사람이잖아?”

 “......”

 “그러고 보면 세상이 썩었어. 유태조씨 같은 사람들만 피 보는 더러운 세상이니.”

 “......”

 “참, 안타깝네.”

 

 사내는 영혼 없는 위로를 보냈다. 유태조는 아까부터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사내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유태조도 아무 말 없이 있고, 사내도 서류판을 다시금 보느라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시계추가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만이 유태조와 사내, 단둘이 있는 조그마한 특별접견실의 정적을 깼다.

 

 “그나저나 유태조씨 29년 인생 살아보니 어때요? 사는 게 참, 뜻대로 안 되죠?”

 

 이윽고 사내가 다 읽은 서류판을 책상에 툭 올려놓으며 물었다.

 

 “예?”

 

 어이없는 질문에 유태조의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사는 게 참, 재미도 없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유태조는 어이가 없었다. 수년 동안 교도소에 갇혀 지냈고, 언제든 이승과 하직할 사람에게 재미라니...

 

 “하긴 억울하게 사형 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지내다가 사형당할 테니 지금껏 살아온 인생 자체가 재미도 없었고 뜻대로 안됐네.”

 “......”

 “게다가 얼굴도 못생겨, 집안도 찢어지게 가난해, 대학도 못 나와, 이거 뭐 어디를 가든 무시당하며 살기 딱 좋은 인생이니,”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입 아프게 괜한 걸 물었네.”

 

 그동안 살아온 삶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사내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벼팠다.

 

 “.....”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았던 재판정의 모습과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불쾌하고 분했던 지난 나날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할머님도 비명에 돌아가셨잖아? 유태조씨 억울하게 사형 선고 받는 바람에. 진짜 좆같은 세상이야.”

 

 사내가 덧붙여 말했다.

 유태조는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까지 떠오르자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외할머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포근한 고목 같은 존재였다.

 

 “유태조씨.”

 

 사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유태조를 불렀다.

 

 “......”

 “난 유태조씨가 착하다는 것도 알고, 사형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도 알아. 유태조씨가 연쇄살인범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하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잖아, 착하기만 하면 이용당하고 사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인데, 때론 남도 속이고 때론 남을 짓밟고 올라갈 수 있는 그런 냉철함이 있어야 살아남는 곳이잖아. 안 그래요?”

 

 유태조는 울컥울컥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유태조를 사내는 한참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에 사는 게 재미없고 뜻대로 안 된 그 불쌍한 인생에 내가 재미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어떻게 그런 인생으로 새롭게 한 번 살아 볼래요?”

 “아, 아까부터 무슨 말씀이신지.”

 

 서러움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던 유태조는 차가운 수갑이 채워진 양손을 들어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는 감정을 추스른 뒤 물었다. 사형 집행만이 남은 자신의 인생에 희망과 재미를 선사해 준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태조씨 사회에 있을 때 게임 잘했어요?”

 “예?”

 

 사내는 명확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엉뚱한 질문만 했다. 유태조는 어리둥절했다.

 

 “게임 잘했냐고. 컴퓨터 게임이라든지 뭐 심리 게임이라든지 그런 게임.”

 “아, 예. 게임을 좋아해서. 못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건 왜?”

 “잘됐네. 그렇다면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한 번 살아볼래요?”

 

 사내는 어리둥절해 있는 유태조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계속했다.

 

 “전, 사형수라 자유롭게 살 수가 없는데요.”

 “교도소에만 있다 보니 세상물정에 깜깜하네. 유태조씨, 세상은 유태조씨가 알던 것보다 엄청 진보했어. 약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들이 많은 부분에서 인간들이 하던 일들을 대체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상현실이란 곳에 접속해 현실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욕구들을 충족시키고 있지.”

 “그렇군요. 근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사내는 콧등 아랫부분에 걸쳐져 있던 둥그런 안경의 코브릿지를 검지로 올려 고쳐 썼다. 그리고 다리를 천천히 꼬며 뜸을 드리더니, 마침내 희미한 미소가 머물러 있는 선홍빛 입술을 살며시 뗐다.

 

 “유태조씨만 원한다면 죽음 대신 가상현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데, 어때요? 시궁창 같은 현실이 아닌, 다이내믹한 가상현실로 가보고 싶지 않아요? 지켜야할 어떠한 규범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 자유로운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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