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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무제
작가 : 시예랑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뜩이나 힘든 세상, 오지랖까지 넓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고생하는 수호.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세상, 사람과 깊게 엮이는 것 자체가 질색인 재인. 완전 반대성향인 이 둘의 유쾌한 로맨스.

 
32화 - 수호의 운동(2)
작성일 : 17-12-11 19:33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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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새벽에는 요가 수업을 할 수 없어 아쉽긴 했지만 남는 시간은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감지덕지했다. 요즘 일 끝나면 바로 조카를 돌봐야 했고 이 넓은 집의 살림까지 도맡아야 했으니 체력이 말이 아니었다. 운동이라도 해야 버티지.. 새벽부터 일어나는 건 힘들었지만 막상 나오니 기분은 상쾌했다.

 

 

 "처음 보시는 분인데 오늘 여기 처음이신가 봐요."

 

 "네? 아 네... "

 

 "저는 오전 담당 트레이너입니다. 혹시 기구 사용하실 때 자세나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이 시간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얼마든지 가르쳐 줄 수 있으니까.."

 

 "아.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자세는 영 엉망이라 도움이 필요할 것 같긴 했는데.."

 

 

 새벽 시간은 사람이 많지 않은 관계로 트레이너가 수호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이 아파트에서 초면인 사람에게 친절을 느낀 적이 처음이라 수호도 살짝 감동한 듯 트레이너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헬스는 혼자하면 따분하기 마련인데 그런 수호를 배려한 건지 틈틈이 말동무를 해줘서 쓸쓸하지 않았다. 게다가 인바디까지 측정해준 덕분에 운동을 꾸준히 나와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측정한 그래프 종이를 보여주는데 역시 근육량은 평균보다 살짝 미달이었다.

 

 

 "하아.. 근육운동 해야겠네요."

 

 "그렇게 적은 편은 아니지만 웨이트 열심히 하는 게 좋겠죠. 음.. 수호님 나이가 저랑 동갑이셨네요? 저보다 훨씬 어릴 거라 생각했는데.."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에 립서비스라 생각하고 고맙다 인사할 것이지만 수호는 그 말에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파마라도 하면 좀 성숙해 보일까요?"

 

 "네?"

 

 "아니.. 제가 학교에서 근무하는데 최근에 학생또래로 취급 받아서요. 적당히 어려 보이는 건 좋지만 학생으로 보는 건 제가 애 같다는 의미잖아요... 나이 먹고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아서 그렇지 않아도 머리에 펌이라도 줄까 생각했는데.."

 

 "하하! 아니에요. 수호님은 생머리도 잘 어울리세요. 제 말, 너무 진지하게 받아드릴 필요는 없으세요."

 

 "그냥 고민 중이에요. 아, 그래도 동갑이라니 좀 편한 느낌이 드네요. 그동안 다녔던 헬스장의 트레이너 분들은 다들 엄격하거나 딱딱해 보여서 물어보고 싶어도 묻지를 못했거든요.."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새벽엔 심심했거든요. 여기 분들은 워낙에 도도하시고 기가 세셔서 어차피 물어보지도 않아요."

 

 

 아. 그 생각은 통했다. 수호도 이 아파트 주민을 본 첫 소감이 그랬으니까.

 

 

 "그렇죠? 되게 쌀쌀맞죠? 대체적으로 여기 사람들 이미지가 그래요.. 좀 친해지면 괜찮은데.."

 

 "네. 그런 분들만 보다가 수호님처럼 순박해 보이시는 분이 오시니까 저도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지던지. 그래서 먼저 말 걸었어요."

 

 "여기 사람들에 비하면 제가 순박해 보이긴 하죠."

 

 "하하, 앞으로 자주 나오세요. 수호님 덕분에 심심하지 않고 좋네요."

 

 

 운동 시작한 첫날은 열정 가득할 때이다. 자주 나오겠다는 말이 이 당시 바로 나오긴 했지만 솔직히 수호의 열정은 꽤 짧은 편이었다. 뭐 어떤가, 앞으로 이곳에 있을 날도 몇 주밖에 안 남았는데..

 

 

 -똑똑

 

 "전무님, 손님이 오셨습니다만..."

 

 "이 시간에 약속이 잡힌 사람이 없는데 누구?"

 

 "그... 첫째 고모님이신데.."

 

 

 제길... 저번에 한회장과 언성 높이며 싸우더니 얘기가 잘 풀리지 않았나 보지? 자신의 사무실까지 찾아온 걸 보니 말이다. 첫째 고모는 재인이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런 인물이 사무실까지 찾아오니 인상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으며 잠시 고민하던 재인은 이내 들어오라는 말을 남겼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왜긴. 고모가 조카 얼굴 보러 오는 건데 이유가 필요하니?"

 

 

 이유는 없을지 몰라도 목적은 있겠지. 그 목적을 말하기 위해 서론을 장황하게 늘어트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졌다. 시간도 아깝고 귀찮으니 재인은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다. 그게 서로에게 좋을 테니...

 

 

 "그러고 보니 장훈이 소식 들었습니다. 이번에 계열사 중 GIO택배 쪽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이죠."

 

 "그래! 흠...너도 이야기 들었구나. 그렇지 않아도 너한테 그것도 좀 얘기하려고 했는데.."

 

 

 멍석을 깔아줬으니 이제 첫째 고모라는 사람의 듣기 싫은 목소리만 참고 견디면 된다. 첫째 고모는 한회장이 재인만 유독 아끼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늘 하는 말씀이 똑같은 자식인데 기회를 공평하게 줘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게 있다면 한회장은 이미 기회를 똑같이 줬다는 것이다. 재인은 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일을 처리했으나 반대로 고모의 자식인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매번 그 기회를 말아먹었다는 것이 큰 차이였다. 하지만 아들의 잘못은 금방 잊어먹는 뇌 구조를 가졌는지 늘 불평불만만 가득했고 재인이 GIO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솔직히 GIO택배사는 너도 알다시피 다른 회사랑 합병할 예정이라 껍데기만 남은 회사지 않니. 근데 거기로 보낸다니... 일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빙고다. 한회장이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회사를 말아먹을 거면 애당초 손도 대지 말아라. 그래서 껍데기만 남은 회사에 보낸 거겠지.. 아무리 손자라고 해도 한회장은 GIO가 더 중요했다. 평생을 일궈 온 곳인데 손자라는 놈이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고 다닌다면 한회장의 선택은 뻔하다. 바로 그 미꾸라지를 잡아 던져버리는 것. 그래서 첫째 아들인 장훈이가 GIO택배사로 가는 것이다.

 

 첫째 고모는 한회장이 재인이만 아낀다고 불평했었지만 한회장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일을 잘 하면 된다. 그 분이 아끼는 회사를 잘 받쳐줄 정도로 일을 잘하면 그깟 사랑은 일도 아닐 것이다. 물론 경영에 재능이 없는 장훈이는 결코 쉬운 일도 아니겠지만..

 

 

 "글쎄요. 어쩌면 밑바닥부터 다시 배워보라는 할아버지의 뜻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 다들 밑바닥부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GIO유통쪽에서 장훈이가 실수한 게 좀 타격이 컸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참에 배워보라고..."

 

 "배우긴!! 다 망해서 껍데기만 남은 회사에서 도대체 뭘 배우라는 거야. 설마 머리 잘 돌아가는 네가 그걸 모를 리가 없잖니? 응?"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고작 저한테 하소연이나 하러 왔을 리는 없겠고.."

 

 ".....너희 할아버지... 네가 혹시 설득해 줄 수 없겠니? 자식들 말은 하나 듣지도 않으시면서 장손인 네 말은 기가 막히게 잘 들으시잖니.. 네가 잘 말만 말하면 마음을 바꿔주실 테니까. 오죽하면 어미인 내가 이렇게 나서서 너한테까지 부탁을 하겠니.. 그러니까.."

 

 "글쎄요... 할아버지께서 이미 결정하신 일을 제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건 저도 힘든 일이라... 죄송하지만 도와드리긴 어렵겠습니다."

 

 "뭐?"

 

 

 재인은 유감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째 고모는 저 말이 그냥 단호한 거절의 뜻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안타까워하는 척하는 저런 가식적인 얼굴이라니.. 마치 남 일인 것 마냥 대하는 조카의 모습에 분노가 치솟아 태도를 바꿔 재인에게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하아.. 힘든 일이다? 너한테 모든 미래를 다 맡긴 아버지께 그 말 한마디 해주는 게 힘든 일이라 이거지? 하긴... 삐뚤어진 어미 사랑만 받아 본 네가 자식 위하는 어미 마음을 어찌 알까.. 그러니 이렇게 냉혈하게 자란 거겠지."

 

 "......"

 

 "지금 네가 가진 게 많다고 고모나 친척들 뵈는 게 없나 본데.. 너 그러다 크게 당하는 수가 있어. 지금이라도 친척들한테 잘 보여서 네 지지자를 여럿 만들어 두는 게 좋지 않아? 고모로서 조카 위하는 마음에 해주는 충고인데.."

 

 

 충고라... 아니 그보다 조카 위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저 여자 입에서 내뱉을 줄은 몰랐다. 그 말이 어찌나 웃기던지 재인은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웃어버렸다. 그 모습에 고모는 표정은 일그러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아... 갑자기 죄송합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말을 듣게 되어서 말이죠. 특히 얼마 전까지 GIO 전자 주식 중 일부가 제게 양도되는 것을 죽어라 막으셨던 고모님이라 더욱.."

 

 "뭐?"

 

 "그때 얼마나 저를 위하셨으면 가라앉았던 제 찌라시소문까지 다시 끄집어냈을까요? 목에 핏줄이 설 정도로 강력히 주장하셨죠? 더러운 짓거리 하는 놈이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나.. 그게 다 조카를 위하는 고모님 마음이셨던 겁니까?"

 

 ".....그때 그건!!"

 

 "다 이해합니다. 고모님뿐만 아니라 다른 친척들도 마찬가지인 거 모를까 봐서요. 고모님만 책망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쪽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 하지만 그랬던 만큼 제게 무언가를 바라서도 안 되지 않습니까?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

 

 "저는 장훈이를 방해하는 짓 따윈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도움을 줄 일도 없고요.. 우리 사이에 차라리 아무 짓도 안 하는 게 도와주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번 장훈이 일에 안 나서려고 하는 것이고요. 할 말 다했으면 전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첫째 고모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반박은 못하겠는지 입술을 파르르 떤 채 울분은 삭이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 재인은 나가기 직전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아 그리고... 어미 마음이라.. 그거 장훈이도 잘 모를 겁니다. 왜냐하면 장훈이나 저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어미 밑에서 자랐으니까요. 그럼.."

 

 

 그 말이 큰 한방이었는지 사무실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여자의 짜증 내는 소음이 들렸다. 재인은 무신경하게 뒤를 흘깃거리고는 장비서에게 나오면 깨끗하게 치워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작가의 말
 

 날씨 추운데 감기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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