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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해결사
작가 : 골든피크
작품등록일 : 2017.12.11

40년, 그 오랜 시간동안 윌런 왕국을 지배하던 오리헨은 도리어 속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 아래에서 볼모로 잡혀온 '저능아 왕자' 는 오늘도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처지였다.

 
해결사
작성일 : 17-12-11 19:05     조회 : 378     추천 : 0     분량 : 1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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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동거' 라 함은 대개 같이 살아감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당사자들의 위치는 비슷해 보여도 항상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로 동등했던 관계는 한 쪽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하숙이 되고 종속이 된다.

 당연 그들 사이에서 위아래가 나누어지고 위에 군림하는 이는 고개를 세우고 아래에 내려갈수록 고개를 떨구기 마련이다. 한 나라의 왕을 기준으로 왕족, 귀족, 마법사, 평민, 하인, 노예... 정해져버린 계급들은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조화가 있으면 항상 부조화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조화로운 한 국가 속에서 부조화스러운 타국가 사람의 입장은 애매하다. 특히 식민 지배를 받는 속국에서 잡혀온 왕자라면 더더욱.

 

 "아르넬 왕자님, 제 말 듣고 계십니까?"

 

 바로 앞에서 부르는 소리에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던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로 보이는 방 한 가운데에 한 명의 중년 여성과 소년이 마주 앉아 있었다.

 

 가을 추수철의 곡식처럼 화려한 단발머리 금발에 이지스 해안의 바닷물 같은 벽안을 가진 소년의 얼굴은 인형과도 같았다. 그러나 소년의 앳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듣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의 대답에 앞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누가 보아도 거짓임이 분명한데 그는 표정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로 동의를 표한다.

 

 "그럼 물어보겠습니다. 윌런 왕국이 강조하는 세 가지 덕목이 무엇이죠?"

 

 정말 지루할 정도로 들어왔던 질문이었다. 억지로 외우기를 강요하여 어느 정도 따르는 척을 해주긴 했지만 처음부터 관심도 없던 것들이 쉽게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탐욕, 사치, 쾌락.' "잘 모르겠습니다."

 

 "플레피아 전쟁에서 윌런 왕국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요?"

 

 '약소국을 상대로 한 지나친 물량빨' "기억났는데 잘 모르겠군요."

 

 "윌런 왕국 초대 건국왕이 이룩한 업적들을 읊어보십시오."

 

 '자식 농사를 정말 잘 지어서 한 세대 안에 피바람이 불어나게 한 것.' "윌런을 세우셨겠지요."

 

 진짜 속마음은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마찬가지로 거짓은 없지만 가식만이 가득한 대답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연달아 이어지는 답변에 서서히 얼굴이 굳어지던 그녀는 끝내 폭발하고야 말았다.

 

 "아니 지금까지 뭘 들으신 겁니까? 사람을 면전에다 두고 고개를 돌리시지를 않나 그리고 이것들은 평민들도 알고 있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제가 누차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어찌 그리도 무능...아차."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던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을 깨닫고는 안색을 굳혔다. 비록 속국이라 해도 그는 염연히 한 나라의 왕자였다. 겨우 자작 부인인 자신이 함부로 했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소년은 별달리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그녀의 눈 위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소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상을 찡그리면 주름이 많이 생긴답니다."

 

 평소에 민감하게 여기던 그녀의 콤플렉스가 언급되자 그녀는 움찔하며 부채를 쫙 펴 얼굴을 반쯤 가렸다. 부채 위에 그려진 세 송이의 붉은 장미처럼 얼굴이 시뻘개진 그녀의 표정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슬슬 정리해야겠다 생각한 로윈은 커다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열살은 되었을까 싶은 조그만 키를 가진 소년은 짧지만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그녀에게 가서 직접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소년의 입가에 드디어 나이대에 어울리는 미소가 조금 나왔다. 이제 이 지루한 수업을 끝낼 수 있어서 나온 기쁨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부족한 저를 가르쳐 주려고 고생해 주어서 고맙지만 제 머리가 도저히 부인의 교양을 못 따라가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구태어 서로 감정 상할 일 없이 이쯤에서 수업을 종료하는게 현명할 듯 싶군요.

 유명한 부인의 소양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시길 바랍니다...글터 부인."

 

 "글리터 입니다. 아르넬 왕자님."

 

 소년은 아무렴 어떻냐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고 그런 그를 째릿 노려보던 그녀는 이내 우아한 기품으로 방을 나갔다. 활짝 열려진 방문을 닫는 동안 방 밖에 있던 남녀의 대화 소리가 소년의 귀에 들렸다.

 

 "어떻던가요, 부인?"

 "정말 최악이에요.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지를 않나, 정말 교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하하하, 이해하시오, 부인. '저능아 왕자'가 아닙니까?"

 "하여튼 이 일에 대해서는 꼭 폐하께 알릴 거에요. 그나저나 여보, 제 주름이..."

 

 발걸음을 옮기는지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서 사라지려는 찰나에 그의 얼굴 옆에서 팔이 뻗어와 문을 쾅 소리나게 닫았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 그가 시선을 돌리자 그의 전속시녀인 '폰'이 불편한 얼굴로 서있었다.

 주근깨 어린 볼은 벌써 붉으락 푸르락하고 있었다. 소년은 폰의 물기 어린 갈색 눈동자에 쓰게 웃었다. 이건 확실히 곤란하다.

 

 "또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거니 폰?"

 "로윈 님은 화나지도 않으세요? 왕족도 아니고 높은 귀족도 아니고 겨우 자작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능하니, 저능아니... 이런 소리를 들으셨으면서요?"

 "뭐 하루 이틀도 아니잖니? 그리고 나 경비병한테도 욕을 먹어봤다고? 그 정도라면 양호한 편이지."

 "그 경비병 누구에요? 아예 확 목을 따버려야 해.

 

 로윈은 여자애가 살벌하긴 하고 피식거리며 웃다가 이내 쓸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 '저능아' 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걸."

 

 로윈은 씁쓸하게 말을 흐리면서 문 옆에 달려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열 두살 정도로 보여지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는 열 여섯의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의 신체 나이는 열 살 정도로 멈추어져 있었고 6년간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다. 많은 의사들과 마법사들에게 진찰을 받아 보았지만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었고 그저 운명이라 여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아니에요!"

 

 로윈은 커다란 폰의 소리에 놀란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폰은 한 손을 허리에 얹고 화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처음 로윈 님을 모신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로윈 님처럼 착하신 귀족은 처음이라고요. 동료 시녀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하나같이 힘들어 죽겠다는데 저는 로윈 님을 모셔서 행복한걸요? 로윈님은 절대 저능아 따위가 아니에요. 스스로를 저평가 하지 마세요."

 "생활하는 거야 이곳이 더 불편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익숙...이 아니라! 하여튼 요점은 아시겠죠?"

 "고마워 폰... 앗! 그건 그렇고 손에 든 건 오늘 일정이겠지?"

 

 로윈은 화제를 돌리려는 의도로 그녀의 손에 있는 양피지를 가리켰다. 폰도 그가 화제를 돌리려 그런다는걸 알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그에게 양피지를 건냈다. 아까의 커다란 의자에 폴짝 뛰어 앉은 로윈은 돌돌 말려있는 양피지를 폈다.

 오른쪽 아래에 새겨져 있는 사자 문양. 그것을 본 로윈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사자궁에서 내려온 공문이네?"

 "원래는... 그럴 예정이었지만 사자궁 시녀들이 몰래 빼돌리는 바람에 제가 직접 가서 찾아왔어요. 아, 물론 평화적이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아, 그럼 여기 구석에 묻은 불그스름한 자국은 피겠군 그래. 라며 로윈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폰의 평화는 그가 알고 있는 단어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빠르게 공문을 흩어보던 그의 푸른 눈동자가 미미하게 떨렸다.

 

 "무슨 내용이신데요?"

 "오늘 저녁 스완 홀에서의 파티 개최. 참석 요망."

 "어머나, 요망이라면 의무라는 말이네요."

 "뭐, 사자궁에서 내려온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로윈은 테이블 위로 양피지를 던져두고 몸을 뒤로 젖혔다. 몇 개월만에 파티에 참석하는 건지 모르겠다.

 호황기를 맞고 있는 윌런에서 파티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풍년제나 축제 때는 기본이고 이제는 왕의 기분이 좋거나 새로운 귀족이 생길 때마다 열리곤 했다.

 그런 대부분의 파티들에서 로윈의 위치는 제일 바닥. 간간히 그의 나라인 오리헨에 관심이 생겨 오는 이들은 있었지만 그들도 다른 귀족들의 눈치를 살피며 쉬쉬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모든 축제들의 초대 0순위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였다.

 로윈은 늘어진 몸을 일으키며 마음을 다잡았다. 괜히 더 생각만 했다가는 두통이 올라올 것 같았다.

 

 "룩, 준비해줘."

 

 나지막한 그의 말과 함께 방 안 끝에서 조각상 마냥 서 있던 이가 몸을 움직였다. 나무를 태운 듯한 잿빛 머리를 한 그는 무거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오리헨에서 로윈과 함께 건너온 로열 가드인 룩은 한 쪽 벽에 걸려있는 숏소드를 꺼내 로윈에게 내밀었다.

 분명 룩에게는 작다 못해 아담한 사이즈였으나 로윈의 손에 들어가자 적당한 크기로 늘어난 기분이었다.

 

 "연무장에 가실 건가요?"

 

 양피지를 정리하던 폰의 물음에 로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때까지 거기 있을 거니까..."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을 시간에 찾아갈게요."

 "부탁해."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미소지은 로윈은 룩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

 

  윌런의 군주가 사는 성 레옹, 국가의 당위성을 위해 내려오는 전설 속에는 보통 사자보다 세 배는 더 큰 사자와 그 사자의 여정에 함께 참여했던 늑대, 오소리. 데이지 꽃 등과 함께 마녀의 음모에서 세상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때문에 자신들의 시조를 사자라고 믿는 윌런에서는 레옹의 중심에 왕과 왕비가 거주하는 사자 궁, 왕자들이 거주하는 늑대 궁, 왕녀들이 거주하는 데이지 궁 등으로 구역을 나누고 있었다.

 실제로 성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들은 아니였지만 궁이라는 상징은 그저 이곳은 어떤 공간인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사자궁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중요도가 점점 떨어지고 직책이나 권력의 힘이 점점 낮아지는 모양새였다.

 그 중에서 사자의 여정에 큰 걸림돌이었다는 박쥐와 담쟁이는 각각 뱃 케이지와 담쟁이 궁이라 이름으로 레옹의 변두리에 있었다. 담쟁이 궁은 레옹성 최북단에 위치했다.

 

 불에 온통 그슬린 것 같은 칙칙한 적벽은 중간중간 크고 작은 구멍들이 뚫려 이미 제 기능을 상실했고 구멍들 사이로 눈을 대면 칠흑같은 탑 하나만이 외따로 세워져 있었다. 담쟁이 탑이란 별명에 걸맞게 성대하게 자란 담쟁이들은 그 탑을 위감으며 흑과 녹의 부조화를 일으켰다.

 이토록 초라한 탑을 레옹에서 허용하는 이유는 상징성 하나였다. 지하 감옥으로라도 쓰이는 뱃 케이지와 달리 담쟁이 궁은 별다른 기능도 지니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담쟁이 궁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과거가 된 것은 8년 전부터 새로운 주인이 들어섬 때문이었다.

 

 끼이이익. 기름칠을 한 번도 안 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담쟁이 탑의 입구가 열렸다. 그 입에서 나온 이는 열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과 소년의 키 두배가 넘는 거구였다.

 황금같은 풍성한 금발을 한 소년은 도저히 나이 또래들에게서 보기 힘들만큼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뒤에 따라가고 있는 거구 또한 만만치 않게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담쟁이 궁 근처에서 보초를 서던 경비병 무리 중 한 명이 팔꿈치로 그의 동료를 툭툭 두드렸다.

 

 "왜 그래?"

 

 대답 대신 그는 방금 나온 두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야비한 웃음을 흘렸다.

 

 "저기 봐, '저능아 왕자' 야."

 "그렇군. 또 신체에 맞지도 않는 검술 연습하러 가시려나 보군."

 "흐흐, 저 몸으로 해봤자 얼마나 대단하겠냐만."

 "혹시 아나? 나중에 우리 후배로 들어올지?"

 "그거 걸작이군. 하하하."

 

 소년을 보자마자 이어지는 비웃음과 조롱.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이란 걸 잘 알면서도 그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다. 이미 한참 전부터 있었던 일상. 구태어 역성을 낼 이유도 그럴 필요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무감각해졌다. 그의 위치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였으므로.

 

 로윈 아르넬 오리헨투스. 왕국 오리헨의 두번째 직계 왕자. 그리고 윌런이 오리헨과의 싸움에서 전력으로 압도하여 맺어진 종속 관계 속에서 볼모로 잡혀온 인질.

 보통 지배국가에서 식민국의 왕자나 왕녀를 데려가는 것은 일종의 전통이었다. 지배 왕국의 문화와 풍습을 억지로 익히게 하여 후에 그 볼모가 다시 그의 나라로 가서 왕이 되거나 중책을 맡았을 때, 자기들 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꼭두각시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러나 보통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볼모로 잡혀온 인질을 후하게 대접하여 좋은 인상을 주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윌런과 오리헨의 사이에는 그것보다 깊은 사연이 있었다.

 

 윌런의 식민 통치 이전 오리헨은 약 40년 동안 윌런을 식민지로 삼았던 것.

 오리헨의 폭정 속에서 윌런은 치욕적인 수모를 겪어야만 했고 그 당시에 오리헨에 볼모로 잡혀 갔던 글록시안 윙 윌런푸스는 왕이 된 후에 복수의 칼날을 품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또 왜인지는 모르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강대국인 오리헨이 서서히 기강이 흔들리더니 기회를 엿보던 윌런은 마치 처음부터 노린 것 마냥 숨겼던 발톱을 꺼내들어 공격을 성공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윌런이 위에 군림하고 나서는 친 오리헨 파들이 숙청을 당하거나 유배를 갔고 지금의 레옹은 반 오리헨 파들의 집합소였다. 때문에 로윈은 생활은 왕자의 신분임에도 멸시 받고 낙후된 환경에서 자라야만 했다.

 특히나 담쟁이 탑이나 로윈이 자주 가는 개인 연무장은 더더욱.

 

 로윈은 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연무장 입구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어제 청소를 끝냈는데도 하루만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저주와 욕설은 원래 문 색을 가려버릴 정도였다.

 

 "할 짓도 어지간히 없나 보군."

 

 어제 폰이 불만을 토로하며 지웠다고 들었는데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아마 입에 거품을 물게 뻔했다.

 

 "그나마 열쇠가 저희에게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아, 그마저도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얼른 들어가자고."

 

 룩은 새까만 열쇠를 들고 성큼성큼 문고리로 걸어나갔다.

 

 끼릭. 챠칵 챠칵 철컥.

 문 열리는 소리는 들렸지만 제자리에서 동작을 멈추는 룩.

 

 "왜 그러고 있어? 얼른 들어가자니까."

 "... 아무래도 누군가 구멍에 장난을 친 것 같습니다."

 

 열쇠를 넣고 돌리는 것은 가능했지만 빼는 것은 안되는 모양이었다. 문고리 안쪽을 자세히 보니 누군가 뭉특한 쇠붙이를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이 보였다.

 

 "문고리를 확 부술까요?"

 

 룩이 주먹을 꽉 쥐며 묻는다.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물으면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되지 않잖아.

 

 "진심이더냐?"

 "네."

 

 로윈은 새삼스러운 사실 하나를 더 떠올렸다. 룩은 심성이 착하고 우직하지만 그만큼 무식하다는 것을. 일단 입구가 열려 있어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로윈은 불편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최대한 이곳에서 죽은 존재처럼 지내야 한다.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은 최대한 배제하는 편이 좋다.

 

 생각을 마친 로윈은 고개를 한 번 젓고 몸을 돌렸다.

 

 "됐다. 오늘은 탑에서 쉬어야 겠구나. 먼저 갈테니 오늘 내로 문을 고쳐 놓아라."

 "네."

 "부수지 말고."

 "...네."

 

 조금 늦게 돌아오는 반응이 불안할 따름인 로윈이었다.

 *

 땅거미가 내려앉고 별들이 서서히 빛을 발하자 새로운 불빛들이 레옹성을 밝혔다. 사자궁에서 동쪽으로 10분간 걸어가다보면 커다란 호수가 하나 등장한다. 윌런 건국왕의 지시로 성 안에 만든 에테르 호수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자연의 호수와 매우 흡사했다.

 낮에는 햇빛을 받은 호수의 물이 에메랄드 빛을 내고 밤이 되면 사파이어 빛으로 모습을 바꾼다. 특히나 보름달이 뜰 때면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을 머금어 신비로움을 자아내어 달의 여신이 머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호수 한 가운데에는 백조를 본 딴 하얀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막 비상하려는 것처럼 날개를 활짝 피고 있는 백조는 그 정교함이 실제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고 뻗어있는 머리 아래로 곡선이 진 몸통, 그 아래쪽에 뚫린 문을 통해 들어가면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채워진 2층짜리 홀이 등장한다.

 그 홀이 바로 바로 레옹성의 메인 파티장인 스완 홀이었다.

 

 파티 시작이 가까워 오면서 초대받은 손님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들뜬 마음에 눈을 빛내는 이들과 입은 복장을 뽐내고 싶어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가는 이들까지 다양했지만 그들 모두 파티에 대한 기대감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로윈과 룩이 있었다. 폰이 차려준 보라색 계열의 연미복은 그의 금발과 꽤 어울렸으나 체형이 유달리 작은 로윈에게는 정장 입은 어린아이 마냥 어설펐다.

 

 "이것도 분명 사자궁에서 보내준 거겠지?"

 "예."

 "내 사이즈를 잘 알텐데도 이런 장난이나 치고... 하여간 의미없는 짓들만 한다니까."

 

 한 뼘 정도 튀어나온 소매를 휘휘 내저으며 쓰게 웃자 룩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해주었다. 로윈은 코웃음치며 룩을 올려다봤다.

 

 "룩, 내가 너한테까지도 저능아인가?"

 "죄송합니다. 실언했습니다."

 "실언이라고 하니 좀 슬프기도 하네."

 

 로윈은 피식 웃으며 입구 쪽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그를 본 경비가 초대목록지를 들고 다가왔다.

 

 "스완 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로윈 아르넬."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로윈...로윈..."

 

 목록을 쭉 흩어보던 경비의 시선이 중간 지점에서 멈추었다. 그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찡그려지는 인상.

 

 "오리헨투스?"

 

 하필 재수없게도 그 잠깐의 순간에 기적같은 정적이 일어 경비병의 말이 뚜렷하게 퍼졌다. 가는 길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는 사람들. 놀람, 증오, 비웃음이 차례대로 배어나오는 사람들.

 

 "가자 룩."

 

 가운데서 로윈은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기왕 자신이 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을 들킨 이상 얼른 홀로 들어가 어딘가로 숨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뒤에서 전력 질주해온 경비병이 로윈을 지나쳐 앞서갔다.

 그리고 로윈이 홀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시점에 맞추어 경비병의 일갈이 터졌다.

 

 "로윈 아르넬 오리헨-투스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외침에 잔잔하게 깔리던 음악이 멈추고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로윈에게 쏠렸다. 로윈은 무표정하게 그들을 흩어보았다. 아무래도 조용히 넘어가기는 틀린 듯 했다.

 

 "고맙군. 자네가 이토록 친절할 줄이야."

 "과찬이십니다."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 경비병의 얼굴에 마음 속으로만 주먹을 날려준 로윈은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에 달린 커다란 샹들리에에서 나온 주광색 조명들이 수정들의 반짝임을 부각하고 있었고 홀 여기저기에서 반딧불 빛처럼 작은 빛들이 일정한 주기로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막 붉은색 빛들이 내려앉고 나서 로윈의 등장에 대부분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분석하려 하지만 아무도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스완 홀은 대부분 윌런 왕국의 귀족들과 그 자제들, 명명있는 기사들과 마법사, 거상 (돈 많은 상인) 등이 모여서 인맥을 다지고 사교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때문에 주요 화제거리는 돈과 정치에 관한 것들이기에 그런 쪽에서 보면 로윈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게다가 로윈 스스로도 그런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홀 구석에 가서 멍한 눈으로 홀 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로윈은 스완 홀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하면 오히려 정신이 산만해졌다. 어지럽게 빛나는 홀 안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악기들의 합동연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의 코를 찌르는 지독한 향수와 화장품 냄새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업 이야기와 나이가 찬 자녀들 사이에서의 정략혼 이야기, 재미없는 상대의 말에 억지로 웃어주는 모습들... 모조리 쓸 데 없어보였다.

 

 한 번도 저들 사이에서 껴본 적이 없지만 껴본들 결코 즐거울 것 같지는 않을 거라며 자신한다. 그렇지만 생각할수록 자기만 비참해지는 기분이라 로윈은 파티장에 올 때마다 생각하는 것도 멈추고 멍하니 허공을 보는 것이다.

 한참을 그러던 도중 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거기 쟁반에 있는 위스키 한 잔 마실 수 있겠습니까?"

 

 목마르던 차에 술을 나르던 남자 시종을 본 로윈은 쪼르르 달려갔다.

 

 "네? 아, 저기, 그게..."

 

 시종은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자기 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동시에 오늘 시종장으로부터 내려온 무언의 압박도 퍼뜩 떠올랐다. 절대 오리헨투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말라는 것.

 

 "이건 예약되어 있는 것이라..."

 "그렇군요. 예약 되어 있다면야."

 

 로윈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적당한 핑계라 여기던 찰나에 시종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커다란 덩치의 룩이 손을 내뻗어 쟁반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부릅 뜨며 시종의 눈을 응시했다.

 시종은 순간적으로 온 몸에 검이 꽂히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상상을 했다.

 

 "예약된 손님에게 전하게. 우리가 한 잔 들고간다고."

 

 안 그래도 사나운 인상의 룩이 목소리를 깔고 쏘아붙이자 시종은 히익거리는 비명과 함께 쟁반까지도 놓고 후다닥 도망쳤다.

 

 "쟁반은 필요없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마셔버릴까?"

 

 로윈은 키득 웃으며 쟁반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로윈을 위해 몸을 낮추던 룩은 우뚝 멈췄다.

 

 "그런데 주군, 술을 마시면 키가 안 크지 않을까요?"

 "...한 잔이라도 안 될까? 나도 내년이면 17살 성인이라고."

 "마시고 나서 왜 안 말렸냐고 우기시면 곤란합니다."

 "그래, 걱정마 그럴 일 없을 거야."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로윈을 보고 나서야 드디어 룩이 잔을 건내었고 막 한 잔을 마시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잔을 확 채갔다.

 

 "꼬맹이가 술을 마시면 안 되지."

 

 약간 허망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로윈은 잔을 빼앗은 당사자를 확인하고 인상을 굳혔다.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뒤에는 호위로 보이는 이가 고개를 약간 숙인채로 앞의 여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앞에 있던 사람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붉은 머리와 조그막한 이목구비를 지닌 여성이었다.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이목을 끄는 외모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로윈으로는 부담스럽기 그지 없었다.

 

 엘리스 윙 윌런푸스. 현재 윌런 왕가의 제 2왕녀는 위스키가 든 잔을 쥐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안녕, 로윈? 파티에서는 처음보는 건가? 그동안 잘 지냈어?"

 "왕국의 꽃 엘리스 윙 윌런푸스께 아르넬 오리헨투스가 인사드립니다."

 

 누가 보아도 딱딱한 말투로 인사하자 그녀의 한 쪽 눈썹이 슬며시 올라갔다.

 

 "우우, 늙다리 대신들도 아니고 뭐야, 그 말투는. 너랑 전혀 안 어울리잖아."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 말투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은 존중해 주시죠."

 "내가 불편하단 말이야, 나이도 나보다 한 살 더 많으면서...바꿔."

 "싫습니다."

 "바꿔!"

 "싫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로윈의 말에 그녀는 으으 하는 소리는 냈다.

 

 "같은 왕족끼리 이러기야? 로열 패밀리 몰라? 로열 패밀리? 거기다가 너랑 나는..."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머뭇거렸다. 붉은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 하던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잖아."

 "오해의 소지가 높은 발언은 완전 사양입니다. 그리고 그게 대체 몇 년 전인겁니까?"

 

 로윈이 레옹성으로 잡혀오고 나서 오래간 혼자 지낼 때 담쟁이 궁을 기웃거리던 엘리스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답답한 데이지 궁 생활에 질려 어찌어찌 탈출을 시도했으나 레옹성 안에서 길을 잃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또래인 로윈을 발견하고는 같이 놀자며 칭얼댔고 어쩔 수 없이 놀아주고 먹여주고 씻겨주고 (이 부분은 전적으로 폰이 맡았으니 엘리스는 왜곡하고 있었다.) 나서 그녀가 졸라대는 바람에 손을 잡고 데이지 궁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나 둘이 노는 사이에 데이지 궁은 왕녀의 실종 소식에 뒤집어진 상태였고 특히 왕비의 걱정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로윈이 엘리스와 나타나자 이성의 잃은 그녀는 열 살도 안된 어린 아이의 뺨을 때리며 폭언을 퍼부었다.

 

 -아직도 너희가 위에 있는 줄 아느냐

 -역시 오리헨 놈들이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음씨 좋아 같이 놀아주었던 아이는 납치범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정사실화된 것 마냥 로윈은 희생양이 되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며 우는 엘리스를 뒤로하고 로윈은 씁쓸하게 돌아갔었다.

 

 그 뒤부터 로윈은 일부러 그녀를 피해다니고 말을 높여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성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로윈을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찾아와서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로 여기에 온 거야? 평소에는 폐인 마냥 탑에 갇혀 있더니?"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참석을 요망하는."

 "뭐? 내가 초대장 보낼 때는 대답도 안 하더니만. 너 소개하려고 영애, 영식들을 많이 초대했는데!"

 

 '그래서 안 갔습니다.'

 

 엘리스의 툴툴대는 말에 속으로만 답한 로윈은 귓볼을 긁적였다. 엘리스는 윌런의 왕녀이지만 오리헨에 대한 반감이 적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무관심했다. 비록 과거에 자신의 왕국이 식민 지배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한 나라의 왕족으로서 엘리스는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왔기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철부지 소녀에 불과했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건 엘리스가 아니라 로윈이었지만 로윈은 로윈대로 엘리스는 엘리스대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오늘 깍쟁이 할멈이랑 한바탕 했다며?"

 "깍쟁이 할멈... 그새 소문이 퍼진 겁니까?"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깍쟁이라는 말에는 조용히 동감하는 바였다.

 

 "응, 그 할망구가 씩씩대면서 사자궁으로 들어가서 다 일러바쳤나봐. 그래서 너한테 명령이 떨어졌는데 어떤 명령인지 알아?"

 "모릅니다."

 "내가 미리 가르쳐 줄 테니까 대신..."

 "싫습니다."

 

 엘리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윈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어째서?"

 "귀찮은 일 시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시큰둥하게 내뱉는 그의 얼굴에는 '나는 네가 뭘 시킬지 다 안다' 라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그녀는 뜨끔했는지 어깨가 움찔했다.

 

 "아니 그래도 한 번..."

 

 그녀가 다시금 설득하려는 순간, 홀 입구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국왕-폐하께서 입-장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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