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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1 두 세계 - 07
작성일 : 17-12-11 18:54     조회 : 318     추천 : 1     분량 :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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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 탕. 탕. 요란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카슨은 깨어났다. 창문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니 아침이었다. 침대에 가만 누워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다시금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문짝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화가 났다. 단꿈을 꾸다 일어나면 누구든 화가 안 나겠냐만은, 카슨은 더더욱 화가 났다. 그의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던 탓이다. 제 2의 인생이었다. 부족민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는 기분을 만끽할 차례인데, 저 빌어먹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 망쳐 놓았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꼬맹아!”

 웨던의 목소리였다. 어떤 일인지 카슨은 안 봐도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슴팍에 놓인 권총의 공이를 잡아당긴 후, 분노에 가득 찬 걸음을 성큼성큼 옮겨놓았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따끔하게 한 소리 내뱉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빌어먹을, 도대체 언제까지....”

 카슨이 문을 활짝 열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웨던이 아니었다. 턱수염을 기르고 어깨가 넓은 여관 주인이었다. 그 뒤에는 웨던과 제인이 인상을 팍 찌푸리고 서 있었다. 어제 총 쏜 것 때문에 그러나? 의아해하는 카슨에게 여관 주인이 말했다.

 “떠나시오.”

 카슨은 어이가 없었다.

 “왭니까? 이미 돈은 냇잖습니까.”

 “돈이 문제가 아니오. 당신네들이 죽을 거요. 그리고 난 손님이 죽은 여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싫으니, 빨리 나가시오.”

 여관 주인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카슨은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서 웨던과 제인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둠노릭스를 죽였다는 소문이 마을에 다 퍼졌어, 꼬맹아. 분위기가 흉흉해. 사람들이 우리를 적대시하니 빨리 이 마을을 떠야 해.”

 웨던이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제인은 코웃음을 치며 입술을 비틀었다.

 “하, 참. 어이가 없네. 그 사람은 마적단 두목이라니까?”

 “하지만 그는 독립군이기도 했지. 이곳에는 켈트족들이 많이 살고 있소.

 “뭐야, 죄다 빌어 처먹을 마조들이야? 당하는 게 기분이 좋은가보지?”

 “함부로 입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여관 주인이 제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카슨은 그의 머리칼 또한 빨간색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역시 켈트족.

 “떠나죠.”

 카슨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방에 다시 돌아가 짐을 가지고 나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가죽 배낭 하나와 담요 겸 망토 하나가 전부였으니까. 잘 때도 쓰고 잤던 초록색 모자를 푹 눌러쓴 카슨은 힘없는 걸음으로 문을 닫고 나왔다.

 “자네도 켈트족이군.”

 동료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카슨의 등 뒤로 여관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자를 아무리 푹 눌러써도 빨간색 머리칼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다.

 “조상의 뼈 위에서 춤추는 패륜아 같으니....”

 그 목소리는 삐걱거리는 발판 소리에 파묻힐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카슨은 분명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문득 화가 치밀어서 권총으로 손이 갔지만, 지금 쏜다면 현상금 사냥꾼에서 현상금범으로 지위가 바뀔 것이다. 참아야 했다.

 셋은 여관 밖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 북쪽의 하늘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얼리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없어서 더 추운지 웨던은 모자를 꾹 눌러서 거의 눈을 가리다시피 했고, 카슨은 망토를 뒤집어썼다. 제인은 코트의 단추를 꼭 여미면서 욕을 내뱉었다.

 “망할 새끼. 저놈 도대체 뭐야? 마적단 죽여줬으면 고맙다고 할 것이지.”

 웨던은 주변에 혹시 매복이 있는지 샅샅이 살폈다. 해가 막 뜨는 시간대라서 그런지 길은 텅 비어 있었다. 여관 주인이 경고한 폭도도 없었다. 어쩌면 여관 주인이 세 명을 쫓아내고는 싶은데 대놓고 나가라고는 못 하니까 핑계를 댄 것일 수도 있었다.

 “저런 은혜도 모르는 놈. 마음씨가 저러니 음식도 맛없고 술도 하수구 똥물 맛이 나지. 꼬맹아. 기 죽을 것 없어! 저 놈이 멍청한 거야.”

 제인이 여관을 향해 침을 퉤 뱉으면서 카슨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카슨은 여관을 나설 때부터 풀이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민족감정이나, 자괴감, 또는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과는 다른 감정 때문이었다. 혈관 구석구석까지 퍼지는 열등감 때문이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그는 꿈속의 위대한 전사 ‘웅크린 곰’과 현상금 사냥꾼인 ‘카슨 더 키드’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사람을 죽이고 찬양을 받는다. 부족의 영웅이자 백 년에 한번 나올 전사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사람을 죽이고 욕을 들어먹는다. 조상의 이름을 더럽히는 패륜아로 욕을 먹는다. 같은 살인이지만 전해져오는 무게는 전혀 다르다.

 왜 둘이 다르게 대우받는지는, 카슨 스스로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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