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1 두 세계 - 06
작성일 : 17-12-11 18:53     조회 : 320     추천 : 1     분량 : 469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돌아가는 길에 웅크린곰은 미친 사슴을 보내어 부락에 승리 소식을 미리 알리도록 했다. 하여 웅크린곰과 구르는 돌이 빼앗은 말 열 필을 몰고 돌아왔을 때, 한밤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눈을 빛내며 마을 입구에 모여 있었다. 선두에 선 웅크린곰은 달빛을 받아 당당한 풍채를 뽐냈다. 따라오는 구르는 돌이 전사들이 획득한 머릿가죽을 창에 매달아 번쩍 들어 보이자, 몰려온 부락원들이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호! 호! 호!”

 깊이 울리는 기쁨의 목소리였다. 세 명은 자연스레 부락 중앙에 있는 넓은 광장으로 안내되었다. 남자들이 큼지막한 통나무를 들고 오더니 그것을 원뿔 모양으로 쌓았다. 원뿔 안에는 짚더미와 마른 풀 등 불쏘시개를 넣었다. 사람 키보다 큰 거대한 캠프파이어였다. 독수리깃털을 꽂은 원로가 거기 불을 당기자 모든 사람들이 목청을 떨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각 천막에서는 음식을 준비했다. 부족원들 중에서는 일부로 저녁을 먹지 않은 자들이 많았다. 웅크린곰이 당연히 승리를 거두고 돌아올 것이며, 승리를 거둔다면 큰 잔치가 열릴 것이기에 일부로 먹지 않은 것이다. 여인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남자들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한때 자신이 세웠던 전공, 자신의 조상의 조상이 세웠던 전공까지 떠벌렸다.

 승리의 주역인 세 사람, 웅크린곰과 미친 사슴, 구르는 돌은 행사의 핵심이었다. 관례대로라면 승리자들의 일가친척들은 그들에게 ‘승리의 색’인 검은색을 바르고 부락을 행진하는 것을 도와야 했다. 모든 일가친척들이 일찍 죽은 웅크린곰에게는 새벽별이 다가왔다. 손에 진흙 그릇에 담긴 검은색 염료를 든 채.

 “나는 됐다.”

 웅크린곰이 손을 내저어 물렀다. 새벽별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행진에 끼지 않을 건가요?”

 “그래.”

 “머릿가죽 춤에도 끼지 않을 건가요?”

 “안 끼어. 저 두 사람이 큰일을 했으니, 저 둘이나 도와줘.”

 웅크린곰이 구르는 돌과 미친 사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오오-하는 소리를 냈다. 자신의 전공마저 남에게 흔쾌히 양보하는 웅크린곰에게 감화된 것이다.

 물론 웅크린곰이 양보한 것은 행사에 정말 관심이 없어서였다. 그에게 있어 전투는 그 순간의 행위가 중요한 것이지 그 전이나 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속마음을 절대 밖으로 내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를 칭송했다.

 “호우, 콜라! 자네는 정말 누구보다 고귀한 심장을 가졌군. 모든 전사들의 귀감이 될 것일세.”

 “위대한 전사로써의 4대 덕목을 모두 갖추지 아니했는가. 그대는 사자보다 용감하며, 곰보다 인내심이 강하며, 대지만큼 관대하고 까마귀만큼 지혜롭군 그래.”

 원로들이 찬사를 한 마디씩 던졌다. 웅크린곰은 고개를 살짝 숙여 그 찬사에 답했다. 하지만 그런 찬사를 받아도 딱히 기쁘지는 않았다. 살과 피가 튀는 전투가 끝난 지금, 그의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곧이어 머릿가죽 춤이 시작되었다. 크로우족이 머릿가죽과 신체 일부 – 손, 발 – 을 세운 장대가 캠프파이어 근처에 세워졌다. 얼굴을 검은색으로 칠한 두 명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부락을 한 바퀴 돌았다. 사람들은 그들에게도 찬사를 보냈다. 그만한 자격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짜 공로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행진이 끝나자 음악이 시작되었다. 북을 치고 피리를 불고 가수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여자의 높은 음이 남자의 낮은 음 위로 둥둥 떠다녔다. 반남반녀 주술사인 ‘발로 차는 새’는 춤꾼들의 춤사위를 감독했다. 모닥불 주위로 인영이 빙빙 돌았다.

 역시 웅크린곰은 행사에 끼지 않고 무표정하게 앉아만 있었다. 여인들, 특히 결혼 적령기의 성숙한 소녀들은 춤을 추다가 틈만 나면 웅크린곰을 바라보았다. 마치 곰처럼 우직하게 모닥불 근처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뭇 소녀들의 가슴을 사로잡았다.

 정작 본인은 별 관심도 없었지만.

 소녀들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다면, 남자 어른들은 아주 대놓고 접근했다. 대부분은 음식을 같이 먹자며 접근했다. 버팔로 혀 구이, 등혹 갈비, 순무를 넣어 끓인 스튜, 양고기와 선지, 옥수수를 넣어 한데 끓인 죽 등 종류도 다양했다.

 모두 먹으면 배가 터질 게 분명했다. 하여 웅크린곰은 예의상 조금씩 맛만 보았다. 물론 남자들은 별달리 신경 쓰지도 않았다. 애초에 접근한 목적이 식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름을 발라 구운 양 창자 요리를 가지고 온 남자는 세 번째로 웅크린곰을 찾아왔는데, 다름 아닌 미친 사슴의 아버지였다.

 “내 아들이 이번에 아키시타에 지원하는데, 혹여나 그를 도와줄 말 한 마디만 해 주면 안 되겠나. 아이가 실력은 있지만, 보다시피 이 아비의 집안이 변변치 못해서....”

 아키시타라면 부족의 젊은 전사들이 가입하는 일종의 명예직이다. 부족의 대회합이 있거나 규모가 큰 전투를 벌일 때 질서를 유지하는 자들. 웅크린곰은 그의 아들이 거기 지원하기에는 택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겸손하게 말했다.

 “내 오늘 그의 가능성을 보았으니,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위대한 신비’가 그에 걸맞는 가호를 내려줄 것이오.”

 모두가 이런 식이었다. 직접적인 질문에 모호한 답변들. 하지만 재미있게도 어른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돌아갔다. 어떤 어른들은 자신에게 결혼 적령기의 딸이 있음을 은근히 어필하면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내 딸이 이번에 열여섯 살이 되지. 자네도 기억할 테지만, 어릴 때 자네와 함께 시냇가에서 많이도 놀았지. 아비로써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내 딸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미모가 가슴을 찢어놓는 듯 하여, 여간 흐뭇하지 않을 때가 없네....”

 딸이 누군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으며 그 정도 미모인지 아닌지도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웅크린곰은 “좋은 신랑감을 찾기를 바라겠소.”하면서 덕담을 해 주었다. 물론 처녀의 아버지가 원한 것은 덕담 따위가 아니었지만.

 그 외에 원로들도 다가왔다. 원로들은 대개 부족의 대사(大事)를 언급하며 웅크린곰이 다음 번 부족 대회합때 어떤 지위를 맡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논의했다. ‘아키시타’ 조장부터 ‘한밤중 강한 심장’의 리더, 최연소 ‘윗옷 입은 자’까지 다양한 직위가 오갔다. 전투와 별반 상관도 없는 그런 명예직에는 관심도 없었기에 웅크린곰은 모호한 말로 일관하다 결국 일어났다.

 “이만 일어나지, 한잠도 못 잤더니 피곤해서.”

 원로들은 굳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오늘 그가 이루어낸 업적을 칭송하며 행운을 빌어 주었다. 웅크린곰 또한 그런 말로 답한 후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왔다. 화로에 불이 꺼져 있어서 천막 안은 어둡고 서늘했다.

 공기가 제법 쌀쌀했지만 딱히 화로를 뒤적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부락원들에게 계속해서 시달려서 피곤했고, 무엇보다 가슴속에 들어찬 허무함 때문에 빨리 눕고만 싶었다. 다음 전투가 있기까지 욕망을 억누르지 못할 것 같아 더더욱 그러했다.

 사슴가죽 깔개에 누운 그는 눈을 붙였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강가에서의 전투를 떠올려 보았다. 적의 가슴뼈를 빠개고 심장에 칼을 찔러 넣을 때의 진동을 떠올렸다. 목에 손가락을 박아 넣고 헤집을 때의 촉감을 떠올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갈망은 더 심해졌다.

 천막의 문이 열렸다. 말없이 들어올 만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기에 그는 계속 눈을 붙인 채로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자는 거예요? 이번 춤은 밤새도록 계속될 거라는데.”

 “피곤하니까.”

 웅크린곰은 무심하게 답했다. 문을 닫고 들어온 새벽별은 웅크린곰의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천막 안이 추웠기에 땔감을 좀 더 넣어 화로의 불을 키웠다. 웅크린곰은 그러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원로들 하는 말을 들었어요. 지금 부족 전투추장인 ‘주먹 쥐고 일어서’가 물러나면 차기 전투추장은 당신으로 확정인 것 같던데요? 다른 부족에서도 거의 만장일치로 당신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대요.”

 “할 사람은 마음도 없는데 누구 마음대로.”

 “무척이나 겸손하네요.”

 “나도 알아.”

 “흥, 사실은 겸손한 게 아니라 귀찮은 거죠?”

 “그래.”

 “당신은 추장 자리가 탐나지 않나요? 더 많은 전사들을 이끌고 싶지는 않고요?”

 웅크린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에 하나 전투추장 자리에 도전한다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더 쉽게 당선될 것이다. 씨족의 자랑거리이자 부족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전투추장이 되면 다수의 전사단을 이끌어야 했고, 그렇다면 자신의 손에 죽일 수 있는 적들이 줄어든다. 혹여나 모른다. 적이 수백, 수천 명 몰려들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힘드니 동료들을 제법 데려가야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전투는 일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늙은 이야기꾼의 옛날이야기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별로 관심 없어.”

 그렇게 대꾸하고 버팔로 모피를 끌어당겨 덮었다. 새벽별은 그런 웅크린곰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미소를 지었다. 꼭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 같은 미소였다.

 “저는 그런 당신도 마음에 들어요.”

 “무슨 소리야?”

 “귀찮음과 게으름의 화신인 당신도 마음에 든다는 거예요.”

 새벽별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웅크린곰은 대답 없이 눈을 감았다. 틀림없이 새벽별은 부락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르는 웅크린곰의 진짜 비밀을 자기만이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의기양양하겠지.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니. 넌 나를 몰라.’

 대부분은 웅크린곰을 겸손함과 관대함의 화신인 대인(大人)으로 여긴다. 새벽별이나 원로들 중 일부는 웅크린곰을 전투 빼면 게으름뱅이인 독특한 자로 여긴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실제에 좀 더 가깝긴 하다. 하지만 진실에 빗나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진짜 모습은, 자신의 뒤틀린 욕망은, 오로지 웅크린곰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Intermission : 두 일기 (2) 2017 / 12 / 17 377 1 5226   
19 Ch.2 갈망 - 11 2017 / 12 / 15 313 1 6363   
18 Ch.2 갈망 - 10 2017 / 12 / 15 330 1 5941   
17 Ch.2 갈망 - 09 2017 / 12 / 14 333 1 4981   
16 Ch.2 갈망 - 08 2017 / 12 / 14 319 1 5330   
15 Ch.2 갈망 - 07 2017 / 12 / 14 318 1 5390   
14 Ch.2 갈망 - 06 2017 / 12 / 13 323 1 5303   
13 Ch.2 갈망 - 05 2017 / 12 / 13 328 1 5015   
12 Ch.2 갈망 - 04 2017 / 12 / 13 354 1 4850   
11 Ch.2 갈망 - 03 2017 / 12 / 12 328 1 5266   
10 Ch.2 갈망 - 02 2017 / 12 / 12 319 1 5114   
9 Ch.2 갈망 - 01 2017 / 12 / 12 319 1 4936   
8 Ch.1 두 세계 - 07 2017 / 12 / 11 319 1 2236   
7 Ch.1 두 세계 - 06 2017 / 12 / 11 321 1 4697   
6 Ch.1 두 세계 - 05 2017 / 12 / 11 340 1 5002   
5 Ch.1 두 세계 - 04 2017 / 12 / 11 317 1 4894   
4 Ch.1 두 세계 - 03 2017 / 12 / 11 322 1 4994   
3 Ch.1 두 세계 - 02 2017 / 12 / 10 333 1 5064   
2 Ch.1 두 세계 - 01 2017 / 12 / 10 362 1 4906   
1 프롤로그 2017 / 12 / 10 593 1 529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