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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1 두 세계 - 05
작성일 : 17-12-11 18:49     조회 : 339     추천 : 1     분량 : 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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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전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숲에 몸을 숨기고 빙 돌아 접근하는 모양이었다. 웅크린 곰은 풀숲에 바싹 주저앉아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열 명의 크로우족 전사들은 하나같이 웃통을 깐 채 바지만 입고 있었다. 두런두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당연히 들려오진 않았다. 적들을 보며 웅크린곰은 바닥에서 돌을 하나 주워들었다. 어디에나 흔해빠진 돌일 뿐이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무기로 돌변시킬 수 있는 법을 웅크린곰은 알았다.

 웅크린곰은 눈을 감고 손가락 끝에 힘을 집중했다. 살밑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흐르는 느낌이 전해진다. 혈관을 따라 팔에 푸른빛으로 줄이 죽죽 그어진다. ‘위대한 신비’가 세상을 창조한 힘이자 세상 만물에 깃들어 있는 힘, 대지의 생명력. 마나(Mana)였다.

 주술사들은 마나를 통해 주술을 부리며 위대한 신비와 접촉한다. 전사들은 주술사들이 걸어준 ‘주술’을 통해, 아니면 뼈를 깎는 오랜 수련으로 이 마나를 다룰 수 있다. 웅크린곰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는 타고났다. 태어났을 때부터 누구보다 많은 마나를 타고난 것이다.

 손가락 끝에 마나를 집중하자 형광색 물감이라도 칠한 것처럼 손끝이 푸르게 빛났다. 웅크린곰은 손가락으로 돌을 쥐고 약간 힘을 주어 보았다. 돌이 두부라도 되는 것 마냥 손가락 끝이 파고 들어간다. 손가락을 빼내고 이번에는 돌에 정신을 집중했다. 돌이 자신의 몸의 일부분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자 이번에는 돌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웅크린곰은 미소를 지었다.

 몸은 최적의 상태였다. 심장이 뛰고 몸이 후끈 달아올랐으며, 전기뱀장어를 만진 마냥 손이 찌릿찌릿했다. 벌써부터 코에 비릿한 피 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신호가 나왔다. 말들이 일제히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히히히히히힝!!”

 엉덩이에 채찍질이라도 당한 것처럼 말들이 날뛰었다. 크로우족 전사들은 벌떡 일어났다. 그 와중에도 적의 습격임을 눈치 챘는지 손에는 무기가 들려 있었다. 열 명이 막 모닥불 근처를 벗어날 때, 웅크린곰은 손에 쥐고 있던 돌을 힘껏 던졌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돌은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적의 장딴지에 명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 크로우족들이 놀라서 뒤돌아본다. 돌은 전사의 다리를 으깨놓았다. 뼈와 근육 할 것 없이 한데 으깨져 죽처럼 흐른다. 통증을 참지 못한 전사가 눈을 까뒤집으며 신음한다.

 “끅...흑...흐윽....”

 명중한 돌은 산산이 부서져 여러 조각이 나 있었다. 불어넣었던 마나는 푸른색 증기로 변해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크로우족이 충격에 얼이 빠졌을 때, 웅크린곰이 마침내 몸을 숨겼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기척에 깜짝 놀란 크로우족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본 것은 한 손에는 방패와 장창을, 다른 손에는 도끼를 든 채 성큼성큼 걸어오는 키 큰 전사였다. 크로우족은 재빠르게 대응했다. 활을 든 자는 급히 화살을 매기고 다가오는 웅크린곰을 향해 날렸다.

 슈웃. 바람을 가르는 소리. 웅크린곰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화살을 느꼈다. 끝내 줬다. 이것이야말로 사는 것이라고 영혼이 소리 지르고 있었다. 이왕이면 어깨를 확실히 스쳐서 생채기를 내 줬으면 더 좋았을 건데. 그렇다면 생명의 위협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멀리서 활만 쏘아대는 놈을 그냥 둔다면, 화살만 날리다 도망갈 게 명약관화. 하여 그는 도끼를 든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달려가는 관성까지 이용해 있는 힘껏 투척. 날아간 도끼는 순식간에 크로우족의 활대를 부수고 미간 한가운데에 박혔다.

 “허억.”

 적의 눈이 하얗게 까뒤집히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도끼날이 반 이상 머리를 뚫고 들어가 있었다. 적들이 그걸 보고 경악할 시간도 잠시. 이미 웅크린곰은 그들과의 거리를 상당부분 좁히고 있었다.

 각자 칼과 도끼, 창을 들고 크로우족이 뛰어나갔다. 모두 성대를 떨며 전투의 함성을 내지른다. 아홉 명은 웅크린곰을 반원형으로 포위하려 했다. 마치 큰 동물을 둘러싸 사냥하듯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해 여러 조각으로 찢어버리려고 했다.

 끼야! 끼야! 함성이 들려오더니 도끼와 창, 칼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순간 웅크린곰의 몸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나를 온몸으로 보내 두른 것이다. 크로우족이 내지른 필살의 공격이 얇은 마나의 막에 부딪혀 튕겨나간다. 팔을 사선으로 휘둘러 날아오는 도끼를 쳐내는 것을 보고 크로우족은 할 말을 잃었다.

 그 사이 웅크린곰은 가장 가까운 크로우족의 코앞에 도달했다. 놈의 가슴팍을 걷어차 땅에 쓰러뜨리고 창을 박아넣었다. 크로우족의 눈이 새우처럼 동그랗게 변하더니 생명이 떠났다. 첫 타격. 그 후로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찌르고 베고 부순다. 마나를 불어넣은 창이 푸른색 궤적을 이루며 춤을 춘다. 얻어맞은 적들은 뼈가 부러지고 찔린 적들은 구멍에서 피를 쏟는다. 웅크린곰은 쏟아지는 피를 뒤집어썼다. 피는 따뜻했고 혈향은 달콤했다. 곤봉에 머리가 푹 찌그러지며 손에 전해지는 진동은 짜릿했다. 크로우족이 한 명 한 명씩 쓰러진다. 아직 웅크린곰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끼야-!”

 크로우족 하나가 괴성을 내지르며 도끼를 내리쳤다. 정확히 머리 옆쪽을 노리고 감행한 일격. 그대로였다면 두개골을 부수고 뇌를 쪼갰을 것이다. 하지만 웅크린곰은 왼팔을 들어 내리치는 도끼를 막았다. 크로우족이 경악했다. 웅크린곰의 왼팔에는 은은한 푸른빛의 마나가 엷게 둘러쳐져 있었다.

 제대로 된 감상을 표하기도 전에, 웅크린곰의 손이 그의 목을 붙잡았다. 마나가 혈관을 타고 손가락 끝으로 향했다. 파랗게 빛나는 손끝이 목 줄기를 파고들어간다. 손가락은 살을 헤집고 기도를 끊었으며 성대를 찢어놓았다. 크로우족의 눈이 까뒤집혔다.

 그 사이 남은 크로우족 두 명은 도망쳤다. 한 명은 숲 속, 한 명은 강가 쪽.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미친 사슴과 굴러가는 바위가 숲으로 도망간 크로우족을 덮쳤다. 버둥거리는 전사를 땅에 눕히고 산 채로 머릿가죽을 벗겨냈다.

 웅크린곰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강가로 향했다. 친구의 피를 뒤집어쓴 크로우족은 강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웅크린곰은 손에 묻은 피를 핥으며 천천히 적 쪽으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최대한 오래 즐겨볼 생각이었다.

 “베로헤(악귀)! 베로헤!”

 크로우족이 비명처럼 내질렀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웬 막대기를 꺼냈다. 그것의 정체를 알아본 웅크린곰의 피가 차갑게 굳는 느낌이었다.

 ‘천둥 막대기.’

 웅크린곰은 다리에 힘을 주고 곧바로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그 사이 적은 이미 공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베로헤! 베로헤! 시네!(죽어라)”

 소리친 크로우족이 방아쇠를 당겼다.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른색 화약연기가 짙게 퍼졌다. 그러나 총알은 웅크린 곰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는 없었다. 다가온 웅크린곰은 크로우족의 배속 깊숙이 칼을 박아 넣었다. 일부로 마나를 두르지 않았다. 살과 뼈의 저항감을 확실히 느끼기 위해서.

 “크억.”

 크로우족이 단말마를 내질렀다. 웅크린곰은 몸속에 박힌 칼을 비틀었다. 내장을 헤집었다. 고통의 신음을 흘리던 적에게서 이내 생명이 떠났다. 적을 죽였으니 그가 가지고 있던 마나는 온전히 웅크린곰의 것이 될 것이다.

 적의 시체를 냇가에 처박아두고, 웅크린곰은 근처 바위 위에 주저앉았다. 천둥 막대기에서 나온 총알이 어깨를 찢은 게 분명했다. 자신의 피가 가슴팍 위로 흘러내려 적의 피에 섞였다. 기분 나쁜 무기였다. 화가 난 그는 땅에 떨어진 총을 발로 걷어차 물속에 빠뜨려 버렸다.

 일반적인 무기로는 마나를 두른 웅크린곰에게 생채기를 낼 수 없다. 보통은 웬만한 경지에 오른 전사가 마나를 둘러도 타격을 완화시키는 정도에 그치지만, 웅크린곰은 워낙 타고난 마나가 많은데다 그것을 다루는 데도 타고났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주술을 받은 무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도 완전히 막아내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의 마나를 완전히 상쇄할 만큼 강한 주술을 건 무기는 적었고, 생명에 위험을 줄 정도의 부상은 대개 입히지 못했다. 그러나 저 ‘천둥 막대기’만은 달랐다.

 ‘빌어먹을 와시추 놈들.’

 화는 기분 나쁜 무기를 크로우족에게 팔아먹었을 ‘와시추’들에게 향했다. 천둥소리나 푸른색 연기나 주술을 씹어 먹는 위력이나 여러모로 두려운 무기임만은 분명하다. 그의 부락원들 중에서도 총을 쓰는 자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웅크린 곰! 웅크린 곰!”

 미친 사슴의 목소리였다. 웅크린곰이 뒤를 돌아보자 그는 창을 높이 들고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창끝에는 벗긴 적의 머릿가죽이 매달려 있었다.

 “호우, 대승이다! 크로우족 열 놈을 모두 죽였다! 죽은 뛰어오르는 사슴이 기뻐할 것이다!”

 그러고는 승리한 전사들이 으레 하곤 하는 춤을 추었다. 한편 구르는 바위는 널부러진 시체들을 돌아다니며 팔다리에 칼집을 내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내고 있었다. 적의 시체를 훼손해 ‘위대한 신비’의 안식처로 보내지 않겠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목 위는 손대지 않고 그대로 놓아 두었다. 머리를 자르거나 머릿가죽을 벗기는 행위는 적을 죽인 당사자만이 할 수 있었기에.

 “응크린 곰! 이제 머릿가죽을 벗기게나!”

 미친 사슴의 말에 웅크린곰은 천천히 바위에서 일어났다. 이어 조금 전 냇가에 처박아둔 크로우족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올렸다. 잘 드는 칼이어서 머릿가죽은 금방 벗겨졌다. 웅크린곰은 두피가 덜렁거리는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어 보였다.

 “됐나?”

 “훌륭하다. 나머지 여덟 명의 머릿가죽도 빨리 벗기게나!”

 “네가 벗겨라. 나는 괜찮다.”

 미친 사슴이 약간 곤란하다는 듯 볼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그게....머릿가죽은 원래 죽인 사람이 벗기는 게 관례인데, 내가 벗길 수는 없다.”

 “적의 머릿가죽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나 혼자 독차지할 수는 없지.”

 웅크린곰이 말했다. 미친 사슴은 진정으로 감격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태도를 겸손함의 발로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웅크린곰은 그저 머릿가죽 벗기기가 귀찮을 뿐더러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 뿐이다. 머릿가죽을 벗겨 적의 마나를 얻는 행위 따위, 이미 마나가 차고 넘치는 그에게는 의미도 없었다.

 허탈함이 밀물처럼 밀려와 웅크린곰은 하늘만 바라보았다. 전투가 끝나니 흥분이 급격하게 식었다. 이제 다음 전투를 겪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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