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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1 두 세계 - 04
작성일 : 17-12-11 18:47     조회 : 317     추천 : 1     분량 : 4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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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뭐냐, 이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는. 이 미친 여자 아들이냐?”

 입에 굵직한 시가를 물고 있는 남자가 나서서 소리쳤다. 뻐드렁니 남자의 패거리였다. 허리춤을 더듬는 것이 차고 있는 칼이라도 뽑으려는 것 같았다. 카슨은 이미 쏘아버린 권총을 허리춤에 집어넣고 장전되어 있는 다른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곧바로 발사했다.

 굵은 시가의 끝부분이 박살이 났다. 불똥과 담뱃가루가 눈으로 튀었다. 남자는 욕을 내뱉으면서 시가를 뱉고 눈을 싹싹 비볐다. 그 사이 카슨은 다시 새로운 권총을 꺼냈다. 아직 두 정이 남아 있었다.

 “적당히 하고 끝내자니까요.”

 진심이었다. 빨리 이 거지같은 일을 끝내고 잠자러 들어가고 싶었다. 웅크린곰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싶었다. 곰팡이 냄새와 안 씻은 몸 냄새가 그득한 싸구려 여관이 아니라 싱그러운 대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패거리는 다섯 명이었지만 나머지 세 명은 나서지 않았다. 얼빠진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들. 카슨은 총구로 제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사과하고 끝내세요.”

 다섯 명의 눈이 저도 모르게 제인을 향했다. 제인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손을 얹고 남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슨은 기가 찼다. 누구 때문에 이런 사단이 벌어졌는데.

 패거리들이 뻐드렁니 남자를 안 보이게 툭툭 쳤다. 뻐드렁니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그리고 구멍 뚫린 모자를 주워들어 먼지를 툭툭 털었다. 그러면 상처 입은 자존심이 회복되기라도 하는 마냥.

 “...미안하다.”

 쥐꼬리만한 목소리였다. 지켜보고 있던 웨던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제인은 한껏 솟아오른 분위기를 타고 깔보듯이 내뱉었다.

 “미안해? 얼씨구. 사과한다고 끝날 것 같애? 바락바락 우길 땐 언제고...”

 “누님!”

 “아, 그래, 알았다! 자식들. 너희들 이렇게 마음 넓은 누나 만난 걸 다행으로 여겨라. 담 번에도 이러면 불알을 확 으깨버린다! 알았지?”

 제인이 어깨라도 두드려줄 것처럼 손을 들었다. 그러나 패거리들의 눈빛이 워낙 험악해서 그런지 앗 뜨거라 하고 손을 뗐다.

 소동이 싱겁게 끝나자 구경꾼들은 이내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다. 도박용 주사위와 허풍 가득 섞인 이야기가 다시 오갔다. 웨던은 다시 도박에 끼려 하는 제인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며 2층으로 올라왔다.

 카슨은 벽에 기댄 채 제인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냉랭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제인은 실실 웃으며 카슨에게 다가왔다.

 “고맙다, 꼬맹아! 내가 해결할 수 있었지만, 네가 워낙 일을 잘해주니 내가 나설 필요가 없구나.”

 그러면서 제인은 카슨의 볼에 입을 쪽 하고 맞추었다. 카슨은 불쾌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입술이 닿은 자리를 닦아 냈다.

 “이런 걸로 퉁칠 생각 하지 마세요.”

 “뭐? 그럼 더 수위 높은 걸 원하니? 요 발랑 까진 꼬맹이. 그러면 못쓴다. 아직 넌 열여섯 살밖에 안 됬잖니. 네가 좀 더 크면....”

 “누님.”

 카슨이 권총의 손잡이를 잡자 그제서야 제인이 실실 웃던 입꼬리를 일자로 폈다.

 “아, 그래. 알았어. 내가 미안하다. 됐지? 워낙 술에 취했다 보니 목소리부터 먼저 커지더라고. 놈들이 그딴 짓만 안 했어도...”

 “언제까지 그 수법 써먹을 겁니까?”

 “응? 무슨 수법 말이니?”

 “도박에서 져서 돈 뜯길 위기에 처하면 남에게 누명 씌우고 소리 지르는 수법 말입니다.”

 제인이 머쓱한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옆에 있던 웨던이 답답한지 ‘얘는 학습능력이 없어. 동물과 다를 게 없다니까.’하고 중얼거렸다.

 “음....그게....우리 현상금은 모두의 돈이잖아. 안 그래? 빼앗기면 안 되잖아.”

 “이미 서로 1/3씩 나누었잖습니까. 누님이 빼앗기면 누님 돈에서 까이는 거지 제 돈과는 상관 없습니다.”

 “야, 일 년간 서로 보고 지냈는데 정이란 게 있지. 안 그래? 나 자러 간다, 꼬맹아. 대신 다음에 누님이 맥주 한 잔 시원하게 쏜다! 그걸로 충분하지?”

 카슨은 대답 대신 차가운 눈빛만 보냈다. 제인이 어색하게 웃음짓더니 이내 뒷걸음질 치며 카슨에게서 멀어졌다. 방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꼭 오리 같았다. 웨던은 제인의 뒷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꼬맹아, 미안하게 됐다. 나도 나중에 맥주 한 잔 사마. 그럼 내일 보자!”

 웨던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카슨은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곰팡이 냄새 나는 벽에 몸을 기댄 채 꿈과 현실의 차이를 곱씹어 보았다.

 부락에서는 모든 젊은이들이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행동했다. 어떻게든 같이 사냥에, 전투에 나서고 싶어서 이런저런 물건도 가져다 바치고, 나갈 때마다 아양을 떨었다. 그뿐인가. 마을 어른들은 자신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웅크린곰 자신은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부락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이 음침하고 더럽고 축축한 현실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를 깔본다. 만약 사격 실력마저 없었다면 어떤 취급을 당하고 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웅크린곰이나 자신이나 나이는 똑같은 열여섯 살인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차이가 벌어진 걸까.

 카슨은 우울했다.

 

 ***

 

 웅크린곰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곧바로 반응했다. 눈을 뜨자마자 화살을 활에 걸고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날린 것이다. 핑 하고 활줄이 튕기자마자 단말마가 숲 속에서 들려왔다.

 “뭐, 뭐야! 무슨 일 있어?”

 막 잠에서 깼는지 미친 사슴이 침을 닦으며 소리쳤다. 웅크린곰은 활을 내리고 창을 손에 든 채 숲 속으로 말을 몰았다. 얼마 안 가 화살이 목에 꽂힌 채 죽은 여우가 나타났다.

 “깜짝 놀랐네, 젠장! 적인 줄 알았잖아.”

 미친 사슴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화를 냈다. 과장되게 행동하면 말 위에서 존 사실이 지워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굴러가는 바위는 언제나 그렇듯 묵직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다 손을 뻗어 한 지점을 가리켰다.

 “강이군.”

 웅크린곰이 말했다. 강이 있다면 그 근처에 적들이 있을 확률이 높다. 말이 물을 마셔야 하니까. 비단 물이 아니더라도, 강 근처는 물 마시러 온 사슴이나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였다.

 마침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그리고 웅크린곰은 바람에 회색 연기가 실려 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적들이 피운 모닥불이 분했다. 모닥불을 피웠다는 것 자체가 적들의 추격을 예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웅크린곰은 입술을 한 번 핥았다. 놈들의 오만은 치명적인 칼날이 되어 심장에 박힐 것이다.

 “말에서 내려라.”

 웅크린곰이 말하자 미친 사슴과 굴러가는 바위가 군말 없이 따랐다.

 말을 나무에 묶어 두고, 셋은 모닥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나무에 몸을 숨긴 채. 아침의 이슬을 머금은 촉촉한 흙이 부드럽게 발을 감쌌다. 지저귀는 개똥지빠귀의 노래, 등 뒤에서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얼굴을 살짝 간질러 오는 서늘한 아침바람. 모든 게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아니, 기분이 좋다니? 웅크린곰은 약간 의아했다. 평소의 아침과 별다르지도 않은 풍경인데. 아침 일찍 일어난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가. 알 수 없었다.

 모닥불은 강에서 조금 떨어진 둔덕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큼지막한 바위가 마치 지붕처럼 뻗어 나와 비바람으로부터 안전할 것 같은 공간이었다. 모닥불 주위에는 총 네 명의 크로우족 전사가 불을 쬐고 있었다. 옆머리는 죄다 밀어버리고 정수리 쪽 머리만 남겨 꼭 닭 벼슬을 단 것 같은 자들.

 “어허, 놈들 봐라. 자기네들 영역이라고 아주 무방비네.”

 미친 사슴이 웃음을 흘렸다. 웅크린곰은 그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닥치라는 뜻. 미친 사슴은 충실하게 닥쳤다.

 웅크린곰이 손가락을 들어 모닥불에서 조금 떨어진 숲을 가리켰다. 미친 사슴은 의아한 표정으로 숲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얼마 있지 않아 나뭇가지가 부스럭대더니 크로우족 세 명이 화살에 맞아 죽은 토끼를 가지고 나왔다.

 “총 일곱 명인가?”

 미친 사슴이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굴러가는 바위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강가를 가리켰다. 통발이라도 놓았는지 세 명이 각자 손에 물고기를 들고 모닥불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침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미친 사슴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미, 미안! 일부로 한 게 아니었어.”

 급히 변명했지만 웅크린곰의 표정변화는 없었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는 어떻게 습격하면 만족할 만한 전투를 즐길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다. 이기기 위한 전투가 아니었다. 만족하기 위한 전투였다. 적들을 찌르고 부수는 손맛을 느끼면서도 전투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전투.

 “저기 놈들이 말을 매어 두었다.”

 웅크린곰이 손가락을 쭈욱 뻗어 바위 뒤편을 가리켰다. 과연. 땅에 말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모닥불을 피워 놓은 곳과 거리도 좀 되어 몰래 접근한다면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미친 사슴, 굴러가는 바위. 너희 둘은 저 말을 훔쳐라.”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미친 사슴이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놈들이 우리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챌 텐데!”

 “원하는 바다.”

 “세 명이서 열 명을 상대할 순 없어, 웅크린 곰.”

 “세 명이 아니다. 나 하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미친 사슴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귀를 후볐다. 하지만 굴러가는 바위가 그런 미친 사슴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저었다. 이미 한 번 경험해본 그는 알고 있었다. 웅크린곰이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놈들이 흩어지길 기다렸다가 기습하는 게 낫지 않을까?”

 미친 사슴이 아직도 이해를 못 했는지 웅크린곰에게 말했다. 웅크린곰은 손바닥을 피고 그것을 미친 사슴의 눈앞에서 접었다. ‘저들은 한 손 감이다.’라는, 전사들이 흔히 쓰는 수신호. 미친 사슴은 어이가 없어져서 허허 웃었다.

 “굴러가는 바위, 지금 당장 출발해라.”

 굴러가는 바위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어.’라고 읊조리는 미친 사슴을 끌고 가다시피 했다.

 처음부터 웅크린 곰은 모든 전투를 자신이 할 생각이었다. 남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말을 훔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적들이 도망칠 길을 없애려는 것뿐. 어짜피 말을 훔치는 것도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만큼이나 중요한 전공으로 취급되니, 저들이 아쉬워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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