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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천사가 떨어졌다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12.7

[빙의물]
의료봉사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뜬 세진.
다짜고짜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서 무작정 도망쳐 나와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는 도중 수상한 사람들에게 쫓기던 남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황궁
작성일 : 17-12-11 18:02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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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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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출발해서 저녁때쯤 도착했던 지라 우리는 곧바로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방까지 안내 받아서 가는 동안 내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금을 처발랐다는 말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구나.’

  어두워도 멀리서 보이는 모스크 형 지붕은 번쩍번쩍 빛을 발했다. 게다가 화려한 건물이 한두 채가 아니었다.

  얼마나 넓은지 혼자 나갔다 하기만 하면 그대로 길을 잃을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시종은 우리를 어떤 아담한 건물 앞에 데려다 주더니 그대로 가버렸다.

  보통은 방까지 데려다 줘야 되는 거 아닌가?

  알아서 찾아 들어가라는 소린가??

  내가 당황하든 말든 렌케는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뒷 마차로 소냐와 다른 시종 두 명이 함께 왔는데, 시종 두 명 역시 익숙한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짐을 날랐다.

  “아무 방이나 써.”

  “어?”

  앞뒤가 생략된 굉장히 불친절한 안내에 멀뚱히 그를 쳐다봤다.

  “내 공간이라 상관없어.”

  “!!”

  아무리 내가 이 세상에 대해 모른다지만 일반 귀족이 황궁 내에 건물 한 채를 갖고 있다는 게 보통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황제의 최측근 내지... 어쩌면, 황제의 오른팔.

  그래 그쯤 되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진짜 아무데나 써?”

  “그래.”

  렌케는 그 말을 하곤 방으로 들어갔다가 어디론가 휑하니 다시 가버렸다.

  “이쪽 방을 사용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렌케의 시종이 렌케가 들어갔다 나온 옆방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권유했다.

  “네. 그럴게요.”

  소냐와 함께 많지 않은 짐을 푸는데 뒤이어 사용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카트를 끌고 나타났다.

  그들이 저녁이라며 내가 쓰게 된 방 탁자에 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올려두고 공손이 인사하고 나갔다.

  이쪽 담당 시녀라며 필요한 일이 있으면 침대 맡의 설렁줄을 당기라고 했다.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도 렌케가 돌아오지 않아서 건물 안을 슬렁슬렁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책을 읽다 잠에 들었다. 황궁에 왔다는 감상에 제대로 젖어있을 틈도 없이 하루가 다 가버린 것이다.

  여느 때처럼 일찍 눈을 떴다.

  길을 잃을까봐 차마 밖에 나가지는 못하고 간단하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했다.

  운동을 끝내고 어제 봐두었던 욕실로 가서 직접 물을 데워 미지근한 물로 씻고 나왔다.

  다 씻고 방에 돌아와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 렌케가 문을 두드렸다.

  렌케도 상당히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인 모양인지, 이렇게 이른 아침에 보는 건 처음이라 새삼 집이 아니라는 게 와 닿았다.

  밤늦게까지 무슨 일을 했던 건지 상당히 피곤해보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바쁘게 사는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렌케가 1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과감하게 예상해볼 수 있었다.

  “오늘 점심 때 폐하를 뵐 거야. 준비해.”

  렌케의 목소리는 가라앉아있어서 무척이나 허스키하게 들렸다. 그러나 렌케는 자신의 목소리가 잠기운에 잠겨있든 말든 할 말을 하고는 성큼성큼 도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침에 보니 다크 서클이 더 짙어보였다.

  ‘저 사람 진짜 과로사할 것 같아.’

  대체 누가 렌케에게 저렇게 일을 하게 만드는 걸까?

  그냥 스스로? 아니면 누군가 시켜서?

  누군가 시킨다면 황제가 시키는 걸까?

  렌케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져갔다.

  ‘황궁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벤자민한테 렌케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진지하게 물어봐야겠어.’

  다짐하고 오찬에 갈 채비를 시작했다.

 *

  “주신 아프리트가 내리는 무운이 함께하시기를. 제국의 하나뿐인 태양, 찬란하게 빛나는 폐하를 뵙습니다. 제국의 하나뿐인 달, 황후폐하를 뵙습니다.”

  ‘아자!!’

  똑바로 다 얘기했다!

  열심히 배웠던 대로 몸동작까지도 격식에 맞게 인사했다.

  “어서 오게.”

  식탁의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가 짐짓 위엄 있는 목소리로 나와 렌케를 맞이했다.

  앉으라는 허락이 떨어진 후 시종이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았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나이든 목소리가 아니어서 설마하고 슬쩍 황제의 얼굴을 봤지만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젊은 사람이었다.

  렌케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헐. 그러고 보니 나 렌케 나이도 모르네.’

  둘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하여튼 렌케나 황제나 이십대 후반에서 많아도 삼십대 초반을 넘기지 않는 나이로 보였다.

  벤자민이 선황이 일찍 죽어서 태자가 좀 빨리 왕위에 올랐다는 걸 말해주긴 했지만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기에 놀라웠다.

  헤케이온은 지도 보니까 엄청나게 큰 나라던데 저 나이에 제국 전체를 떠맡고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황제는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무척 유약해보였다. 게다가 겉보기에도 피부가 푸석푸석해서 근심도 많아보였다.

  그 사실은 적어도 황제가 젊은 나이에 최고 권력을 갖게 된 게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확실하다는 걸 알려주었다.

  황제는 렌케와 아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대가 내 소중한 친우를 구해준 은인이로군.”

  “네.”

  ‘앗. 이렇게 단답으로 대답하면 안 되나? 그런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걸!’

  “황송합니다.”

  뒤늦게 붙여야하는 뒷말이 떠올라 황급히 덧붙였다.

  “하하. 그런 수식어들은 넣어두게. 난 오늘 그대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여 부른 것이니.”

  “네.”

  두 번째 말에는 황제가 얘기한대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윗사람이 저런 제안을 해도 아랫사람은 붙여서 얘기하던데... 에라 모르겠다. 자기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는걸 뭐.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지 않겠나?”

  “..네.”

  벌써 세 번 얘기했나, 네 번 얘기했나. 그만 말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있었던 일을 다시 설명했다.

  “오오....... 어린데도 용기가 정말 대단하군. 그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 렌케이지. 이 여인이 기억을 잃었다고 하였던가?”

  “예.”

  “이 용감하고도 안타까운 여인을 성심성의껏 잘 보살펴주게.”

  “예.”

  렌케가 감정의 고저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라일라라고 하였나.”

  “네.”

  이번에는 황제가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내 하나뿐인 친우의 은인은 곧 나의 은인, 이 헤케이온의 은인이네. 부디 원하는 게 있다면 내게 얘기해보도록.”

  “네? 아, 아닙니다. 이미 이 분(?)에게 넘치도록 보답을 받고 있습니다.”

  렌케를 뭐라고 호칭해야할 줄 몰라 귓등으로 들었던 대로 각하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애매하게 이분이라고 했다.

  “오오. 겸손하기까지! 그렇다면 그대에게는 특별한 걸 주도록 하지.”

  “네?”

  황제가 짐짓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대는 살아가면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거든 언제든 내게 한 가지를 요구할 수 있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주지.”

  “!!! 가, 감사합니다. 아니 성은이 망극합니다.”

  얼떨떨했다. 과연 소원을 쓸 일이 생길까 싶었지만, 그래도 헤케이온 최고 권력자가 저런 약속을 해주다니 굉장히 엄청난 일이었다.

  렌케가 처음에 황제가 날 초대한 것을 꽤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 것에 비해, 황제는 상당히 렌케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면식도 없는 내게 렌케의 은인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보상을 걸어준 게 말이 안 된다.

  ‘정말 이 둘은 무슨 관계인 걸까?’

  렌케의 의사와 관계없이 황제가 일방적으로 렌케를 편애하는 관계?

  그러나 난 일단 렌케에 대해서도 제대로 몰랐으므로 그들의 사이를 짐작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허허! 내 그대들을 위해 무도회를 열었으니 부디 편히 쉬고 마음껏 즐기다 가시게.”

  황제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호탕하게 말했다.

  “예.”

  “네.”

 *

  황제와 오찬을 마치고 렌케와 천천히 걸었다.

  “어제는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그 건물에 있었다더군.”

  “응.”

  “왜지? 황궁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나?”

  “너무 넓어서. 길 잃어버릴까봐.”

  “그렇군.”

  렌케는 잠시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난 그 뒤를 따라갔다.

  올 때도 그렇게 왔으므로 돌아가는 길도 렌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여기.”

  “우와.”

  집 한 채라도 풍덩 담글 수 있을 만한 널따란 호수였다. 호수의 표면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났다. 푸른빛처럼 보이기도하고 자줏빛처럼 빛나기도 했다.

  “세레네 호수다.”

  물오리 떼가 삼삼오오 무리지어 호수 위를 한가롭게 헤엄쳤다.

  ‘세레네. 세레네 호수.’

  낯선데도 그리운 느낌이 드는 이름이었다. 호수는 바라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더 이상한 감상에 젖어들기 전, 렌케가 발걸음을 옮겨 황급히 뒤를 따랐다.

  “여기서부터가 전부 정원이다.”

  “우와.”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화려한 꽃과 초목이 멋들어지게 관리되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넓은 정원을 빙 돌아 정원을 바로 내려다보는 쪽에 지어져 있는 궁 앞에 도착했다.

  “샹탈 브릴란테 궁이다. 황궁 내 대부분의 행사는 이곳에서 치러지지.”

  황금으로 만들어져 멀리서 봐도 번쩍번쩍한 바로 그 건물이었다.

  “저 건물 뒤쪽이 황제와 황후의 사적인 영역이다. 함부로 들어가선 안 돼.”

  “그렇구나.”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느 곳 하나 사람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아름답고 휘황찬란했다. 렌케가 호수를 빙 돌아 다시 왼쪽 편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나오는 건물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왼쪽 거의 구석에 왔다고 느꼈을 때 건물 세 채가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연무장이 나왔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조금 더 작은 규모의 연무장이 또 있었다.

  편한 복장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연무장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렌케는 그들의 눈에 띌 정도로까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아주 멀리에서 선 채로 말했다.

  “황실 기사단 아이레스다.”

  “아이레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렌케가 왔던 길로 걸음을 옮겼다.

  “어 여긴!”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익숙한 건물이 나왔다.

  렌케가 하사받은 궁은 기사단 건물과 매우 가까이에 있었다.

  “식사하지.”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렌케가 외투를 벗어 시종에게 건네며 내게 말했다.

  조금 천천히 걷긴 했지만 황성을 한 바퀴 다 도니 날이 저물어 저녁때가 되어 있었다.

  역시 혼자 돌아다니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아마 뭣도 모르고 나갔더라면 백퍼센트 미아가 되어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어 그러고 보니 렌케는 바쁜 사람 아니었나?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방에서 스트레칭을 하다가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궁 안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해줬던 게, 일부러 짬을 내어 내게 궁궐안내를 해준 거였다는 걸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렌케는 좋은 사람이야, 하고 넘기기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술렁였다.

  그가 작은 배려를 하기 위해 포기한 시간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 알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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