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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19장 티그리스 강가에서 (1)
작성일 : 16-06-22 19:53     조회 : 540     추천 : 0     분량 : 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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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슬퍼할 것 없다,

 

 티그리스 강의 여신께서 너를 도와주실거다.

 

 내가 정녕 너의 아버지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냐?

 

 너를 낳은 것도, 네게 젖을 물린 것도 너의 어미지, 내가 아니다.

 

 나의 아들아, 내 선택을 원망해도 좋다.

 

 그래도 나는 떠나야겠다.

 

 -매정한 아버지의 훈사 중-

 

 

 리브는 고아원으로 돌아간 뒤 다시 수도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할 때 그에게서 품기는 기운은 맑고 빛났다.

 

 마테호른이 마련해 준 사람들은 산맥에 도달하기 전에 헤어졌고, 마차를 끄는 말들만 남아 각각 말을 한 마리씩 갖기로 하고선 남은 말 한 마리는 풀어주었다.

 

 리브는 말을 몰아 다시 수도로 돌아가는 길을 향해 떠나갔고, 마드린느과 가이온도 말을 몰아 저택을 향해 달려갔다.

 

 저택으로 가는 길은 예전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여신의 수호 덕분인지, 아니면 마드린느의 가벼운 기분 탓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저택의 거대한 대문을 지나 장미가 가득한 정원을 거쳐 숲을 지탱하는 나무 같은 품위 를 풍기는 벨체 라 돌리아의 저택으로 들어간 둘은 홀린 듯 저택의 가장 높은 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누군가가 그들을 끌어당기듯 자연스럽고 빠른 동작이었다.

 

 가장 높은 층은 티그리스 가문의 주인인 로첸 티그리스의 공간이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고, 들어간다 해도 가이온도 사전에 허락을 받고서 그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둘 다 아무런 말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방 안의 분위기는 기묘했다.

 

 붉은 빛깔의 커튼과 바닥 카페트가 포도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고,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게 햇빛을 차단해 놓아 어둡고 습했다.

 

 벽에는 군데 군데 손톱이나 나이프로 긁어놓은 자국이 남아 있어 성난 사람이 화를 견디기 못해 성질대로 남겨놓은 문신 같았다.

 

 상아로 만든 것처럼 날카로워 보이는 의자에 로첸 티그리스가 방 중앙에 앉아 있었다.

 

 마드린느가 생각했던 로첸의 이미지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이고, 꼿꼿하며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내였다.

 

 그러나 실체에 다가갈수록 건강한 중년의 남자라기보다는 썩어가는 시체가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 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가냘프고 죽어가는 기운 없는 늙은이였다.

 

 살은 가죽만 남아있고 뼈가 앙상하게 남아있어 물 한 모금도 도움 없이 마시기 어려워 보였다.

 

 파리가 그의 주위를 맴돌며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자가 여태껏 셸 아일랜드를 다스려왔단 말인가.

 

 이 초라한 자가 모두를 압박하며 두려움으로 다른 이들을 묶어놨던 그 영주인가?

 

 볼품없기 짝이없어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만 했던 과거가 부끄러워졌다.

 

 가이온이 가진 차가운 아름다움을 로첸 티그리스도 당연시 가질 줄 알고 있었는데 아름다움은 커녕 나이에 맞는 위엄이나 애정 같은 감정들조차 없어 썩어가는 나무토막을 보는 기분이었다.

 

 “ 아버지. ”

 

 가이온이 로첸에게 다가가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목소리는 불가에 올린 주전자가 김을 내뿜는 것처럼 열이 올라 있었다.

 

 “ 돌아왔습니다. ”

 

 로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말 없이 떠났다가 먼 길에서 돌아왔다면 걱정을 했다거나, 불같이 화를 낸다거나 등의 반응을 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는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미동도 없었고, 아들을 반기려는 의지도 없었다.

 

 눈에는 허무함만이 서려있었고, 격식이나 예의를 차릴 법한 정신은 예전에 다 잃어버려 기억도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 린느, 이게 우리 아버지야. ”

 

 가이온이 로첸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아버지의 손에 입을 맞췄다.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 이제 다 끝났습니다. ”

 

 끝났다는 말에 로첸의 눈동자가 가이온을 쳐다봤다.

 

 “ 정말이에요, 아버지. 제가 다 돌려놨으니까요. 이제 편안히 가십시오. “

 

 가이온은 로첸을 끌어안았다.

 

 로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가 만족스러운건지, 왜 저런 상태로 있는 건지 마드린느는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한 보따리였지만 때가 아니기에 가이온을 바라보기만 했다.

 

 찌이이이잉- 하고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로첸이 앉아 있는 의자에서부터 비롯된 소리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로첸의 허리를 꼿꼿하게 만들더니, 로첸이 서서히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가이온의 턱을 어루만졌다.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를 만지는 조심스런 손길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눈빛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

 

 로첸의 눈빛으로부터 그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그가 가이온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짧은 순간이지만 눈에 담겨 황폐한 방안을 채웠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에서 모래 가루가 우수수수 하고 떨어지더니 그의 머리, 허리, 무릎, 등 온갖 부위에서 모래가 떨어져내렸다.

 

 그의 몸이 점점 낮아지더니 모래만이 쌓여만가고 있었다.

 

 그렇게 로첸은 모래 가루로 사라져버렸다.

 

 그는 셸 아일랜드의 영주로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고 다른 이들을 호령하곤 했었지만 그가 맞이한 죽음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의 평화로운 떠남이 아니라 괴상하고 요상한 것에 불과했다.

 

 쨍그랑.

 

 그리고 가이온의 목에서도 목걸이라 풀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 목걸이는 반짝이는 얇은 태를 자랑했다.

 

 “ 이제 정말로 끝이 났네. 결국 이 지경까지 와야 했어. 내 두 눈으로 확인까지 해야 완벽한 철회지. ”

 

 그제서야 마드린느는 가이온에게로 걸어갈 수 있었다.

 

 “ 가이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저런 상태였어.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

 

 “ 저런 상태였다니? “

 

 “ 살아는 있지만 죽은 사람만 못했지. 아버지는 티그리스 여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화가 난 여신은 벌로 아버지를 조금씩 미치게 했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야반도주를 해버렸고, 형과 누나는 아버지를 보살피려고 어린 나이에 애쓰다가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자폐아가 되어버렸어. ”

 

 “ 들어보니 너무 과한 벌인데. ”

 

 가이온은 안타까워서 울고 있었다.

 

 이렇게 되버린 아버지가, 또 아버지를 보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자신이 안타까웠다.

 

 “ 집사가 날 키워줬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집사로써 우리 가문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줬어.

 훌륭한 수행자였지. 그리고 난 아버지를 멀쩡한 사람으로 돌리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찾아 다녔어.

 고대 신화, 다른 나라의 주술들…

 그러다가 방대한 양의자료가 있다는 하빈 학원가지 가게 됐지.

 거기서 알게 된 건 내가 계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그런 허접한 방법뿐이었고, 더 나은 길은 없었어. ”

 

 “ 그리고 잘 해내셨지요, 도련님. ”

 

 집사 허트 반이 뒤에 서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단정함은 여전했다.

 

 “ 도련님의 아버지도 처음부터 저런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원래 야망이 넘치고 인정도 있는, 기품있는 사내였지 말입니다. 최소한 제가 그를 만났을 때에는 말입니다. ”

 

 그가 마드린느에게 그녀의 키만한 자루를 내밀었다.

 

 “ 수고했습니다. 당신을 고용한 건 제 실수가 아니었군요. 일값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요? 금화로 채운 자루니, 만족하리라 믿습니다. ”

 

 “ 이, 이렇게 큰 자루를 다 금화로 채웠다고요? 제가 일한 값 치고는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주다니… 대체 왜?

 

 “ 더 이상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정도면 새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무리가 없을거라고 봅니다. ”

 

 “ 저를 막무가내로 이상한 곳으로 보내더니, 이제 무안해서 돈으로 해결할 속셈이라면 후회하실텐데요, 집사 양반? 게다가 이 많은 돈을, 당신 돈도 아니면서 이런 식의 지출을 해도 되는 건가요? ”

 

 “ 됩니다. 도련님이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

 

 “ 아버지는 사라지셨어. 가실 곳으로 간 거겠지. ”

 

 집사가 남겨진 모래를 살펴보더니 알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것 같군요. 잘 된 일입니다. 이게 도련님이 원하시던 일이라면, 축하드려야겠군요. ”

 

 집사는 한치의 흐트러지는 모습도 없이 형식적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 이쯤 되면 저 같은 사람은 퇴장을 해야 되겠지요. 그 동안은 로첸에게 받은 만큼 해 주고 싶어 도련님과 이 저택을 관리하고, 가문이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여러 잡무를 대리 수행했습니다만… 이젠 당신 차례가 되겠군요. “

 

 허트는 가이온의 가슴 팍에 작은 훈장을 달아주었다.

 

 “ 가문과 저택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가이온. 그리고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

 

 “ 어디로 가겠다는거지? 당신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하기 전부터 아버지와 알았다며? 그런데 어딜 돌아가겠다는거야? ”

 

 가이온은 허트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말에 의아해했다.

 

 그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의 입에서 자신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도 없었고, 그저 아버지와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친우 사이라고 말하기에 두 사람간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동료.

 

 그 이상의 대화나 친밀감은 없었고 사이에 있는 벽을 서로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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