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기상청은 구라청이 되나보다.

　예보에도 없던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다.

　비로 인해 크게 달라지는건 없지만 그래도 언제나 얘기치 못한 일들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올림픽으로 인해 세일품목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래서 인지 곳곳을 지나다 보면 크게 웃으며 선수들 얘기를 하는 아저씨들을 볼수 있었다.

　웃음소리가 참 반가우면서도 이젠 이질적인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웃음. . . 기억이 가물하다 그느낌이. . .

　떨어지는 비를보고 있으니 별생각이 다드나 보다.

　그때 문이 열리며 세찬 빗소리와 함께 한 중년 남성분이 들어왔다. 떨어지는 빗소리가 손님의 외투를 한껏 적셔 놓아 손님은 한차례 그소리를 털어냈다.

　천천히 매장카운터로 다가와 슬픔감정의 가격을 물었다.

　가격을 들은 손님의 표정은 가격의 숫자갯수 만큼이나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슬픔의 세일날짜를 물었다.

　슬픔은 국가적 애도기간이 아닌경우에는 세일을 하지 않았다.

　슬픔또한 부정이라는 인식이 정부와 공공기관에 자리잡고 있나보다. 얘기를 들은 손님은 크게 한숨을 내쉬는걸로 대신 답을했다.

　혹시나해서 사정을 물었더니 오랜기간 식물인간으로 계신 아버님을보내드려야 할것 같아서 그렇다고 했다.

　이런 경우는 서류절차만 밟으면 할인된 가격으로 감정을 구매할수 있었다.

　구청에 등록을하고 후에 사망진단서를 제출하면 할인된 가격을 돌려받는 것이다.

　이소식은 그손님의 표정을 처음처럼 돌려 놓을수 있었다.

　자세한 서류 등록절차를 메모해 받아 손님은 뒤돌아섰다.

　다시 들려오는 빗소리가 또 저 손님의 어깨를 적실테지만 올때보다는 걸음이 가벼울것 같았다.

　웃음이 예전보다 많아진 요즘이지만 누군가는 슬플수 없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그래도 순간만큼은 인형이 아닌 도리를 다하는 인간이 되려하는 발버둥 같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닌 세일하는 감정을 느껴야하는 강제 감정.

　이게 사전속의 감정이 맞을까?

　떨어지는 빗방울의 모습을 보다 진열된 감정들을 훑어 본다.

　슬픔, 기쁨, 분노 . . . 우리가 느꼈었던 감정들이 과연 단어 하나로 단정될 감정이었을까?

　저 빗방울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은 아니었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산으로 비를 피한다.

　젖는게 무서운걸까? 세탁이 귀찮은 걸까?

　한번쯤은 비를 흠뻑 맞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텐데.

　그렇게 소리없는 빗소리만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