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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백제의 한
작가 : 바위
작품등록일 : 2017.11.29
백제의 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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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한 가능성 있는 허구, 그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백제의 한, 스토리야 k노블 마지막 연재작
작성일 : 17-12-11 15:41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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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담은 의자의 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의자는 죽기를 각오한 사람처럼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평생 동안 아무리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지만 의자가 자신의 보검을 이토록 많이 사용해 본적은 없었다. ‘백제가 이렇게 되기까지 어라하는 뭐하고 계셨습니까. 어라하는 역사가 어찌 심판할까요?’ 의자는 예식이 자신에게 내뱉은 독설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스스로를 비난하며 만시지탄에 빠져있던 의자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지방군은 올 기미가 없고 믿었던 예식과 백고마저 자신을 배신하자 의자는 희망을 포기했다. ‘국담의 말대로 탈출에 성공한다 한들 흑치상지가 예식과 다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의자는 이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이럴 바에는 더 이상 구차하게 살지 말고 여기서 죽자.’ 의자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칼을 휘두르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라 국담도 더 이상 의자를 만류할 수 없었다. 의자는 한 칼에 두세 명의 군사들을 쓰러뜨렸다. 이렇게 벤 군사만 해도 백 명이 넘었다. 하지만 국담의 호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라하, 저기 예군이 있습니다.”

  국담이 본 예군은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혼 빠진 악마처럼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태세로 보아 그도 이미 국담의 군사 백여 명을 죽인 듯 했다.

  “저런 쳐 죽일 놈!”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저놈을 죽여 놔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 같습니다.”

  “놔두게. 내가 죽이겠네.”

  하지만 이번만큼은 국담도 양보하지 않았다. 예군은 의자가 상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군관들은 한시도 어라하 곁에서 떨어지지 마라. 내가 저 예군을 해치우겠다.”

  국담이 달려가 또 한 명의 군사를 베려는 예군의 칼을 막았다.

  “천하에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더 이상 네 놈을 살려두지 않으리라.”

  국담이 예군을 노려보며 칼끝을 겨누었다. 국담의 호통에 예군은 흠칫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이미 국담의 실력을 아는지라 당황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내 긴 칼을 꼬나 잡으며 응수했다.

  “이런 애송이 같으니. 전쟁에서의 전투는 결투가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는 싸움이란 말이다. 네 놈이 이렇게 엉켜서 싸우는 싸움을 얼마나 해보았는가. 싸움은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놈이로구나.”

  예군은 일단 입으로 국담의 기세를 꺾으려 했다. 하기야 예군의 말처럼 국담은 전쟁경험이 적다. 또한 엉켜서 싸우는 백병전도 제대로 치러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쩌면 싸움은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다, 는 예군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예군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짧은 칼 두 자루를 빼들었다. 단도였다. 칼끝을 벌새처럼 떨며 들어오는 가문의 검술을 쓰지 않으려는 것이다. 왼손에 들고 수평으로 쭉 뻗은 단도는 방어용이고 오른손에 단단히 그러쥐고 칼끝을 아래로 향한 단도는 공격용이다. 단도는 백병전에서 아주 유리한 무기이다. 백병전에서는 특별한 검법이 필요 없다. 따라서 손놀림이 빠르거나 힘이 센 사람이 유리하다. 손놀림이 빠르면 단도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힘이 세면 밀어 넘어뜨리거나 들어 메다꽂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병전에서 단도의 사용은 주로 병사들, 그 중에서도 무술을 거의 모르는 병사들이 즐겨한다. 무술이 어느 수준에 오른 무사들은 자신에게 맞는 칼 하나면 충분하다. 그들은 그 칼로 수많은 수련을 하며 무공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 칼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 그렇다면 예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텐데 왜 하수들이 사용하는 단도를 꺼내 들었을까.

  국담은 단도를 꺼내들고 다부지게 자세를 잡는 예군을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예군과 국담이 떨어진 거리는 다섯 보 정도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칼이 긴 국담이 유리할 수 있었다. ‘저자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예군의 속내를 알 수 없었던 국담은 쉽사리 선제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면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 텐데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인가.’ 예군도 국담을 빤히 노려보며 국담의 선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 리 없는 군사들은 국담과 예군의 곁에서 죽어라 찌르고, 막고, 깨물고, 들어서 패대기를 치며 싸우고 있었다. 국담과 예군은 누군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적을 간단히 해치우면서도 서로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더 이상 시간낭비를 할 수 없었던 국담이 먼저 칼날을 세워 헛방으로 휘둘렀다. 시퍼런 빛이 예군의 머리 위를 비껴지나갔다. ‘놈은 이 신검의 빛으로 죽일 가치조차 없다.’ 국담의 칼이 빛을 뿜자 예군이 흠칫 놀라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국담은 예군의 자세가 흐트러진 것을 보았음에도 공격을 하지 않았다. ‘저 놈이···.’ 뭔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예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예군은 선제공격을 함으로써 실마리를 풀기로 했다.

  드디어 예군이 움직였다. 그런데 단도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예군의 모습은 절대무공의 고수가 아니었다. 백병전에서 고수가 아무리 단도를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이왕에 단도를 잡았다면 고수만의 기품이 있는 법이다. 허나 예군의 단도는 고수의 경지는커녕 막 싸움꾼의 그것이었다. 국담은 마구잡이로 단도를 휘두르며 들어오는 예군을 보며 이상하다 못해 웃음마저 나올 지경이었다. ‘무슨 저런···.’ 국담이 헛웃음을 웃고 있는 사이 어느새 예군의 단도는 국담의 코앞까지 와있었다. 그래봐야 가볍게 뿌리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단도는 국담의 왼쪽어깨에 가벼운 상처를 입히고 국담이 놀라 자세를 바로잡는 동안 가슴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앗!”

  국담이 깜짝 놀라 몸을 뒤로 튕겼다. 그렇지 않았으면 단도는 여지없이 국담의 명치로 파고 들어갔을 것이다. 국담은 손으로 어깨를 지압하며 예군을 노려보았다. ‘저, 저자가···.’ 국담은 눈을 씻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예군의 행동은 위장이었던 것이다. 국담에게 상처를 입힌 예군이 다시 잡은 자세는 조금 전의 마구잡이가 아니었다. 절대고수의 자세. 국담이 보아도 빈틈이 없는 완벽한 자세로 2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군은 고수의 무예로 정면대결을 해봐야 국담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허술한 실력의 병사흉내를 낸 것이다. 국담이 방심하는 순간 절대고수의 솜씨로 국담의 어깨에 상처를 내고 잠시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 가까이 붙어서 싸우는 백병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작전이었다. 국담이 만약 선제공격을 했다면 예군으로서는 더욱 유리했을 것이다. 예군의 무공이라면 최소한 한 번의 공격은 피해낼 수 있고 그 틈을 이용해 상대에게 바짝 다가간다면 단도는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비로소 예군의 의도를 알아차린 국담은 정신을 가다듬고 예군을 쏘아 보았다. 그리고 과거 이무기를 죽일 때처럼 온 힘을 한 곳에 집중했다. 그러자 주변의 군사들은 흐릿한 영상처럼 흘러가고 오로지 예군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쉬이익”

  국담의 몸이 예군을 향해 연기처럼 스며들었다.

  “허걱!”

  국담의 칼에 예군의 목이 순식간에 꿰였다. 예군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예군은 목을 관통한 국담의 칼날을 움켜쥐고 의자와 국담을 노려보았다. 저승사자처럼 찢어진 눈에서 광기가 번득였다. 국담이 두 손을 부여잡고 칼날을 잔인하게 비틀었다. 예군의 목이 갈기갈기 찢어져 너덜너덜 해졌다. 그동안 예식과 그의 군사들이 승냥이 떼처럼 몰려들었다. 예군을 해치운 국담은 의자를 호위하며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렀다. 막아서던 군사들이 목을 잡고 나뒹굴었다. 아무리 군사들이 많아도 칼로는 국담을 꺾을 수 없었다. 기세가 오른 국담의 군사들도 힘이 배가됐다. 팽팽하던 전세가 역전되고 있었다.

 

 “화살을 날려라!”

  거대한 북소리와 함께 성벽위에서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형인 예군의 죽음을 똑똑히 지켜본 예식이 반은 실성한 상태로 내린 명령이었다. 예식은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형의 죽음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가문의 영화를 잇기 위해 얼마나 어려운 결단을 내렸던가. 결심의 중심에는 언제나 형님이 있었고 형님이 없었다면 거사를 일으키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형님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나에게 가문의 대표자리를 양보했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를 지켜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예식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형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입술을 깨물고 가슴을 쥐어뜯었다.

  예군이 국담에게 그리 죽지 않고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었더라면 예식은 끝내 화살을 날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이 찍힐 터이지만 자신을 믿고 싸우는 자기군사들까지 죽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군의 죽음은 예식에게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누가 죽든 다 죽여 형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화살이 쏟아지자 무수한 군사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고통스럽게 몸을 뒤척였다. 화살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았다. 국담은 의자를 호위하며 화살을 피해 이리저리로 이동했다.

  “방패를 펼쳐 어라하를 보호하라!”

  하지만 방패로 의자를 막아주는 군사들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로부터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얼마나 많은 화살을 준비했는지 활시위를 당기는 궁수들의 손가락에서 피가 터질 정도였다. 방패로 의자를 보호하던 군관들도 하나 둘 쓰러졌다. 아군과 적군 할 것 없이 군사들 절반이상이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는데도 예식은 화살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시뻘건 태양이 치솟아 오르며 동녘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무리는 남겨둠-

 
작가의 말
 

 지금까지 '백제의 한'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서점을 통해 만나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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