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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머리가 없는 여자
작가 : 덤보
작품등록일 : 2017.12.4

명품 의류 공장에서 머리가 박살난 채 죽은 여자 A. A의 자취를 쫓는 형사 B.

 
5화
작성일 : 17-12-11 15:28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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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현주가 누군가가 사다 바쳐준 민트칩프라푸치노를 주문해 마시려던 차, 이가을과 함께 있던 A와 우연찮게 부딪힌 그녀는「시스템」 스카프에 음료를 흘리게 되었다. 오, 김현주는 A의 뺨이라도 칠 기세였어. A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다른 데라도 때려도 된다고 생각했지.

  이렇다 할 이유가 없다. 저렇다 할 핑계도 없었다. A의 울퉁불퉁한 얼굴 속 눈은 김현주를 발견한 그 순간부터 뇌를 일시정지 시켰다. 그리고 다시 가동됐다.

  A는 김현주를 숭배했다.

  그리고 김현주는 숭배자가 많은 사람이었다. 치킨껍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김현주의 껍데기 층을 숭배했다. 그 외모를 보면 알만 했다. B는 화보 같은 것을 찍을 정도로 접근을 허용한 김현주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사람이었다. 왜 A 였을까.

  오, 잡지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걸 다 담고 있어.

  거울보기를 두려워하는 A는 절대 성서를 읽지 못한다. 더러운 창녀 같으니. 시대의 악녀. 죄인. 성서의 페이지 속 성인들에게, 고귀함 들에게, 기호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있어? 무슨 배짱으로?

  난 거울을 도저히 못 보겠어. 난 너무 죄로 가득 찼어. 이게 말로만 듣던 원죄일까? 내 어미와 애비는 왜 날 낳았을까? 그 둘의 외상이 그 씨에게도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걸까?

  콘돔이 있어서 다행이야.

  60억 개의 모래알 중에서 하나.

  채널과 페이지는 어지럽게 돈다. 어지럽게...

 확장소파법, 진공흡출법, 프로스타글란틴 등의 자극적 약물투여 후 임신 산물을 큐렛으로 긁어내기. 낙태 기술이 발달되어서 다행이야.

  ‘이건 정말로 단순한 거예요. A씨는 단지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런 A는 진정한 미(美)를 발견한다. 아무도 김현주의 핸드폰을 보지 못했다. 아무도 김현주의 머릿속을 투영하지 못했다. 모두들 그러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그러지 못했다. 김현주는 여신이었으니까. 김현주는 A를 허락했다. 일부만. 늘 그렇다. 신은 자신의 일부만을 신자에게 보여주고, 신도는 전부를 신에게 바친다. A는 여신을 숭배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김현주는. 아무도 믿지 않았었다.

 페이지는 돌고 돈다. 여신은 거대한 종이 위에서 만들어진다. 고급 옷에 고급 신발. 여신이 그 속에서 잉태된다. A는 사진기를 든다. 김현주는 A를 바라본다. 정확하게는 렌즈 끝의 담긴 A를 바라본다. 그녀의 역정은 불편한 신발 탓에 더 하다. A는 김현주의 보모다. 어르고 달랜다. 그리고 요청한다.

  슬픈 표정을 지어줘요.

  찰칵.

  이제 나를 바라봐요. 오!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찰칵. 찰칵.

  당신의 인생과 같은 표정을 지어줘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당신을 상상해요!

  찰칵. 찰칵. 찰칵.

  셔터 소리는 뭐랑 비슷하단 말이야. 순간들을 정지한 채로 담아내는 그 예술은 무엇을 분명히 닮았어.

  움직이지 않는 무언가는 시체와 다름없다. 그런데 다들 시체를 보고 좋아한다.

 

  B는 김현주에게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한 번 더 건다. 받지 않는다. 또 다시. 이젠 수신 차단이 되어 버린다. B는 분노한다. A의 굴방에서 발견된 김현주의 사진만큼이나 역설적인 것은 없다. 들이밀고 윽박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문자를 보낸다. 공손하게. 뭐든 미사여구를 다 붙여서 보낸다. A의 망령이라도 든 기분이다. 김현주. 이렇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이 여자에게는 무언가가 있다. A와의 무언가가. 김현주에 답이 온다. 뭐가 어찌 됐든 그만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되려 거만한 여왕의 태도에 B는 질렸다.

  이가을.

  B의 머리속을 번뜩 하고 지나간 그 이름이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재빨리 전화를 건다. 다행히도, 이번엔 그녀는 B의 전화를 받아준다. B는 여자들에게 절절매며 전화하는 것이 이골이 났다. A든 김현주든 이가을이든 그 누구든 머리채를 붙잡고 흔들어대고 싶었다. A는 슬프게도 그럴 수 없었지만.

  “A는 김현주를 거의 모시듯 살았어요. 그걸 부정하진 않겠죠.”

  B가 물었다.

  “둘은 친했어요.”

  이가을이 말했다.

  “A가 김현주와 친한 만큼 이가을씨도 김현주씨와 친했나요?”

  이가을의 기괴한 표정이 눈에 선한 듯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뻔히 자살이라고 모두가 외치는 이 사건에서 기괴한 발자국을 남기는 리프레서 따위와 남아있는 여자 둘은 B를 더욱 고뇌하게 만든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어떻게?

  “A가 김현주를 찍을 때, 거기 있었나요?”

  이가을이 겔겔거리며 웃는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B가 소리쳤다. 이골이 난다. 멍청한 년들.

  “우린 친구에요.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B는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너와 김현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말할 수가 없다. 마치 괴물 종년과 기품 있는 공주라고 말할 것임을 함구한다. 이가을의 저 질문에 그렇다 라고 말 할 수 없다.

 

 

  간통죄로 붙잡힌 인류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고로 여자는 예뻐야 해.’

  대통령도 이렇게 이야기 한다.

  ‘못생긴 마사지 걸이 서비스는 최고다.’

  B가 차를 타며 지껄였다.

  ‘대가리에 똥만 찬 년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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