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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웰컴 투 뉴 월드!!!!
작가 : 안경잡이
작품등록일 : 2017.11.1

뷰티스트리머로 성공하려는 영화와 성공에 눈이 먼 친누나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세계인 뉴월드에 빠지게 되는 남동생(소망이)의 이야기입니다.



 
13.
작성일 : 17-12-11 12:58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3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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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망이가 억지로 샤워를 시킨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어리석은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샤워한다고 들어가서 1시간 넘어도 나오지 않는 행동은 이상하게 느껴질만 했다. 엄마한테 당한 게 있어서 못되게 굴고 있었지만, 영화한테 소망이는 미래가 보장된 우량보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스로 보험을 해지하고 싶은 생각은 10원어치도 없었던 영화는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쾅!”

 

 영화의 성격이 급했던 걸까? 아니면 소망이가 기가 막히게 복수할 타이밍을 잡은 걸까? 욕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던 영화를 맞이한 건 문고리가 아니라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하는 문 모서리였다. 천천히 걸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조바심이 앞섰던 영화는 모서리를 이마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말도 못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에 영화는 바로 주저앉아버렸다. 고의로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영화가 고통받는 모습에 소망이는 씩웃었다. 하지만 이대로 방에 들어갔다간 몇 분 뒤, 쥐잡듯이 영화한테 잡힐 게 눈 앞에 선하게 보였던 소망이는 옆에 앉으며 영화를 위로하는 척했다.

 

 “그러게. 갑자기 왜 왔어?”

 “야, 조용해.”

 

 어금니 부근까지 나왔던 욕을 겨우 입 안으로 집어넣은 영화는 소리없이 눈물 몇 방울 쥐어짜낸 뒤에야 소망이를 보게 되었다. 소망이는 잘 빚은 도자기마냥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더욱 검게 보였으며, 삐쩍 마른 팔뚝도 볼품없기보다는 가녀리게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순간 영화의 눈에 보이는 소망이는 현실 동생이 아닌,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캐릭터로 보였다.

 

 ‘쟤는 뭘 해도 할 놈이구나.’

 

 소망이는 영화와 싸우다시피 하며 억지로 욕실에 끌려갔었다. 영화였다면 반항심에 샤워는커녕 씻는 척만 하고 바로 나왔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소망이는 그러지 않았다. 억지로 끌려갔지만 이왕 씻는 거 깨끗하게 씻자는 마인드로 발바닥은 물론 발가락 사이, 사이까지 씻어오는 완벽함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보며 영화는 왜 소망이가 공부를 잘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소망이한테서 여자냄새를 완전히 지운 영화는 조각케이크 대신 2500원을 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간 영화는 어제 했던 방송의 편집본을 만들기 위해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화질과 구도는 별로였지만, 메이크업을 통해 남자에서 여자로 변해가는 소망이의 모습은 당시 메이크업을 주도했던 영화의 눈에도 신기해 보였다. 게다가 소망이가 자고 있는 사이, 메이크업을 완성해야했던 영화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였었다.

 

 “이거 그냥 올려도 될 거 같은데?”

 

 편집을 할 수도 있었지만, 어제는 방송 자체가 레전드였다고 생각한 영화는 별다른 편집 없이 방송을 통으로 업로드 시켰다. 업로드를 마친 영화는 방송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또다시 로드샵으로 향했다. 어제 엄마가 준(?)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고대로 남겨놨던 영화는 그동안 억제되어있던 쇼핑본능을 충실히 푼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한 달치 방송재료를 준비해서 돌아온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방송에 임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여러분의 아름다움, 여자다움, 애인다움, 썸녀다움, 가끔은 악녀다움을 책임질 뷰티전문스트리머 뷰티풀화입니다.”

 

 소망이의 방송출연이 미친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던 걸까? 평소 0명으로 시작하던 영화의 방송은 25명이라는 경이적인 숫자의 시청자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시청자가 많아지면서 방송에 임하는 영화의 모습도 훨씬 프로다워졌다. 방송에서 얻는 이득은 여전히 코딱지만 했지만, 방송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얻게 된 영화는 방송에 모든 걸 쏟아붓기 시작했다. 모니터를 통해 영화의 열정을 느낀 몇몇 떠돌이 시청자들은 고정시청자가 되어 영화의 열정에 힘을 보태줬다. 그러면서 방송의 조회수나 구독자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영화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루 빨리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캐리 브래드쇼 같이 살고 싶었던 영화한테는 지금의 상승세를 폭발시켜줄 기폭제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싫어!”

 “야, 그러지 말고 사람 살린다 치고 한 번만 도와줘, 한 번만.”

 “아니, 내가 화장하는 게 왜 누나를 살리는 건데? 그거부터 말이 안 되잖아.”

 

 소망이의 말에 욱했던 영화는 자신도 모르게 며칠 전에 있었던 사건을 말할 뻔했다. 하지만 영화가 아무리 다혈질에, 단순하고, 때론 제대로 된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의 이익 앞에서 멍청하진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소망이를 구워삶아야했던 영화는 이전보다 훨씬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다정해진다고 없던 설득력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영화는 열심히 소망이를 설득했지만, 소망이는 좀처럼 설득당하지 않았다. 설득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화는 점점 지쳐갔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 숨겨놨던 발톱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오, 씨발 진짜. 잔말 말고 하자고 하면 좀 하자!”

 “알았어.”

 

 몇 시간을 설득해도 제자리만 맴돌던 영화와 소망이의 줄다리기는 영화의 짜증 한 바가지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소망이가 지금까지 의심하고 있던 건 영화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태도였던 것 같다. 영화는 소망이한테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에 출연하겠다는 계약서를 받아냈다. 마음 같아선 화장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고 싶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 영화는 출연약속으로 만족했다.

 

 “다음 주 방송에선 뷰티풀화채널을 뜨겁게 달궜던 제 동생이 다시 한 번 출연할 예정이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소망이의 방송출연을 약속받은 영화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소망이가 방송에 나온다는 소식에 뷰티풀화채널은 다시 한 번 술렁이기 시작했다. 영화는 소망이에 대한 성적, 외모, 대인관계, 엄마와의 관계등을 이야기하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그럼 전 학원에 가야 돼서 먼저 가볼게요. 부족한 누나지만 끝까지 함께 해주시고, 늘 좋은 일들만 생기시길 기도할게요. 모두 파이팅 하세요.”

 

 아직 학생이었던 소망이는 방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학원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밥 먹고 쉬는 시간에만 방송에 모습을 비추기로 했다. 방송에 출연한 소망이는 웬만한 여배우의 뺨은 후려치고 다닐 만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도, 그렇다고 자극적인 욕을 하지도 않았다. 방송을 마치고 독서실로 가야했던 소망이는 집에서 입는 옷을 입고 아주 편안하게 시청자들이 물어보는 말에 대답해줄 뿐이었다.

 

 ‘저런 남동생 하나 있으면 진짜 좋겠다.’

 

 소망이와 대화를 나누던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하나됨을 느끼게 되었다. 말투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묻어나오며, 뛰어난 성적에 미소년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소망이는 누나들뿐만이 아니라 거뭇거뭇한 털이 온 몸을 덮고 있는 형들한테도 매력적인 동생이었다. 소망이한테는 손톱만큼이라도 밉보이고 싶지 않았던 시청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순한 양이 되었다. 그러면서 채팅창에는 어그로는커녕 그 흔한 17 다음 숫자도 보이지 않았다.

 

 “나도 컨셉을 바꿔야 되나.........”

 

 소망이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제주도 청정수마냥 맑아진 시청자들을 보며 영화는 진지하게 컨셉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거울을 보며 소망이가 했던 말투와 표정을 따라해봤다. 하지만 영화와 소망이는 핏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남매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소망이의 사랑스러움은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 영화는 재빨리 생각을 접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유용하게 소망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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