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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트리플 러브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한 번, 두 번, 세 번...... 수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완전한 사랑, 트리플 러브가 펼쳐진다.

 
제 21화. 보이는 게 전부일까 - 2037년, 여경
작성일 : 17-12-11 09:51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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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네.”

 “어어, 반갑다.”

 

 복지관 복도에서 지환과 마주쳤다. 20여 년만이었다.

 

 “우연히 만나면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참 신기하다.”

 “그러게. 지환 씨도 잘 지냈지?”

 “20년 만에 만났는데 안부 인사가 꽤 심플하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난 매주 자원 봉사하러 오는데.”

 “그렇구나. 여기 관장님이 자문해 주시는 게 있어서 종종 들러.”

 

 그가 건넨 명함에는 순천 시내 한 대학의 연구교수라는 직함이 찍혀 있었다.

 

 “정년퇴임하고 내려온 지 얼마 안 됐어. 네 얘긴 들었는데 정말 이렇게 만나게 되네.”

 “그랬구나. 가족들은?”

 “7년 정도 살다 이혼했어. 아들이 하나 있는데 와이프랑 둘이 미국에서 살아.”

 “응.”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그의 칼럼이나 인터뷰 기사를 종종 접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던 것도 같다. 잘 지내고 있겠거니 싶은 안도감.

 

 “일 언제 끝나? 잠깐 차 한 잔 할까?”

 

 어색함을 깨고 싶어 내가 먼저 불쑥 제안했다.

 

 “좋아. 요즘도 에스프레소 좋아해? 학교 근처에 에스프레소 맛있는 집이 있거든.”

 “그런 데가 있어? 앞으로 단골 되겠다.”

 

 카페는 소박했다. 이탈리아에서 성악가로 활동하던 주인은 현지에서 맛본 에스프레소를 잊지 못해 고향 마을에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정말 맛있다.”

 “그렇지? 나도 학회 때문에 몇 번 이탈리아 가봤거든. 여긴 현지 커피 맛 그대로야.”

 

 희끗해진 머리칼만 빼면 그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다정한 미소와 깔끔한 옷차림도 변함이 없었다.

 

 “남편도 잘 지내지?”

 “응, 그럼.”

 “…….”

 “지환 씨, 나 많이 미워했지?”

 

 그는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잠시 침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린 그냥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했어?”

 “물론 헤어질 땐 야속한 마음도 있었지. 6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으니까.”

 

 그에게 미안한 마음도 예전 그대로라는 데 놀랐다.

 

 “아이는 없어?”

 “응. 여유가 없었어. 태영이 형 건강 문제도 있었구.”

 “그럴 거라 생각했어. 태영 씨가 그랬거든. 평생 너만 바라보고 싶다구.”

 “형이 그런 말을 했어?”

 

 두 사람이 만났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강한 지환이 그저 담담히 나를 보내줬다고 여겼었다.

 

 “마음 접기 전에 마지막으로 태영 씨를 찾아갔지. 딴에는 자존심까지 버리고 만난 거였는데 참 묘한 기분이 들었어. 얘기할수록 공감이 갔다고 해야 하나. 두 사람 사이에 절대로 끼어들 수 없다는 확신마저 들더라구.”

 

 태영을 만나고 씁쓸히 돌아섰을 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 씁쓸함이 지금의 나에게도 전해져왔다.

 

 ***

 

 “상담 어땠어요?”

 

 태영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오늘이 소현과의 세 번째 상담이었다.

 

 “뭐, 그냥.”

 “내키지 않으면 굳이 안 가도 돼요.”

 “생각해 볼게.”

 

 서균의 죽음은 분명 그에게 남다른 의미일 것이다. 쉬이 가시지 않을 무거운 여운으로 남으리라. 그의 무거움을 바라보는 내 마음 역시 무거웠다.

 

 “오후에 같이 작업할까요?”

 “아니야. 피곤해서 좀 쉬고 싶어.”

 

 그가 오른쪽 다리를 주무르며 방으로 들어섰다.

 

 “어제 지환 씨 만났어요.”

 

 그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김지환?”

 “네.”

 “어쩐 일로?”

 “우연히 만났어요.”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정년퇴임하고 연구교수로 내려왔대요. 학교가 지겹지도 않은가 봐요.”

 “…….”

 “그때 둘이 만났다면서요?”

 “언제?”

 

 그의 이마가 살짝 일그러졌다.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멍해 보이기도 했다.

 

 “아, 그랬었지.”

 “그 사람은 여전했어요. 외양도 생각도 별로 달라진 게 없더라구요.”

 “사람이 쉽게 변하진 않지. 좋은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더 이상 그를 성가시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상담하면서 아이 얘기도 하게 됐어.”

 “아이요?”

 “우리가 서로 터놓지 못했던 얘기 중 하나잖아.”

 “그렇긴 하죠.”

 

 상담에 진전이 있는 걸까. 그가 아이 얘기를 입에 올린 건 결혼 후 처음이었다.

 

 “혹시 알고 있어? 민영이랑…….”

 “네. 민영 씨한테 들었어요. 두 사람 아이 잘못됐던 거.”

 “그랬구나. 당신이 알고 있는지 몰랐어.”

 “그거 때문에 신경 쓰고 있었군요.”

 

 그가 오른쪽 다리를 연거푸 접었다 폈다. 최근 들어 부쩍 약해진 모양이었다.

 

 “민영이랑 너한테 죄책감이 컸어.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 그냥 입을 닫아버리게 됐지.”

 “이해해요.”

 “혹시 아이 갖고 싶었어?”

 “요즘 같은 시대엔 아이 없는 부부가 보편적이지만 난 그렇지 않더라구요.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란 게 참 좋았죠.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나 봐요.”

 

 아이에 관한 대화가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반가웠다. 그의 가슴속 상처도 조금씩 치유되면 좋으련만.

 

 “근데 정말로 여전하던가?”

 “뭐가요?”

 “김지환 말이야.”

 

 ***

 

 “벽돌을 제법 잘 쌓으셨는데요? 두 분 정말 초보 맞으세요?”

 

 건축가 임 교수가 오랜만에 방문했다. 벽돌 쌓기가 마무리되면서 다음 단계로의 진전이 더뎌져 그의 방문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흙벽돌이 비를 맞으면 좋을 게 없죠. 빨리 지붕을 덮는 게 좋겠어요. 벽체에 중천장(벽체 윗선에 맞게 천장 밑에 만드는 중간 천장)을 만드는 게 나아요. 그러면 단열재가 적게 들어가거든요.”

 “그렇구나. 빨리 작업을 서둘러야겠네요.”

 “조만간 날 잡아서 수강생 몇 명이랑 같이 올게요. 그럼 후딱 해치울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만든 케일 주스를 들이켠 임 교수가 현관 옆 벤치에 털썩 걸터앉았다.

 

 “신 선생님 몸이 좀 안 좋으신가 봐요.”

 “며칠째 그러네요. 재활 로봇이랑 틈틈이 운동하고 있으니까 곧 나아질 거예요. 오전에 운동 끝나고 힘들었는지 잠이 들었네요.”

 “두 분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집짓기는 쉬엄쉬엄 하는 게 좋아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형이 욕심을 부리네요.”

 

 임 교수는 켜켜이 쌓인 벽돌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초보가 저 정도로 꼼꼼히 쌓기 힘든데. 수업 때 모범 사례로 소개해야겠어요.”

 

 그가 여러 컷의 사진을 찍었다. 벽돌 사이의 틈새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다.

 

 “사모님은 요즘 어떠세요?”

 

 임 교수의 고집에 떠밀려 이곳으로 내려온 그의 아내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나름대로 극복하려고 노력 중인데 생각만큼 잘 안 되나 봐요.”

 “시골 생활이 영 안 맞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러게요. 가끔 한적한 데로 여행 가면 굉장히 좋아했었거든요. 아무리 서울 토박이래도 이렇게 무료해할 줄은 몰랐어요.”

 

 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 사랑만으론 부족한가 봐요. 두 분처럼 만족해하며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저희도 그렇지만은 않아요.”

 “가끔씩 신 선생님 얘기 들으면 두 분 삶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글쎄요.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니까요.”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입원 중이던 태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문하던 민영의 모습. 다정스레 산책하던 두 사람을 보면서 또 다시 마음을 접어야 할까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최 교수한테 퇴원에 대해 물었다던데 혹시 들은 거 있어?”

 “태영이 형이?”

 “유럽 재활 시스템이 어떤지도 물어봤대.”

 

 둘째 오빠의 전언은 내 마음을 한없이 오그라들게 했다. 이번에도 그는 민영과 떠나려는 걸까.

 

 “지환이랑은 어떻게 된 거야? 정말 헤어지려고?”

 “응.”

 “태영 씨 때문에?”

 “모르겠어.”

 “그게 말이 돼?”

 

 둘째 오빠의 언성이 높아졌다. 짐작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사람도 알아? 알면서도 그 여자랑 떠나겠다는 거야?”

 “내 마음도 아직 정리가 안 됐어. 그리고 그 여자랑 떠나는 것도 확실한 건 아니잖아.”

 “너 정말 답답하다. 전에도 그러더니 또 이렇게 멍청이같이 구네. 도대체 신태영이 너한테 뭔데?”

 

 그의 말은 그저 귓가를 울릴 뿐이었다. 내 마음은 자꾸만 딴 곳으로 향했다. 태영을 바라보는 민영의 얼굴,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 그가 읽었을 독일어 팸플릿들…….

 

 소현의 말대로 내 마음만 생각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진정 그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하는 걸까.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정말로 보이는 그대로의 진실일까.

 

 그랬었다. 그때의 나는,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할지 어떨지 판단할 수 없었다.

 

 “임 교수 왔다 갔어?”

 

 그가 눈을 부비며 마당으로 나왔다.

 

 “네, 좀 전에 왔다 갔어요.”

 “자고 나니 몸이 많이 개운해졌어.”

 “다행이네요.”

 

 그가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임 교수님이 칭찬 많이 하셨어요. 벽돌 작업 너무 잘 했다구요.”

 “뭐 이 정도 갖고.”

 

 몰려드는 가을 햇살이 눈부셨다. 그가 내 이마 위의 햇빛을 가려주었다.

 

 “우리 지 여사님 피부 관리하셔야죠. 물론 관리 안 해도 예쁘지만.”

 “농담하는 거 보니까 정말 컨디션 회복했네.”

 “농담 아닌데. 여경이 넌 항상 예뻐. 스무 살 그때처럼.”

 “믿기진 않지만 믿고 싶네요.”

 

 내가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도 흡족하게 웃었다.

 

 “우리 상담 받으러 같이 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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