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해향장원의 기예공연
작성일 : 17-12-11 09:36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470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개방의 초대 방주부터 지금까지 여인이 개방의 방주를 맡은 적이 없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서 멍한 눈으로 고심하던 마종삼은 돌연 눈을 번뜩였다.

 

  ‘그래. 장로들 중에서 그 누구도 사내인지 여인인지 물어보지 않았고, 어디에도 사내만이 방주를 할 수 있다는 개방의 법도가 따로 없으니 내 제자가 후개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아암.’

  조금 아니, 많이 미안하기는 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이미 정한 길이다. 고심 끝에 자기는 전혀 실수한 게 없다고 생각을 정리한 방주는 제자의 이름을 불렀다. 근엄한 표정과 함께 더없이 온화한 눈빛으로.

 

  “허허허, 화령아.”

  “예. 사부님.”

  “네가 여인이라 해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너는 나의 적전 제자이며, 개방 방주의 후개인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일에 대해 괘념치 말고 더욱더 무공증진에 힘쓰도록 해라.”

  “예. 사부님. 개방의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무공 수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사부의 절대적인 믿음과 배려에 화령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마음속 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제자의 말에 마음 한구석이 조금 찔리는 방주는 딴청을 부리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허허허, 오늘따라 술 생각이 좀 나는구나.”

  “사부님. 잠시 기다리십시오. 술을 준비해 오겠습니다.”

  술을 구하려고 밖으로 신이 나서 뛰어나가는 제자의 뒷모습을 방주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제자와 무공수련을 마친 방주는 흐르는 땀을 옷으로 문지르며 지칠 만도 하건만 거의 눈동자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화령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허허, 내 제자라서가 아니라 훗날 개방의 큰 그릇이 될게야.’

  이전보다 무공수련에 있어 마음가짐을 달리한 화령의 노력에 방주는 크게 감복하여 자신이 체득한 모든 무공을 아낌없이 전수하기 시작했다. 늘그막에 얻은 제자가 이토록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줄은 몰랐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자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다.

 

  “장 방주님. 이제야 뵐 면복이 생겼습니다.”

  마종삼의 주름진 눈가에는 어느새 굵은 이슬이 맺혔다.

 

  물오리 때가 한가로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헤엄치며 노니는 호수위에 지어진 거대한 전각 두 채.

  그 중 하나는 웅장함과 고풍스러움을, 나머지 하나는 그 반대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전각 앞에는 용이 당장 비상하기라도 할 것처럼 조각된 교각 위로 많은 수의 남녀노소들이 오가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힘깨나 쓴다는 고관대작들도 여럿 눈에 띄었고, 검을 찬 무인들도 제법 보였다. 주변 경관에 눈이 팔린 대부분은 한눈에 딱 봐도 강호를 나선지 얼마 안 되는 신출내기들이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비단옷으로 한껏 멋을 낸 인물들이 상기된 얼굴로 해향장원을 삼삼오오 오가고 있었다.

  소주(蘇州)에는 중원에서도 이름난 기루와 객잔들이 성업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해향장원은 호남의 악양루와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기예를 가진 아름답고 빼어난 미녀가 많기로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강호인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들려야 얘깃거리에 끼어줄 정도였다.

  해향장원 입구 양쪽에는 명성에 걸맞게 보통의 점소이 하고는 확연히 다르게 둘이 똑같은 고급스런 비단옷을 입고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마대인님!”

  “오! 그래. 고생이 많군.”

  “신수가 좋아 보이십니다.”

  마대인이라고 불린 자가 고생이 많다며 거느린 하인에게 눈짓을 하자, 하인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점소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돈을 건네받은 점소이는 표정을 감추려 했지만 기쁨에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점소이의 아첨에 기분이 좋아진 마대인은 실실 웃으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갖가지 기화요초들과 관상석들로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지나 좀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닥에는 일반 객잔에서는 엄두도 못 낼 값비싼 돌로 길을 만들 정도로 호사스러웠다.

  중원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 사이로 우연히 눈에 익은 얼굴이 들어옴에 마대인은 점소이를 보내고 냉큼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방총관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아, 마대인 반갑소.”

  방총관은 성운표국의 인물이었다. 최근에 부쩍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자신도 물품을 일부 대고 있기에 평소에도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방총관은 방금 전에도 인근에서 제법 큰 포목점의 황대인과 볼일을 보고 가려던 참인 것 같았다.

 

  “방총관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여기선 그렇고 모란각으로 모시겠습니다.”

  “마대인. 내 바쁘니 다음에 얘기…….”

  “총관님. 잠시면 됩니다.”

  “어허 이 사람이 바쁘다는데도 그러네.”

  때마침, 찾아온 좋은 기회를 그냥 보낼 만큼 어리석은 마대인이 아니기에 바쁘다는 방총관을 접대하기 위해 해향장원의 모란각으로 등을 떠밀다시피 했다.

 

  해향장원은 구화각, 매화각, 모란각 이렇게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일 낮은 등급인 구화각만 해도 식사 한번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다. 그러니 최고급인 모란각은 두말하면 잔소리. 돈푼께나 있다는 자들 아니고는 웬만해서는 들어갈 엄두를 못 냈다.

  모란각으로 가기에는 금전이 만만찮게 들어가리란 걸 알지만, 총관을 구워삶을 수만 있다면 절대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마대인은 무리를 해서라도 방총관과 모란각으로 들어갔고, 방총관도 모란각은 쉬이 접할 수 없는 곳이기에 못 이기는 척 들어갔다.

  모란각 안은 값비싼 곳임에도 빈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각계각층의 강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이리로 오시지요.”

  “험험, 고맙네.”

  곱게 단장한 미인이 날아갈듯이 사뿐한 걸음걸이로 맞이하며 한쪽에 자리를 권했다.

  해향장원에서 최고급인 모란각이라 그런지 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이 자리를 권하며 손짓을 하자 마대인은 물론, 방총관도 내심 절로 흥이 났다.

  마대인은 자리에 앉으려다 말고 멈칫거렸다. 그건,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기 때문이었다.

 

  “오오오!”

  안내받은 자리가 통로에서 가까웠는데 그때, 가벼운 걸음걸이로 지나치는 여인의 눈부신 외모가 주변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백의 장삼에 눈처럼 하얀 피부에다가 곱게 땋아 잘록한 허리까지 내려온 검은 머리의 여인은 저 먼 북해의 미인이라는 설국의 여인과도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뒤를 앞서 걸어가는 여인과는 다른듯하면서도 비슷한 분위기의 열두 살은 넘어 보이는 체형의 소녀가 면사로 얼굴을 가린 채 따라갔다. 그리고 소녀에게서 눈도 떼지 않고 뒤를 호위하듯이 한 사내가 발걸음을 놀렸다.

 

  셋 다 검을 차고 있고, 풍기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점이 명문 정파의 제자들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실은 모란각의 기예공연을 위해 무대로 향하는 중이었다.

  주변경관과 음식 못지않게 빼어난 미모를 지닌 기녀들이 해향장원의 자랑거리였다. 각종기예를 펼치며 기녀들이 모란각 손님들의 흥을 돋우고 있는 가운데, 단 위에 새로이 올라선 삼인의 남녀에게 모두의 시선이 옮겨졌다.

  그때, 청의를 입은 사내가 두 손을 활짝 피며 장내의 사람들을 보고 삼인의 남녀를 소개했다.

 

  “이번에 펼칠 공연은 특별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해양장원의 자랑인 수룡 삼남매의 단검 투척 공연이 있겠습니다. 많은 관람 바랍니다.”

  “와아아아.”

  이미 전에 공연을 봐서 알고 있던 사람들은 기대감에 환호성을 질렀다. 요즘 한참 모란각에서 인기가 많은 기예공연이었다.

  수룡 삼남매라고 불린 세 명의 무복 한쪽에는 푸른색 수룡의 수가 놓아져 있었다. 이름 그대로 수룡이 인간으로 변해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소개가 끝나자 두 남녀는 어린 소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벽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섰다. 무대 위를 환하게 만들 정도로 귀공자풍의 준수한 외모에 날렵한 몸을 가진 사내와 옆에 함께 선 여인.

  여인은 매화꽃처럼 하얀 피부와 굴곡진 몸매가 잘 드러나는 얇은 하얀 경장을 입고서 편안한 자세로 면사에 가려진 소녀를 응시하고서 생긋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장내의 사내들은 혼이 빠져 나갔는지 저도 모르게 입을 헤벌렸다.

  소녀가 옆에 놓인 비단 천을 풀어 헤치고, 그 안에서 집어든 것은 예기가 바짝 선 날카로운 단검이었다. 소녀는 천을 허공에 날리고 단검을 살짝 그었다.

 

  -사륵

  비단천이 깨끗하게 잘려 나가자 시선들이 소녀가 위로 들고 있는 단검 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좌중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여인과 사내를 번갈아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준비 되었어?”

  “네.”

  소녀가 묻자 둘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준비 됐음을 알렸다.

  단검을 머리 위로 천천히 치켜든 소녀는 숨을 고른 뒤 망설임 없이 가볍게 단검을 던졌다.

 

  -쉬익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단검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팔을 벌리고 선 여인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콱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틈만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단검이 박히자, 놀라움에 탄식과 더불어 여인의 미모에 넋이 나간 사내들의 한숨이 실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후우우!”

  “와아아아!”

  모란각을 채우고 있는 인물들 중에는 무림고수들도 있었다. 그들은 어지간한 무공실력으로는 흉내 내기도 쉽지 않은 실력을 보인 어린 소녀에게 흥미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공이란 것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무림의 이름난 문파도 아닌 장원에서 보여줄 수 있는 무공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나이 어린 소녀의 단검술이 뛰어난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모란각 안의 인물들이 단검 실력에 감탄하며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소녀는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연속으로 돌았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이 미끄러지듯이 빠져 나가며 허공을 갈랐다.

 

  “하앗!”

  -쉬익, 쉿

  그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다수의 여인들이 눈을 찔끔 감으며 사방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악!”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주기 공지. 2018 / 5 / 6 628 0 -
공지 공지입니다. 2018 / 4 / 23 752 0 -
114 기다려온 만남 2019 / 12 / 30 1 0 9   
113 천성비검 2019 / 11 / 28 3 0 5304   
112 황룡세가 2019 / 10 / 31 5 0 5653   
111 수연의 연정 2019 / 9 / 30 5 0 5898   
110 인질(2) 2019 / 8 / 31 3 0 5644   
109 인질 2019 / 7 / 31 4 0 5123   
108 빙백수룡 2019 / 6 / 29 2 0 5762   
107 낭만 강시 2019 / 5 / 28 2 0 5093   
106 빙궁 설소정 2019 / 4 / 30 4 0 5368   
105 그대는 내가 지킨다 2019 / 3 / 31 3 0 5938   
104 비무행 2019 / 2 / 27 8 0 5334   
103 사랑은 예기치 않게 불쑥 찾아오는 법이다 2019 / 1 / 31 13 0 5096   
102 목숨은 소중한 것 2018 / 12 / 31 15 0 4868   
101 내가 졌다! 2018 / 11 / 30 17 0 6130   
100 여기도 글렀어 2018 / 10 / 30 26 0 6383   
99 동행 2018 / 9 / 28 17 0 6055   
98 북해 빙궁으로 2018 / 8 / 31 19 0 6031   
97 발자국 2018 / 8 / 17 16 0 5723   
96 금수만도 2018 / 8 / 13 18 0 6262   
95 소림 무공 2018 / 7 / 31 18 0 7071   
94 원치 않은 인연 2018 / 7 / 16 22 0 5579   
93 눈을 어디에 두란 말인가! 2018 / 7 / 6 18 0 5909   
92 흉악 무쌍 2018 / 6 / 23 22 0 6311   
91 복호문과의 충돌 2018 / 6 / 16 18 0 6487   
90 벽사방 2018 / 6 / 8 14 0 5743   
89 외전 (좀비) 2018 / 5 / 31 391 0 5790   
88 나는 봤다 2018 / 5 / 25 19 0 4985   
87 무공의 진전 2018 / 5 / 17 25 0 4300   
86 괴수 출현 2018 / 5 / 9 19 0 5604   
85 나와 같음을 2018 / 5 / 3 23 0 5035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