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2 장: 벽아련 (End)
작성일 : 17-12-11 07:27     조회 : 290     추천 : 1     분량 : 500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천율방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고 몸을 일으켰다. 아직 어스름이 오르지 않은 밤이다. 칠흑같은 밤이다. 율방은 한편으론 취기에 벽아련과 몸을 섞었다. 중간의 기억들 몇몇이 산화되어 떠오르지 않았으나, 그 체취, 질감, 온도, 숨. 그 것만큼은 또렷하다.

 

  벽아련이 대경(大驚)하며 손은 다치지 않았나 붙잡았다. 율방은 그 손을 붙잡고, 자신의 피륙 따위는 결코 중하지 않다 하였다. 내 당신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죄를 지어, 그 어여쁜 가슴에 큰 상체기를 남겼는데, 이깟 흠집이 무슨 의미가 있냐 하였다. 율방이 손에 힘을 쥔다. 하얀 아련의 손이 분홍으로 물드는 듯. 뚝뚝 바닥으로 낙하하는 방울들의 색은 붉다.

 

  “비로소 내가 그대를 지킬 힘이 생겼으니, 송구한 마음으로 고백하건데, 내 곁에서 내가 가는 길 옆에 머물러 주시면 안 되겠소?”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이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이 결코 부끄럽거나 안타깝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다 생각했다. 차라리 사랑이 아니기에 믿을 수 있었다. 천율방의 청혼이 자신의 어떤 것에서 기인 되었든,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었기에, 서로를 향한 이해타산적 이유만으로 사랑은 완성될 수 있었다.

 

  벽아련은 천율방의 손을 얼굴 가까이로 가져간다. 날카로운 것에 찢겨 흐르는 곳에 혀를 데었다. 비릿한 끈적함. 그것은 격리된 공간으로의 초대와 같은 것일까? 아련의 얼굴이 손을 타고, 팔로, 어깨로, 목으로 올라온다. 결국 입술을 덮고 쇠 냄새가 공간을 채우면, 율방이 움직인다. 몰아친다. 그것은 얽혀 있는 육체에 불과하다. 이성을 상실하고, 오롯한 본능만 남아있다. 붉음이 남발한다.

 

  “그런데, 회주. 중혼 대상자는 혹여 점 찍은 사람이 있소?”

 

  천율기의 귀가 전 평합문이 물은 말이다. 율기는 부정하며,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없는지 물었다. 다들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계산은 너무 단순했다. 중혼이후 새로 등극할 상천삼부장의 자리는 그들이야 바라볼 수 없던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만일 내 누이가, 혹은 내 딸이 그 자리에 오른다면. 더 큰 위치에 오를 수 있겠다. 그리들 생각하고 있다. 연풍당주 인장서가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인장서에게는 인여라는 딸이 있었는데, 재녀로 소문이 자자했다. 인장서는 딸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사석과 공석을 넘나들며 지나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 모습이야 꼴보기는 싫지마는 인여라는 아가씨의 재능이며, 미모는 소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내 아들과 한 번 엮어볼까 할 정도 였으니. 그러나 문제는 인여가 고작 열 넷 먹은 꼬마 아가씨라는 점이었다. 가모로 추대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천율기는 벌컥 화를 내며, 지금 사특한 마음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하느냐며 나무랐다. 인장서도 자신이 실언 했음을 밝이며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인장서 뒤로도 수많은 정천회원들이 자신과 관계 있는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었다. 개중, 미리 천율기의 언질을 받은 능천사대주 임세영이 벽아련을 추천하고 나섰다.

 

  임세영은 진천기본학교에서 벽아련과 함께 수학한 동기로, 일찍 천부 쪽에 진출하여 천율기의 사람이 된 인물이다. 눈치가 빠르고, 일처리도 시원하여 율기가 중히 쓰는 인물인데, 이처럼 천율기가 발언하기 곤란한 의견 등을 대신 언급해 주며 쟁점을 만드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청해 벽가의 차녀인 벽아련이란 여인이 있아온데, 천목십약에 따라 교육차 고천에 거주 중인 저의 동기입니다. 학교 내에서도 행실이 바르고, 성심이 착하여 뭇 학생들이 잘 따랐으며, 일전 가주와 성혼설이 돌았을 만큼 가주의 관심도 지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합문이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하느냐고 노하였다. 합문은 벽아련이라는 여인은 단순 포로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윗사람으로 모실 수 있으며, 그것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가주와 벽아련의 성혼은 선대에 대한 모욕이요 곧 고천의 치욕이라 주장하였다. 그는 또 청해 벽가는 의기를 모르는 자들인데 그들과 천가가 혼인으로 엮이면 고천의 격이 추락할 것이라 하였다.

 

  물론 천율기는 그것이 하등 쓸모 없는 자존심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몇몇 깨어 있는 젊은 층이 천목십약이야 500년도 더 된 잊혀져 가는 법에 불과하다 하며, 오히려 청해 벽가의 금력을 고천 지방으로 끌어 올 수 있고, 벽가와 공고한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다면 중앙이나 북방 경계에 더욱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벽아련을 지지하고 나섰다. 평합문은 이것들이 과연 제정신인가 싶었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 회주, 고천이 지금까지 동목에서 제일 가는 지방으로 발전한 까닭은 선대의 천유소 후계의 희생과 청선전 전대 가주의 실연으로 쌓아 올린 천목십약에 있음을 기억 하시오. 벽아련을 천가로 들어 오는 것은 고천의 뿌리 깊은 정신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할 거요!”

 

  평합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능천사당을 떠났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몹시 화가 났는 듯 하다. 합문의 과격한 반응에 놀란 좌중들은 율기의 눈치를 살폈다. 율기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이세영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그래. 벽아련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시게.”

 

  평합문이 박차고 나간 문을 바라보는 천율기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천율방은 취기에 의해서 인지 심란하기만 하다. 결국 다시 벽아련 곁에 누워 잠을 청해 보아도 울렁이는 속 때문인가 쉬이 들지 못한다. 규칙적인 호흡이 귓가로 전해지며, 돌아본 곳에 아련이 보인다. 숨이 방울 맺혀 사방으로 둥글게 퍼져 나간다. 박자에 맞추어 유려한 곡선위에 둥근 복숭아가 탐스럽게 익어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목 뒤로 금세 넘어갈 듯. 손 끝이 과실을 툭. 건드린다. 탄력 넘치는 젊은 여체가 부르르 진동한다. 머리카락 끝이 몸에 닿아 간지러운 듯 거슬리는 듯. 손가락 사이로 흘려 보냈다. 벽아련은 깨지 않고 뒤척이기만 한다.

 

  바람이 분다. 창 너머로. 살짝 열린 틈 사이로. 아니, 바람은 아니었다. 그것은 원망이다. 점점 맑아오는 정신에 부끄러움만 가득하다. 탄식 섞인 숨소리가 거칠었나? 아련의 손길이 다정하게 가슴을 쓴다. 내려간다. 가벼운 무게감이 위로 올라오고, 천율방은 손아귀에서 부드러움을 느꼈다. 모아 둔 숨이 토해진다. 가슴에 겹쳐진 손이 무거워 마주 잡는다. 기둥이 틀어져 위로 올라간다. 천율방은 입을 벌려 과즙을 마신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 있다. 이것은 세상에 없을 맛이다. 이빨 끝에 살짝 닿은 열매는 비명을 낸다. 사방 벽에 부딪쳐 메아리로 돌아온다.

 

  바람이 돌멩이를 밀었다. 돌은 왼쪽으로 굴러간다. 낙하한다. 조각나 몽돌이 된다. 넓은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수면에 부딪쳐 흰 파도가 된다. 격렬한 파도가 멀리서, 가까이로. 멀리서 또 가까이로. 파도는 해변가로 들어와 돌 무더기 사이로. 밀려든다. 몰아 친다. 빠져나가는 파도의 꼬리를 붙잡으려 구르면서. 몽돌은 서로 부딪쳐 말랑한 파열음만 낸다. 굳게 움켜쥔 파도만 표면에 남아 반짝인다. 파도가 물러난다. 몽돌은 아쉬워 바다 쪽으로. 바다 가까이로. 밑으로 침잠한다.

 

  천율방의 두꺼운 어깨가 떨리면서, 벽아련 옆으로 쓰러진다. 서로의 호흡만 들렸다. 그 끝에서 아련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랑합니다. 낭군.”

 

  그 말이 너무 가벼워 천율방은 픽 웃음만 흘린다. 품으로 벽아련을 끌어 당기고 코끝에 머리를 가져온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부끄러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욕망만이 남았다. 아련의 머리 너머로 천율방의 눈이 반짝인다. 그는 이대로 끝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뒤집을 한 번에 기회가 절실했다.

 

  천율방이 새벽같이 천부로 향한 것은 그런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중앙회의가 열리기 전천율기를 만나기로 하였지만 조금 더 일찍 나왔다. 그는 방향을 틀어 상천당으로 향했다. 굳이 안으로 들지 않고, 한 켠에 멈춰서 율방은 검을 꺼낸다.

 

  내려치는 검은 미련을 베고 있다. 일말의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베고 있다. 그것은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어, 이곳과 저곳으로 규칙없이 칼은 나아간다. 피부 사이로 세어 나오는 건 어쩌면 속죄의 눈물일 수도 있었다. 율방은 상천당 연무장에서, 소연의 침소가 얼핏 보이는 곳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염방은 지난날 길어진 회의에 미처 가모의 침소를 들리지 못했다. 소연의 모습은 근래 들어 몹시 불안정 하여, 맹노의 걱정 어린 한탄이 늘었다. 사실 맹노에게 고마운 마음이라 핑계를 대지만 그보다는 어린 누이를 향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더 컸다. 상천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쇳소리가 들려온다. 염방은 궁금증을 가지고 소리를 따라 방향을 튼다. 천율방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가주의 검 끝이 흔들림은 그의 불안함 심정이다. 그럼에도 막힘없이 나아 감은 굳건한 의지다. 마땅한 목표를 향하지 않음은 사특한 생각을 베는 것이다. 가주 또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 내리라. 어린 시절 선망하던 열정 어린 모습을 염방은 보고 있었다.

 

  ‘이겨 내시리라 믿겠습니다.’

 

  염방이 못 본 척 발걸음을 돌렸다. 상천당에 전해줄 기쁜 소식으로, 염방의 걸음이 오랜만에 한결 가벼워진다.

 

  막 일어나 정신 없는 소연이 기쁜 얼굴로 들어와 창을 열어젖힌 오라비를 보며 의문을 표한다. 염방은 그저 일어나 보라며 저 끝을 가리킨다. 흐릿한 시야가 돌아오자, 검을 휘두르는 천율방이 보였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부군이다. 한스러움에 왈칵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때 염방이 말하길.

 

  “보셨습니까? 가주의 마음은 아직 가모께로 향하고 있음입니다. 가주께서는 가모님을 지키기 위해 저리 사특한 마음을 지우려 저리 검을 휘두르고 계신 겁니다.”

 

  그러나 소연이 본 천율방의 검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천율방의 검은 자신과 이어진 인연으로 향하고 있었고, 겨우 붙어있는 끈은 몇 번 칼질에 속절없이 끊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염방에겐 내색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했듯 소연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류에 흘러가는 나뭇잎처럼 있을 뿐이다.

 

  “예. 오라버니. 가주께서 그리 하시겠지요.”

 

  창 너머로 천율방이 검을 집어 넣고 떠나는 뒷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소연은 왠지 그것이 율방을 보는 마지막 모습일 거라는 예감이 들고 있었다. 해가 뜨고 새로운 날이 밝는다. 오늘 모든 것이 결단 지어진다. 천율방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Write Legends. Variation입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청천무가!

 

 지금 Facebook & Instagram에서 Team.variation을 검색하시면 다양한 소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작품 설정 변경으로 인한 내용 변경 2017 / 12 / 8 637 1 -
공지 Variation 인스타그램 업데이트 안내! 2017 / 12 / 4 648 1 -
공지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신비한 발타사전… 2017 / 12 / 4 627 1 -
공지 청천무가와 묵일영 2017 / 11 / 30 781 4 -
20 제 3 장: 천율기 (End) 2017 / 12 / 17 342 0 5188   
19 제 3 장: 천율기 (8) 2017 / 12 / 17 289 0 5005   
18 제 3 장: 천율기 (7) 2017 / 12 / 17 278 0 5057   
17 제 3 장: 천율기 (6) 2017 / 12 / 17 305 0 4726   
16 제 3 장: 천율기 (5) 2017 / 12 / 17 262 0 4894   
15 제 3 장: 천율기 (4) 2017 / 12 / 14 288 1 5205   
14 제 3 장: 천율기 (3) 2017 / 12 / 14 277 0 5124   
13 제 3 장: 천율기 (2) 2017 / 12 / 13 292 1 5073   
12 제 3 장: 천율기 (1) 2017 / 12 / 12 269 1 5099   
11 제 2 장: 벽아련 (End) 2017 / 12 / 11 291 1 5003   
10 제 2 장: 벽아련 (5) 2017 / 12 / 10 287 1 5010   
9 제 2 장: 벽아련 (4) 2017 / 12 / 10 283 1 5055   
8 제 2 장: 벽아련 (3) 2017 / 12 / 8 287 4 5028   
7 제 2 장: 벽아련 (2) 2017 / 12 / 6 270 5 5033   
6 제 2 장: 벽아련 (1) 2017 / 12 / 6 279 5 5029   
5 제 1 장: 염방 (End) 2017 / 12 / 4 306 4 5033   
4 제 1 장: 염방 (4) 2017 / 12 / 3 317 4 5079   
3 제 1 장: 염방 (3) 2017 / 12 / 2 329 4 5129   
2 제 1 장: 염방 (2) 2017 / 12 / 2 353 4 5047   
1 제 1 장: 염방 (1) 2017 / 11 / 30 623 4 502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