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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라이프 테이프
작가 : 커임
작품등록일 : 2017.12.11

"그동안 살아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친절한 미소로 응대와 확실한 일처리, 깔끔한 잔상 처리까지..
하루하루 쌓인 일거리를 헤쳐가고 있던 와중에 내 귀에 들려오는 한가지 소식.

아무 말도 없이 내가 해고되었다니? 사장님?!

"이렇게 된 이상 뒤엎어버리고 간다."

무슨 상식 뒤집어진 소리를 하냐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인데 뭐.
억울해서 말하고 다녀야지, 세상사람들!! 제 이야기좀 들어보세요!

 
오늘부터 직업이 바뀝니다.
작성일 : 17-12-11 02:23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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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기가.. 어디우?"

 

 얼굴에 주름이 깊게 진 할머님 한 분이 걸어오셨다.

 

 "다 끝났어요, 할머님. 살아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가 저 말을 할 때마다, 세상이 무너질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친절하게 웃고만 있는다.

 

 "아니 무슨 소리여, 내가 오늘...."

 

 뭘 했더라?

 

 나에게 따져 물으려고 언성을 높였지만, 생각이 나지 않으셨던 것이 분명했다.

 

 가장 소중했던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먹거리는 할머님이셨다.

 

 "할머니, 잠시 눈 좀 감고 계셔요."

 

 나는 할머니를 능숙하게 진정시키고, 이마에서 필름들이 주욱 나열되어 마치 테이프처럼 이어진 사진들을 뽑아내었다.

 

 할머니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내 손아귀 안에는 덩그러니 라이프테이프가 남아 있었다.

 

 이 테이프 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들어있다.

 

 "아이고..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이네."

 

 나는 이 테이프를 소중히 들고 사장님께 가져다 드리려고 했다.

 

 '챙!! 콰과광!!'

 

 비록 옆에서 매우 시끄러운 소리와 날붙이끼리의 마찰로 인한 불꽃이 튀어오는 듯 싶었지만. 못 본척 하고 지나가려 했다.

 

 "아오, 진짜!! 원이 형, 봤으면 좀 도와줘요!!!"

 

 "무슨 소리야, 나 지금 되게 바쁜거 안 보여?"

 

 할머님의 인생을 지금 당장 가져다 드려야 한다고.

 

 보아하니 인이의 손님은 나의 손님이였던 할머니처럼 바로 테이프를 주기는 싫었나 보다. 사람 모습을 한 잔상이 되어, 인이에게 덤벼들었을 것이다.

 

 "네 손님이 참 난폭하시네. 그게 다 니 복 아니겠냐.."

 

 난 간다- 잘 모셔다 드려라. 손을 흔들며 사장실로 발을 옮기려던 참이였다.

 

 퍼억! 무언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이게 무슨..?!

 

 어이가 없어서 뒤통수에 손을 대고 문지르며 뒤를 돌아보자, 입을 틀어막고 날 비웃는 인이가 보였다.

 

 "아이고, 죄송함다- 왜 잔상이 그쪽으로 날아갔을까요오-? 뭐, 못 피하고 맞은 건 다 원이 형의 복 아니겠슴까?"

 

 저 자식이 일부러 던져?

 

 나는 내 뒤통수를 가격하고 바닥에 나가떨어진 잔상을 집어들고 인이에게 집어 던졌다.

 

 "내가 손님 대접은 좋게 하라고 했지!!"

 

 "지금 형이 제 손님에게 하고 있는 행동이나 보고 말하십쇼!!"

 

 이리저리 왔다갔다, 다여섯번 정도 날아다니며 윗 쪽 공기를 맛 보던 잔상은, 제발 살려달라고 간청할 지경에 이르렀다.

 

 "야, 네 손님이 제발 테이프 수거해달랍신다. 이 정도면 됐지? 난 간다."

 

 주섬주섬 할머님의 테이프를 소중히 챙겼다.

 

 그러나 텁- 하는 소리와 함께, 인이에게 잡혀버린 내 어깨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아 거 마지막이 제일 힘든거 알잖아요! 방금까지 도와줬으면 끝까지 도와달라고!!"

 

 "니 일이잖아!! 니가 하라고!! 내가 너만 했을 땐 혼자서 손님 다섯 명은 응대했다!!!"

 

 옥신각신 다투다가 결국 난 잔상의 손과 발을 포박했다. 인이의 손님이니, 테이프 수거는 인이가 해야했다.

 

 평온하게 가만히 있던 잔상이 제발 끝까지 평온하게 있으면 좋으련만..

 

 꿀꺽, 침을 한번 삼키는 인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뽑을게요?"

 

 인이가 잔상의 이마에 대고 테이프를 수거하기 시작하자, 잔상은 마치 고통에 겨운 것처럼 온몸으로 발악을 하기 시작했고, 이마에서 나오는 테이프는 얼룩덜룩 여기저기에 얼룩이 묻어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잔상은 시끄러운 비명을 질러대기에 바빴다.

 

 "그러게 제가 처음에 쉽게쉽게 뽑자고 했잖슴까.."

 

 인이는 미안한지 잔상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잔상의 몸부림을 버티느라 온 몸의 근육들이 소리를 질러대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인이의 손에는 얼룩이 가득한 라이프테이프가 들려 있었고, 잔상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수고했다, 가자."

 

 인이는 씁쓸한 얼굴로 조용히 얼굴을 끄덕였다.

 

 

 *

 

 

 "수고들 하셨습니다."

 

 인이와 나의 손에 들려있던 라이프 테이프를, 마치 매가 먹잇감을 채 가듯 사장의 부하들이 가져가 버렸다.

 

 사장의 부하들은 허여멀건한 가면을 쓰고 있어서, 볼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부하는 가면을 썼는데, 정작 그 보스인 사장님은 왜 가면을 쓰지 않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장님의 자신있는 얼굴을 내놓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나왔다.

 

 "원, 그리고 인. 오늘부터 두 분 모두 하는 일이 약간 달라질 겁니다."

 

 켁.

 

 "예? 아니 사장님, 말도 없이 그런걸 갑자기 말씀하시면 어째요?"

 

 옳지, 인이 잘한다. 황당해서 침을 잘못 삼켜버린 나는 쿨럭거림을 멈출 수 없었다.

 

 한동안 계속 쿨럭거리다가 겨우 멈춘 후 말을 이어갔다.

 

 "뭐, 인사이동..그런건가요?"

 

 "네, 그런겁니다."

 

 사장이면 다냐..

 

 "이제 슬슬 손님들은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겁니까?"

 

 "쓸모 없는 먼지들 처리입니다."

 

 약간 달라지는게 아니잖아요? 저 지금 머리 위에 물음표 뜬거 보여요, 안 보여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다만 그 먼지들이 오질라게 말도 안듣고 귀찮고 처치하기도 곤란해서 문제지."

 

 인이와 나의 등 뒤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아이는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선 나를 밀치고 사장님 앞으로 다가갔다.

 

 "인원충당 한다는게, 고작 이 사람들입니까?"

 

 여자아이는 인이와 나를 슬쩍 쳐다보고선 눈길도 주지 않았다.

 

 "뭔가 맘에 들지 않는 일이라도 있나요?"

 

 "후..."

 

 여자 아이는 사장님의 책상을 쾅 내리치며 말했다.

 

 " '인원충당' 이라면서요! 그런데 고작 두 명이 말이 됩니까?!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저 여자아이가 책상을 내리치는 박력에 놀란거지, 절대로 겁먹은 거 아니다. 정말이다.

 

 "진, 큰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말해요."

 

 여자아이에 맞서 사장님도 눈빛이 변하며 한 마디 했다.

 

 지금 아이를 상대로 한번 싸워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의문이 들어갈 즈음이였다.

 

 인이가 나에게 몸을 살짝 기울여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형, 우리 여기 왜 왔었죠...? 아니 그보다, 저 여기 나가고 싶슴다.."

 

 형? 저기, 형?? 듣고 있어요?

 

 이미 넋이 나간 나에게는 닿지 않는 목소리였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눈 앞에선 사장님이 기분나빠하시고, 어린 아이는 화를 내고있고, 옆에서는 인이가 칭얼대고..

 

 언젠간 끝나겠지. 그냥 누가 와서 우리 좀 데려갔으면 좋겠다. 아 진짜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사장님과 1:1 면담을 5시간 동안 치르고 있는 기분이다..누가 좀 살려주세요...!

 

 

 

 

 
작가의 말
 

 끄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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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부터 직업이 바뀝니다. 2017 / 12 / 11 340 0 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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