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끼리 이래서 뭐 하냐? 유한이도 힘든 부분이 있겠지. 어떻게 연애에서 한 사람의 잘못만 있겠냐? 안 그래 웅아?”
핸드폰 게임을 하던 웅은 건성으로 대답한다.
“어어~~”
그런 웅이가 못마땅한 준수는 핸드폰 홈 키를 눌러 버린다.
“야!!!! 최준수!! 너 죽을래? 아. 미친 욕먹겠다. 아 진짜 짜증 난다.”
“임웅 너야말로 죽을래?”
“아씨.. 아 그냥 소주나 마시자 짜증 나! 씨..”
준수와 웅이 투덜거리고 있는 사이 유한과 지훈은 앞장서 단골 술집으로 걸음을 옮긴다.
“유한아 힘들지?”
“힘들다기 보다 우울하다. 아영이 왜 그럴까? 답답하다 정말. 어차피 우리는 못 헤어지는데 왜 계속 감정싸움을 하는 거야?”
“음..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 여자가 헤어지자 할 때 90%는 가짜래 그냥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거래 아영이도 그런 거 아닐까?”
“그니까 왜 사랑을 이별로 확인하냐고! 진짜 이해가 안 돼. 난 아영이 밖에 없는 거 알잖아.”
-
띠리딩딩띠리딩딩딩
“아...이지수...진짜..”
띠리딩딩띠리딩딩딩
아영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다.
어쩐지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씩씩거리고 있다.
“아!!! 이지수! 나 안 나간다고!”
-여여~~~ 왜 그러세요 아가씨~ 맛있는 치킨 치킨 치느님 영접하러 갑니다잉!
“하.. 진짜 왜 그래..”
-야! 방구석에 처박혀 있으면 좋냐? 오늘 같은 불토에!! 당장 나와!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그래.. 졌다.. 졌어.. 미애는?”
-야!! 아영아 나도 지수년이 끌고 나왔어! 나는 너 오늘 혼자 두는 거 강추했다!! 나 원망 말아아아악!!
-야 김미애 너 치고 빠지기야? 죽을래?
“아... 시끄러! 알겠어 바로 나갈게!
-오예 성공! 빨리 나와라!
뚜 -
“에휴”
아영은 지수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굴 것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 방 문 옆에 있는 큰 전신 거울 앞에 선다.
미처 갈아입지 못한 외출복, 유한이 좋아하는 흰색 티에 청바지, 그리고 오늘 유한을 만나기로 하여 오래간만에 진한 화장을 한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억울하게 정상적이네’
아영은 생각했다. 나에게 유한이란, 유한과 보낸 6년이란 상상 그 이상의 큰 감정이었고 그와의 이별은 역시나 일반 연애를 하는 사람은 모를 큰 아픔이라고
그런데 왜 거울 앞에 서 있는 나는 너무 정상적이었다.
오히려 유한을 위해 입은 흰 티와 청바지가 정말 잘 어울렸다.
“에휴..”
역시나 심장이 울렁거리고 금방이라도 오바이트가 나올 정도로 어지럽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띠리딩딩띠리딩딩딩
“여-”
-야!!! 신아영 왜 이렇게 안 나와! 널 질질 짜고 있냐?
“아 나간다고!!”
지수의 재촉 전화에 아영은 곧바로 현관문으로 향한다.
“이지수는 자기 연애나 잘 하지.. 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웃음이 터진 아영이다.
사실 지수는 흔히 말하는 모태솔로다.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은 더더욱 없고
제대로 된 썸도 타본 적 없는 순수한 여자다.
하지만 지수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선수다.
사실 선수는 아영의 친구 미애다. 미애를 선수라고 칭하기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영, 지수, 미애 이렇게 세 베스트 프렌드 중 가장 많은 남자를 만나 봤고, 여러 사람을 한 번에 만나기도 한다.
그런 미애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은
띠리딩딩띠리딩딩딩
“여보-”
-야 신아영! 왜 이렇게
“야! 신유한처럼 말 끈지마 그리고 나간다고 나간다고!!!!!”
뚜-
“이씨 신유한처럼 계속 말 끊어 이지수..”
-
“아니 그러니까 네가 여행을 가자고 해도 싫다 했다고?”
웬일로 웅이 핸드폰을 보지 않고 유한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질문을 던진다.
유한과 친구들은 동네 작은 단골 술집을 왔다.
어두운 조명에 네 남자가 안주가 나오기 전 땅콩을 까며 유한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특이한 건 웅이의 핸드폰은 준수가 가지고 있다.
“그렇다니까. 아 답답하다. 아 솔직히 6년 동안 내가 아영이 만나면서 잘못은 좀 했어도 평상시에는 잘 챙기잖아. 안 그러냐?”
“개소리죠~”
“야 최준수.”
“개소리죠~”
준수는 폴라티를 입까지 올리며 손가락으로 엑스 표지를 한다.
그러자 웅이 미소 지으며
“뭐? 말 안 한다고?”
준수는 끄덕인다.
“왜? 왜 말 안 하는데?”
준수가 폴라티를 내리더니 한쪽 입만 올려 넌지시 웃는다.
“신유한 이 새끼 개잖아. 내가 개소리를 왜 듣고 대답해야 되냐?”
“뭐 최준수! 너 진짜 죽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