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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10.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1)
작성일 : 17-12-10 23:35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9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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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루나?”

 

  린은 정보국에 오자마자 경악했다. 그래, 어제 세잎클로버에 다녀와서 완전히 지쳐 아무 것도 못했다. 그러니까…정보국장이자 자신의 친척인 체첸이 내준 숙제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체첸은 숙제를 하지 않으면, 린이 정말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쉽게 말해서, 정보국에서 자신과 정보국장이 아는 사이라는 걸 밝히겠다고 했다.. 그리고 체첸은 진짜로, 그럴 작정으로 아예 로비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린’은 알지만 ‘루나’는 모른다. 그러니 정보국장이 저렇게 기분이 좋아 부르는 루나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눈치다. 린은 소름이 돋는 걸 느끼고 못 박힌 듯 서 있다가 아주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는데, 체첸은 린을 따라 걸어온다.

 

  “루나, 무시할 거야?”

  “아…안녕하십니까, 국장님. 제 이름은, 린입니다. ‘린’이요. ‘린’.”

  “그러게 누가 명령불복종 하랬어? 난 분명히 말했는데?”

 

  린은 더 이상 할 말조차 없었다. 이대로 수사대에 올라갔다간 사람들이 모두 다 체첸과 린이 유독 친하다는 걸 알게 되고.. 거기에 비례해 둘 사이를 궁금해 하게 될 거다... 린은 그런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공채가 아니라 급하게 채용된 거라 말이 많을 지도 모를 상황인데! 이 아저씨는 대체 뭐가 불만이야.. 린은 울고 싶은 기분이 됐다. 결국 체첸은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얌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일단 9층에 내리고 나면 또 린을 루나라고 불러댈 것이다. 린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알았다. 이내 엘리베이터가 9층에 도착해서 린이 내리자마자, 체첸은 역시나 따라 내리서는 린을 불렀다.

 

  “루나! 같이 가자.”

  “제발 그만 좀 해요..”

  “루나? 국장님, 그거 린 부르는 거예요?”

  “그럼! 예쁜 애칭이지?”

 

  보안부 사람 한 명이 콕 집어 물어보자, 체첸은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매우 뿌듯해하며 자랑하고 있다. 린은 진심으로 체첸의 멱살을 잡고 싶었으나 겨우 참았다. 그 때 수사대 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더니만 린을 부른다. 그런데.. 그 듣기 싫은 애칭으로 말이다.

 

  “루나 누나!”

  “반, 내가 너 루나를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 했을 텐데? 루나도 싫어하잖아.”

  “아…미안해, 누나.”

  “아냐. 괜찮아. 그렇게 하도록 해. 부디 그렇게 해주길 바라.”

  “루나?”

 

  반이 어제 세잎클로버에서 린을 루나라고 부르는 걸 하도 들어서 그런지 린을 루나라고 부르면서 걸어오자, 린에게 좋은 생각이 났다. 차라리 그 애칭이 모두에게 불리는 게 된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물론 모두가 자신을 ‘루나’라고 부르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냥 체첸 한 명에 맞서줄 반 한 명 정도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반에게 그렇게 부르라고 허락했다. 반은 정말 기뻐하는 눈치였지만, 체첸은 경악하며 린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언제나 삶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 그럼 앞으로 루나라고 부르면 되겠네. 들어오자마자 린이라고 부르라길래 그게 애칭인 줄 알았는데.”

  “네? 저, 아뇨, 선배님. 이건….”

  “루나? 예쁘네!”

  “나는 린 쪽이 좋으니까 린이라고 부를래.”

 

  수사대 사람들이 매우 관심을 보이면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특히나 윤수 쪽에서 린을 루나라고 부르는 것이 좋은 모양인지 신이 나보인다. 사실 윤수는 곤란해 하는 린의 표정을 보고 약 올리고 싶은 것뿐이지만 말이다. 린이 약간 패닉에 빠져 있는 사이, 뒤에 서 있던 체첸이 인상을 찌푸린 채 수사대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린이 뒤를 돌더니만 미소를 지으며 입을 거의 뻥긋하지도 않았는데도 복화술처럼 말을 이었다.

 

  “지금 여기에서 이상한 소리 한 번이라도 더 하면 다시는 안 봐요.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체첸은 진심으로 겁에 질려 딸꾹질을 했다. 그 사이 체첸 국장의 옆으로 린과 반이 서 있으니, 수사대에 있던 수사대 부대장 제닌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만 인상을 찌푸리며 체첸에게 쏘아붙였다.

 

  “우리 막내들한테 무슨 짓입니까, 국장님?”

  “어?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린 표정 좀 보고 얘기하시죠. 린, 반. 둘 다 얼른 들어와서 업무 시작해. 국장님도 얼른 국장실로 가시죠?”

 

  말 자체는 매우 예의가 발랐으나, 그 어투에서는 ‘지금 당장 꺼지지 않으면 내가 발로라도 걷어 찰 것이다’라는 말이 들어있는 것 같다. 체첸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축 처져서 걸어갔다. 린은 그런 체첸의 모습을 보다가 문자로 ‘어제 숙제는 오늘 숙제랑 같이 꼭 낼 테니까 진짜 하지 마요, 제발.’ 이라고 엄청난 속도로 쳐서 보냈다. 윤수가 다시 린에게 ‘루나’라는 애칭으로 골려주려는 순간, 모든 인원이 다 출근한 것을 확인한 제닌이 모두에게 회의실로 모일 것을 지시했다. 아. 오늘이 그 날인가? 수사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진행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게 권고되기는 하지만 불가능하면 온라인으로 참여도 가능하다. 모두 다 우르르 회의실로 몰려갔다. 보통 회의는 매우 짧게 진행된다. 각자 맡은 사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윤수와 린, 반이 가장 먼 자리 쪽에 앉았다. 모두가 다 앉으니 마지막에 수사대장 조셉이 들어왔다. 여전히 기세만으로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게다가 오늘은 표정이 평소보다도 더.. 엄청난 것 같다. 인사치레도 없이, 대장은 벽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로 뭔가를 띄웠다. 메시지인 것 같다. 읽기도 전에 수사대장이 입을 열었다.

 

  “요주의 단체로 내가 저번에 지목했던 ‘다소’에 대해 다들 기억하겠지? 거기에서 대규모 테러를 자행하려 하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래서 수사대 인원을 나눠서 테러방지팀을 꾸릴 예정이다.”

 

  다소. 린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저번 주 회의 때 수사대장이 강조했던 단체다. 현실과 D월드 모두에 테러를 가하는 단체로, D월드의 완전한 소멸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는 단체가 흔하지 않은데 점점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수사대에도 큰 적으로 불리는 단체.. 그런데 대규모 테러라니.. 대체 어딜 어쩔 생각이야? 린은 긴장한 얼굴로 수사대장의 말을 기다렸다.

 

  “자세한 건 테러방지팀에게 이야기하겠지만, 아무래도 테러 대상은 D월드에 있는 ‘리슈베르’ 본사인 것 같다. 저번에 ‘헨델’을 공격했으니 순서대로라고 말해야 하나.”

 

  헨델과 리슈베르.. 이 두 회사는 D월드 관련 상품과 VA를 만들어 내는 대기업이다. 두 기업의 분야가 거의 비슷해서 이쪽 방면에서는 쌍벽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보니 수사대가 맡는 용의자들은 이 두 회사를 정말로 많이 싫어했다. 작게는 벽에 계란을 던지는 수준에서 심하게는 이렇게 테러까지 자행할 정도니 말이다. 현실에서 헨델과 리슈베르는 D월드 관련 상품, VA를 담당하고 있지만, D월드에서는 눈부신 과학기술발전으로 D월드를 이끄는 기업들이다. 쉽게 말하면 D월드에서든 현실에서든 대기업이라는 건 똑같다. 어느 새 화면에는 목록이 떠 있다. 아무래도 테러방지팀을 대장이 미리 짜온 것 같다.

 

  “이번 테러방지팀은 제닌 부대장이 이끈다. 소속 팀원들에게는 문자가 갔을 테니 이번 회의가 끝나고 부대장과 다시 이야기해보도록.”

 

  그리고 이어진 회의는 별다를 것은 없었다. 린도 이제 3개월차이기 때문에 윤수의 보조 딱지는 뗐다. 그렇다고 해서 단독수사를 맡기지는 않았다. 이래저래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반과는 한 번도 같은 사건을 맡은 적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린과 반은 서로의 VA를 본 적이 없었다. 회의가 끝나고 수사대원들이 모두 핸드폰을 확인했다. 린은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자신이 여기에 들어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수사대장이 나가고, 제닌이 컴퓨터 앞에 서서 수사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테러방지팀은 남아.”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나가기 시작하고, 린은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수사대원들인데.. 왜 가장 초보인 자신이 여기에 들어가 있는 건지 아주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배치 받은 것이고, 가능하다면 잘 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반도 나가지 않았다. 반도 이 팀에 들어가게 된 모양이었다. 팀원은 총 여섯. 꽤 대규모인 셈이다. 제닌은 사람들을 쭉 보더니만 미소를 보였다.

 

  “그럼 사건 브리핑을 할게. 이번 테러를 주도하는 건 다소에서도 행동대장으로 불리는 놈이야. D월드 테러를 주로 주도하는 인물인데, 이놈만 잡아도 다소는 크게 휘청거릴 거야. 그래서 이번 작전이 정말 중요해. 목표로 삼고 있는 건 D월드에 있는 리슈베르 본사. 정확히는 안수즈 플랜트 1구역이야. 이 건물에 돌아다니는 VA 수만 해도 200명은 족히 돼. 다소의 궤멸도 걸려 있지만, 200명의 목숨도 달려 있는 거라고. 절대 잊지 마.”

 

  화면에 안수즈 플랜트 1구역이 보인다. 그리 넓은 부지는 아니다. 하지만 1구역이라고 한다면 회사들이 모여 있어 인구밀집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만약 폭탄테러를 성공하게 되면, 리슈베르 건물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심하게 다칠 것이다. 제닌은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사람들을 다시 분산했다. 리슈베르 근처에서 동선을 파악할 사람 한 명, 다소의 움직임을 파악할 사람 두 명. 그리고 나머지는 리슈베르와 협력하여 그 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린은 그 중에서도 다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쪽으로 배치되었고, 반은 제닌과 함께 리슈베르와 협력하는 팀에 들어갔다.

  린은 자신과 함께 배치된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얼굴은 아는데 이름까지는 잘 모르기에 일단 린은 그에게 먼저 걸어갔다. 생긴 것은 매우 온순하게 생겼는데,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화가 나 보이기도 했다. 린이 그쪽으로 걸어가니,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컴퓨터 화면에 뭔가를 띄웠다. 일단 다소라는 단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적힌, 다소와 관련된 파일인 것 같다. 다소에 대해선 린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워낙 큰 조직이라 정보국에 지원할 걸 준비하면서도 눈여겨보았던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 때 어디선가 기계음이 들려왔다.

 

  「다소는 여태까지 활동 자체가 광범위했음. 하지만 이번에 주도하는 행동대장의 경우 극단적으로 D월드만 테러하는 경향이 있음. 이번 테러를 성공하면 테러가 좀 더 대범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막아야 함.」

 

  아무래도 글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 같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는 아니었다. 린은 약간 당황한 얼굴로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된 그 사람을 보았다. 그는 린을 보더니만 린이 놀란 걸 알았는지 다시 뭔가를 재생했다.

 

  「난 케이프. 다소 사건을 오랫동안 담당함. 성대에 문제가 있어 말은 하지 못함.」

  “아, 네. 린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타자를 빨리 쳐야 해서 문장이 완성되지 않는 모양이다. 케이프는 린의 자기소개에 미소를 보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린에 대해선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곧 케이프는 화면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띄웠다. 웬 콧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다. 중절모 같은 것을 쓰고 있고, 전형적인 범죄자처럼 생긴 50대 정도의 사람이다. 왼쪽 뺨에는 흉터도 하나 있다. 화면에 뜬 것은 직접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CCTV가 찍은 것 같은 모양이다. 케이프의 인공적인 목소리가 다시 울린다.

 

  「이번 사건의 주도자로 추정되는 다소의 행동대장 ‘샷건’. 이 모습은 VA이며, 현실세계에선 아직 목격된 바 없음.」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의 행동대장인 샷건은 D월드에서만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현실세계 쪽 사람인 건 분명한데, D월드에서 활동하는 모습만 보였기 때문에 아직 현실에서까지 추적하지 못한 것 같다. 일단 눈에 굉장히 띠는 VA다. 전형적인 범죄자의 얼굴이기도 하고.. 린은 샷건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들었다. 그가 여태까지 저지른 테러활동은 꽤 광범위하다. 아까 케이프가 다소의 활동이 광범위했다고 말할 만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가볍게는 D월드 내의 은행을 터는 것부터(이게 가장 가벼운 범죄였다.) 심하게는 사람들에게 직접 해를 가하기도 했다. 린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보았던 정보탐색꾼 사건도 많이 저지르는 것 같다. 하긴, VA를 훔쳐 파는 건 돈이 되니까 테러에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다는 면에서 하는 거겠지? 악질 집단이구만. 린이 그렇게 생각하곤 케이프에게 물었다.

 

  “그럼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은 뭐예요? 다소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건..”

  「다소가 일을 벌인 만큼 아지트의 위치도 알고 있음. 그쪽의 동향을 파악하면 됨.」

 

  화면에 또 다른 곳이 떴다. D월드는 ‘플랜트’라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쉽게 말해서, 각 구획이 ‘플랜트’로 구별되고 있으며, 그 구별하고 있는 명칭은 현실세계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으며, 같은 대륙의 도시 개념이 아니라 각각 다른 나라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한 대륙에 붙어 있는 구역 이름들이지만, D월드에선 다른 국가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화면에 뜬 것은, 그 D월드에서도 공업화가 주로 이루어져서 거주지역이 거의 없는 오틸라 플랜트였다. 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데에다가 아지트를 뒀다고요? 여기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돌아다니면 눈에 띄기 쉽잖아요. 바보가 아닌 이상..”

  「거주지역이 따로 없기 때문에 보안망이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함. 공장 하나를 운영하면서 거기 노동자로 눈가림을 하고 있음.」

 

  그런 정도라면 이해가 가긴 하지만.. 굳이 공장 하나를 차지하면서까지 저런 데를 아지트로 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확실한 정보인 것 같다. 게다가 방금 전에 린 자신이 말한 것처럼,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외부인이 들어가면 곧장 눈치 채기도 쉽다. 아무래도 그런 이유 때문에 아지트로 선정한 것도 있는 것 같다. 공장지역에 노동자로 꾸미고 돌아다니고 있다면.. 린은 곧 좋은 생각이 난 듯 케이프에게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도 거기에 잠입하려면 노동자로 들어가야겠네요.”

  「그래서 리슈베르의 협조요청을 받으러 간 것. 가장 가까운 공장 중 하나가 리슈베르 소유.」

 

  물론 D월드이기 때문에 현실세계에서도 감시한다면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공장지대이기 때문에 CCTV 설치비율 자체가 거주구역과 차이가 심하다. 그래서 접속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은 편이다. 그래서 직접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린은 자신이 말했으면서도 긴장했다. 다소는 테러를 가하려는 단체니까, 여태까지 접했던 범죄자들과는 질이 다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케이프는 린에게 리슈베르의 공장의 허가를 받으면, 거기에 잠입해 들어가 다소의 동향을 살피는 것만 생각하라고 설명해주었다. 그곳에서 잡으려는 건 오히려 작전을 망칠 수 있다면서 섣불리 잡으려 들지 말라고 조언한 것이다. 린은 처음 수사를 하게 되었을 때 혼자 날뛰었다가 오히려 다칠 뻔한 걸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선배들의 조언을 잘 새겨듣고 있다. 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케이프는 다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반이 린에게 연락을 해왔다. 리슈베르로부터 협조를 받아냈다는 이야기였다. 공장지대를 감사하러 가는 본사 사람으로 위장하여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답이었다. 린은 잘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나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케이프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자 내일 오전 중에 접속하자고 말했다. 그 사이 케이프는 린에게 자신의 VA 모습을 전달했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의 VA이다. 케이프도 덩치가 꽤 있는 편이지만, VA는 좀 더 힘을 잘 쓰게 생긴 남자였다. 목소리가 다친 건 애초에 케이프의 성대이기 때문에 VA도 말을 하려면 음성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대화하는 건 린에게 맡기겠다고까지 말했다. 그 말이 린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린은 잠시 고민했다. 어떤 모습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까. 상황상 성별은 상관이 없을 것 같았지만.. 변형VA의 장점은 모습을 고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니 그걸 이용해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그래서 케이프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의외로 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 VA야 다소가 알고 있으니 최대한 모를 법한 모습으로 바꾼 거지만, 너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러지 않아도 됨. 하던 VA 그대로 사용해도 됨.」

  “그러면 제 VA는 이 모습일 거예요.”

 

  린은 전에 접속했을 때 찍어둔 이미지를 케이프에게 보여주었다. 케이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접속했을 때 사용했고, 최근에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금발 백인 여성 모습의 VA이다. 자주 사용한다고는 했지만 린의 접속 횟수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었으므로 그리 알려진 VA는 아니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린도 이 모습으로 접속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때, 작전회의를 한 번 더 하고 퇴근을 하려는데, 체첸이 나타났다. 린은 또 다시 체첸이 숙제를 내주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는지 이제는 별다른 말도 없이 매우 귀찮아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체첸은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지금은 린이 꽤 중요한 수사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들어서, 그래서 찾아온 것이었으므로 그걸로 꼬투리를 잡진 않았다.

 

  “루나, 잠입 갔을 때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네?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말해봐.”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대답해보라는 표정이어서 린은 체첸이 뭔가 원하는 답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일 잠입한다는 걸 알고 온 것 같다. 대체 정보국장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물론 이번 작전이 수사대에서도 보안부에서도 꽤 큰 건이긴 하지만 린을 따로 찾아와 이런 말을 할 수준인지, 린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했다.

 

  “안 들키는 거요.”

  “아냐. 물론 그것도 중요해. 들키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관찰이야.”

  “…국장님, 장난하세요? 수사에서 진짜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요.”

  “그래, 기본이지. 그런데 너무 기본이다 보니 잊기도 쉽잖아. 그걸 상기하게 하려고 온 거야. 오늘 숙제는 따로 없어. 내일 수사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돼.”

 

  체첸이 다시 평소의 그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린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체첸은 걱정이 되어서 온 것 같았다. 아무리 체첸과 매일 티격태격 하더라도 걱정해주는 가족이라는 걸, 린도 잘 알고 있었다. 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체첸은 그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 웃었다.

 
작가의 말
 

  새로운 사건에 들어가게 된 린입니다. 다른 수사대원 케이프와도 만나게 됐네요. 테러를 잘 막을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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