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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1 두 세계 - 02
작성일 : 17-12-10 22:45     조회 : 332     추천 : 1     분량 : 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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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웅크린곰의 가슴을 채운 것은 안타까움이나 슬픔이 아니었다. 피를 보자 갈증이 싹 가시는 게 느껴졌고, 난도질당한 채 차갑게 식은 시체를 보자 몸이 달아올라 곰 가죽이 필요 없었다. 심장을 흥분이 가득 채웠다. 여름 태양에 달구어진 돌보다 더 뜨거웠다.

 “어디서 발견했지?”

 “경고의 창 부근에서 발견했네.”

 “누가 그랬는지는 알고?”

 노인이 화살을 내밀었다. 뼈를 깎아 만든 화살의 촉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촉의 반대편 끝에 있는 깃털은 푸른색이었다.

 “오직 크로우 놈들만이 푸른색 깃을 쓰지.”

 웅크린곰은 화살을 받아들어 쓱 훑어보았다. 보고 말 것도 없었다. 크로우족의 것이 분명했다. 그가 속한 붉은 곰 씨족, 더 나아가 수우 부족의 숙적이었다.

 “경고의 창에 시체를 놓아둔 것으로 보아, 놈들은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던 게 분명해.”

 웅크린곰이 노인의 말에 피식 웃으며 내뱉었다.

 “경고? 무슨 경고.”

 “함부로 자기네들의 사냥터를 침범하면 안 된다는 경고. 아마 뛰어오르는 사슴이 놈들의 사냥터에....”

 “그런 건 알 것 없어.”

 웅크린곰이 무릎을 피면서 일어났다. 꼿꼿이 선 채로 모여든 부족원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주변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우리 형제가 당했다.”

 그 말에 군중들은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조용했다. 노인부터 아이까지. 새까만 눈으로 부족원들을 한 번 훑은 웅크린곰은 덤덤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원을 받겠다. 나와 같이 갈 두 명만 자원해라.”

 젊은이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심지어 아이들도 손을 들었다. 두 명이라는 인원수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자원하자, 이번에는 손을 든 사람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들었다. 웃기지 마라. 한 발 늦은 주제에. 싸움이 격해질 기미를 보이자 웅크린곰이 제지했다.

 “미친 사슴과 굴러가는 바위가 제일 빨랐다. 그들이 나와 같이 간다.”

 비쩍 마르고 눈망울이 사슴처럼 큰 남자가 “호우!”하며 환호성을 내질렀고, 퉁퉁하고 묵직해 보이는 남자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웅크린곰과 같이 가게 된 두 명의 전사였다.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실망의 한숨이 퍼져 나갔다. 부족 최고, 아니 어쩌면 부족 역사상 최강의 전사일지도 모를 웅크린곰과 함께 하는 전투는 그 자체만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영광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전투도 드물어졌고, 그렇기에 명성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던 때였다.

 “언제 출발하나, 웅크린곰?”

 “해가 뜨자마자 곧바로.”

 웅크린곰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꽤나 새파랗게 변해 있었지만 아직 나무들 위로 해가 떠오르려면 멀었다. 그 사이 준비를 갖춰오라는 뜻을 전사들은 바로 깨달았다.

 출격이 확정되자 아이들이 웅크린곰에게 달려들었다. 묻는 것은 언제나 똑같았다. 이번에는 머릿가죽을 몇 개 가져올 건가요? 적의 말을 몇 필 약탈해올 건가요? 이런 것들이다.

 “시끄럽다, 이 녀석들. 냉큼 사라져라! 뭐가 그리 기쁘다고 날뛰는 게냐.”

 노인이 지팡이를 휘두를 것처럼 치켜들자 아이들이 우르르 도망쳤다. 다시 지팡이를 짚은 노인은 한숨을 한 번 깊게 내쉬었다. 난도질당한 시체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뛰어오르는 사슴은 훌륭한 전사였지. 자네도 마음 상심이 클 것이라 생각하네.”

 웅크린곰은 대답 대신 입술을 들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와 눈을 맞추고 있던 노인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영혼에 위대한 신비의 가호가 있기를.”

 “위대한 신비의 가호가 있기를.”

 웅크린곰은 대답하고 돌아섰다. 자신의 천막으로 향하면서 그는 노인의 말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상심이라니? 천만에. 오히려 죽어 줘서 기뻤다. 그에게 새로운 전투의 기회를 제공해줘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요즘에는 워낙 전투가 드물었다. 크게는 수우 족이 지역의 패권을 잡고, 크로우족은 척박한 땅으로 쫓겨 나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작게는 웅크린곰의 존재 때문이었다. 설사 크로우족이 수우 족을 습격한다 해도, 그가 속한 씨족은 절대 습격 받지 않았다. 웅크린곰이 반드시 찾아와 그들의 머릿가죽을 벗겨버릴 것이란 공포 때문이었다.

 오래 전부터 웅크린곰은 자신의 본능을 따라왔다. 전투가 있으면 반드시 참전하고, 적에게는 한없이 잔인해졌다. 전투와 살인이라는 욕망을 한껏 채워왔고, 덕분에 욕망을 채울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잔인한 역설이었다.

 웅크린곰은 천막 안으로 들어와 세심하게 무기를 골랐다. 적의 두개골과 뇌를 한꺼번에 부숴버릴 곤봉, 적의 심장을 꿰뚫어버릴 물푸레나무 창, 후려쳐서 적의 이빨을 박살내놓을 방패. 그리고 적의 머릿가죽을 깔끔하게 발라낼 칼까지.

 “웅크린 곰!”

 천막 문이 확 열리더니 찬바람과 함께 열두 살 가량의 소녀가 들어왔다. 웅크린곰은 고개를 돌렸다. 사슴가죽으로 만든 통옷을 입고 모카신을 신은 모습은 부락의 다른 소녀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소매 밖으로 나온 피부는 달빛보다 하얬으며, 머리칼은 은색이었고 눈동자는 푸른색이었다. 검은색 머리칼에 검은색 눈동자 일색인 부락에서 매우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혈연관계가 얼마나 있는가가 아니라 평소에 같이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로 가족관계를 따진다면, 새벽별이라는 이름의 하얀 소녀는 웅크린곰의 유일한 가족이라고 할 만한 자였다. 하지만 웅크린곰은 ‘왜 온 거냐?’식의 눈빛을 한 번 던질 뿐, 새벽별에게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

 “들었어요. 뛰어오르는 사슴을 죽인 크로우족을 쫓으러 간다면서요?”

 “그랬지.”

 “꼭 당신이 가야 했나요? 기회를 기다리는 다른 사냥꾼들도 많아요. 그들에게 기회를 줘도 나쁘지 않았을 건데, 헌데 왜....”

 “시끄럽군. 숲에서 이틀 넘게 지내야 하니 말린 고기와 감자 좀 싸 줘. 그리고 주술사 노인네에게 부탁해서 약초도 좀 얻어 오고.”

 “사냥해서 먹어요!”

 “놈들을 쫓으려면 사냥 따위로 낭비할 시간이 없어.”

 “....알았어요. 그게 다에요?”

 “아, 그리고 물도 채워 와 줘.”

 웅크린곰이 가죽 물통을 건네주며 말했다.

 출전할 때면 일상에 가까운 실랑이였다. 새벽별은 언제나 찾아와 따져대지만 웅크린곰이 전투를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출전에 앞서 이런저런 물건을 준비해달라고 하면, 새벽별은 군소리 않고 곧바로 준비해 주었다. 할 일이 줄어드니 웅크린곰으로써는 잠깐의 말싸움정도야 견디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해 줄 테니 한 가지만 약속해줘요.”

 새벽별이 가죽 물통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웅크린곰은 무기를 내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뭐냐?’하는 눈빛을 보냈다.

 “절...절대 놈들에게 죽지 마세요.”

 그 말에 웅크린곰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죽는다니? 감히 누가 자신을 죽인단 말인가. 솔직히 말한다면, 자신을 죽일 수 있을 만치 강한 전사가 있었으면 하는 게 그의 심정이었다. 비리비리하고 약한 적들만 상대하는 것도 이제 신물이 났다.

 “죽을 때가 되면 죽겠지.”

 웅크린곰은 무심하게 내뱉었다. 새벽별의 새하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런 말, 최악이에요!”

 새벽별이 씩씩대며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서도 가죽 물통은 야무지게 챙겨 나갔다. 아마 무기를 챙겨서 나갈 때쯤에는 모두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하여 그는 느긋하게 무기를 하나하나 만져보면서 최고의 무기를 골랐다. 성인식 때 받은 방패, 2미터에 달하는 물푸레나무 창, 손도끼 두 개, 날카롭고 예리한 쇠칼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나.

 웅크린곰이 천막 밖으로 나가자 거기에는 말린 고기, 건포도, 삶은 감자를 싼 주머니와 꽉 채워 팽팽한 물통이 놓여 있었다. 본인은 어디 갔나 보니 저 멀찍이 있는 천막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웅크린곰과 눈이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웅크린곰은 주머니를 허리춤에 묶었다. 이제 말을 고를 때였다. 매어둔 다섯 마리의 말 중에서 택한 것은 ‘살찐 턱’이라는 이름의 말이었다. 남쪽의 ‘와시추’라는 종족이 키웠던 말이라던데, 유난히 근육이 잘 발달하고 키가 컸다. 주인 또한 탄탄한 몸에 다른 부락원보다 우월한 키였기에 둘은 알맞는 조합이었다.

 “웅크린 곰! 준비 끝났나? 나는 끝났네!”

 미친 사슴이 촐싹거리며 말을 끌고 왔다. 무기 고르는 데보다는 치장에 더 집중했을 법한 모습이었다. 머리에는 독수리 깃털을 꽂았고 얼굴은 온통 푸른색으로 칠했다. 몸에는 자신의 수호 동물인 도요새를 여러 마리 그렸는데, 솜씨가 좋았다. 아마 천막 안에서 아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할 어머니의 솜씨이리라.

 “출격하기 전, ‘손을 떠는 자’를 찾아가봐야 하지 않겠나! 그가 좋은 주술을 내려줄 것이네.”

 웅크린곰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럴 시간이 없다. 해가 뜨면 곧바로 출발한다.”

 “하지만 강한 주술이 있을수록 적들을 빨리 찾을 수 있지 않겠나! 만약 독수리의 주술을 받는다면....”

 “나와 같이 있는 것이 곧 강한 주술이다.”

 웅크린곰이 말했다. 듣기에 따라 건방지다고까지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미친 사슴은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으니까.

 얼마 안 있어 굴러가는 바위도 합류했다. 온갖 화려한 치장을 두른 미친 사슴과 달리, 그는 가죽끈으로 만든 가리개 하나만 입고 나왔다. 짜리몽땅하고 통통한 몸에는 회색 염료를 칠했는데 보기에 따라 꼭 짱돌 같아 보였다.

 웅크린곰은 말에 올라탔다. 굴러가는 바위와 미친 사슴도 뒤를 따랐다. 어느새 모여든 부락의 여인들이 옥수수 가루가 담긴 자루의 입구를 풀었다. 방패에 옥수수 가루를 뿌리는 것은 전투에서의 행운을 암시했다.

 몇몇 여인들은 웅크린곰의 몸에도 염료를 칠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손을 저어 물렸다. 그에게 있어서 염료란 하나밖에 없었다. 적의 새빨간 피.

 셋은 말을 몰아 부락 한가운데를 통과했다. 아이들이 꺅꺅거리며 따라왔고 원로들은 지팡이로 땅을 치며 목청을 떨었다. 뽑히지 못한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자원했다. 만일 웅크린곰의 드높은 명성과 권위가 아니었다면, 억지로라도 말을 잡아타고 따라갈 기세였다.

 “세 명으로 되겠어? 내가 같이 가면 안 될까? 난 냄새를 잘 맡아. 늑대가 싸놓은 똥만 보고도 놈이 간 방향을 알 수 있다고. 너도 알잖아?”

 “나도! 나는 활을 잘 쏜다고. 멀찍이 떨어진 나무에 달린 솔방울도 맞춰서 떨어뜨릴 수 있어!”

 이 모든 말들을 웅크린곰은 대충 흘려 넘겼다. 사실 나머지 두 명도 필요 없었다. 그 혼자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만 그는 부족에 속해 있었고, 혼자 행동하는 자는 좋은 싸움꾼이라는 소리는 들어도 좋은 전사라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 그리고 전투에 나갈 사람을 뽑을 때 우선순위는 싸움꾼보다는 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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