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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1 두 세계 - 01
작성일 : 17-12-10 22:33     조회 : 362     추천 : 1     분량 : 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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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 세 구를 당나귀에 실은 세 명의 총잡이는 술집을 나섰다. 비는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질척한 진흙 바닥은 늪처럼 장화를 끌어당겼다. 어두컴컴한 밤. 바람에 삐걱삐걱 흔들리는 상점의 등불만이 앞길을 비추어 주었다. 그나마도 마을에서 멀어지자 붉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셋은 캄캄한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결국 제인이 기름 값 아깝다고 투덜거리면서 등불을 꺼내 시야를 밝혔다.

 우중충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낮에는 먹구름이 가득 끼고, 밤에는 비가 내리는 날씨가 반복되었다. 시체 때문에 역마차도 얻어 타지 못했다. 하루 종일 진창을 걷고 밤에는 추위에 떨며 담요 하나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황야를 이틀 내리 걸은 끝에야 그들은 기마경찰 사무소에 도착했다. 3층 건물인 사무소 안에서는 붉은색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모닥불가에 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팔자 늘어졌네, 망할 놈들.”

 제인이 욕을 내뱉었다. 웨던은 모자를 벗어 빗물을 한 번 털어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문가에 가까이 있던 기마경찰이 문을 열었다. 당연하겠지만 진흙투성이에 축축하게 젖은 세 명의 나그네를 보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는 구빈원이 아니오.”

 “누가 구걸한대? 열불나게 뒤치닥꺼리 하고 왔구만.”

 제인의 독설에 기마경찰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인간들을 어디서 봤더라, 하고 잠시 기억을 더듬던 그가 아. 하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삼 주 전에 찾아왔던 자들이군. 그래, 이번에는 한 건 올렸소?”

 “마적단 두목과 측근 둘을 잡았어요. 이름은 둠노릭스고요.”

 카슨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수배지를 내밀었다. 그 사이 웨던이 당나귀의 목줄을 끌고 왔다. 부직포 자루에 담긴 세 구의 시체. 흠뻑 비를 먹은 자루의 무게 때문인지 당나귀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의례적인 절차가 오갔다. 시체의 얼굴을 확인하고, 상황 설명을 듣고, 현상금을 건넸다. 양심 없는 기마경찰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현상금 떼먹기가 일수였지만, 적어도 이곳은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곳이었다면 시체를 가져다 바치지도 않았겠지만.

 “그럼 계속 수고하시오.”

 억양 없는 목소리로 내뱉은 경찰이 문을 쾅 닫았다. 일시 중지되었던 카드게임이 재개된다. 경찰들은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와 기름이 줄줄 흐르는 양고기를 느긋하게 즐겼다.

 카슨은 창문 너머 경찰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시선은 따뜻한 음식이나 술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그들이 입은 제복이었다. 커먼웰스군의 군복과 거의 비슷한 붉은색 제복. 얼핏 보면 흔해빠진 붉은색 모직 코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입은 것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국가의 권위였고 힘이었다.

 “가자, 꼬맹아. 근처 술집에 가서 몸이나 녹이자꾸나.”

 웨던이 카슨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카슨은 처마 밑에서 벗어나 다시 쏟아지는 비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개척지에 지어진 마을은 백이면 백 거의 같은 모습이다. 통나무로 쌓아올린 거친 집들, 마을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비포장도로. 상점 밖에 자랑하듯이 늘어놓은 나무통들과 건초더미. 오늘 같은 밤에는 처마에 매달려 삐걱거리는 고래기름 등불들도 볼 수 있었다.

 셋은 옷깃을 여미고 가장 가까운 여관으로 내달렸다. 상당수의 여관은 술집도 겸하고 있었다. 제인은 <술취한 개척자>이라는 상호를 내건 여관의 문을 열어젖혔다. 녹슨 경첩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안으로 들어서자 태워먹은 소시지 냄새, 독한 술 냄새, 담배 냄새, 홀아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미 셋에게 익숙한 냄새였다.

 “아, 따뜻해서 좋다!”

 제인이 겉옷을 벗어 물기를 탈탈 털며 외쳤다. 여관 안에 꽉 차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손님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다들 추레하고 빛바랜 겉옷에 진흙 묻은 장화를 신은 개척지의 전형적인 노동자들이었다.

 이미 좋은 자리는 모두 찼다. 셋은 모닥불에서 좀 떨어진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에 담뱃진과 맥주가 눌러 붙어 있었지만 별 상관하진 않았다. 비쩍 마르고 소매가 늘어진 옷을 걸친 소년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야, 꼬마야. 여기서 제일 비싼 게 뭐냐?”

 제인의 말에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꼭 해골 같았다.

 “술 말이에요?”

 “음식이든 술이든 제일 비싼 거! 언니가 말이야, 오늘 돈을 좀 벌었다? 주머니가 두둑해서 네가 뭘 말하든 죄다 살 수 있어.”

 “한심하군. 어린아이에게 돈 자랑을 하고 싶나?”

 웨던이 혀 차는 소리를 냈다. 카슨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님, 주문하기 전에 돈부터 나누죠. 각각 1/3씩 말입니다.”

 “뭐? 그게 무슨 재미없는 말이야, 꼬맹아. 고생했으니 오늘은 셋이서 실컷 놀아야지!”

 “누님 돈으로 노세요. 전 비싼 음식도 필요 없어요. 감자수프랑 검은 빵 하나면 되거든요.”

 마음껏 쓸 생각만 하고 있었는지 제인의 이마에 주름에 잡혔다. 모두의 돈이라면 펑펑 써도 자기 돈이면 더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소년은 ‘도대체 뭘 어쩌겠단 거냐?’하는 표정으로 제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잠시 동안 주사위를 굴려 보던 제인은 결심했다는 듯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젠장. 내가 쏜다. 그럼 됐냐?”

 “나도 좀 보태지. 이번 일에 꼬맹이가 제일 위험을 감수했으니.”

 웨던이 거들었다. 하지만 카슨은 손을 내저었다.

 “아뇨, 두 분 다 저를 위해 돈 쓰실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로써는 누군가가 공짜로 사준다는데 거부한다는 선택지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전 잘게요. 너무 피곤해서 말이죠.”

 “뭐? 저녁도 안 먹고?”

 “배고프지 않네요.”

 솔직히 빈속에 따뜻한 수프 한 그릇 정도는 채워 넣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카슨은 여관 주인에게 동화를 지불하고 객실 열쇠를 받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마음이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복도 바닥은 지푸라기와 말라붙은 진흙으로 더러웠고, 문을 열고 들어간 객실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났다. 몇 달은 갈지 않은 지푸라기 매트리스에 깔린 담요에선 비린내가 났다. 어떤 관점에서 봐도 쾌적하고 안락한 수면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카슨은 개의치 않았다. 꿈에 빠져들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단 게 중요했다.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운 카슨은 잠을 청했다. 물론 경계를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권총 네 개에 탄약을 모두 채워 넣고 하나는 반쯤 공이를 당긴 채 가슴팍에 올려놓았다. 이어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쉬며 의식을 점점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세상에는 쾌락을 추구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다. 성관계에서, 음식에서, 마약에서, 살인에서....언급하자면 셀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카슨은 자신의 방식은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꿈에서 쾌락을 찾았다.

 꿈속에서, 비쩍 마르고 못생겼으며 불우하기까지 한 16살 소년 베리 카슨은 더 이상 없다.

 

 ***

 

 웅크린곰은 눈을 떴다. 분명히 오랜 시간 잤는데도 불구하고 한 숨도 못 잔 것처럼 머리가 아파왔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해 본 적이 없었다. 꿈을 꾸었지만 한 번도 꿈의 내용이 기억난 적이 없었다. 아주 가끔 꿈속에서 푸른 연기가 보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끄응.”

 신음소리를 내며 곰가죽 깔개에서 몸을 일으켰다. 목이 텁텁하고 입은 바짝 말라왔다. 곧바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버팔로 가죽으로 만든 천막 벽에 걸린 창, 방패, 가죽옷, 모카신, 독수리 깃털이 눈에 들어왔다.

 원하던 것을 찾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슴의 방광으로 만든 물주머니. 입을 대고 꿀꺽꿀꺽 마시니 갈증이 좀 가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갈증은 마치 모닥불의 불씨처럼 몸 안에 남아 있었다. 불씨는 물로 끌 수 있으나, 그의 갈증은 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천막의 천장, 연기가 빠져 나가는 구멍에서 약한 빛이 새어 들어온다. 보아하니 이른 아침이다. 보통이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시간대다. 하지만 웅크린곰은 몸에 곰 가죽을 걸치고 일어났다. 오늘따라 밖이 유난히 시끄러웠던 탓이었다.

 천막의 문은 나뭇가지에 물소 가죽을 붙여 고정한 엉성한 물건이다. 문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와 보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 왔다. 오십여 명 정도 되는 부락 사람들이 한데 나와 있었다. 강에서 물을 떠오는 여인들을 제외하면 이른 아침에 나오는 사람은 없다. 즉 무슨 일이 터졌다는 것이었다.

 “에에에에에!!”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인파에 묻혀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중년 여인의 목소리였다. 저런 목소리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은 한 가지밖에 없다. 친인척의 죽음. 당사자에게는 슬픈 일이겠지만, 웅크린곰은 왠지 모를 흥분으로 몸이 바싹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웅크린곰! 웅크린곰이 일어났어요!”

 헐벗은 아이들이 진흙을 묻힌 채 쪼르르 달려왔다. 아이들은 그를 에워싼 채 “웅크린 곰! 웅크린 곰!”하고 노래를 불러 댔다. 마을의 원로들과 여인들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웅크린곰은 그들의 눈빛을 보고 자신의 추측이 옳다는 것을 확신했다.

 “가라.”

 웅크린곰이 손을 한 번 내젓자 아이들이 우르르 물러났다. 몰려든 사람들은 웅크린곰이 다가오자 하나 둘씩 물러서서 자리를 내주었다. 인파 중앙에 놓여 있는 피투성이 시체가 드러났다.

 중년 여인은 아직도 목청을 울리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웅크린곰은 걸치고 있던 곰 가죽을 벗어 여인에게 덮어 주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다. 몇몇이 울고 있는 여인을 부축해 멀찍이 떨어졌다. 울음소리가 좀 줄어들자, 웅크린곰은 온전히 시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시체는 끔찍했다. 정수리 부근의 가죽은 벗겨져서 새빨간 두피와 하얀 두개골이 드러나 있었고, 몸에는 난도질당한 흔적이 가득했다. 손 하나와 발 하나는 깔끔하게 잘려 나가 있었다. 맹수가 할 짓이 아니었다.

 “알아볼지 모르겠지만....뛰어오르는 사슴이네.”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말했다. 알고 있었다. 큰 동물을 잡아오겠다고 떠난 후 사흘 넘게 안 돌아오던 그였다. 웅크린곰과도 여러 번 교류가 있었고, 함께 사냥에 나서 회색곰을 잡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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