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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17-12-10 22:31     조회 : 593     추천 : 1     분량 : 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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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을을 맞아 한창 비가 쏟아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길은 순식간에 진흙탕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술집으로, 여관으로 대피했다. 워낙 순식간에 온 비라서 그런지 웬만한 건물의 바닥은 진흙 발자국 세례를 면치 못했다. 개척지에서 흔히 보이는 술집인 <미쳐버린 암말>의 새로 깐 떡갈나무 바닥판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장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헝겊을 들어 잔만 뽀득뽀득 닦았다. 정작 닦아야 할 것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딸랑딸랑

 문이 열리며 매달아 둔 종이 울렸다. 주인은 고개를 들어 새로 들어온 손님을 바라보았다. 이 진흙탕에서 구르다 온 사람이 으레 그렇듯, 흙으로 떡진 가죽 장화에 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가 막 발을 들여놓으려던 순간, 주인이 잔을 내려놓고 소리쳤다.

 “이보쇼, 신발 좀 닦고 들어오지.”

 들리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무시한 건지. 손님은 진흙 묻은 장화를 끌고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쾅 닫기며 종이 한 번 더 울렸다. 주인은 “저, 저, 어머니 안 계신 놈의 새끼.”라고 연신 중얼거리면서 다시 닦던 잔으로 눈길을 돌렸다.

 손님은 키가 작았다. 웬만한 남자들과 비교해서도 거의 머리 하나쯤은 작았다.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회색으로 반짝이는 두 눈만 보였다. 손님은 진흙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오다 갑자기 멈춰 서서 주위를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술집은 시끌벅적했다. 개척지에서 흔히 보이는 못 배워먹고 거친 남자들이 가득한 탓이리라. 서로 오가는 대화에 부모의 안부가 안 들어가면 섭했다. 오른쪽에서는 더러운 금발머리의 젊은 여자가 담배를 뻑뻑 피워가며 남자들과 카드게임을 하는 중이었고, 왼쪽에서는 30대 정도의 남자가 회색 모자를 쓴 채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주 잠깐 모자를 들어 올릴 때 모닥불의 불빛이 비친 걸로 보아, 그는 대머리였다.

 “언제까지 우두커니 서 있을 거야? 뭐 시킬 건데?”

 주인이 바 너머로 크게 소리쳤다. 그제서야 손님은 걸음을 옮겨 바를 향해 걸어왔다. 바 앞에 놓인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은 그가 주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빤히 봐? 재수 없게.”

 “주인장, 이름이 뭡니까?”

 “망할. 내 이름은 알아서 뭐 해.....아니, 잠시만. 목소리가 왜 그래? 그 머플러 한번 내려 봐.”

 주인이 컵을 탁 내려놓고 손님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도 손님의 코트에서 떨어진 빗물이 목제 바닥에 떨어져 물웅덩이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제 머플러는 내려서 뭐 합니까?”

 “네 목소리가 완전 애새끼 목소리잖아. 혹시 여자야?”

 “기대하시고 계셨다면 미안하군요. 아닙니다.”

 손님이 천천히 머플러를 내렸다. 그러자 수염 한 톨 안 난 소년의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개척지 소년들이 흔히 그렇듯, 얼굴은 때투성이에 지저분했고 입술 사이로 보이는 이빨은 하얗다기보다는 누랬다.

 “니미럴, 애새끼들에게는 술 안 팔아. 여관 아줌마에게 가서 젖이나 달라고 해.”

 “그렇게 맘씨 좋으신 아주머니는 안 계시더군요. 그나저나 이름이 뭡니까?”

 “고추도 안 까진 애송이가 내 이름은 알아서 뭐 해? 우유나 한 잔 가져다 줄 테니 마시고 꺼져.”

 “개척지의 술집 주인이라서 입이 더러우신 겁니까. 제가 보기엔 아닌데요. 그렇게 더러운 입으로 이곳에서 장사하다가는 총 맞고 돌아가시기 딱 좋겠군요.”

 소년이 머플러를 완전히 벗어서 바 위에 올려놓았다. 술집 주인은 얼빠진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본업은 술집 주인이 아니시죠? 마이클 히긴스 씨?”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나고 싶구나. 네 진흙 장화를 입에 쑤셔 넣어 주마.”

 “본명도 마이클 히긴스 씨가 아니고요. 둠노릭스 씨.”

 소년이 오른손으로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펴서 바 위에 올려놓았다. 탕 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그 소리에 술집 주인, 둠노릭스가 잠시 당황한 새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소년의 왼손이 공이를 젖힌 권총을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둠노릭스. ‘쿠훌린의 총아들’ 마적단 두목. 강도 50건, 살인 30건, 방화 20건....죽든 살든 현상금 2만 파운드. 하지만 전 커먼웰스의 사법정의를 믿기 때문에, 제 손에 피를 묻히는 것보단 교수형 밧줄에 침을 묻히는 것을 선택하고 싶군요.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총 쏠 줄은 아냐, 애송아?”

 “화약이 비에 젖지 않게 꽁꽁 싸매야 한단 것 정돈 압니다. 불발은 없을 거예요. 자, 어떻게 하시겠어요? 납탄 아니면 밧줄. 선택하세요.”

 둠노릭스는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그의 시선이 잠시 동안 소년 너머의 테이블을 향했다.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의자 끌리는 소리와 함께 술집 손님들의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 총 내려놔라, 이 발랑 까진 꼬맹아.”

 적발의 중년 남자 둘. 빛바랜 프롭코트에 갈색 바지를 입었고, 손에는 장총이 들려 있었다. 동작이 재빨랐던 것으로 보아 이미 장전된 총이리라. 부싯돌 발화식 머스켓은 단시간 내에 장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역시 수배서에 나온 대로군요. 마적단 두목 둠노릭스, 휘하 측근으로 왼손인 디어뮈드, 오른손인 쿠쿨칸이 있음. 각각 현상금 1만 파운드. 고개를 돌려서 얼굴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네요. 수배서에도 얼굴은 안 나와 있었는데 말이죠.”

 “우리는 마적단이 아니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 새끼야.”

 “네. 네. 스스로는 독립군이라고 하고 다니신다면서요. 켈트족 독립군...말이야 좋죠. 그런데 수단이 틀려먹었잖아요. 왜 독립한다면서 같은 민족들에게서 수금하고 다녀요?”

 “독립운동에는 자금이 필요하다, 꼬맹아. 네놈 같은 공화국의 사냥개들이 하고 설치고 다녀서 말이지.”

 “핑계 대지 마시죠. 제가 없었어도 농민들 삥은 뜯었을 거잖아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치 이야기는 집어치워라!”

 둠노릭스가 크게 소리쳤다.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요.”하고 대꾸했다.

 두 개의 총구는 소년을, 한 개의 총구는 둠노릭스를. 잠시 동안의 대치가 이어졌다. 총구가 눈앞에 있음에도 둠노릭스는 별로 기 죽은 표정이 아니었다. 이런 일은 많이 겪어봤다는 듯. 대신 그가 코를 킁 하고 한번 풀더니 소년에게 말했다.

 “모자를 벗어봐라, 꼬맹아.”

 소년은 오른손을 들어 초록색 모자를 벗었다. 켈트족 특유의 붉은색 머리칼이 나타났다. 주인의 머리색과 똑같은 색.

 “다른 민족의 개새끼 노릇이나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굳이 물어보지 않으셔도 제 총구의 방향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개새끼 노릇을 청산하고 우리에게 붙을 생각은 없느냐. 지금 행동은 젊은 시절의 치기로 간주하고 넘어가주지. 잘 선택해라. 네놈이 이승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일 수도 있다.”

 “말이 많으시네요. 그래서 따라갈 거에요, 안 따라갈 거에요?”

 소년이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뒤쪽에서 총을 겨누고 있던 둘이 으르렁거리며 외쳤다.

 “미친 새끼, 총구를 내려라! 아니면 대가리에 바람구멍을 내 주지!”

 협박에도 소년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둠노릭스의 예리한 회색 눈은 소년의 목줄기가 한 번 꿀렁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잔뜩 긴장해서 침 삼킬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대세는 정해졌다. 둠노릭스는 사선을 넘나든 오랜 경험으로 판단했다. 자신을 죽인다 해도 이 꼬맹이는 죽게 될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친놈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방아쇠를 당기겠지만, 보아하니 이 꼬맹이는 그런 부류는 아닌 듯 했다. 마지막에 가서 더듬거리는 부류다. 하여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내 충실한 부하들을 두고 떠날 수는 없지.”

 “그래요?”

 소년이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죽으세요.”

 방아쇠가 당겨지고, 공이가 내려가고 부싯돌이 화약접시를 후려쳤다. 불꽃이 번쩍 튀고, 총구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여 뒤쪽에서 보고 있던 자들에게는 소년이 방아쇠를 당김과 거의 동시에 둠노릭스의 뇌가 꿰뚫린 것처럼 느껴졌다.

 트랜스(Trans) 화약 특유의 푸른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둠노릭스의 몸이 줄 풀린 목각인형처럼 비틀거리더니, 바에 얼굴을 한 번 박고 쓰러졌다. 뒤쪽의 진열장에 피와 뇌수가 튀어서 엉망이 되었다.

 “미친 새....”

 중년 남자 둘이 총을 발사하려던 순간, 이번엔 그들의 뒤쪽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장총과는 다른 권총의 발사음. 오른쪽에서 발사된 총알은 목표의 뒤통수를 뚫어버렸지만, 왼쪽에서 발사된 총알은 조금 늦었다. 장총이 먼저 발사된 후에야 남자의 팔을 꿰뚫고 지나갔다. 거의 동시이긴 했지만.

 장총에서 발사된 총알은 소년을 살짝 빗나가 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잔을 깨뜨렸다. 소년의 몸에서 고작 5cm차이였다. 그동안 느긋하기만 했던 소년의 얼굴에 그제서야 죽음의 공포가 서렸다.

 “아, 늦었다.”

 왼쪽에서 발사한 총알은 더러운 금발 머리 여인의 것이었다. 푸른색 화약 연기를 손으로 젖히며 여인이 일어섰다. 오른쪽에서 권총을 발사했던 대머리 남자도 모자를 푹 눌러쓰며 일어섰다. 관통당한 팔을 부여잡고 버둥거리는 중년 남자를 본 대머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제인, 또 실수한 건가.”

 “실, 실수가 아니었다고! 이놈이 마지막에 몸을 틀었어.”

 제인이 불만스럽게 툴툴거렸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다른 총을 빼들어 뒹구는 중년 남자를 겨누고 발사했다.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았다. 총알은 정확히 머리를 꿰뚫었다.

 어벙벙한 표정으로 상황을 관찰하던 손님들은 그제서야 “꺄아아악!”등의 소리를 외치며 우르르 빠져나갔다. 술집 안에 세 명의 총잡이와 세 구의 시체만 남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년이 앉아 있던 바의 의자에서 일어났다. 금발 여인 쪽으로 걸어오는 소년의 표정은 험악했다. 자기보다 키가 머리 하나쯤은 작은데도, 여인은 흠칫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누님. 발사가 늦었어요. 조금만 총알이 옆으로 갔어도 저 황천길 갔습니다. 또 술 마셨죠?”

 “아핫, 미안. 안 마시려고 했는데 그만...”

 “이게 장난으로 보여요? 제게는 생사가 달렸다고요. 벌써 세 번째인 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한데....근데 말이야, 내가 정말 일부로...”

 소년이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한 번이라도 더 변명하려 했다가는 쏴 버릴 기세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대머리 남자는 모자를 푹 눌러쓰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포기해, 꼬맹아. 이 멍청한 년은 학습 효과라는 게 없어. 지나가는 똥개나 다를 바가 없지.”

 “어쭈, 뭐야? 이 대머리가. 네 유일한 모자에 구멍이라도 내 줄까?”

 “머리칼이 많으면 뭐 하나? 정작 머리가 텅텅 비었는데. 가장 필요한 게 없고 쓸모없는 것만 있다니, 안쓰럽군.”

 둘의 말싸움을 보며 소년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다음부터 자신이 미끼가 되는 작전은 제안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머릿속으로 생각도 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했다. 애초에 이런 위험천만한 모험은 그의 성정에도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밖에는 아직도 호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선에서 보내는 지긋지긋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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