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공포물
붉은 꽃이 피는 마을
작가 : Ki다린
작품등록일 : 2017.11.30

부모님의 행방을 모른 채 외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던 쌍둥이 희원과 수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수원과 희원의 외당숙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쌍둥이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향하게 된 시골 마을에서 희원은 자꾸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10
작성일 : 17-12-10 22:19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46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후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열쇠의 행방을 찾아볼 요량이었다. 수원은 자습하겠다고 학교에 남았고, 외당숙 내외는 오늘 약속이 있어 저녁밥을 차려놓는다고 했으니 집을 몰래 뒤지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보람이 집에 일찍 들어올 것이 걱정되긴 하였지만, 보람은 거의 매일 집에 늦게 들어오곤 했으니 분명 오늘도 그럴 것이다. 집에 돌아가는 걸음이 빨라졌다.

 

  거의 뛰다시피 하는 나의 발걸음에 따라 흙먼지가 풀풀 흩날렸다. 너무 급하게 걸어서 그런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걷고 있을 때, 마을 어귀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나가라니까!”

  “아니, 경찰서에 집회 신고까지 하고 왔는데 왜 자꾸 나가라고 하는 겁니까?”

  “우리 마을은 종교 안 믿는다니까! 왜 자꾸 찾아와서 귀찮게 하냐고!”

  “당장 믿으라는 게 아닙니다. 일단 저희의 이야기를 한 번씩 들어보시고…”

  “그딴 거, 들을 필요도 없으니까 짐 싸서 썩 꺼지라고! 좋은 말로 할 때 나가는 게 좋을 거야.”

  “지금 협박하시는 거예요, 뭐예요!”

 

  마을 입구에 있는 커다란 나무문 안쪽에 흰 천막이 처져 있고, 그 앞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천막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종교를 선교하러 온 사람들이고 마을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시골까지 선교 활동을 하러 오는구나.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막 몸을 돌리려던 찰나, 흰 천막 뒤쯤에서 팔짱을 끼고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대놓고 나를 향해 오고 있는데 이대로 이 자리를 떠도 되는 걸까. 갈팡질팡하던 사이 남자는 내 앞에 와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학생. 처음 보는 얼굴이네?”

  “아, 네…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아, 어쩐지. 우린 가끔 이 비함마을에 선교 활동을 하러 오는데 낯선 얼굴이라서 말이야. 하하. 그런데 특이하구나. 이 마을은 외부인의 진입을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혹시 어느 집으로 이사 왔는지 들을 수 있을까?”

 

  종교단체 사람이 왜 이런 것을 궁금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더 귀찮게 할 것 같고 그렇다면 그냥 대답을 해주고 빨리 집으로 가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외당숙이 여기 사셔서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큰…”

  “아, 그래? 그렇구나.”

 

  남자의 눈빛이 빛났다. 내가 남자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지 않았더라면 눈치챌 수 없을 만큼의 순간적인 변화였다. 남자는 다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저 그럼 가도 되죠? 급한 일이 있어서…”

  “아, 그래. 잡아둬서 미안하구나. 학생도 혹시 기독교에 관심 있으면 여기로 와줘. 당분간은 이쪽에서 선교 활동을 할 것 같으니까.”

  “아, 네…”

 

  종교에는 관심도 없고, 관심을 가질 여건도 아니라서 내 의지로 여기에 다시 올 일은 없겠지만, 나는 대충 수긍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향하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무언가를 수첩에 적는 것이 보였다. 종교단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특이한 남자였다. 하지만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집에 도착하니 정적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역시 외당숙 내외는 없었고, 경계해야 할 것은 보람이 예상치 않게 집에 일찍 오는 것뿐이다. 그 이상한 큰 건물 안에서 지내는 이모할머니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한밤중도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나는 방바닥에 가방을 던져두고 급한 걸음으로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이 잠겨있을까 조금 걱정했지만, 문고리를 돌리자 문은 손쉽게 열렸고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방을 뒤져서 죄송합니다. 들리지 않을 사죄를 마음속으로 읊조리고 나는 방을 뒤졌다.

 

  먼저 화장대 위. 안타깝지만 열쇠같이 보이는 것은 없었다. 숙모가 쓰시는 듯한 화장품들만이 즐비해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빨리 발견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나는 실망하지 않고 화장대 서랍 문을 열었다. 하지만 거기에도 열쇠는 없었다. 비싸 보이는 액세서리만 가득했다. 이게 다 그 혜택이라는 것으로 얻은 재물일까. 나는 최대한 물건을 건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서랍에도 없으면 어디에 있을까. 내 시선이 장롱을 향했다. 옷을 걸어두는 부분에는 없을 것 같고, 아랫부분을 뒤져볼까. 장롱 서랍을 열자, 빽빽하게 차 있는 옷들이 보여 나는 눈을 찌푸렸다. 왠지 여기에도 없을 것 같다. 옷 틈 사이로 손을 넣어봤지만, 느껴지는 것은 부드러운 천의 감촉뿐이었다.

 

  아무 소득도 없다. 혹시 외당숙네 집에는 열쇠가 없는 게 아닐까. 아니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안방에 없을 뿐일 수도 있다. 이 넓은 집 안에는 방이 엄청나게 많으니 다른 방 안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많은 방을 언제 다 뒤져본단 말인가. 나는 한숨을 쉬며 방을 나왔다.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보니 안방에 들어온 지 겨우 십 분이 지나 있었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더 많은 시간이 흐른 줄 알았다. 다행히도 아직은 안전한 시간대이다.

 

  나는 달라진 곳은 없는지 꼼꼼히 방 안을 눈으로 훑었다. 딱 봐서 달라진 곳은 없는 것 같다. 그럼 이제 나가야…

 

  “뭐해?”

  “으악!”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방을 뒤지고 있었다는 것을 들키고 만 것인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긴장을 계속하고 있었던 탓에 헛것이라도 들은 것일까. 요즘 이상한 것을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외당숙이 돌아오기 전에 방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걸음을 옮기려고 했을 때,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무언가에 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작은 소녀가 멀뚱멀뚱 서 있는 것이 보여서 나는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는 소녀는, 이사 온 첫날에 나에게 놀아달라고 했던 그 아이였다.

 

  “귀, 귀신…!”

 

  나는 뒷걸음질 쳤다. 아직 귀신인지 사람인지 확실치 않지만, 이미 내 안에서 이 소녀는 귀신으로 거의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게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이 집에는 어떻게 들어왔단 말인가. 다시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저, 저리 가!”

 

  나는 손을 휘저었다. 주기도문이든 불경이든 외워서 이 귀신을 없어지게 하고 싶었지만 아는 것이 없었다. 정말 종교를 믿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눈을 꼭 감고 나는 하느님 아버지, 어쩌고 중얼거렸다. 눈을 뜨면 그 소녀가 사라졌기를 바랐다.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조심스레 떴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녀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가 사라진 것은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소녀가 정말 귀신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뛰다시피 해서 방으로 돌아갔다.

 

  *

 

  결국, 열쇠는 찾지 못했다. 나는 침대에 멍하니 누워서 천장의 무늬만 세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조사에 진척을 더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내가 수원만큼 똑똑했더라면 조그마한 단서를 가지고도 착착 모든 것을 알아낼 텐데.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방 밖에서 저벅저벅, 하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수원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왔어?”

  “응. 뭐해?”

  “그냥 생각.”

  “형이 생각이란 것도 해?”

  “야이씨…”

 

  내가 짜증을 내자 수원은 피식, 웃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수원도 내 옆에 앉았다.

 

  “내가 퀴즈 낼 테니 맞혀볼래?”

  “뭔데?”

 

  수원은 자존심도 세고 승부욕도 강하다. 그래서인지 퀴즈라는 말에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인터넷에서 본 건데. 산속에 있는 시골 마을이 있어. 그 마을에서 숲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면 큰 철문이 있어. 완전 단단해서 열쇠가 없으면 아무도 못 들어가. 그 안엔 뭐가 숨겨져 있을까?”

 

  내 물음에 수원은 턱에 손을 괴곤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나를 향해 물었다.

 

  “뭐 힌트 없어?”

  “힌트? 음… 마을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그 장소에 다녀. 아, 주로 우리 또래의 청소년부터 장년층까지.”

 

  나는 그때 보았던 광경을 떠올리며 말했다. 철문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잦은 왕래가 있는 듯 잘 닦여져 있던 길. 수원은 내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을 튕겼다.

 

  “노동력이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네.”

  “아, 그러네…”

 

  역시 수원은 똑똑하다. 나는 감탄의 눈빛으로 수원을 바라보았다.

 

  “형은 답 알고 있을 거 아냐. 근데 뭘 그렇게 감탄해?”

  “아… 사실은 답을 몰라. 답이 없더라.”

  “그래? 그럼 맞혀도 맞았는지 틀렸는지 모르잖아. 그럼 안 풀래.”

  “아, 왜! 풀어봐!”

  “됐어. 시간 아까워. 난 들어가서 공부나 해야겠다.”

  “저녁은?!”

  “나중에 먹을래. 지금 배 안 고파.”

 

  딱 잘라 말한 수원은 그대로 방을 빠져나가 버렸다. 뭔가 알아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또 꽝이다. 나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나는 수원이 한 말을 곱씹었다. 노동력, 노동력이라. 수원의 말대로 철문에서 나온 사람 중에 어린아이나 노인 같은, 힘을 쓰기 힘든 사람은 없었다. 철문 안에서 행해지는 것은 힘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까. 힘이 필요한 일은 무얼까. 사람들이 보면 안 되고, 힘을 쓰는 일.

 

  무언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에 안개가 끼어서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생각을 잡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그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 10 2017 / 12 / 10 314 0 4645   
9 09 2017 / 12 / 9 354 0 5532   
8 08 2017 / 12 / 8 331 0 5599   
7 07 2017 / 12 / 7 316 0 5201   
6 06 2017 / 12 / 5 313 0 5502   
5 05 2017 / 12 / 4 296 0 5112   
4 04 2017 / 12 / 2 301 0 5409   
3 03 2017 / 12 / 1 323 0 5388   
2 02 2017 / 11 / 30 318 0 5542   
1 01 2017 / 11 / 30 504 2 572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