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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15
작성일 : 17-12-10 18:31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5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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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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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이 사람들 틈에 섞여 극장 밖으로 나왔다. 생일 때마다 환은 혼자서 영화를 봤다. 환처럼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영화에 집중하느라 혼자 온 환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두 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훌쩍 지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낮에는 집주인과 가계약을 하고 왔다. 그는 남자였는데 이 가격에 이런 집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반 지하를 벗어나게 된 건 환에게도 축하할 일이었다. 이사는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빠지는 2주 뒤로 결정 했다. 환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 화면이 켜지지 않는 것을 보고 영화 상영 전 휴대폰을 껐던 것이 기억났다. 휴대폰 전원을 킨 환이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갔지만 여전히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전구로 장식된 트리를 세워놓은 가게들이 많았다. 아마 날씨가 풀려 따뜻해지기 전까지는 한참 지속될 거라 생각했다. 별안간 영이 떠올랐다.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환에게는 꽤나 새로운 기분이었다. 물론 상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나 애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남들보다 일찍 자취를 시작한 환은 그런 경험이 아예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환이 뭔가에 이끌리듯 빵집으로 들어갔다. 계산대 아래 유리 케이지에는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예쁜 케이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환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환이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니요. 제가 케이크를 잘 몰라서….”

 

 직원은 환의 말에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연말연시라 요즘은 화려하게 예쁜 케이크를 많이 찾으시는데…. 혹시 파티 같은 거 하시나요?”

 

 환이 입을 꾹 다물었다. 파티라. 너무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라 잘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환도 매년 생일마다 파티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생일 날 저녁이면 현서는 환이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와 고깔모자를 사왔다. 1년 모든 날을 통틀어 환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친구들도 없고 케이크를 제외한 선물 하나 받지 못했지만 환은 너무나 행복했다. 생각에 빠져있는데 직원이 다시 한 번 환을 불렀다. 환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생일…이요.”

 “아 정말요? 그럼 이거 사가시면 좋아요. 냉장 보관하시면 오래 드릴 수 있고 빵 사이마다 생크림이 칠해져 있어서 누구나 다 좋아하시거든요.”

 

 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케이크를 살 생각 따위는 없었는데 ‘생크림’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버렸다. 제 손으로 케이크를 사는 건 난생 처음이었다. 환의 끄덕임에 직원이 케이지에서 케이크를 꺼냈다.

 

 “초는 몇 개 드릴까요?”

 “그건 됐어요. 그냥 케이크만 주세요.”

 

 직접 초를 꽂아 스스로의 생일 축하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직원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포장 박스에 케이크를 담았다. 제 생일도 아닌데 직원은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도 지점장이 친절을 강요했으리라 생각했다. 넋 놓고 보고 있으니 포장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이제 계산을 하려는 듯 직원이 포스기를 두드렸다.

 

 “아, 혹시 스마트폰 사용 중이세요?”

 “네.”

 “잘됐다. 지금 저희 이벤트 중이라 홈페이지에서 쿠폰 받으시면 30% 할인 해드리는 행사 진행 중이거든요.”

 

 환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케이크 하나를 사는데도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구나. 사실 할인 같은 건 하지 않아도 그만이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저렴하게 구매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직원의 눈빛이 너무 간절했다. 환이 별로 내키지 않은 표정을 하며 휴대폰을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직원은 휴대폰을 받아 능숙하게 인터넷을 열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환이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전화와 문자, 간단한 검색 정도만 해왔던 환에게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세계였다. 그때 화면에 메시지 하나가 떴다. ‘어머니’ 그 짧은 순간 환의 눈에 그 단어가 보였다. 환이 다급히 직원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문 앞에 어머니가 와 계신 거 같아요.’ 영에게서 온 문자였다. 환의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영은 현서의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처음 만난 사람이기에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누굴 보고 어머니라고 하는 걸까. 그런데 만약 그게 정말 현서라면. 환의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

 

 “저기…. 손님?”

 

 얼떨결에 환에게 휴대폰을 빼앗긴 직원이 머뭇거리며 환을 불렀다. 환은 대꾸하지 않았다. 영이 대체 누구를 보고 어머니라고 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죄송해요. 다음에 살게요.”

 

 환이 빵가게를 뛰쳐나갔다.

 

  집 앞에 와있는 사람이 환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얼떨결에 문을 열어주긴 했지만 사실 영은 문을 열고나서 바로 후회했다. 집주인에게도 숨겨야만 하는 사실을 환의 엄마라고 알고 있었을까. 현서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분명 태주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왔는데 웬 여자가 있음에 어찌 해야 할지를 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챙겨 온 반찬을 냉장고에 집어넣은 현서가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봤다. 텅 비어 있는 살림이 현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영은 죄 지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구석에 서있었다. 집주인에 대한 이야기만 해주고 대체 왜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까.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환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사 온 케이크를 싱크대에 올려놓고 나서야 현서가 영을 쳐다봤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고 적막한 정적이 흘렀다.

 

 “미안해요. 내가 갑자기 와서….”

 “네? 아, 아니요. 제가 더…. 죄송해요….”

 

 마치 자신의 처지가 예상치 못한 부모님의 귀가에 신발을 들고 베란다에 숨어있는 비밀 애인이라도 된 것 같이 느껴졌다. 사실 현서 입장에서 놀라긴 했지만 환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리 나쁜 소식만은 아니었다. 제 또래 아이들처럼 사는 것. 그것이 현서가 환을 위해 매일 밤 기도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현서가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서있는 영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영이 눈치를 보다가 현서 가까이로 가지는 않고 그냥 구석진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차라리 좌식 의자나 소파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현서가 시간을 확인하는 것을 보고 영이 선수 쳐 말했다.

 

 “볼 일이 있어서 나갔어요. 조금 늦을 거라고….”

 

 다급한 영의 외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현서가 나지막하게 웃었다. 영이 당황스러운지 현서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뭐라고….”

 “네? 그래도….”

 

 현서가 자신과 환의 관계를 어떻게 추측하고 있을지 뻔했다. 그 누구라도 그렇게 봤을 것이다. 부정 하고 싶은데 동거를 하고 있는 연인 관계가 아님을 설명하려면 다른 이유를 말해야 했다. 그렇지만 환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고 현서에게까지 거짓을 말하자니 왠지 영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조용한 곳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영에게도 이런 정적은 가혹한 고통이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없는 척 하라고 했더니 왜 문을 열어줬냐며 호통을 쳐도 좋으니 차라리 환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머리를 굴리던 영이 현서에게 말했다.

 

 “아 그렇잖아도 제가 지금 연락을….”

 “아니요.”

 “네?”

 “그러지 마세요.”

 

 현서의 눈이 단호했다. 말문이 막힌 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쩌면 아들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는 영을 보았을 때나 나왔어야 하는 매서운 눈매였다. 현서가 당황하는 영을 보고서 황급히 표정을 풀었다.

 

 “아 미안해요. 연락 한다는 말에 갑자기 놀라서….”

 

 현서의 말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영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현서의 눈가가 붉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현서가 영이 아닌 바닥에 대고 말했다.

 

 “얼굴 한 번 보려고 온 거였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어요. 오는 동안 까지도 이기적이게 내 생각 밖에 안했는데…. 와보니 확실히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요.”

 

 현서가 고개를 들고 영을 향해 웃어보였다.

 

 “이렇게 예쁘고 좋은 친구랑 함께 있으니 안심도 되고.”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현서가 농담 투로 말을 이었다.

 

 “늦게 들어온다고 했다니까 오늘만 몰래 더 있다가 가도 되죠? 저 왔던 건 비밀이에요.”

 

 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왠지 머리가 아찔하게 아파왔다. 현서의 의미심장한 말 안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환에게 엄마가 왔음을 알리면 안됐다는 것만은 모를 수가 없었다. 한 번 보낸 문자를 취소할 수도 있나. 왠지 영의 속이 울렁거렸다. 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좌절하고 있던 영도 덩달아 일어섰다. 현서가 한 쪽에 쌓아둔 상자를 보고 물었다.

 

 “이건 다 뭐예요?”

 “곧 이사 간다고 싸둔 짐…이예요.”

 

 현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이사를 가는구나. 현서가 생각했다. 환은 다른 이의 도움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혼자서 모든 걸 해내고 있었다. 현서는 어리기만 하던 아들이 강해지고 혼자에 적응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모두 자신 때문인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현서가 환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하나 둘 쓸어내렸다. 환의 손길이 현서의 손끝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런 현서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영은 더 미칠 노릇이었다. 현서가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못된 생각까지 들었다. 차라리 그러면 환에게 보낸 문자는 실수였다고. 그저 닮은 사람이 앞에 와있는 거 같아서 착각을 한 거라고 둘러댈 수라도 있었다. 그것이 오늘 현서가 이 집에 왔음을 숨길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었다. 만약 책장 속에 꽂혀 있는 사진을 보지 않았더라면 영은 아예 현서의 얼굴조차 몰랐을 테니 그도 당연했다.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당신의 엄마를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우기면 그만이었다. 하나, 하나 환의 물건들을 보던 현서가 제일 밑에 있던 박스를 열었다. 그건 고모 집에서 나오면서 가져온 영의 짐들이 담긴 박스였지만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영은 눈치 채지 못했다. 물론 현서도 상자를 연 순간 안에 든 것이 환의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다시 뚜껑을 덮으려 했다. 그런데 웬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현서가 저도 모르게 사진을 꺼내 들었다. 안절부절 못하던 영도 그제야 현서가 자신의 짐을 열어봤음을 알고는 다가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누군가 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복도를 통해 집 안으로 들려왔다. 영의 눈앞이 막막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현서도 사진을 다시 박스 안에 넣고는 현관문과 영을 번갈아가며 보기만 했다. 비밀 번호를 누르는 소리까지 들리고서야 영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사실…. 오셨을 때 바로 연락을 하는 바람에….”

 

 현서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숨을 거세게 헐떡이고 있는 환이 서있었다. 환이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닥만 보고 있는 영의 앞을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빠르게 지나쳐 현서에게 다가갔다. 현서의 손이 떨렸다. 그 떨리는 손은 점차 위로 올라가 환의 얼굴로 향했다. 환이 매섭게 현서의 손을 쳐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영이 놀라 환을 쳐다봤다. 환은 있는 힘껏 현서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

 

 다리에 힘이 풀린 현서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영은 그때 생각이 없이 열어줬던 그 문이 자신을 포함한 세 사람에게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가져오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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