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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ONDSMAN
작가 : 어름산이
작품등록일 : 2017.12.9

마법과 도술 그리고 괴물들이 나타난 가까운 미래의 지구.
괴물들을 비롯해 돈이 되는 것들이라면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선수로 생활하는 이리에게 오랜 친구 페이가 갑자기 나타나고,
기꺼이 그녀의 일을 돕지만 점점 위험한 일에 휘말려 가는데.

 
본즈맨 11화
작성일 : 17-12-10 16:53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9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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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이리와 페이가 서로 부축하며 공장부지 밖으로 나왔다.

 

 “이씨. 생각하니까 화딱지 나네! 왜 불을 질러서 가져갈 것도 없게 만들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데. 이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내리깔았다.

 

 도대체 그 사내는 누구였을까. 벌쳐는 끽해야 남포에서만 노는 갱단이다. 그는 일을 망쳤다고 했다. 이 갱단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두목의 방에 있었다면 우호적인 관계였을 것이다. 도대체 왜일까. 겨울이면 바다가 어는 이 허름한 도시에서 얻어갈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사내는 검붉은 색의 불을 다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다. 궁금한 것은 많았건만 허무하게 죽으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만을 낳았다.

 

 “복녀. 불을 다루는 도술 중에 색이 다른 것들도 있어?”

 “아, 그거? 나도 처음 봤어. 불에 무슨 염료라도 넣어놨나. 예쁘진 않더라. 그래도 엄청 쌔 보이던데? 내가 워낙 대단해서 도술을 남발하면서 살았던 거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못 해. 근데 그런 불길이라니. 이상한 놈이었어.”

 

 페이도 사내가 부렸던 도술에 아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 의뢰는 마담의 부탁이었다. 그녀가 모든 사실을 말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지. 애초에 의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여자의 정체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이리가 다짐했다. 돌아가면 확실한 정보를 받아 내리라.

 

 그녀들이 주차했던 차 근처로 도착했을 때, 저 멀리서 대형 승용차가 줄줄이 다가온다. 길을 따라오는 차는 공장을 향해 오고 있다.

 

 “하아… 좀 더 일찍 나올걸 그랬어. 2차전 시작인가. 싫다, 정말.”

 

 몸을 숨길 겨를도 없이 자동차의 전조등이 두 여자를 비췄다. 이리는 등에 걸쳤던 미네르바를 다시 들고 차들을 향해 겨눴다.

 

 페이 역시 자신의 총인 바탈리온을 들고 드론들을 차 주변으로 보냈다. 여차하면 한 번에 다 지질 생각이다.

 

 차의 양쪽 문이 열린다. 이리가 침을 삼켰다.

 

 남자들이 총을 들고 있다. 이리의 손가락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였다.

 

 “이 한심한 새끼들아 총은 왜 들고 내리니? 눈깔은 장식이야?”

 

 뒤에서 부하들을 갈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들이 총을 내리고 뒤에서 익숙한 얼굴이 마지막에 내렸다.

 

 “여 불타니 보기가 좋다야! 이야!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슴다. 니들은 거기 계속 멍청이 서있을 거이니? 가서 뒤처리하라!”

 

 파용이었다. 파용이 코를 훔치며 웃었다.

 

 “어찌 된 검까?”

 “그러는 넌?”

 

 그가 이를 보이며 웃었다.

 

 “내 아새끼들이 싸움을 잘 함다. 어찌 다 죽이고 나이 저 멀리서 불길이 치솟지 않슴까? 저짝에 난시가 났으니 숟가락이나 얹을까 싶어 왔슴다.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이지만.”

 “간 사장 애들은 엄청 위험했다던데? 너네는 꽤 멀쩡해 보이네?”

 “뉘기요?”

 

 파용이 눈에 잔뜩 힘을 주고 페이에게 다가갔다.

 

 “내 친구. 복녀. 얘는 파용이야.”

 “복녀는 무슨! 라진에서 온 페이야.”

 

 페이? 이리보다 작긴 하지만 예쁘다. 파용이 페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렇게 보면 좀 부담스럽거든? 간 사장 말로는 수가 엄청 많았다고 하더라. 근데 너네는 꽤 멀쩡해 보이네?”

 “왜 내만 가지고 그럼까! 우리 애들도 힘들었는데!”

 

 이게! 페이가 드론을 파용의 주변으로 둘렀다. 드론에서 미세하게 전기가 튀긴다. 파용이 깜짝 놀라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조금 늦게 쳤슴다! 그래야 일이 잘 끝나면 내 남포를 먹을 수 있지 않슴까!”

 

 “너 때문에 다 꼬인 거였어? 와씨 이것봐라.”

 

 페이가 어이가 없어 웃다가 드론을 치우고 손을 내밀었다.

 

 “뭐해? 네 부하들 보잖아. 빨리 일어나.”

 

 페이가 윙크를 하며 파용을 일으켜 세웠다. 어차피 다 끝난 일인데 뭐.

 

 이미 경찰들과 접선한 파용은 도심으로 간 벌쳐의 갱들을 모두 묶어서 소탕시키고, 이후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다른 갱들이 다시 그 자리를 채워야 경찰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파용의 설명이 끝나자 페이가 입을 쩍 벌렸다.

 

 “햐, 도와준다면서 경찰이랑 접선부터 해? 뻔뻔한 놈이네.”

 

 그녀가 웃으며 파용의 민머리를 탁탁 쳤다. 파용도 멋쩍게 웃었다. 어차피 이들은 갱도 아니다. 일을 끝내면 다시 돌아간다고 하니, 다시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후 페이와 파용이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페이는 정말 사람과 금방 친해진다. 파용도 어느새 그녀의 비위를 맞췄다.

 

 이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나한텐 저렇게 살갑게 굴지 않는 것이지!

 

 심술이 난 그녀가 일방적으로 페이의 손목을 잡아끌고 차에 탑승했다.

 

 “이년아 아파!”

 

 이리가 마담의 주점으로 주소를 찍고 팔짱을 꼈다.

 

 “아직 일 안 끝났어.”

 “괜히 성질부리긴! 지금 주점으로 가려고? 이 시간에?”

 

 으음─ 이리가 팔짱을 풀고 근처의 병원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얼씨구. 괜히 토라져서는, 병원은 혼자 들어가. 난 병원이 싫어.”

 “병원이 싫다고?”

 

 이리가 페이를 쳐다봤다. 그녀가 병원을 싫어했던가. 그녀와 병원을 간 적이 거의 없어 기억이 희미하다.

 

 “으흐. 앞에서 기다릴 테니까 치료받고 나와. 귀여운 년!”

 

 페이의 손가락에 잡힌 이리의 볼 살이 치즈처럼 쭉 늘어났다. 이리는 말없이 마담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했고, 붙잡힌 그녀의 볼은 점점 빨개졌다.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그녀들은 창밖으로 도시를 둘러보았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들이 거리를 순찰했다. 도로변의 건물과 골목에 피와 총알자국이 가득하다.

 

 민간인 피해도 있었는지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엄청 격렬했나보네. 저기 봐봐. 불도 질렀었나봐.”

 

 페이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와 반대로 이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리가 창가에서 눈을 돌렸다.

 

 지혈해놓은 상처가 터진 모양인지 다시 출혈이 계속 이어졌다. 이리는 피가 보이지 않게 자신의 팔로 가렸다.

 

 “이런 동네는 이게 일상이잖아. 뭐… 우리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극악무도한 갱단 하나를 없애줬잖아. 안 그래? 간 사장한테 들으니 인신매매도 하고 그랬다더라.”

 “…응.”

 

 자신들이 갱을 이용하고 친분을 쌓긴 했다. 하지만 그들도 벌쳐에 비해 규모가 적다 할 뿐이지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이들이니.

 

 자신들 역시 도덕적인 잣대를 논할 사람들은 아니다. 애초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위선의 가면을 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을 것이다. 페이가 생각을 정리했다.

 

 이리가 시트에서 조금씩 늘어졌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야 이, 멍청아!”

 

 말을 했어야지! 페이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할 법도 한데. 도대체가 말을 하지 않는다. 이리가 급하게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기로 지지면 출혈을 막을 수 있을까?

 

 페이가 잠시 고민했지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환부만 지지는 것도 자신이 없을뿐더러 충격을 가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모르긴 몰라도 의학적으로도 좋은 행위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발만 동동 굴렀다.

 

 걱정 때문에 그녀의 얼굴이 사색이 되자 이리가 괜찮다는 듯 페이의 손을 잡았다.

 

 빨리 도착하길 바라면서 마주잡은 손을 꽉 잡았다. 병원과 가까워질수록 인산인해를 이뤘다. 총격전에서 부상을 입은 갱들이며 민간인이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다.

 

 페이가 자신보다 큰 이리를 업고 사람들의 사이를 헤치며 나아갔다. 응급실 안에서 앓는 소리가 들끓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총출동한 듯 그들을 진료하고 수술실로 보낸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 이리의 상태가 위중해 병원에 오긴 했지만 그녀는 병원이 싫었다. 풍기는 분위기나 냄새, 사람들의 표정.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하는 거지, 내가 애도 아니고. 굳어있던 그녀의 다리가 다시 움직였다. 자기가 병원을 싫어하는 것보다 이리가 먼저다.

 

 환자들이 줄지어 실려 갔지만 남아서 대기표가 부착된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

 

 “여기요!”

 

 페이가 간호사를 붙잡았다. 상황을 설명하며 어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돌아오는 답이 딱딱하다.

 

 “어쩔 수 없어요.”

 “뭐? 사람이 죽어 가는데 어쩔 수 없긴 뭘 어쩔 수 없어!”

 

 그녀가 험악한 표정으로 윽박을 질렀다. 간호사 역시 표정이 나빠졌다.

 

 “주위를 둘러봐요. 다 죽어가는 사람들 통이에요. 수술실도 꽉 찼고 사람도 물자도 부족하다고요.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요!”

 “이런 씨─!”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페이의 입이 멈췄다. 다들 생사를 헤매고 있다. 내장이 튀어나와 그것을 붙잡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 팔 다리가 거의 끊어지다시피 한 이들. 모두가 죽어가고 있다.

 

 이리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더 심하게 다쳐 죽어가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알았으니까, 주위에 다른 병원은 없어요? 여기에 큰 병원이 이거 하나는 아닐 것 아냐!”

 “여기 큰 병원은 하나에요. 작은 병원들도 있기야 한데. 하아─ 잠깐만 기다려요.”

 

 간호사가 급하게 종이에 뭔가를 써서 페이의 손에 쥐어주곤 다시 환자들에게 떠났다. 메모지를 읽어보니 병원의 주소지들이다.

 

 젠장! 젠장! 페이가 다시 응급실을 벗어났다. 어쩐지 등에 업고 있는 이리의 몸이 차가운 것만 같아 더 초조해졌다.

 

 등에 업힌 그녀의 숨결이 힘 업이 가냘프다. 페이의 목과 귓가로 미약해지는 숨결이 느껴졌다.

 

 총에 맞아도 멀쩡하긴 뭘 멀쩡해. 페이 이 바보 같은 년! 농담으로 던진 말이 이리에게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이놈의 입이 망정이다. 페이가 자책했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다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페이의 눈에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이는 저 멀리서 자신들이 있는 곳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것 같았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녀가 시트에 이리를 눕히고 운전석에 앉았다.

 

 주소를 입력하는 손가락이 벌벌 떨린다. 병원들이 여기서 거리가 있다. 서둘러 입력을 마치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젠장.”

 

 그녀가 벌인 일의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너의 책임이라며 삿대질을 하는 것일까.

 

 옆에서 정신을 잃은 이리는 페이 그녀가 뭘 하는지 제대로 듣지도 않고 흔쾌히 도와주고 있다. 페이 자신이라도 그랬을 테지만, 공장에서부터 시작된 자책감이 다시 그녀를 짓눌렀다.

 

 다른 사람들은 알 바 아니다. 어차피 자신은 이기적인 년이니까. 이리만 무사히 치료할 수 있으면 된다. 그래, 그거면 돼.

 

 달리는 차의 속도를 높였다. 그녀가 불안한 듯 손가락을 계속 까딱였다. 최대한 빠른 길을 통해 가고 있지만 괜히 느린 것 같다.

 

 가로등이 다 터져나가 거리가 어둡다. 아까의 도로변처럼 사람과 차들이 길을 막지도 않는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그녀가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크게 눈에 거슬리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기우였나. 그의 눈이 다시 차 안으로 향하다 멈췄다.

 

 “저건 또 뭐야.”

 

 사이드미러에 검은 벤 하나가 비췄다. 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조용히 어둠속에서 따라붙는다.

 

 도대체 언제부터 따라오던 거지? 페이가 운전대를 잡았다.

 

 혹시 아까 자신들을 지켜보던 그 남자인가. 아니면 벌쳐의 잔당일까? 다른 사람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검은색의 벤은 따라오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그냥 예민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녀가 마른 침을 삼켰다.

 

 페이는 병원의 남은 거리를 재며 뒤를 주시했다.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거의 다 도착했으니 그 안에 별다른 일만 생기지 않으면 된다. 과속방지턱을 지나치자 차가 흔들렸다. 이리의 몸이 붕 뜨더니 다시 늘어졌다.

 

 페이가 고개를 돌려 이리를 살폈다. 다 왔어. 그녀가 중얼거리고 다시 앞으로 눈길을 향했다. 엑셀을 밟자 자동운전이 해제된다.

 

 속도가 올라가자 뒤에 있던 벤도 덩달아 속도를 높였다. 페이가 룸미러로 벤을 훔쳐봤다. 옆으로 이동해 붙으려는 듯 벤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더 밟아야겠어. 액셀을 쭉 밟자 더 빠르게 나아갔다. 사거리를 지나 다섯 블록만 더 가면 되는데. 핸들을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 개 같은 벤이 방해가 될 것 같다.

 

 “숨 돌릴 시간은 줘라, 좀!”

 

 사거리의 양 옆에서 다른 차량 두 대가 달려든다. 차선과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친 차량들이 가까워진다.

 

 페이가 드론을 띄워 올렸다. 창문을 열고 드론을 밖으로 내보내면 된다. 저들이 행동을 취하기 전에 수를 써놔야 한다.

 

 창문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왼쪽에서 접근한 차가 부딪혀왔다. 밖으로 나가던 드론들의 통솔권을 잃었다. 공중에서 방황하던 드론들이 옆의 차량과 부딪히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갑작스런 충격에 두 여자의 몸도 요동쳤다. 이리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페이가 신음을 내뱉었다. 이리보다 상황이 나을 뿐, 그녀의 몸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이리를 본 그녀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귀찮게 껄떡거리지 좀 마!”

 

 그녀가 운전대를 꺾어 대응하려다 급하게 멈췄다. 자신의 성질대로 부렸다간 자기도 그렇고 이리의 몸도 버티질 못할 것이다.

 

 이리의 앞에서 괜찮은 척을 했지만 자신이 다시 눈을 뜬 것도 기적이었다. 도술을 부리는 것을 제외하기로 했다. 어떡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나 이리를 치료할 수 있을지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녀의 눈이 백미러로 돌아갔다.

 

 백미러에 벤의 창문이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검은 정작을 입은 남자가 총을 꺼내들었다.

 

 “제발, 좀!”

 

 페이가 이리의 몸을 아래로 내리며 감쌌다. 뒤에서 발사된 총알들이 차를 두드렸다. 뒷면의 유리창이 깨져나가며 차의 내부를 마구 헤집는다.

 

 급하게 자동주행으로 바꿔보지만 양 옆이 막히니 차의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총격이 계속되면서 차가 점점 걸레짝으로 변해갔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있다면 아직 총에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몸이 벌집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차가 기울기 시작했다. 타이어를 노린 듯 차가 삐뚤빼뚤 나아간다.

 

 [차량에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잠시 후 정지합니다.]

 

 감정이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치겠네, 정말! 페이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다 이내 차가 멈췄다. 옆에서 나란히 달리던 차들도 기다렸다는 듯 거리를 벌리고 문을 연다.

 

 저마다 가면을 쓴 괴한들이 두 여자가 타고 있는 차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이대로 있다간 차와 함께 온 몸에 총알이 박힐 것이다. 깨져나간 백미러에서 그들의 복장이 보인다.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한 이들이다. 벌쳐의 잔당은 아니다.

 

 “머리 짧은 년은……. 다른 년은……하도록.”

 

 차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페이가 입을 비죽였다. 뭐라고 지시한지 모르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도술을 부려 이리라도 구하자. 그녀가 도술을 부리려 했다.

 

 그러나 힘이 모이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왜 이래!”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 그녀가 전신에 힘을 모으려 눈을 감았다. 그러나 중간에 누군가가 방해하는 것처럼 흐트러졌다.

 

 안 돼. 페이가 뒷좌석에 팽개친 총을 조심히 옮겼다. 차라리 자신의 몸이 엉망이고 이리가 깨어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그랬어야 했다.

 

 이리처럼 저들을 제압할 순 없을 테지만, 다른 방법도 없다. 어떡해서든 그녀를 지켜야한다.

 

 이리는 죽어가고 있다.

 

 차는 고장 났고 빠져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도술 없이 혼자서 저들과 상대할 수 있을까? 저들을 모두 제압해야 한다.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페이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자신이 언제 가능성을 보고 움직였나.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일 뿐이다. 그동안을 그렇게 살아왔다. 하나 둘 다 계산해가며 행동하는 것은 이리다.

 

 사람들은 자신을 무모하다고 했었다. 그래서 지금 몸을 사렸던 이들은 모두 지옥으로 떨어지고, 자기는 살아남았다.

 

 그녀가 자신의 총 바탈리온을 들었다. 탄창 몇 개를 대충 주머니에 넣었다. 이 정도면 다 죽일 수 있겠지. 페이가 이리를 차 바닥 아래로 몸을 뉘였다.

 

 “언니 갔다 올게. 조금만 버텨. 조금만.”

 

 그녀의 이마를 만진 페이가 차에서 뛰쳐나가는 동시에 차문을 닫았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야 한다.

 

 “페이백 타임!”

 

 총알이 그녀에게 빗발치다 갑작스럽게 멈췄다. 뭐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괴한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페이가 달리면서 총을 난사했다. 몸에 힘이 없어 총구가 자꾸 위로 올라간다. 당황한 괴한들이 급하게 몸을 숨겼다.

 

 지금이 기회다. 잠시 저들이 멈춘 사이에 저들의 차량 하나를 제압한다. 그리고 그 차를 엄폐삼아 버티면 될 것이다.

 

 그녀가 바로 앞에 있는 괴한의 머리에 총알을 먹였다. 차의 옆이며 뒤로 숨어든 이들이 다시 행동을 개시했다. 총에서 탄창을 분리하고 다른 탄창을 끼웠다.

 

 그래, 조금만 더 헛짓거리하고 있어봐!

 

 앞으로 달리던 그녀가 몸을 꺾으며 차의 옆으로 돌아갔다. 페이와 마주친 남자가 급하게 권총을 들어 올렸지만 그녀가 더 빨랐다. 그 뒤로 남자들이 페이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페이의 앞에서, 옆에서 총알이 빗발쳤다. 그녀가 몸을 있는 힘껏 날려 굴렀다. 그러나 이리처럼 날렵하지 않아 팔과 다리에 탄환이 스쳤다.

 

 “끄악!”

 

 페이가 비명을 지르며 소지하던 총을 떨어트렸다. 스쳐지나갔을 뿐인데, 전기로 지진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그녀가 다시 바닥을 기며 총을 주웠다. 자신은 이리처럼 날렵하지 않다. 그래도 개처럼 싸우는 것에는 자신 있다.

 

 이번엔 페이가 빨랐다. 바닥에 엎드린 채 사격을 가한 그녀가 곧바로 차의 밑으로 몸을 굴렸다.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아무렇게나 방아쇠를 당긴다.

 

 뭔지는 몰라도 저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움직이는 동안 페이에 의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어! 그녀가 자신감을 가졌다. 이대로만 간다면 저들을 금방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긴 머리를 한 계집년이 보이지 않는다. 확보해라.”

 

 벤에서 나온 괴한 하나가 손에 가방 같은 것을 집어 들고 그대로 펼쳤다. 방패같이 몸 전체를 가릴 수 있게 늘어난 가방이 총알을 튕겨냈다.

 

 저 새끼들이! 페이가 총구를 이리저리 돌리며 방아쇠를 당겼지만 먹히지 않는다. 저들이 이리를 죽이게 둘 순 없다.

 

 방패를 집어든 이들을 중심으로 괴한들이 전복된 차를 포위했다. 페이가 다시 밖으로 나와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며 달려들었다.

 

 “멍청한 년. 작동시켜.”

 

 괴한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남자가 귀찮다는 듯이 손짓을 하자 포위했던 중심에서 이상한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달려 나가던 페이가 파동에 맞으면서 뒤로 날아갔다.

 

 바닥으로 엎어진 이리의 눈이 커졌다. 온 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만 같은 고통이다. 통증이 너무 심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바닥을 굴렀다.

 

 컥컥거리는 페이에게 명령을 내리던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가 간신히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봤다.

 

 페이의 얼굴이 고통 때문에 흘린 눈물과 흘러나온 침으로 범벅이다. 그녀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 도대체… 컥!”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다 페이의 배를 걷어찼다. 그가 고갯짓을 하자 괴한들이 달려온다.

 

 “물건을 확보했다. 철수하겠다.”

 

 괴한 중 하나가 온몸이 늘어진 페이를 들쳐 맸다. 그녀의 고개가 힘없이 돌아갔다. 이리가 있는 방향이다.

 

 괴한들이 차문을 거칠게여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이리에게 총구를 겨눈다.

 

 탕!

 

 총소리가 도로변에 울렸다. 동시에 페이의 시야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페이의 눈이 껌뻑였다. 총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괴한들이 총을 쏘며 뒤로 후퇴했다.

 

 자신에게 급하게 다가오는 괴한 하나가 쓰러졌다. 그 뒤로 다른 사람들이 서둘러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힘없이 그들에 의해 부축되었다.

 

 “이리…….”

 

 눈앞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그녀의 시야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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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본즈맨 10화 2017 / 12 / 10 256 0 4127   
10 본즈맨 9화 2017 / 12 / 10 270 0 6426   
9 본즈맨 8화 2017 / 12 / 10 259 0 6019   
8 본즈맨 7화 2017 / 12 / 10 247 0 4868   
7 본즈맨 6화 2017 / 12 / 10 242 0 6384   
6 본즈맨 5화 2017 / 12 / 10 248 0 6690   
5 본즈맨 4화 2017 / 12 / 10 258 0 7404   
4 본즈맨 3화 2017 / 12 / 10 242 0 6684   
3 본즈맨 2화 2017 / 12 / 10 258 0 6368   
2 본즈맨 1화 2017 / 12 / 10 275 0 4866   
1 프롤로그 2017 / 12 / 10 405 0 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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