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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ONDSMAN
작가 : 어름산이
작품등록일 : 2017.12.9

마법과 도술 그리고 괴물들이 나타난 가까운 미래의 지구.
괴물들을 비롯해 돈이 되는 것들이라면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선수로 생활하는 이리에게 오랜 친구 페이가 갑자기 나타나고,
기꺼이 그녀의 일을 돕지만 점점 위험한 일에 휘말려 가는데.

 
본즈맨 8화
작성일 : 17-12-10 16:45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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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듯 남포의 밤하늘이 끝없이 번쩍였다. 이리는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더 벅차고 달렸다.

 

 최대한 몸을 숨기면서 달렸다. 저 멀리 큰길가로 갱들이 계속 달려 나가는 것이 보인다. 저들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랬다간 페이가 시간을 끄는 것이 물거품이 된다.

 

 이리가 이를 악물고 더 달렸다. 비바람이 거세어 눈을 뜨기도 쉽지가 않다. 페이는 이리가 이를 악물 때마다 턱 넓어진다고 뭐라 잔소리를 했었다. 자꾸 머릿속에 스치는 불안감과 기억들이 그녀의 집중을 방해했다.

 

 작은 흙길을 달리면서 갱들과 마주쳤다. 큰 건물들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다른 갱들에 비해 복장과 무장이 훨씬 좋다. 복장도 더 깔끔하다.

 

 미네르바의 총구에서 총알이 그들에게로 뿜어졌다. 몸통에 맞은 이들이 움찔거리자 이리가 재차 방아쇠를 당겼다. 각자 미간과 이마에 총알이 박히며 허물어진다.

 

 이리는 발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제자리에 서는 순간 벌집이 될 것이기에,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저기다, 저 년을 쏴!”

 “고작 한 년이야, 겁먹지 마 새끼들아!”

 

 입에서 단내가 난다. 탄환의 비가 자신을 향해 쏟아졌다. 커다란 건물 3개가 하나의 건물처럼 연결돼있다.

 

 제일 가까운 곳부터 들어가자. 어차피 건물들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연막탄 하나를 다른 건물의 창에 던졌다. 잠시 그들의 시야만 가려주면 된다. 이어서 하나를 더 꺼냈다. 자신의 발 아래로, 건물의 입구를 향해서. 조그마한 폭죽 하나도 같이 투척했다.

 

 치이이익

 

 연막탄에서 뿌연 연기가 흘러나온 연기가 순식간에 자욱해졌다. 그녀가 건물로 뛰어가는 순간에 맞춰 폭죽도 터졌다.

 

 연막 속에서 불꽃이 튀자 갱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난사한다. 쏘지 말란 말은 탄약이 터져가는 소리와 함께 묻혔다.

 

 좋았어, 진입한다. 이리가 건물의 문을 벅차고 들어갔다. 건물 안의 구조가 복잡했다. 높은 천장 아래로 공장의 기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철재로 이루어진 정글과 같은 모양새다.

 

 1층에는 무너진 벽들의 주위에 상자와 버려진 공구들이 가득하다. 엄폐할 곳은 많다. 중앙은 버려진 기계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고, 그 중심으로 통로들이 각자 위치로 이어졌다. 통로를 따라 방이 쭉 이어지지만 거기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상보다 복잡한 구조다.

 

 그러나 위층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철제로 만들어진 난간을 따라 끝에서 끝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방이라곤 벽면의 끝에 붙은 복도에 따라서만 나있다.

 

 “저기 아래에 있다!”

 

 위에서 아래로 쏘아진 총알이 사방으로 튀어댔다. 이리가 총구를 들어 올렸지만 쏘는 것은 무리다. 건물 내부는 조금 어둡다. 천장에 달린 몇 개의 조명등만이 내부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철제 계단을 따라 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울렸다. 어차피 자신이 들어온 문으로도 갱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시야를 가리자. 그녀가 천장에 난 조명등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터져나갈 때마다 내부는 더욱 어두워진다. 마지막 하나를 쏘았을 때, 건물 내부는 완벽히 어둠에 잠식당했다.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갱들이 서로를 향해 소리친다. 이리가 조용히 움직였다. 곧 그들의 총구에 달린 라이트와 레이저 포인트가 공장의 내부를 비췄다.

 

 라이트 수십 개가 위층에서 어슬렁였다. 이리는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공장의 1층을 돌았다.

 

 위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은 셋이 있다. 하나는 중앙의 계단이지만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건물의 끝에 있는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 빠르게 제압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녀가 소리 없이 걸었다. 모퉁이에 다다르자 라이트 여럿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한꺼번에 처리하자. 이리가 숨을 삼켰다. 그들이 점점 다가온다. 이제 두 걸음이면 코너를 돌 것이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직 아니야. 그녀가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발걸음 소리가 잠시 끊겼다. 빛이 두리번거린다. 지금 나가야 할까. 아니다. 조바심은 일을 그르친다.

 

 그녀의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흘러내렸다. 갱들이 자신이 마주한 벽 주위를 살피다가 빛이 다시 아래로 모여든다. 그들이 다시 이동한다.

 

 이마에서 흐른 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갱들이 코너를 돌기 직전의 한 걸음이다. 지금.

 

 그녀가 몸을 돌리면서 갱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들이 내뿜는 라이트에 눈이 시리다. 그러나 위치는 확실히 기억해뒀다.

 

 손에 들린 총이 빠르게 불을 뿜었다. 이리의 등장에 당황한 갱들의 반응이 늦다. 그 사이에 이리가 그들의 목과 머리를 맞췄다.

 

 제거완료. 그녀가 그들의 탄창과 나이프 하나를 수거하고 다시 이동했다. 복도의 끝에 도달하자 다시 라이트가 어지럽게 주변을 밝혔다.

 

 이번엔 수가 많다. 어림잡아 최소 다섯은 될 것이다. 그녀가 상자의 뒤로 몸을 숨겼다.

 

 [애들 더 불러.]

 “하지만 바깥에 아직…”

 [지금 여기에 들어온 새끼를 먼저 잡아야 할 것 아냐! 그쪽 인원 빼서 이쪽으로 불러들여.]

 

 좋으면서 나쁜 소식이다. 일이 힘들게 되겠지만 페이의 부담이 줄었다. 그럼 이참에 더 난리를 부려볼까.

 

 이리가 살짝 고개를 내밀어 위치를 확인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의 위와 다시 중앙으로 빠지는 사이에 모여 있다.

 

 하나. 그녀가 입술을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중앙으로 빠지는 통로를 향해 연막탄 하나를 던졌다. 갑자기 연기가 시야를 방해하자 갱들이 연막탄이 터진 곳으로 몰려든다.

 

 두리. 그녀가 조용히 수류탄을 계단과 통로의 사이로 굴렸다.

 

 삼이. 상체를 내밀어 사격을 개시했다.

 

 이리가 나타나 총을 난사하자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며 총을 난사한기 시작했다. 이리가 다시 몸을 감췄다. 그녀를 사살하기 위해 갱들이 다가온다.

 

 뱅! 그녀의 입술이 멈췄다.

 

 그리고 수류탄이 터지며 갱들이 폭발에 노출되었다. 수류탄이 터지고 나자 이리가 바닥을 박차고 달렸다. 걸레짝이 된 갱들의 시체를 넘는다.

 

 죽지 않고 고통에 신음을 뱉는 이들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고 계단을 올랐다.

 

 “으아!”

 

 몸을 감추고 있던 갱 하나가 그녀를 향해 권총을 들이댔다. 거리가 가깝다. 이리가 갱의 팔을 잡았다.

 

 “이 쥐새끼가─!”

 

 그녀의 복부로 갱의 주먹질이 날아들었다. 이리가 몸을 비틀거리자 다시 권총으로 그녀를 겨눈다. 그녀가 앞으로 달려들자 다시 그녀의 목옆으로 총알이 지나갔다.

 

 달려든 이리가 몸을 돌리며 뒤로 돌려 차자 갱이 고꾸라졌다.

 

 그대로 나이프를 꺼내 갱의 목가에 찔러 넣었다. 입에서 피가 꿀렁이며 바닥으로 피를 뿜어댔다. 그러나 끝까지 발악하며 이리를 노려봤다.

 

 “쉿.”

 

 다시 나이프를 비틀어 두어 번 더 찔러 넣자 잠잠해졌다. 목을 닦자 손바닥에 피가 가득이다.

 

 이리가 다시 움직여 위층에 다다르자 아래에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갱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들을 더 혼란에 빠트리자. 그녀가 남은 수류탄 모두를 갱들이 있는 곳으로 흩뿌렸다. 그리고 연이어 수류탄이 터지자 갱들이 혼비백산하여 주위로 아무렇게나 총을 쏴댔다.

 

 이제 가야해.

 

 저들을 모조리 섬멸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다음 건물로 빠르게 넘어가 두목을 잡아야 한다.

 

 이대로 오른쪽으로 달리면 그 끝에 다음 건물로 향하는 통로가 나있다. 걸리는 것이 있다면 노출이 심하다는 것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위, 위에 있다!”

 

 아래에서 웅성이던 갱들이 서둘러 이리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그녀의 발 아래로 총알이 튀었다.

 

 이리가 달렸다. 시간은 없다. 그 다음 계획도 없다. 계획은 진입하고 얼마 안 돼서 모두 엉망이 됐다. 자신의 직감을 믿고 움직여야 한다.

 

 그녀가 다시 남아있던 마지막 연막탄을 그대로 터트리며 이동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을 때 통로의 문이 열리며 갱들이 나타났다.

 

 이리를 발견하자 총을 발사하고, 멈출 것 같지 않던 이리의 움직임이 잠시 비틀거렸다.

 

 “윽.”

 

 총에 맞은 이리가 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제대로 된 조준이 아니라 갱들의 하체에 총알이 집중되었다. 그들의 무릎과 허벅지가 박살이 나며 비명을 지른다.

 

 후, 그녀가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입은 슈트는 그래도 방탄 기능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같은 곳을 맞는다면 총알이 박힐 테지만, 아직은 괜찮다.

 

 이리가 다시 통로를 향해 움직였다. 바닥에 뉘여 몸서리치던 갱들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주, 죽어!”

 

 자신의 총을 다시 집어든 갱이 그녀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레이저 도트가 그녀의 몸을 향했다. 이리가 레이저 도트를 보며 쏠 곳을 가늠했다. 그녀가 달리면서 몸을 한바퀴 돌자 총알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어느새 갱의 앞으로 다다른 이리가 머리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머리가 박살이 나는 소리와 함께 죽지 않은 갱들을 향해 총을 쐈다.

 

 다시 통로의 끝에서 갱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맨 앞의 남자를 죽이자 그 뒤로 세 명이 더 보인다.

 

 그들을 향해 조준사격을 가하자 그들이 난간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좋아, 길이 열렸어. 이리가 통로를 통해 다시 야외로 나갔다. 이대로 돌파한다면 중앙의 건물이다.

 

 그러나 갱들은 이리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건물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갱들이 그대로 총을 쏴댔다. 아래에서 발사된 총알들이 그녀를 노린다.

 

 이리의 몸을 스치는 총알들이 그녀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슈트가 찢어지며 피가 뿜어진다.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나온 뒤의 통로에서도 갱들이 몰려온다.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리고 대지가 조금씩 흔들렸다. 그녀의 귀가 울린다. 집중이 깨지는 것만 같다.

 

 가야해. 그녀가 다시 달렸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다리이자 통로인 이곳으로 갱들이 더 쏟아지고 있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가야 하는데. 무작정 앞으로 달려들면 죽는다. 그녀의 눈이 빠르게 돌아간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눈으로 거중기가 들어왔다. 바로 옆이다. 거중기엔 사슬이 기다랗게 연결되어 있다.

 

 “애들아 다 잡았다! 저년 하나만 죽이면 끝이야!”

 

 갱들이 무어라 소리치며 이리를 향해 쏘아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그녀가 앞으로 달리다 말고 옆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그녀가 뛰어내리자 뒤에서 따라오던 갱 하나가 그대로 총에 맞으며 쓰러졌다.

 

 “도대체 저년은 뭐야!”

 

 이리가 사슬을 잡고 매달렸다. 반동을 이용하자 거중기가 돌아가며 그녀가 매달린 사슬을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사슬을 꽉 잡은 채로 미네르바를 다시 꺼내들었다. 갱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댔다.

 

 총기에서 전해져오는 반동에 온몸이 아려온다. 사슬을 잡고 있는 팔이 끊어질 것만 같아 이리의 턱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사슬이 도는 방향으로 총구가 불을 뿜었다. 그 아래에 있던 갱들은 벌집이 되며 쓰러진다.

 

 이리가 있던 자리마다 총알이 박혔다. 그녀의 몸으로 날아드는 총알이 점점 많아진다.

 

 내려갈 타이밍이 보이지 않아. 이리가 매달린 사슬도 속도를 잃기 시작했다. 뛰어내릴 공간이 마땅치 않다.

 

 “새끼들아, 쏴! 쏘라고!”

 

 탄환 하나가 그녀의 발목 근처를 스쳤다.

 

 발목을 노렸던 갱의 총구가 연신 불을 뿜었다. 갱이 숨을 참고 어깨와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총의 반동을 충분히 흡수하기 시작하며 안정적인 자세가 나왔다.

 

 이리를 노리고 있는 갱의 손가락이 꿈틀댔다. 가늠쇠 사이로 그녀의 움직임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여자는 총을 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서커스를 하듯 사슬을 타고 묘기를 부려댔다.

 

 “이것도 마지막이다.”

 

 자, 이제 가늠쇠에 그녀의 가슴이 정확하게 들어왔다. 여기서 쭉 당기면 머리까지 총구가 올라갈 것이다.

 

 갱의 손가락이 다시 방아쇠를 놓았다가 당기려고 할 때였다.

 

 콰과과광!

 

 엄청난 크기의 벼락들이 공장부지로 떨어졌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벼락들이 주위의 모든 것을 덮쳤다.

 

 눈이 부셔 뜨지도 못할 정도의 빛이 이리의 근처로, 그 근처의 갱들로 빠르게 쏘아지며 경로에 있는 모든 것들을 먹어치웠다.

 

 이리를 노렸던 갱의 자리엔 그을음만 가득하다.

 

 빛이 번쩍일 때마다 갱들의 외마디 단말마가 울려 퍼진다. 땅이 깊게 파이며 조각들을 사방으로 튀었다.

 

 그 모습을 이리가 우두망찰하여 지켜봤다.

 

 “복녀!”

 

 이 벼락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분명 페이의 도술이 확실하다. 그러나 지금 페이의 상태는 말이 아니다. 도술을 조금만 부려도 힘에 겨워하는 그녀이다.

 

 도대체 왜 이런 무리를 하는 거야!

 

 이리의 입술에서 피가 흐른다. 이곳에 두목을 노리는 침입자가 있다고 더 난리를 피워야 한다. 자신이 여기 있노라고.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제발 조금만 버텨줘, 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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