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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ONDSMAN
작가 : 어름산이
작품등록일 : 2017.12.9

마법과 도술 그리고 괴물들이 나타난 가까운 미래의 지구.
괴물들을 비롯해 돈이 되는 것들이라면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선수로 생활하는 이리에게 오랜 친구 페이가 갑자기 나타나고,
기꺼이 그녀의 일을 돕지만 점점 위험한 일에 휘말려 가는데.

 
본즈맨 4화
작성일 : 17-12-10 16:31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7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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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선수 생활은 할만 해?”

 

 달리는 차 안에서 페이가 이리에게 물어왔다. 자동주행 덕분에 이리와 페이는 손발이 자유로웠다. 창밖을 보던 이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냥.”

 

 그럴 리가 없지. 이리는 늘 화약 냄새가 싫다고 향수를 뿌려댔다. 그저 할 줄 아는 것이 총을 쏘는 것뿐이니 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있지, 이렇게 둘이서 차타고 가니까 꼭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야. 너 내가 예전에 물어본 거 기억나?”“어느 거?”

 “우리가 만나서 막 친해졌을 때, 왜 내가 물어봤잖아. 넌 꿈이 뭐냐구.”

 

 이리가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 만났을 땐 꽤나 과격했다. 라진의 문제아 페이는 거리를 주름잡는 불량배였다. 이리에 비하면 스케일이 작긴 했지만 꽤 유명했다.

 

 “응. 네가 갑자기 덤벼서 웃겼어.”

 “뭐?”

 

 이리의 입에 옅게 미소가 걸렸다. 그녀가 웃음 짓는 일은 많지가 않다.

 

 “복녀 네가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하면서 달려들었잖아.”

 

 페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남의 흑역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다니! 간만에 본 미소가 자신의 흑역사라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가 이리에게 된통 깨졌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좀! 사람을 쪽팔리게 만드는 그 입이 요 입이야? 응?”

 

 페이가 이리의 입술을 잡고 흔들었다. 재빨리 페이의 손을 뿌리친 이리가 그녀를 바라봤다.

 

 “앙칼진 년. 아무튼 네가 섬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잖아.”

 

 이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는 작은 섬에서 살고 싶어 했다. 그 말을 들었던 페이는 이리를 비웃었다.

 

 자기는 초호화 아파트에서 살 것이라고. 넌 같이 나랑 살아야 한다고 때를 부렸었다.

 

 “지금도 섬에서 살고 싶어?”

 “아니.”

 “왜?”“난 생선이 싫어.”

 

 이리가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워 페이가 배를 부여잡고 낄낄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동안 웃더니 이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정말 너다운 발상이네. 그럼 이번 일이 다 끝나면 나랑 같이 살자. 분명히 돈 좀 만질 거야.”

 

 페이가 히히 웃었다. 전날 밤, 그녀는 이리에게 물건을 같이 찾자고 말했었다.

 

 ‘물건?’

 ‘예전에 도둑맞은 게 있어. 어쩌다보니 시간이 좀 지났지만. 그 물건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 것 같거든. 도와줄 거지?’

 

 이리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오랜만에 찾아와서 다짜고짜 같이 일 하자는 페이가 어처구니가 없긴 했지만, 그런 모습이 그녀다웠다.

 

 “우리는 멋진 모험을 할 거야. 라진, 아니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페이와 조금 모자란 조수 이리! 우리 둘이서 함께 말야! 옛날처럼!”

 “옛날처럼.”

 

 옛날이 좋았었나. 시간이 흐르니 좋았던 기억들도 다 닳아 없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페이가 옆에 있으니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오랜만이다.

 

 “좋아 다 도착했어!”

 

 두 여자가 평양에서 조금 떨어진 항구도시, 남포에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도시는 온통 회색으로 가득했다. 산업단지로 가득한지라 거리도 온통 뿌옇게 보였다. 공장의 굴뚝에서 퍼지는 연기하며 질척거리는 바닥이며, 풍경이 좋은 곳은 아니다.

 

 “두 미녀가 여행하기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네. 그치?”

 

 페이가 드론 두 개를 띄어 올렸다. 각자 페이와 이리의 머리 위로 이동한 드론이 그녀들의 주변에 얇은 막을 형성했다.

 

 페이가 눈썹을 까딱 올리며 이리를 쳐다봤다. 쩔지?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 페이가 앞장섰다. 이리는 잠깐 제자리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셨다.

 

 “후─”

 

 늦가을이건만 끈적거리는 바람에 타고 온 바닷가의 비린내, 매연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익숙하고 어딘가는 쓸쓸한 그런 냄새다.

 

 “그림 좋네? 가자 예쁜이.”

 

 이리가 다시 페이 옆으로 바짝 붙었다. 둘은 공장지대를 벗어나 상가들이 몰려있는 도심으로 향했다.

 

 도심의 길거리도 별반 다른 것은 없었다. 골목에 방치 된 쓰레기더미와 바람에 날리는 눅눅한 전단지. 전봇대 사이로 어지러이 엉킨 전선들. 지붕 위에서 사람들을 감시하듯 눈알을 돌리는 까마귀까지.

 

 이곳의 거리 역시 씁쓸했다. 이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평양과는 천지차이다. 겨울이면 남포항이 얼어붙으니 사람들도 활기차진 않았다.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느라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이 바쁜 행색이다.

 

 페이는 앞장서서 한동안을 배회했다. 홀로그램 화면을 띄우고 길을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기는 했는데 어찌 같은 곳만 빙빙 도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다시 골목길로 돌아왔다.

 

 “복녀. 길 잃었어?”

 “아니! 얘가 재촉은. 잠깐만 기다려봐.”

 

 분명 이쯤이어야 하는데. 페이가 발을 동동 굴렀다. 뭘 찾는지 몰라도 간판만 확인할 뿐인데, 주위의 건물들은 다 셔터가 내려져 있다.

 

 외지인으로 보이는 두 여자가 주위를 어슬렁이니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고 지나갔다. 여간 답답한지 페이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당신들 뭐요?”

 

 한 남자가 다가오며 물었다. 이곳 주민인가? 페이가 다가오는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페이와 이리를 바라보는 눈빛에 경계심이 깔려있다.

 

 이 동네는 사람들이 잘 안 오는 모양인지 베타적인 모습이다.

 

 “오, 아저씨! 여기 살아요? 뭐 좀 물어보고 싶은데.”

 “뭘 말이요?”

 “이 근처에 왜 맛 집이라고 도토리묵밥 가게가 있다는 거예요, 분명 이쯤이라고 나와 있거든요? 근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요.”

 

 페이가 손짓을 하며 말했다. 듣는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도토리묵?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당신들 여기 사람도 아닌 것 같아 하는 소린데, 여기는 당신들이 놀러 다닐 만한 동네가 아니니까 어슬렁거리지 마쇼.”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건물의 셔터를 올렸다. 우라질, 되는 것이 하나도 없으려니까. 남자가 거칠게 침을 뱉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쾅, 셔터가 다시 닫혔다.

 

 이리가 눈썹한쪽을 올리며 이제 어쩔 것이냐 묻는 듯이 페이를 쳐다봤다. 하하, 이게 아닌데. 페이가 멋쩍게 웃었다. 결국 주변의 주민들을 찾아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칠기만 할 뿐이다.

 

 빗줄기가 더 거세진다. 페이와 이리는 상가 근처에 있던 작은 주점에서 비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어쩜 이곳은 다 이따위로 생겨먹었지? 페이가 투덜거렸다. 아무렇게나 대충 걸어둔 간판처럼, 내부도 엉망진창이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꾸리꾸리한 땀 냄새가 진동을 한다.

 

 두 미녀가 들어오자 대낮부터 술을 마셔대던 남자들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페이는 코를 찡그리며 남자들을 째려봤다. 저치들은 씻지도 않는데?

 이리는 익숙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페이의 맞은편에 앉았다. 페이는 앉자마자 술을 시키고 의자에 기댔다.

 

 “복녀.”

 “벌써부터 진이 다 빠지네─ 할 말 있으면 그냥 말해요. 괜히 부르지 말구.”

 “네가 뭘 찾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리의 말에 페이가 입 꼬리를 올렸다. 페이는 이리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이리가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물건을 찾는다!’ 가 전부니까.

 

 페이가 씩 웃더니 얼굴을 들이밀면서 유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이 언니의 신랑감을 찾고 있어.”

 

 페이의 농담에 이리의 눈썹이 八로 변했다.

 

 “아씨, 알았어. 이년아 정색할 것 까진 없잖아. 날씨도 안 좋은데 좀 웃자구.”

 

 하나도 안 웃겨. 이리가 페이의 얼굴을 밀었다.

 

 “까마귀라는 놈을 찾고 있는데 사실 나도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놈이 무슨 도토리묵밥? 아무튼 그거랑 관련된 곳에 있다는 것만 알거든. 여기 남포에 있다는 건 들었는데. 그것보다 이 동네는 왜 다 하나같이 쌀쌀맞대?”

 

 내 미모가 여기선 안 통하나? 페이가 중얼거렸다. 이리는 어찌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막무가내인 것은 알았는데 아무런 계획도 없다니. 이대로 가다간 시간만 낭비하다 올라갈 것이다. 정보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까마귀.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았어?”

 “우연히 들었지. 난 아, 내 정성과 돈이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하고 인생 슈발 욕하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이지 뭐야.”

 

 이것도 두루뭉술하다.

 

 “어쩌다 도둑맞았는데?”

 “어쭈. 꽤 심문하는 듯한 뉘앙스네? 좋아요 형사님. 나 한동안 라진을 벗어나서 일을 좀 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나 따라다니는 패거리들이랑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그러다 뒤통수 맞았고. 이 팔도 그때 얻었어. 이 정도면 될까요, 형사님?”

 

 이리가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페이는 웃고 있지만 더는 말해주지 않겠다는 듯 몸을 뒤로하고 담배를 피워댔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맨땅에 헤딩하듯 무작정 부딪쳐 볼 수밖에.

 

 “계속 찾아보자.”

 “그건 당연한 거지! 난 저쪽 아저씨들부터 물어보고 올 테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봐. 이 페이만 믿으라구!”

 

 페이가 저 멀리 남자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이리가 가만히 앉아서 주위를 살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얘기를 주고받는데 대개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대부분이 살림살이 걱정이다. 이 주점의 손님들에게 얻을 것은 없어 보였다.

 

 이리는 눈을 돌려 바카운터에 있는 마담을 보았다. 앞의 남자와 무어라 떠들고 있는데 잘 들리지가 않는다. 그녀가 주머니를 뒤적이다 조그마한 무선 이어폰을 찾았다.

 

 ‘자고로 정보가 제일 중요해. 그러니 자네도 정보를 얻는 연습 좀 해보라고.’

 

 세일즈가 주었던 것이다. 작은 이어폰 모양이지만 실은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장치.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가지고 다니니 도움이 되는구나. 이리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리저리 조금씩 돌려댔다.

 

 그러자 마담과 남자의 대화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이리는 한동안 집중하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다른 대화가 오고간다.

 

 “고작 와서 한다는 소리가 그거에요? 가게까지 와서 이러면 곤란한데.”

 “그러니까 서로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고, 응? 그러다 정말 판 커져요. 우리니까 좋게 대화로 가는 거지, 다른 녀석들 같았어봐. 그러니 예전처럼 잘 합시다. 까놓고 말해서 이러는 거 우리도 기분 안 좋아요. 알지?”

 

 우리. 저 남자는 단체로 움직인다. 남자가 자신의 민머리를 쓱 매만졌다. 손에서 버터플라이를 꺼내 이리저리 돌려댔다. 여기나 저기나 이런 놈들은 널렸구나. 마담은 남자에게 조용히 말하라 타박했다.

 

 “……다니까? 그리고…….”

 

 잡음이 껴서 소리가 먹혔다. 마담이 항의하듯 말하자 남자가 마담을 노려보고 씩씩거렸다. 조금만 더 들어볼까. 이리가 다시 이어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들려올 찰라.

 

 “왁!”

 

 삐이이이익──

 

 이리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펄쩍뛰었다. 서둘러 이어폰을 뺀 이리가 귀를 매만지며 페이를 째려봤다.

 

 “흐흐, 귀엽기는.”

 

 자리에 앉는 페이를 무시하고 다시 이어폰을 꽂으려 했지만, 남자는 주점을 나가고 있다. 뭔가 중요한 것 같았는데. 이리가 신경질적으로 다시 이어폰을 빼냈다.

 

 “그냥 앉아있는 게 아니었구나?”

 “응.”

 

 푸하─ 페이가 물고기마냥 입술을 뻐끔거렸다.

 

 “여기가 왜 이 모양인지 알겠더라. 임금은 쥐꼬린데 사람들도 넘쳐나서 여차하면 슥샥! 모가진가 봐. 갱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그렇고. 예전엔 안 이랬다나 뭐라나. 다들 악몽도 간간히 꿔서 정신병원만 성황이라네. 참, 이 동네에는 도토리묵이며 묵밥이며 가게가 없대. 있어도 저 멀리에 있다더라. 힝 우리 아무래도 헛걸음했나봐.”

 

 얻은 것이 없다는 소리네. 이리가 무표정하게 쳐다보자 페이가 괜히 볼을 긁어댔다. 좀 더 자세히 들을걸 그랬어. 그래도 이 동네 근처라고 했단 말이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페이가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며 자책하는 사이, 페이가 시킨 술이 왔다.

 

 “늦어서 미안해요.”

 

 마담의 표정이 좋진 않다. 여기 대부분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지만. 이리가 마담을 올려다봤다. 어쩌면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고민하는 사이에 마담이 다시 돌아가려했다.

 

 “저기.”

 

 네. 마담이 뒤돌아보며 대답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뭘 말이죠?”

 

 마담의 눈이 이리와 페이를 훑었다. 페이가 이리의 발을 툭 찼다.

 

 “이년아 그렇게 인상 찌푸리고 말하지 마!”

 

 아차. 이리가 표정을 풀었다. 그녀는 무언가에 집중할 때 미간을 찌푸리는 습관이 있다. 주름이 없는 것이 용하다.

 

 조용히 말한다고 했으나 말끝에 음성을 높인 페이나, 곧바로 표정을 풀어버리는 이리나 그 모습이 꼭 콩트 같아 마담이 픽 웃었다.

 

 “귀여운 손님들이네. 여기 사람도 아니고, 손님들한테 가서 뭘 물어보던데. 모습이 경찰은 아닌 것 같네요. 둘 다 예쁘시고.”

 “어머. 이 언니 보는 눈이 있네!”

 

 칭찬에 좋아하는 페이가 이리는 조금 부끄럽다.

 

 “응. 혹시 이 근처에 도토리 같은 걸 다루는 곳이 있어?”

 “글쎄요,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여긴 없어요. 식당에서 메뉴로 팔기야 하겠지만 전문점은 없는걸요.”

 

 시작이 잘못되었나. 어떤 질문이 막혀서 풀리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생각하라고 했다. 전제가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이리는 도토리를 제외하기로 했다. 그놈의 도토리가 뭐라고!

 

 그녀는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까마귀를 물어봐서 모른다면 페이가 정보를 얻었던 곳부터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까마귀라는 사람을 찾고 있어. 들어본 적 있어?”

 

 영업적인 미소를 짓던 마담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까마귀. 본명이 까마귀는 아니겠네요. 그 사람은 왜 찾아요? 요즘 시대에 사람 찾는 일이면 썩 좋은 의도는 아닐 게 확실하고.”

 

 말투가 살짝 사나워졌다. 도대체 왜 그럴까? 페이는 살짝 심드렁한 표정으로 마담을 보고 있다. 여기서 페이가 ‘우린 까마귀를 조지러 왔다!’ 하고 소리치는 순간 멀리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고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이리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순 없지만,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가씨들. 선수나 해결사 뭐 그런 사람들인가요?”

 

 마담이 물어왔다. 대답에 따라 말을 할 수도 있다는 표시 같았다. 여기서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세일즈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이리가 잠시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페이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린 선수들인데 뭐 의뢰가 있어서 이런 건 아니고 그냥. 내 개인사정 때문이에요. 그 사람한테 물어볼 것이 있거든. 언니는 뭘 알고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물어볼 것 같진 않는데.”

 

 이리가 페이를 바라봤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건가? 그 이전에 페이는 생각보다 사람을 봐가면서 말을 잘 고르는 것 같다. 이리가 알던 페이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건만, 떨어져있는 그 시간동안 더 성숙해졌다.

 

 마담이 잠깐 고민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 둘을 봤다가 문 밖을 살핀다.

 

 “내가 저 방으로 들어가면 몇 분 있다가 따라 들어와요.”

 

 페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담은 말을 마치고 재빨리 바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른 손님들에게 술을 내갔다. 크기가 큰 주점이 아니니 다른 종업원은 없다.

 

 “으흐, 이제 정보 하나 건졌지?”

 

 다시 장난스럽게 웃는 페이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난 네가 난리칠 줄 알았어.”

 “뭐야, 내가 왜? 어째서?”

 “나랑 다니면서 네가 맨날 그랬으니까.”

 “정말! 옛날 얘기 좀 그만해! 언제 적이니 그게?”

 

 이리도 막무가내이지만 페이는 더 했다. 이리가 말없이 사고를 친다면 페이는 사방팔방 다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를 일수였다. 페이는 이리를 구박하면서 술을 훌쩍였다.

 

 마담이 조용히 구석진 곳에 만들어둔 창고용 방으로 들어갔다. 이리와 페이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뒤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알 수는 없지만 은밀해야 하는 정보임은 틀림없다.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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