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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22. 술보다 효과적인 것
작성일 : 17-12-10 13:09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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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회사 사옥 근처를 한참 빙빙 돌던 택시는, 어느 순간 목적지로 향했다. 20분 거리에 5만원이 나왔다. 나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굴을 하고서 낡은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Valse Triste]

 

 

 과거의 내가 주구장창 다녔던 바로 그 바. 천천히 문을 밀었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늘 그렇듯 가게는 한산했다.

 

 

 "보드카요."

 

 

 바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자, 무뚝뚝한 주인이 금세 잔을 내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독한 술을 입에 머금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 더요.”

 

 

 저릿저릿한 혀끝을 다시며 말하자, 나를 힐끔 본 주인이 잔을 밀었다. 두 번째 잔도 말없이 비운 뒤 한 잔 더 부탁했을 때였다.

 

 

 “술에 의지하는 건 좋지 않은데.”

 

 

 나는 천천히 눈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과거에도 나는 늘 술에 절어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하는 법이 없었다.

 

 

 “위태해보여서.”

 

 

 나는 피식 웃으며 팔에 턱을 괴었다. 위태, 로웠다. 무너질 것도 같았다.

 그야말로 과부하 상태였다. 모든 것이 나를 조여 들고 있었다.

 

 

 “왜 술을 마시죠?”

 

 

 정말 궁금한 듯한 표정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술파는 사람이 하는 질문이 재밌네요.”

 

 

 잔에 비치는 내 얼굴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보였다. 빈 잔의 테두리를 만지작거리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요… 도피일까.”

 

 “그렇다면 효과적이죠.”

 

 

 내 말에 수긍하듯 주인이 병을 땄다. 투명한 술이 공중에서 떨어져 잔을 채우고 들었다. 그가 내민 잔에 막 손을 가져다 대려던 찰나였다. 주인의 손이 먼저 잔을 잡았다.

 

 

 “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긴 해요.”

 

 

 눈썹을 들어 올리며 그를 보자, 주인이 중얼거렸다.

 

 

 “사람.”

 

 

 아. 나직히 탄식을 내뱉었을 때였다. 휴대폰이 반짝이며 문자 도착음이 울렸다. 나는 멍하니 도착한 메시지를 내려다보았다.

 

 

 [나 배고프다. - 윤승조]

 

 “이 잔은 취소할까요?”

 

 

 주인의 입가가 실룩 움직였다. 늘 표정이 없는 사람인데, 어쩐지 웃는 것도 같았다. 나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충전하지 않은 휴대폰이 결국 꺼지고 말았다. 답장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지. 무작정 와버린 승조의 맨션 앞에서 멍청히 서 있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있는 지 없는 지도 확실치 않았지만, 왜일까. 차마 호출을 할 자신이 없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 왔어? 그보다, 함부로 찾아오는 거 싫다고 했었지.’

 

 ‘가. 집에.’

 

 

 트라우마라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법이다.

 

 나는 그네에 앉아 가볍게 땅에 발을 딛었다. 삐걱거리며 그네가 움직였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멍하니 땅을 보았다. 개미 두 마리가 열심히 기어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바닥에 까만 점이 점점이 박힌다.

 

 

 “비…”

 

 

 나직하게 탄식하며 손바닥을 뻗었다. 이 상황에 비가 오면 곤란하지만, 딱히 나쁠 것도 없다. 점점이 떨어지던 비가 어느새 제법 그 세기를 달리 했다. 나는 다시 땅으로 시선을 처박았다. 빗방울이 빠르게 번져 땅의 색을 짙게 만들고 있었다.

 

 갑작스런 비에 개미 두 마리가 우왕좌왕하다 제각각 어딘가로 사라진다. 흩어지지마. 헤어지지, 마.

 

 괜한 감정 이입에 발을 뻗어 다른 곳으로 달려가는 개미 한 마리의 경로를 방해했을 때였다. 내 위로 그림자가 졌다. 그리고, 점점이 떨어지던 빗방울도. 어느새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뭐해.”

 

 “…….”

 

 

 슬리퍼 차림에 한 손에는 비닐봉지, 한 손에는 우산을 든 승조가 재밌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그를 힐끔 올려다보곤 다시 고개를 숙였다. 우다다다- 경로가 막힌 개미가 제법 빠른 속도로 다른 개미 쪽으로 달려간다.

 

 

 “왜 괴롭혀.”

 

 

 괴롭힌 거 아닌데. 나는 뚱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몸을 굽혀 나와 시선을 맞춘 승조가 중얼거렸다.

 

 

 “메시지 무시하길래 나랑 밥 먹기 싫은 줄 알았는데.”

 

 “…….”

 

 “왕따 같이 왜 이러고 있어. 너 아닌 줄 알았다.”

 

 

 그 말에 인상을 살짝 찡그리자마자, 곧바로 입술이 맞닿아 왔다. 쪽-, 가볍게 입을 맞춘 승조가 장난스럽게 입 꼬리를 올렸다.

 

 

 “집 앞에 가 있지.”

 

 “…함부로 가면,”

 

 “괜찮은데? 의외로 예의 있네.”

 

 

 찌릿, 시려오는 코끝을 찡그리는데, 극적으로 재회한 개미 커플을 힐끔 본 승조가 손을 뻗었다.

 

 

 “얘네랑은 나중에 놀고, 지금은 나랑 놀래?”

 

 

 그의 손바닥 위로 내 손을 올리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큰 게임 소리가 귀를 찔렀다. 인상을 쓰며 TV를 보았다. TV에 게임 화면이 떠 있었다.

 

 

 “오늘 오프였어?”

 

 “응.”

 

 “하루 종일 게임 했어?”

 

 “응.”

 

 

 어이없는 내 얼굴을 보며 얄밉게 웃은 승조가 내 손에 게임기를 쥐어준다. 그는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질 정도의 게임 중독자였다.

 

 

 “하고 있어.”

 

 

 그가 손에 들려 있던 비닐봉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게임에 관심이 없는 난 그대로 게임기를 내려놓고 식탁으로 향했다. 비닐봉지에는 캔 맥주며 라면, 냉동식품 따위가 가득 들어 있다.

 

 

 “너 식단 관리 안 해?”

 

 “드라마 끝났잖아. 밥 아직 안 먹었지? 뭐 먹을래?"

 

 "음. 딱히 배는 안 고픈데. 중국음식 같은 거 시켜도 돼."

 

 

 승조가 눈을 깜빡이다 묻는다.

 

 

 “너야말로 식단 관리 안 해?”

 

 “어?”

 

 “곧 패션 위크잖아. 초대장 왔던데.”

 

 

 내가 잠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무심히 중얼거린 승조가 냉장고를 연다.

 

 

 “뭐 네 맘이지. 만두 구워 먹을래?”

 

 “그래.”

 

 “맥주도 마실래?”

 

 “그래.”

 

 “좋아. 한 10Kg 찌워서 나가자.”

 

 

 입 꼬리를 올린 승조가 기분 좋게 중얼거린다. 나는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늦은 밤, TV에서는 예능 프로가 흘러나오고, 옆에서는 승조가 그걸 보며 픽픽 웃고 있었다. 그러나 예능에 흥미가 없는 나는 눈을 깜빡이다 승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습관적으로 내 머리에 손을 올린 그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왜 그래?”

 

 “뭐가?”

 

 “그냥. 오늘 힘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가.”

 

 “아, 맞다. 나 선물 받은 케이크 있는데.”

 

 

 갑자기 신이 난 듯 승조가 몸을 일으켰다. 쌩 하고 부엌으로 가버린 그 덕분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은 나는 기지개를 켜며 거실을 돌아보았다. 테이블 한 켠에 피렌체에서 산 향수가 놓여있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않은 채 향수를 향해 손을 뻗으려 했을 때였다.

 

 그 옆에 놓인, 뜯어진 편지 봉투 하나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나는 승조가 있는 부엌을 힐끔 돌아보았다. 커피도 내리는 지 거실로 커피 냄새가 흘러 들고 있었다. 눈치를 보다 편지 봉투에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톡, 하고 편지가 떨어졌다. 그리고.

 

 

 [죽여 버릴 거야]

 

 

 순식간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악의에 가득 찬 글씨였다. 떨리는 손으로 다음 내용을 읽기 위해 그것을 집어드려 했을 때였다.

 

 

 “미루.”

 

 “…….”

 

 “사생활 침해는 용서 못한다, 너?”

 

 

 나를 막아선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접시를 내밀었다. 카라멜 드리즐이 가득 뿌려진, 보기만 해도 끔찍하게 달아 보이는 케이크를 내려다보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승조야.”

 

 “오빠지.”

 

 “윤승조.”

 

 “정색 타도 안 보여 줄 건데.”

 

 

 입 꼬리를 올린 그가 내 허리를 끌어당겨 억지로 소파에 앉혔다. 그리곤 망설임 없는 손길로 편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넣는다.

 

 

 “그냥 극성 팬이야. 가끔 저래.”

 

 “언제부터?”

 

 “글쎄. 최근에 좀 자주 오긴 하는데.”

 

 “웃으며 넘길 게 아닌 거 같은데.”

 

 

 나는 중얼거리며 쓰레기통을 보았다. 아직까지도 소름이 가라앉질 않고 있었다.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은 그가 억지로 내 얼굴을 잡아 눈을 맞춘다.

 

 

 “웃으면서 안 넘겨. 매니저한테도 말해뒀고.”

 

 “…….”

 

 “괜찮으니까 케이크 먹자.”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는 듯한 그의 눈을 보다, 할 수 없이 포크를 들었다. 이후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그에게 적당히 맞장구치면서도 내 시선은 여전히 쓰레기통을 향해 있었다.

 

 저것이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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