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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접근의 의도
작가 : 햐뉴
작품등록일 : 2017.11.29

막장집안에서 태어난 외동아들 제경수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길래, 집안에는 온통 외면하고 싶은 가족 뿐
그러던 어느 날 경수에게 완벽한 남친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환경이 환경인지라 불쑥 의심부터 먼저... 너 나한테 접근한 의도가 뭐야?
너무 완벽한 남친 선우와 그런 남친이 못내 의심스러운 경수의 이야기

 
3. 생일 (1)
작성일 : 17-12-10 11:57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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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들아."

 

  요즘 김현수는 우리를 저렇게 싸잡아 부른다. 한 달 전에는 미안하다고 울고불고 했던 게 말이지.

 

  "제발 부탁이 있는데 말이지."

  "응."

 

  나 대신 유선우가 대답을 해준다. 어유, 요 귀여운 입. 말하겠다고 달싹거리는 것 좀 봐. 너무 사랑스러워. 얘가 내 남친이에요!! 하고 복도까지 쩌렁쩌렁 울리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그냥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요망한 유선우는 가만히 미소를 짓는다. 심장에 무리가 왔다. 날 죽이려고 작정했나 봐.

 

  유선우와 내 눈이 마주쳤다. 스파크가 튀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지? 더는 못 참겠어. 유선우의 입술과 내 입술이 부대끼려는 데 김현수의 간절한 목소리가 우리 사이를 갈랐다.

 

  "게이들아. 제발 부탁이야."

  "뭔데."

  "그런 짓거리는 나 없는데서 하면 안 되겠어?"

 

  음.

 

  그런 짓거리라. '그런'게 대체 뭐지? 잠깐 고민했다. 아. 그러다 그게 우리의 키스를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지금 완전 키스하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김현수 때문에 흥이 깨졌다. 김현수 주제에 우리 키스를 가로막다니. 민폐 김현수에게 화가 났다.

 

  그러다 김현수가 안쓰러워졌다. 김현수는 여친도 없고, 남친은 더더욱 없다. 게다가 오늘은 혼자 청소까지 맡았다. 내일 검사한다는 말에, 다른 애들은 앞 뒤 안 재고 발빠르게 도망갔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진짜 불쌍하네. 그리고 더 생각해보니 진짜 민폐는 우리였다.

 

  김현수의 청소를 도와주기는 커녕, 김현수가 열심히 뒤로 밀어넣은 책상 위에 올라앉아 유선우랑 이러고 있으니. 헐. 어떻게 선우야. 우리가 민폐였어.

 

  내가 김현수 쪽을 쳐다보려하자, 유선우가 내 고개를 따라 움직이며 내 시선을 가로막았다. 자기만 바라보라는 듯이. 그게 너무 귀여워서 왼쪽 볼에 쪽,쪽, 하고 입을 맞춰주자 이번엔 얌전히 오른쪽 볼을 내민다. 어우, 이걸 진짜 어떡하면 좋지.

 

  "씨발. 게이들아."

 

  뒤에서 쾅!! 거리는 소리가 났다. 정말 큰 소음이어서 나는 깜짝 놀랐고 유선우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찰나의 순간에 말이다. 역시 선우는 믿음직스러워. 나는 감동받은 눈으로 유선우를 올려보았고, 유선우는 나를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눈을 맞춰 웃었다.

 

  "제발 1초라도 내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래."

 

  김현수가 허탈함과 애절함이 반반 섞인 눈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김현수 옆에 자리한 청소사물함 문이 덜렁거렸다. 나는 유선우의 가슴팍에 달라붙은 채로 속삭였다. 쟤가 그랬나 봐. 기물파손죄야. 워낙 약골이라 파손이 안 됐을 뿐이지. 정말 무서워. 유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많이 놀랐어? 아니. 네 덕분에 안 놀랐어. 유선우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부끄러워하는 게 분명해서 나는 킥킥 웃었다. 어떻게 붉게 물든 귀까지 이렇게 귀여울까. 유선우의 귀를 향해 손을 뻗자, 유선우가 한 손으로 내 손을 잡아챘다. 눈빛이 마주쳤다. 그리고 유선우의 입술이 내 입술을 향해 돌진...

 

  "씨발."

 

  뭔가 내리꽂는 강렬한 소리가 났다. 그제야 서로에게서 떨어진 시선이 그곳으로 모아졌다. 김현수가 바닥에 빗자루를 내던진 채 인자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 한 대 치면 사리가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미소였다.

 

  "마무리는 너희가 다 하고 가라."

 

  김현수는 세상에 미련 없는 몸짓으로 털레털레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랬다. 근데 쟤가 언제부터 욕을 썼지? 사춘기가 이제 왔나.

 

  거기서 그만 신경 끄라는 듯, 유선우가 내 앞머리를 나긋하게 쓸어올렸다. 달달함이 가미된 눈빛 때문에 온 몸이 간지러웠다. 싫지 않은,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었다. 난 유선우의 이런 따스한 눈빛을 정말 좋아하니까. 특히 나를 쳐다볼 때만. 듣기 좋은 음성이 귓가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생일 축하해."

 

  간지러움에 몸이 부르르 떨리길래,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 너한테서만 백 번은 들은 거 같은데?"

  "백 한 번째로, 생일 축하해."

 

  유선우가 장난치듯 말하며 킥킥 웃었다. 주인님을 데리고 장난을 치다니. 코를 확 물어버릴까 보다.

 

  "생일이 뭐 그렇게 대수라고."

  "네가 태어난 날이잖아. 세상에서 제일 기쁜 날."

  "아니. 세상에서 제일 성가신 날이지."

 

  그러자 유선우가 대뜸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이따가 나랑 만나는 게 성가셔?"

 

  삐진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무덤덤하게 "응. 너랑 만나는 게 성가셔."하고 말했다. 그러자 두 눈이 축 쳐진다. 아. 귀여워. 애초에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귀여우면 장땡이지 뭐. 유선우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곤 투정을 부렸다. 아니, 누가 이렇게 끼 떨랬어? 누구를 유혹하려고? 내가 그렇게 가르쳤니? 나는 유선우의 엉덩이를 팡팡 때려주었다. 투정부리다 말고, 큭큭이는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번졌다.

 

 

  *

 

  칙칙.

 

  "너무 많아요."

  "그래?"

 

  칙칙.

 

  "너무 많아요."

  "그래?"

 

  칙칙.

 

  "너무 많아요."

  "그래?"

 

  칙칙.

 

  "너무..."

 

  여기서 문제. 다음 빈칸에 들어갈 답은 무엇일까? 선택지 1번. 많아요. 선택지 2번. 적어요. 나는 자신있게 정답을 맞추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이게 뭔 짓이람.

 

  아빠는 거울 앞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손에는 빗이 들려 있었고, 화장대 위에는 포마드 병과 수분 스프레이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포마드로 머리를 기름칠 해놓고 너무 많다 싶으면 물을 뿌리고, 물이 너무 많아 졌다 싶으면 다시 기름칠을 했다. 끝도 없는 무한수열의 향연이었다. 팔짱을 낀 채 한 시간 째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 내 표정은 썩어들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도대체 난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길래 지금 이걸 보고 있어야 하는 거지? 선우 얼굴 하나 더 보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아빠."

 

  쓱싹쓱싹 빗질을 하던 아빠가 "왜." 그런다. 형질상 섞일 수 없는 기름과 물이 뒤섞인 이상한 용액 한 줄기가 아빠 얼굴을 타고 흘렀다. 사람을 상대로 혐오스런 표정을 짓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냥 머리를 다시 감는 게 어때요?"

  "그게 나아 보여?"

  "네. 지금은 완전 그냥..."

 

  기름통하고 생수통에 번갈아 물고문 당한 사람 같거든요. 뒷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거울을 곰곰이 들여다 본 아빠는 내 제안에 수긍했다.

 

  욕실에 들어가다 말고 아빠는 짐짓 엄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어디 가면 안 돼."

  "예, 예~."

 

  아빠가 여전히 못 미덥다는 얼굴로 흘기길래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의심의 눈초리를 마지못해 거둔 아빠가 욕실로 사라진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일 번. 아빠 스타일링을 왜 내가 봐줘야 하는지. 이 번. 그게 내가 아빠의 아들이란 이유와 무슨 상관인지. 삼 번. 거기서 공자아저씨랑 맹자아저씨가 왜 튀어나오는지. 사 번. 아빠가 씻는 동안까지 왜 욕실 앞을 멍청하게 지키고 있어야 하는 건지.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다간 들을 말이 더 많아질 것을 알기에 그냥 잠자코 있었다.

 

  아빠는 화장실에서 아예 드라이를 하고 나왔다. 아까보단 훨씬 볼만했다. 그런데 아빠의 손이 다시 포마드 병으로 향하길래 얼른 저지했다. 저거 아직도 안 깨트리고 뭐했냐, 나.

 

  "그냥 해요. 이러다 우리 늦겠거든요?"

  "그래도 제대로 해야지."

  "아까 하도 발라서 완전히 안 씻겨내려갔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읊었다. 아빠는 마지못해 알겠다고 하곤, 옷걸이에 걸린 슈트를 집어들었다. 드라이클리닝을 완벽히 마친 푸른빛 도는 슈트에는 사실 슬픈 사연이 얽혀있다. 피 같은 내 일주일의 노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빠는 백 벌의 슈트를 고르고선 매일 밤마다 패션쇼를 벌였고, 그때마다 내게 어떤 게 더 좋냐며 코치코치 캐물었다. 아니, 슈트만 그랬나? 넥타이는 어떻고, 구두는 또 어떻고. 지금 생각해도 이가 갈린다. 게다가 날 그렇게 부려놓고 수고비 한 푼도 안 줬다. 이건 아동학대로 신고해야 해.

 

  "어때?"

 

  마음 같아선 진짜 별로에요,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정말 그랬다간 또 새로운 슈트를 고르느라 오늘 하루가 훌쩍 지나갈까봐 무서웠다.

 

  "킹스맨 같아요."

  "킹스맨이 뭐야?"

  "칭찬이에요."

 

  아빠가 드디어 만족스런 표정으로 웃었다. 확실히,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아빠는 개미 눈물 만큼 멋있긴 했다. 옷도 옷이지만 나름 본판도 되니까. 음. 아빠는 잘생겼다. 나는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남들 말론 그렇다고 한다. 저 분이 네 아빠라고? 애가 있다니 말도 안 돼. 근데 정말 잘생기셨다... 당시에는 출세를 위한 빈말인 줄 알았는데, 아주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나를 데리러 온 아빠를 보면 항상 얼굴을 붉히곤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뭐하냐고. 어차피 엄마 눈에는 오징어 땅콩 강정으로밖에 안 보일텐데. 내가 보기엔, 이 모든 건 쓸데없는 시간낭비였다. 강정에 줄을 두 줄 긋느냐, 세 줄 긋느냐의 차이지. 그니까 더 지체하지 말고 빨리 가자고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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