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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14
작성일 : 17-12-10 03:29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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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박스 째 열었지만 그 어디에도 도장은 없었다. 환이 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영은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서서 그런 환을 쳐다봤다. 환이 별 수 없이 방에 어지럽혀 놓은 짐들을 다시 박스에 주워 담았다. 가만히 있던 영도 그제야 곁으로 다가가 짐 정리를 도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늦을 거야.”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영은 환의 얼굴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집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3일 째기도 했지만 환은 귀가가 매번 늦었다. 그래서 환이 평소보다 더 늦을 거라고 하는 말에 딱히 감흥은 없었다. 영은 환이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오늘도 늦게 들어올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사실 오늘 환이 해야 하는 일은 집주인을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환의 생일이다. 습관적으로 환은 생일 날 혼자 있지 않았다. 안 좋은 생각들이 폭풍처럼 몰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집에 누군가 한 명 더 있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습관적으로 환은 오늘도 거리를 배회하다가 돌아올 작정이었다. 짐 넣은 박스를 다시 쌓아올리고서 환이 영에게 말했다.

 

 “오늘도 무슨 일 있으면 미리 연락 줄게.”

 “어제처럼 갑자기 오시면요?”

 

 영이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지금 생각해도 간 떨리는 순간이었다. 밖이 어두워 질 때쯤 전등도 켜지 않고 어둡게 있는데 별안간 누군가 집 비밀번호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상대가 맞지도 않은 비밀번호를 세 번쯤 연속해서 누르자 영의 손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환을 통할 것도 없이 바로 휴대폰 화면에 112를 띄어 놨다. 아마 문 좀 열러달라는 집주인의 목소리가 끝내 들리지 않았다면 영은 통화 버튼을 눌렀을 것이 분명했다. 환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짐 때문에 집이 정신이 없어서 오실 거면 꼭 연락 달랬으니까 아마 이제 그냥 오진 않을 거야.”

 

 영이 내심 안도했다. 환은 이제 나갈 모양인지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었다. 그리고는 쭈뼛거리더니 주머니에서 만 원 짜리 한 장을 꺼내 냉장고 위에 올려뒀다. 이내 한 장을 더 꺼내 두 장을 겹쳐 놓았다. 영이 뭔가 싶어 현금과 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환이 코를 한 번 들이켰다.

 

 “뭐라도 시켜 먹으라고.”

 “돈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늦을 거야. 아마 자정은 지나야 들어올 거 같거든.”

 “돈 있다니까요.”

 

 통장에 모아뒀던 돈 백 만원을 모두 줘버리긴 했어도 당장 먹을 것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원래 그 백 만 원에 식비도 포함이었잖아. 간다.”

 

 사실 집 계약만 아니었으면 받지 않았을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랬다면 영을 집에서 지내게 해줬을 리도 없지만 어쨌든 환은 그 큰돈을 무턱대고 받아버린 게 내심 찝찝했다. 그 돈 덕분에 훨씬 쾌적하고 넓은 집에 계약을 하러 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었다. 환은 괜히 민망했던 건지 신발을 다 신지도 않고 구겨 신은 채 밖으로 나갔다. 환이 나가고 나서 영이 슬쩍 냉장고 위를 봤다. 딱히 쓸 생각은 없었다. 다시 혼자가 된 영이 전등을 끄고 바닥에 몸을 눕혔다. 반 지하 특성상 대낮에도 불을 끄고 있으면 거의 밤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있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은은한 스탠드 조명 하나만 있었어도 정말 좋았을 텐데! 이런 집에 그런 것이 있을 리는 없었다. 영이 기지개를 켠다고 양손과 다리를 위아래로 쭉 뻗었다. 그때 손에 박스 더미들이 만져졌다. 영이 벌떡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는 현관문을 무심코 한 번 쳐다봤다. 이 집에 들어오고서 영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한 번도 환의 집을 제대로 구경해보지 못했다. 예의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할 수가 없던 상황이었다. 박스에 담을 수 있는 웬만한 가구, 옷, 소지품들은 다 박스 안에 정리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건드렸다가 티라도 난다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었기에 만지고 들여다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환이 헤집어놨던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집어넣던 장면이 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늘이라면 모르지 않을까.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딱히 별 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요 며칠 집 안에 누워만 있었더니 이 정도 일탈만으로도 금세 기분이 좋아져 영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박스에는 잡다한 것들이 다 들어있었다. 그 중에는 웃음을 터지게 하는 것도 있었는데 예를 들면 아령 같은 것이었다. 환이 한 손 당 1kg인 분홍색 아령을 양손에 들고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나보다도 웃음이 없는 사람. 영은 환을 그런 이미지로 정의 내렸다. 늘 우울해 보이는 모습을 보며 순탄하기만 한 인생은 아닐 것이라 추측할 뿐이지 영은 환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건 죽음도 마찬가지였다. 환의 죽음은 영에게 보이지 않았다. 영은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애초에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누군가를 살해한 사람들은 그 죄만큼 끔찍하고 무서운 죽음을 당했다. 그래서 영은 결국 환도 살인자가 된다면 그렇게 죽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영이 제일 위에 있는 박스를 바닥에 두고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 책 같은 건 전혀 읽지 않는 사람 같아 보이는데 의외로 두꺼운 서적 몇 개가 들어있는 거 말고는 별 게 없었다. 영이 그 중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서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계발서다. 영은 절대로 읽지 않을 유형의 책이기도 했다.

 

 “백 세 인생, 알차게 살기.”

 

 영이 제목을 따라 읽었다. 제목만 읽었는데도 안의 내용을 다 읽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누구에게나 주어진 백 세 인생 같은 건 없었다. 그건 그저 우연히 백 년을 살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있었던 것 뿐 결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아니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설령 언젠가 모든 생명체를 불사로 만들어주는 약이 개발된다고 할지라도 언젠가 죽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그 운명에 따라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 영이 흥미 없이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파르르 넘어가던 책장은 웬 사진이 꽂혀 있는 한 페이지에 멈추었다. 영이 다시 한 번 현관문을 힐끔거렸다. 정적은 깨지지 않았다. 영은 환이 다시 돌아올 확률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내리고서야 책 속에서 사진을 꺼냈다. 어린 남자아이와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여자였다. 영의 입 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지금이랑 똑같이 생겼네.”

 

 지금 환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 시켜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영이 환하게 웃고 있는 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도 웃질 않으니 웃는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가 않았는데 생각보다 환은 웃는 얼굴이 아주 잘 어울렸다. 한참이나 사진 속의 환에게 머물러 있던 영의 시선이 옆의 여자에게로 향했다. 아주 예쁘고 눈부신 여성이었다. 얼핏 수경의 젊은 시절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었다. 환은 화목한 가정에서 살았을까. 영은 이곳에 온 둘째 날 환에게 걸려온 삼촌의 전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영에게도 고모가 있었지만 고모는 단 한 번도 영에게 먼저 전화를 건 적이 없었다. 영은 그 이유를 본인이 한 순간도 고모에게 필요한 존재이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 뭔가를 필요로 할 때 전화를 건다. 부탁을 할 때도 그렇고 하물며 보고 싶거나 생각이 날 때도 마찬가지다. 영이 사진을 다시 책속에 끼워 넣었다. 가족 문제도 아니라면 지금 당장 환을 힘들게 하는 건 뭘까. ‘솔직하게 말하면 나 이 돈 정말 필요해.’환의 말이 떠오른 영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 답을 굳이 어렵게 찾을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영이 마지막 박스를 열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영의 볼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남자의 속옷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영이 다급히 박스를 닫았다. 어른들 몰래 나쁜 짓이라도 하는 청소년이 된 것처럼 심장이 콩닥거렸다. 진정이 될 때까지 한참이나 쌕쌕 거리며 숨을 몰아쉬던 영이 이윽고 허탈하게 웃었다.

 

 “정신 차려 구 영. 이 남자는 널 죽일 거라고.”

 

 영은 자신을 살해하는 남자의 짐을 그것도 속옷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스스로에게 기분 나쁜 위화감을 느꼈다. 영이 상자를 원래의 모양대로 쌓고는 다시 바닥에 누웠다. 스스로의 죽음을 본 지도 벌써 2주가 넘는 시간이 지났다. 엄마의 기일까지는 앞으로 단 열흘만 남아있었다. 이제는 진짜 죽음을 준비해야 할 때였다.

 영이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깐 눈을 감는다는 것이 아예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영이 손을 더듬거려 휴대폰을 찾았다. 이제 막 저녁 7시였다. 다행히 환에게서 와있는 연락은 없었다. 영이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전등을 켰다. 낮잠을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어제보다 더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영의 눈에 만 원 짜리 두 장이 들어왔다. 영이 냉장고 앞에 가 섰다. 며칠 내내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웠는데 오늘은 나가기가 싫었다. 시켜 먹어볼까. 영이 생각했다. 영은 한 번도 배달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고모 집에 얹혀살다 시피 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혼자 뭘 시켜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시간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어쩌다 고모 네가 배달음식을 먹을 때도 영은 항상 제외였다. 영이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쿠폰을 확인했다. 그러다 ‘아’하고는 가만히 멈춰 섰다.

 

 “집 주소….”

 

 어쩌다 환의 뒤를 밟아 알게 된 곳의 주소를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환에게 전화를 걸어서 집 주소를 물어 볼 만큼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기에 영은 그냥 식사를 포기하기로 하고 대신 물을 마셨다. 영이 집 안을 가볍게 훑었다. 집이 더럽기라도 하면 청소라도 할 텐데 더럽기는커녕 아예 텅텅 비어있으니 그럴 것도 없었다. 이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려나. 영이 방 가운데에 앉아 가만히 생각했다.

 

 “백 세 인생이나 읽을까.”

 

 제일 재미없어 하는 자기 개발서 말고 소설책 하나라도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영이 다시 일어서 두 번째 박스를 열었다. 만지지 않은 척 감쪽같이 다시 영이 넣어둔 책이 보였다. 혹시나 싶어 그 밑에 있는 다른 책도 다 확인해보았지만 죄다 그런 류의 책이거나 혹은 재테크 관련 책이었다. 굳이 환의 취향을 비웃을 생각은 없었지만 과연 재테크 책까지 볼 필요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이 별 수 없이 백세 인생을 꺼내들고 자리에 앉았다. 물론 첫 장부터 재미는 없었다. 환을 포함한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분 나빠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영에게는 그랬다. 하지만 다행히도 시간은 잘 흘렀다. 중간 이상 까지 읽다 보니 어쩐지 재미있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영의 숨소리마저도 크게 느껴지는 그 순간 집 전체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장을 넘기려던 영의 손이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 ‘이제 그냥 오진 않을 거야.’ 환의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영이 바깥까지 들리지 않도록 아주 조심히 책을 바닥에 두고 종종 걸음으로 현관문 앞까지 걸어갔다. 인터폰으로 누군가 문 앞에 서있는 게 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복도가 어두워서 얼굴을 확인 할 수가 없었다. 영이 환에게 보낼 문자를 입력했다. ‘또 누가 온 거 같아요.’ 메시지를 다 쓰고서 전송을 보내려는 순간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영이 고개를 돌려 바닥에 내려 둔 책을 쳐다봤다.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은 책에 끼워져 있던 사진 속 여자임이 분명했다. 영이 쓴 메시지를 지우고 다시 입력했다. ‘문 앞에 어머니가 와 계신 거 같아요.’ 전송 버튼을 누르고서 영이 인터폰을 들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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