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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2 장: 벽아련 (4)
작성일 : 17-12-10 01:22     조회 : 282     추천 : 1     분량 : 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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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천에서의 삶은 고향과 많은 것이 달랐다. 추운 공기, 하얀눈, 낭만적이기 까지 한 풍경. 벽아련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진천부에서 내려준 거처는 꾸밈도 없고 초라하였으나 상관 없었다. 거리에 나와 거닐고 있을 때, 남자들이 한 번씩 뒤를 돌아보고 몇몇 용기 있는 사내들은 구애를 했지만, 제 힘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벽아련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진천 기본 학교에 입교하고, 말만 하는 사내들과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그녀로선, 억울할 따름이다. 굳이 신경 쓰지 않으면 없어질 소문 일거라 했다. 안일했던 것이지. 점점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중급을 건너 뛰고, 상급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특혜다 뭐다 말이 많았다. 어떤 이가 면전에서 요사스런 몸뚱이로 교수랑 짝짝쿵 한 게 아니냐며 발악을 했을 때. 그때야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자는 외모가 무기인 것이다"

 

  천율방을 만난 것도 그때다. 전대 가주가 개최한 잔치에 특별히 초청받아 간 자리였는데, 상급 학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천율기 옆에 앉아 있었다. 벽아련은 자리가 자리인지라, 한껏 멋을 내고 있었다. 율방이 가끔 옛 이야기를 하면 빛 같은 게 난 것 같기도 하고. 하였다.

 

  천율방과 돈독한 사이가 된 것은 별게 아니라, 제 손으로 이루지 못하면, 남에게 붙어서라도 누구도 무시 못할 자리에 앉으리라 하는 독기에 가까운 다짐에 의한 것이었다. 정인이라는 이유로 초라했던 처소가 번쩍거리는 별장으로 바뀌었고, 청해에서 구해온 옷들로 가득해졌다. 벽아련이 보기엔 고천의 유일무이한 다음 대 가주라는 자리는 고향의 아버지보다, 중앙의 황제보다 높은 자리였음에. 잘 되어 안주인이라도 되는 날에는 세상을 발 아래 둘 게 분명하였다.

 

  그래. 그렇게 잘 나간다던 천율기 조차 가주 앞에서는 얌전한 고양이가 되는데. 쉽게 가자. 쉽게 올라가 누리고 살자. 그때 까지만 하더라도, 벽아련은 천목십약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족쇄가 될 지 모르고 있었다.

 

  전대 가주가 나이를 먹어가며, 다음 대 패권의 이야기가 나오자, 천율방도 슬슬 결혼을 생각하는지 그녀에게 넌지시 말을 꺼내기도 하였다. 그녀야 바라던 바였으나, 당시 능천사당주 평합문 때문에 일이 엎어졌다.

 

  평합문은 둘의 결혼을 결사 반대하고 나섰는데, 선대에 벽가의 오만함으로 그런 치욕을 겪었는데 어찌, 벽가의 여식과 가족의 연을 맺을 수 있겠냐 하였다. 천율방은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율방은 미안하다 일언반구도 없이 그녀를 떠났다.

 

  처음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5년 기한을 다 채우기도 하였고, 어차피 제 능력으론 자유를 찾기엔 소원한 일이어서, 가서 언니 마냥 그럴듯한 곳으로 시집이나 가고. 그리 살자. 하였다. 아버지한테 보낸 서한이 반송되며 쪽지 한 장만 떡하고 왔다.

 

  ‘不’

 

  뜻하는 것은 단순했다. 벽아련은 졸지에 갈데 없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모든 곳에서 외면 받은체 몇 년을 보내자, 천율방이 다시 그녀를 찾았다. 지친 듯, 세월에 삭은 듯. 젊던 얼굴에 그늘이 져 있다. 원망이야 쉼없이 하였다. 그럼에도 율방을 반갑게 맞이한 것은 사랑 같은 감상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벽아련은 염방의 발걸음에서 희망을 보고 있었다.

 

  천율방은 위로가 필요해 보였다. 벽아련은 아이 마냥 그를 품에 감싸 안았고, 쓰다듬었다. 그의 집이 되어 주기도 하였고, 그의 여자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천율방에게 벽아련은 안정이었다. 아내는 인형같이 별 반응도 없고, 천율기의 힘은 위협적이다. 염방은 탐탁치 않았고, 제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었다.

 

  벽아련은 마치 지과(地果) 열매와 같았다. 자주 찾아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중독이 된 듯 하였다. 천율방은 때때로 아련과 성혼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힘겹지마는 않았을 텐데.

 

  천율방은 약속대로, 밤이 돼서 찾아왔다. 벽아련이 웃는 낯으로 기다렸다 하였다. 율방의 표정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약간은 기꺼워하는 듯 하고, 빛이라고 온데간데 없던 얼굴에 무언가 반짝인다. 아련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기쁜 소식 있는가 봅니다?”

 

  그것이 혹 자신의 안위와는 반대되는 일일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천율방은 중한 일이니 안으로 들어가자 하였다. 아련은 천율방을 안내하고, 시비를 시켜 먹을거리를 내오도록 하였다. 술상은 그럴싸하게 차려져, 들어왔다. 율방이 잡은 술잔에 술이 찼다.

 

  “성혼을 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벽아련은 놀란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만다. 마치 훌쩍이는 듯. 천율방이 그 연유를 물으니, 아련은 더 이상 나리의 말을 어찌 믿겠습니까 하였다. 율방은 과거에 번복한 적이 있어, 차마 따져 묻지를 못하고. 잔만 입술로 가까이 하였다.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오고 나서야. 이번엔 다르다며 아련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때야 정천회의 극심한 반대에 치여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 것이 아니냐, 이번에는 회주가 직접 제안을 해온 사항이다. 반드시 성사될 것이다.

 

  “그간 나도 많이 힘들었네. 얼굴도 몰랐던 여인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처남이라는 놈은 위세를 빌려 설치는 꼴이 편하기라도 했을까?”

 

  천율방은 분에 겨운 듯 주먹을 내리친다. 탁자에서 떨어진 사기 잔이 산산이 부서졌다.

 

  청천당에선 명두천과 조한이 주먹다짐이라도 할 기세로, 차라리 싸움을 하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도 한 몫들을 했는데, 청천회는 양파로 완전히 갈라져 서로를 원수 보듯 하고 있었다. 두천이 말하기를.

 

  “가주의 표정을 보면 모르겠나? 이미 우리는 버려진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럴 바에는 선택지를 없애는 게 더 합리 적인 선택인 것 아니겠나?”

 

  조한은 명두천의 사상이 너무 급진적이다 하였다. 그는 네 가지의 이유를 들어 무장적 봉기가 불가함을 설득하려 하였다. 첫째, 그를 위해선 마땅한 명분이 필요한데 우리에겐 그런 명분이 없다. 둘째, 염양일대주는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 장담을 하고 계신데, 정천회의 병력이 만만치 않아 승리할 확률이 넉넉잡아 5할에 불과하다. 셋째, 봉기는 곧 내전을 뜻하고 이로 인해 죽어갈 사람들은 결국 고천민들이다. 정세가 심상치 않은 이 때에 이는 스스로 국력을 상하게 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봉기로 장악한 정권은 반란으로 인한 군사정권을 의미하는 바, 가주의 권위를 상하게 하는 것이며 이는 정도에 어긋난다 하였다.

 

  두천은 답답한 심정에 머리카락을 죄다 뜯고 싶은 심정이다. 옆에서 실색한 얼굴로 도리질을 하는 운연이 아니었으면 별 쌍소리를 내뱉고, 진작에 떴을 것이었다. 두천은 염방을 보았다. 염방은 이 모든 상황을 외면하고 싶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가 두천은 숨을 몰아 쉬고 조한에게 그럼 어찌해야 하는 게 옳다 생각하는가 물었다.

 

  “반영 공의 말씀을 빌리면, 정치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우선 후계의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이니, 모든 책임을 가모께 돌리는 것이 합당하다 봅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가?”

 

  명두천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가만히 있는 염방에게 각주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오늘 저 놈의 주둥아리를 다 찢어버리지 않으면 성을 없애겠다 하였다. 달려들 듯한 두천의 기세에도 조한은 기가 죽지 않았다.

 

  “회주에게 살이 베어지는 고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대의에 사사로움을 섞지 말아야한다 일러주신 것이 회주십니다. 지금에는 이를 악물고 하는 선택일지라도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셔야만 합니다.”

 

  그 말에 염방이 이윽고 눈을 뜨고 조한과 두천을 번갈아 바라본다. 염방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정천회와 부딪쳐 이길 확률은 5할도 많았다. 염방은 거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조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내 누이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조한의 얼굴이 밝아졌다.

 

  벽아련은 천율방에게 노여워하지 말라 하였다. 누구보다 나리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서운한 마음에 실언을 했다며 손을 잡았다. 천율방은 손이 따뜻하다, 작다, 부드럽다 그 따위에 감정에 현혹되지 않았다. 오히려 벽아련의 뒤로 벽가라는 그늘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 나와 성혼을 하는게 어떠 한가? 내 이리도 절절하여, 아직 그대를 잊지 못함인데, 지난날 약했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힘을 지녔네. 그러니 이런 불쾌한 과거는 잊고, 새 삶을 꾸리는 걸세! 나와 함께!”

 

  천율방에 눈이 활활 타오른다. 벽아련은 그것이 제를 향한 사랑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관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배경이든, 외모이든. 아련은 자유를 꿈꿔 왔고, 천율방은 모든 구속을 해제 시킬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벽아련의 눈물 맺힌 얼굴이 끄덕여졌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한은 명두천을 힐끗 보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 한마디를 위해 그녀는, 가례며, 조항이며 샅샅이 뒤졌다. 법은 언제나 정당하다. 그녀의 신념은 올곧다.

 

  조한이 군관에서 평화주의자가 된 계기는 단순하지 만은 않다. 그녀는 우두머리로써, 아직 어린시절, ‘경계 전투’에 참전한 이력이 있었다. 내려온 교지에는 ‘야만민의 국경선 침범으로 인한 국소 전투’라 기록되어 있었고, 고천의 재산을 탐하는 자들을 벌한다는 생각으로 조한은 의기가 만만하였다.

 

  그들이 불합리에 쫓겨 내몰린 자들이란 걸 알았을 때는 이미 고천군에 의한 일방적인 학살로,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였다. 구원의 손길을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결국 남영교(南榮敎)는 가주의 동정과 사과의 의미로 천검성 이서 지역을 할당받았으나, 조한은 오래를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것은 죄책감에서 비롯되어서, 결국 원망으로 이어졌고. 병기를 휘두름에 회의감을 느낀 조한은 군부에서 퇴직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다 잊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자. 생각하여 퇴직금으로 받은 돈으로 객주를 열었으나, 시기가 좋지 않았다. 세수 개혁이 벌어지며, 비리들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불의에 적응하지 않겠다 돈을 바치지 않은 그녀는 엄청난 부과금을 감당하며 망하고 말았다. 민들이 배운 사람이라고 자신을 향해 넋두리를 하며 가주를 욕할 때. 그녀는 진범을 알고 있었다. 평합문.

 

  한 사람의 그릇된 위정자가 끼치는 악영향은 그 범위를 짐작할 수 없다. 가면을 쓰고 뒷면으로 폭력과 갈취를 행하는 자들은 평합문이 아니었다. 천부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 갈 때, 조한은 염방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Write Legends. Vari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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