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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에 관하여
작가 : 펭윙
작품등록일 : 2017.11.3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이시대에 갑자기 오래전 모습을 감췄던 신들과 악마들이 나타난다. 인류와 함께 악마들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신들과, 신들을 굴복시키고 인류를 타락시키려는 악마들의 마지막 이야기


 
첫 전투(4)
작성일 : 17-12-10 00:17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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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은 슬슬 느껴지는 두통과 누군가의 부름에 잠에서 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페 바깥의 하늘은 이미 해가 져 어두워졌고, 그의 앞에는 아즈라와 서 신부가 서 있었다.

  "미카엘도 전화를 안 받으시고 레이와와 만델라도 안 받아서 혹시나 해서 이곳에 왔는데, 여기서 왜 주무시고 계십니까? 분명 당신이 오늘 마귀들을 치신다고..."

  "대체 이게 어떻게 된..."

  미카엘은 문뜩 방금 전 시엔이 자신의 기억을 가져가고 잠시 기절시킨 일이 생각났다. 그는 직감적으로 시엔이 혼자 마귀들의 본거지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창백한 얼굴로 허겁지겁 움직였다.

  "근원께서 혼자 마귀들 소굴로 향하셨어! 그 몸 상태로는 위험해! 빨리 천사들을 데리고 날 따라와! 어서!"

  미카엘은 급하게 카페 문을 나와 남쪽 하늘을 향해 날아갔고, 아즈라가 서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미카엘의 뒤를 따랐다.

  "정확한 주소를 찍어서 보내드릴 테니, 다른 구마 사제들과 함께 그곳으로 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서 신부가 정확한 이유를 묻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먼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 그의 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레이 와였다.

  "아, 레이와. 전화를 안 받기에 무슨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보우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STO에서 누구를 만나느라 못 받았어요. 무슨 일이에요?"

  서 신부는 레이 와에 게 천사들이 보우가 있는 곳을 알아낸 것과 그곳으로 시엔과 천사들이 가고 있다는 말을 전해줬다. 시엔 혼자 그곳으로 먼저 갔다는 말에 레이와 또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근원 혼자 마귀들을 상대하러 갔다고요?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게 가능한가?" "잘 모르겠습니다. 천사들께서도 그 점을 염려하셔서 급히 날아간 것 같은데... 레이와도 그곳으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네, 최대한 빨리 갈게요. 그럼 거기서 봐요."

  레이와는 서 신부의 전화를 끊고 한숨을 길게 내셨다. 그녀 앞에 앉아있는 한 여성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 소년을 찾았어?"

  "네, 찾았긴 찾았는데, 근원이 혼자 걔를 구하러 갔나 봐요. 사람들 얘기하는 거 보면 아직 몸 상태가 회복이 안되서 위험하대요. 저 보고도 빨리 와달라네요."

  "근원... 모든 신들의 힘을 합한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신 적이 전혀 없나 봐요? 제가 보기엔 그녀도 충분히 강하지만, 당신보다는 약해 보이던데요."

  "나도 아버지한테 들었으니까. 근원이라고 불리는 전능한 자가 자신을 비롯한 여러 신들을 대륙의 동쪽으로 보냈다고. 내가 아는 건 기껏해야 이 정도야."

  그녀는 말을 계속 이어가다가 문뜩 무언가를 느낀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나도 널 따라가야겠어."

  "네? 당신이요? 아직은 여기서 더 상황을 지켜보시죠, 당신까지 나설 필요는..."

  "근원이란 자와 납치된 소년이 곧 위험해질 거야. 그 천자 마란 녀석, 생각보다 더 악랄한 놈이야. 천사들 몇 명만으로는 부족해."

  "... 이번에도 뭔가를 보셨군요."

  레이와는 여성의 말을 듣고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서둘러 보우가 납치된 곳으로 향할 채비를 했다. 여성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감돌았고, 그녀의 머리에 씌어있는 머리띠에 박힌 보석에서는 노란빛이 빛나고 있었다.

 

  천자마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시엔과 문 밖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총소리에 사뭇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자 마는 자신 뒤에 쓰러져있는 피투성이의 보우를 보여줬다.

  "보우? 지금 피떡이 된 얘 말하는 건가요?"

  시엔은 보우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모습으로 천자마에게 괴롭힘을 당해오고 있었다. 천자마에게 밟힌 흔적이 갈기갈기 찢어진 옷에 선명히 남아 있었고, 그의 하얀 피부는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시엔은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솟아올라 온몸을 떨었다.

  "너... 지금 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뭐, 보다시피 내 말을 안 들어서 좀 혼내주고 있었죠. 당신과 천사들을 끔찍이도 생각하데? 온갖 유혹을 했는데도 원천이 당신들 거라나 뭐라나. 애 하나 세뇌 참 잘 시키셨네요."

  시엔은 더 이상 흥분을 참지 못하고 천자 마에게 달려들었다. 천자 마는 보우와 원천을 멀리 치워두고 달려오는 시엔을 맞섰다. 곧 둘의 손이 맞부딪히고, 큰 파동이 온 건물을 뒤덮었다. 시엔은 자신의 손과 맞부딪친 천자마의 손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칼을 들어 천자 마를 향해 휘둘렀다. 천자마도 마찬가지로 다른 쪽 손으로 무기를 들어 시엔의 칼을 막아냈다. 보우를 납치할 때 쓰던 것과는 생김새가 다른, 철퇴 비슷한 흉기였다. 그녀는 시엔의 칼을 튕겨내고, 잡혀있는 손으로 시엔의 팔을 고정시켜 그녀를 바닥에 넘어트렸다.

  "어젯밤 나와 당신의 힘의 차이를 충분히 보여줬을 텐데, 원천을 얻지 못하면 당신은 절대 나를 억누를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천자마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엔을 꽉 붙잡고, 철퇴를 그녀의 머리 쪽으로 휘둘렀다. 그때 시엔이 한쪽 팔을 위로 휘두르더니, 순간 땅에서 뾰족한 가시가 솟아올라 천자 마를 향해 뻗어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천자 마는 급히 시엔을 뿌리치고 몸을 피했다. 솟아난 가시는 대피한 천자마를 지나 맞은편 벽에 부딪히고, 곧 벽은 산산조각이 났다.

  "... 지금 뭐 하신 거죠? 그 몸으로 땅의 힘을 쓰신 건가요? 원천도 없이 계속 그런 식으로 저를 맞서면 당신 몸이 산산조각 날 텐데?"

  "닥쳐. 말인지 똥인지 모를 거 입어서 그만 뱉어내고 보우와 원천을 내놔."

  "내가 지금 없는 선심 끌어다 모아서 충고를 해주면 알아들으셔야지, 계속 그러시면 나도 더 세게 나가요?"

  천자마는 철퇴를 시엔의 방향으로 허공에다 휘둘렀다. 그러자 곧 강력한 칼바람이 시엔을 향해 불어오고, 그 과정에서 건물에서 파편이 떨어져 나와 시엔 쪽으로 날아갔다. 시엔은 서둘러 칼을 휘둘러 파편을 막아냈지만, 수없이 날아오는 파편들을 결국 모두 막아내지 못하고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에 부딪혀 반대쪽 벽에 부딪혔다.

  천자마는 시엔이 부딪히는 걸 보고 철퇴를 들고 그녀가 있는 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철퇴로 시엔의 머리를 가격하려 할 때, 시엔은 재빨리 자신에게 날아온 천자 마의 발밑으로 피해 어느새 그녀의 뒤에서 자신에게 날아온 파편을 역으로 천자마에게 날렸다. 천자마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팔을 크게 휘둘러 방어막을 만들어 파편들을 막아냈다.

  "계속해서 잔머리를 쓰고 계시는데, 이딴 짓이 언제까지 통할 것..."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리려 할 때, 무수히 날아오는 파편들 사이로 어느새 시엔의 모습이 나타나 그녀를 향해 칼을 뻗기 시작했다. 칼은 천자마의 방어벽을 뚫고 천자 마의 머리를 향해 뻗어왔다. 천자마는 급히 고개를 휘두르는 바람에 바닥에 넘어지고, 공중에는 시엔의 칼끝에 잘린 천자 마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 통했네. '네가 이딴 짓'이란 게."

  시엔의 비아냥에 천자마는 지금까지의 태연함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깊은 분노에 휩싸였다. 그녀가 발을 바닥에 쿵 하고 내딛자 건물 전체에서 엄청난 무게가 느껴지고, 건물의 기둥들과 벽이 차례차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예전의 최초의 신인 줄 안다니! 당신의 그 오만함, 이 열쇠 꼬맹이와 함께 같이 여기다 묻어주지!" 시엔은 자신을 향해 억눌려오는 엄청난 무게를 겨우 견뎌내고 있었다. 곧 방의 천장이 통째로 내려앉자, 그녀는 두 손으로 떨어진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힘겹게 받쳤다.

  "포기해! 지금 상태로는 얼마 안 가 내 힘을 못 견디고 완전히 짓눌릴 것이야!" 천자마는 더욱더 발끝에 무게를 실어 시엔을 압박했다. 누가 보기에도 시엔은 금방이라도 건물에 깔릴 것만 같았다. 시엔도 점차 힘이 부치고 있을 때, 그녀의 눈에 보우가 보였다. 그는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져 그녀와 같이 천자 마의 힘에 짓눌리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끝나버리면... 보우도...'

  시엔은 자신이 무너지면 보우도 끝장나버린다는 생각에 몸에 남아있는 온 힘을 모아 팔을 위로 뻗었다. 그러자 방금까지도 그녀를 짓누르고 있던 잔해가 순식간에 모두 위로 솟아올랐다. 천자마도 순간 놀라 건물 파편들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시엔은 위로 뻗은 두 팔을 모아 서로 교차시켰다. 그녀의 팔의 움직임을 따라 위로 떠오른 건물 잔해들도 서로 모이면서 부딪히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곧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작고 작은 먼지가 되어 하늘로 흩날렸다. 시엔은 마지막으로 먼지를 날린 뒤 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힘이 없었고, 그녀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만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제대로 걸을 힘도 없었다.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는 급히 보우를 찾으려 주변을 돌아봤다. 왼쪽에서 보우가 보이자, 그녀는 보우 쪽으로 겨우겨우 기어가 보우를 품에 앉았다.

  "... 보, 보우야. 나 시엔이야. 정신 좀 차려봐. 미안해... 나 때문에... 정말 미안해..." 시엔은 보우의 머리를 앉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미 지금까지 수도 없이 느껴온 이 소년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죄책감을, 그녀는 이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건물의 폐허 속어서 소리도 없이 구슬프게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때, 보우의 입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말 몇 마디가 흘러나왔다.

  "고, 고마워요... 나 구하러 와줘서... 나 진짜 노력 많이 했어요... 저거 마귀들한테 안 넘겨주려고... 진짜 노력했어요..."

  희미하게나마 의식을 차린 보우에 시엔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몸을 꽉 앉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렇게 살아있어줘서... 그리고 미안해... 이런 일에 끌어들여서..."

  살아줘서 고맙다, 지금껏 살면서 죽음의 연속이었던 그에게는 처음 들어본 말이자, 가장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원천을 넘겨주지 않아서 고맙다는 말 대신 살아줘서 고맙다는 시엔의 말에, 보우도 순간 울컥해서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둘이 눈물의 재회를 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떨어져오고 있었다. 시엔이 건물을 날려버리기 전까지 아수라들과 맞서고 있었던 요원들이었다. 시엔은 서둘러 겨우겨우 떨어지는 그들을 모두 받아냈다. 그들 모두의 얼굴에는 엄청난 것을 본 듯한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저, 미안해. 너무 집중을 해서 당신들을 까먹고 있..."

  "그, 그것보다, 하늘, 하늘에서...!" 기 요원은 잔뜩 겁을 먹은 채 말도 제대로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하늘이란 말에 시엔은 위쪽을 올려다봤다. 그들의 위에서는 무언가 아주 거대한 것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건물 잔해인가? 시엔은 불안한 표정으로 떨어지고 있는 형체를 지켜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엔의 두 눈이 커지더니 주변에 대고 소리쳤다.

  "모두 피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건물의 잔해가 아닌, 다름 아닌 아주 거대한 크기의 코끼리 형상의 괴물이었다. 괴물은 큰 진동을 울리며 건물의 폐허 한가운데에 떨어졌고, 괴물은 시엔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기어코 내가 본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구나! 네놈들이랑 놀아주는 것도 질렸으니 열쇠든 원천이든 다 짓밟아주마!"

  그 괴물의 정체는 천자마였다. 천자마는 큰 진동을 울리며 요원들과 시엔을 향해 달려들었다. 요원들이 총을 난사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엔은 넋빠진 표정으로 천자마를 바라만 봤다가 급히 주변을 살펴봤다.

  "원천! 원천이 있어야 저걸 막을 수 있어! 빨리 그걸 찾아야 해!" 시엔의 말에 요원들과 보우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원천은커녕 상자도 보이지 않았다.

  '안 돼... 이제 남은 영력도 없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시엔은 허탈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천자 마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시엔은 그저 보우를 꽉 앉고 뒤를 돌아 끝까지 그를 보호하려 애썼다. 그때, 어디선가 긴 창들이 날아와 천자마의 몸 곳곳에 꽂히고, 천자마는 달려오는 것을 멈추고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이곳저곳을 날뛰기 시작했다. 시엔은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천사 수백 명이 가득 메우고 있었고, 가운데에서는 미카엘이 시엔과 보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근원, 천사장 미카엘이 다시 근원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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