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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ONDSMAN
작가 : 어름산이
작품등록일 : 2017.12.9

마법과 도술 그리고 괴물들이 나타난 가까운 미래의 지구.
괴물들을 비롯해 돈이 되는 것들이라면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선수로 생활하는 이리에게 오랜 친구 페이가 갑자기 나타나고,
기꺼이 그녀의 일을 돕지만 점점 위험한 일에 휘말려 가는데.

 
본즈맨 1화
작성일 : 17-12-10 00:08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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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그러니까. 이리 자네가 부머를 쫒았고. 어쩌다 펑청으로 흘렀는데 도적들도 꼬이고 괴물들이 넘쳐났어.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부머도 죽고 얻은 것도 없다. 이 말이지?”

 “응.”

 

 이리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얼굴이며 외투며 피와 검댕이가 가득이다. 말을 듣고 있던 직원과 세일즈가 서로를 보더니 크게 웃어재꼈다.

 

 “으하하! 아이고 배야!”

 “웃겨요?”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세일즈야 그렇다고쳐도 왜 옆에 있는 직원까지 같이 웃을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리가 권총을 꺼내 직원에게 들이밀었다.

 

 “너. 내가 웃겨?”

 “히익! 왜, 왜 나한테만 그래요!”

 

 고개를 숙이며 웃던 세일즈가 눈물을 훔쳤다. 그가 큼지막한 손으로 이리의 팔을 내렸다.

 

 “아이고, 미안하군. 근데 자네 꼬락서니를 보자니 웃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세일즈가 건넨 거울을 빼앗은 이리가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당연한 것이지만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얼굴은 꼭 검은 분을 칠한 것 같았다. 특히 코 밑으로 진하게 묻은 검은 재가 수염처럼 보였다.

 

 “너. 계속 그러다간 정말 죽어.”

 “내 이름은 세…”

 “괜히 직원에게 화풀이 하지 마! 자네도 이리 성질 긁지 말고. 창고 정리나 마저 해.”

 

 나도 이름이 있는데! 직원이 투덜거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리는 코를 훔치곤 거울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팔짱을 끼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세일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미친 짓이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느 선수가 랴오닝 성 일대를 혼자 들어가나? 거기서 죽었어도 이상할 것 없었어! 자네는 꼭 죽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 같단 말이야.”

 

 이리는 대꾸하지 않고 멍하니 고개를 올렸다. 천장에 달린 팬이 윙윙 돌아간다.

 

 “대답하기 싫으면 꼭 딴 짓을 하는군. 그래. 그래서 크립티드가 한가득 있었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나 안 믿어요?”

 “아니 안 믿는다는 말이 아니고. 소탕한 지가 아직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어. 자네도 알다시피 놈들이 번식력과 생존력이 좋다고 해도, 그간 이런 일은 없지 않았나? 요즘 압록강 너머로 놈들이 보인다고 하더니. 사실이었나 보군.”

 

 돌아가는 팬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눈이 어지러웠다. 으으, 어지러워. 그녀가 눈을 돌렸다. 벽면으로 걸려있는 돌격소총이며 기관단총 등 온갖 총기들이 가득하다.

 

 권총 한 자루를 제외하고 다 잃어버리고 왔으니 또 돈만 나가게 생겼다. 이리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지금은 그냥 쉬고 싶어.

 

 “벌써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리를 보고 세일즈가 말했다. 이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세일즈가 자신의 머리를 긁었다.

 

 “여기서 쉬라고 해도 기어코 집으로 들어갈 테지? 화장실에서 얼굴이라도 좀 닦고 가.”

 “그래야겠어요.”

 

 이리가 화장실에 씻으러 가자 세일즈가 생각에 잠겼다. 본인도 선수 생활을 했다. 그 누구보다 이쪽 세계에선 해박하고 경험도 많다. 그러나 이리가 말해준 것처럼 크립티드들이 들끓진 않았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말수도 많은 편은 아니고 행동도 과격한 면모가 있지만. 그녀는 너무 솔직해서 문제이지, 거짓말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다.

 

 생각에 골똘하고 있는 세일즈의 앞에 다시 이리가 나타났다. 대충이라도 씻고 나오자 감춰져있던 외모가 드러났다.

 

 피와 흙먼지에서 벗어난 피부는 백옥처럼 하얗다. 이리가 잿빛의 웨이브 진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밑으로 옅은 쌍꺼풀 아래 커다란 눈과 기다란 속눈썹이 돋보인다.

 

 에췽!

 

 재채기를 한 이리의 오똑한 코가 씰룩이고 붉은 입술이 열렸다가 다시 다물어졌다.

 

 세일즈는 이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혀를 찼다.

 

 “늘 그래왔지만 말이야. 자네가 선수로 생활하는 게 이해가 안 가. 그 미모를 가지고 써먹기는커녕 남자들이 말도 못 걸게 하니, 원. 그냥 돈 많은 놈 하나 물라니까.”“싫어요.”

 

 단호박이군. 세일즈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올해가 지나면 4년을 넘도록 선수로 뛰었다. 그간 살아남은 것을 보면 기가 막혔다. 강해서 살아남았는지, 살아남아서 강한 것인지.

 

 선수들의 생활은 고달프다.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도 고달프지만, 총에 기대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선수들에 비할 것은 못될 것이다.

 

 현상금 사냥부터 크립티드 소탕, 그리고 은밀히 들어오는 더러운 의뢰들까지. 목숨을 내놓고 벌어들이는 수입도 그다지 큰 편도 아니다.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당장 먹을 것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평범한 사람들은 선수를 하지 않는다. 게임도 아니고, 굳이 목숨을 걸면서 세상천지에서 뒹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개 범죄자 출신부터 정말 돈이 궁핍한 사람들이 각자 서로의 사연을 가진 채로 뛰어든다.

 

 대부분은 시궁창에서 뒹굴며 푸른 하늘을 꿈꾼다. 그리고 죽는다. 이들의 삶은 커다란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그런 걸까. 선수들은 각자 자신들의 사연을 말하곤 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면서. 대개 신입으로 들어온 이들의 전입신고와 다를 것 없는 전통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리는 말하지 않았다. 수차례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늘 한결같다. 사막처럼 언제나 무미건조하다.

 

 그저 말하지 않으니 저마다 추측을 할 뿐이다. 몇몇은 돈 때문이라고 말하고, 사랑의 도피부터 시작해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세일즈가 피식 웃었다. 저 이리가 사랑의 도피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온갖 소문들 속에서 이리는 신비로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일 미네르바 두 정 준비해줘요.”

 

 그녀가 세일즈의 상념을 깨고 물어왔다. 미네르바라. 연식이 꽤 된 총임에도 늘 그것만 찾는다. 기관단총과 돌격소총 그 사이의 애매한 총이건만, 이리는 특이한 것에 고집이 있다.

 

 “재고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 이번에 괜찮은 총이 들어왔는데 말이야. 한 번 볼 텐가?”

 “아뇨. 난 그게 더 편해. 고양이 스티커도 좀 가져다줘요. 총이랑 어울리는 걸로.”

 “하아, 자넨 정말 성가신 구석이 있어.”

 

 세일즈의 말에 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 아니니까 그렇게 고개 끄덕이지 마!”“밖에 오토바이도 좀 고쳐줘요.”

 “오토바이를 끌고 왔나? 아니 것보다 여긴 총포상이지 카센터가 아니야!”

 “갈게요.”

 

 이리는 무거운 몸을 끌고 어느새 총포상 바깥으로 나간 후였다. 오토바이라니. 세일즈는 불길한 촉이 오는 것을 느꼈다. 설마. 그녀는 랴오닝 성에서 곧장 이곳으로 왔다. 무얼 타고 갔다 온 것일까. 세일즈가 잽싸게 튀어나갔다.

 

 “──!”

 

 그녀는 벌써 저만치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세일즈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게… 오토바이라고? 야──!”

 

 형체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고물이 여기저기 그슬린 채로 놓여있을 뿐이었다. 세일즈는 형체가 흐릿해지는 이리를 향해서 한동안 고함을 내질렀다.

 

 

 ***

 

 

 늦가을 저녁의 공기는 차갑다. 밤이 깊어질수록 신의주는 시끌벅적했다. 몸을 파는 여자들이 거리에서 웃음을 팔고, 클럽이니 술집이니 사방에서 요란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길가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마약에 취한 이들이 고성을 지르는 것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 사이를 이리가 지나쳤다. 지나가며 어깨가 부딪치고 서로를 노려본다. 서로 미안하다는 말은 없다.

 

 선수들은 저마다 총을 꼬나들고 거리를 어슬렁이고, 한참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공사장이 사방에 널렸다. 주택가를 제외하곤 이런 풍경이 쭉 이어진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은 이곳은 화려함을 위장한 싸구려 네온사인이 곳곳에서 빛난다.

 

 붉은 달 아래에서 흥청망청 노니는 사람들을 보자니 참으로 기괴하다.

 

 이곳이 신의주다. 선수들의 요람이자 무덤. 한국에서 선수들이 제일 많은 곳 중의 하나. 하류인생의 종착지.

 

 평양만 들어서도 높은 건물들이 즐비할진데, 대개 중국과 러시아의 북경이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황량해졌다.

 

 이리가 지친 몸을 이끌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저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구고 싶다. 불과 반나절 전만해도 목숨을 내놓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었는데. 그것이 일상이 되니 감흥도 없다.

 

 한참을 걷자니 그녀의 눈에 허름한 빌라가 비췄다. 지어진지도 오래고 난방도 잘 되지는 않지만, 이렇게 돌아올 때마다 이 초라한 건물이 반갑다.

 

 그러나 곧 이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의 방은 3층이고, 바깥을 향해 창이 나있다. 그리고 불이 켜져 있다.

 

 나갈 때 불을 안 껐나 싶었다. 하기야 수배범을 잡겠다고 급하게 나섰지 않았나. 그러나 곧 창문의 안에서 소음이 세어 나왔다. 누군가가 안에 있다.

 

 그녀가 권총을 집어 들었다. 도둑일까? 도둑치곤 너무 당당하다. 하지만 온갖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니 쉽게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일까.

 

 이리가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딱히 이상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화약 냄새나 피 냄새도 나지 않는다.

 

 2층을 지나자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이리의 표정도 구겨졌다. 그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자신의 집이다. 당최 누구시기에 남의 집을 자기 집처럼 굴고 있지?

 

 이리가 고개를 저었다.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납득이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사람을 당황시킨 후에 죽이는 뭐, 그런 미치광이 싸이코일 수도 있다.

 

 그녀가 천천히 자기 집의 문 앞에 섰다. 소음기를 장착했다. 그러나 다시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침입자를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집주인에게 욕먹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도어락만 바꾸면 될까? 얼마나 물어줘야 하지.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뀌었다. 더 시끄러운 노래다. 그 안에서 용접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집에 금고도 없는데 도대체 뭘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잘 시간인데 내려오는 사람도 없네. 지극히 소시민적인 생각에 빠졌던 이리가 눈을 빛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재빨리 누르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집을 부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시끄러워졌다면 문 열리는 소리를 못들을 것이다! 설령 듣는다 하더라도 사람을 상대로 이길 자신은 있다.

 

 이리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온갖 상상을 다 떠올렸건만 모든 것이 빚나갔다.

 

 그녀의 얼굴이 당황한 기색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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