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천사가 떨어졌다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12.7

[빙의물]
의료봉사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뜬 세진.
다짜고짜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서 무작정 도망쳐 나와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는 도중 수상한 사람들에게 쫓기던 남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황궁으로
작성일 : 17-12-09 23:54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441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정확히 3일 뒤, 내 나름대로 일상과 사투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렌케가 날 불렀다.

  “들어가십시오.”

  하인의 안내를 받고 렌케의 집무실이라고 한 방 안으로 들어가니 렌케가 커다란 책상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서성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단정한 차림새를 하고 있는 그였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유난히 초조해보였다.

  감정에 있어 꽤 둔한 편인 나에게 까지 그의 초조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렌케가 왜 그러는 건지 더욱 궁금해졌다.

  “앉아.”

  렌케가 신경질적으로 손을 까딱했다.

  아마 세상에, 손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도 그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분 나쁘다는 생각조차 들게 하지 않는 사람은 렌케밖에 없지 않을까.

  순순히 소파에 앉으며 생각했다.

  명령하는 모습이 우아하다고.

  손짓을 흉내내보고 싶었지만 나도 민망함이란 걸 아는지라 차마 당사자 앞에서는 하지 못하고 참았다.

  내가 이런저런 뻘 생각을 하는 동안 렌케가 상석을 내버려두고 맞은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

  렌케가 손을 뻗어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읽어봐.”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장이 찍힌 편지였다.

  상당히 아름다운 글씨체로 쓰인 편지의 내용은 길었지만 요약하면 단순했다.

  ‘본인의 오랜 친우의 생명의 은인을 초대하고 싶네.’

  본인??

  이거 책에서 왕이 자기를 칭할 때 쓰는 말이라고 읽은 것 같은데???

  “예절을 알려줄 선생을 고용했다. 이주 뒤에 간다. 준비해.”

  “???”

  아니, 그러니까.

  “어딜 가는데?”

  “황궁.”

  “아.......”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따져보자면 대통령에게 초대받아 가는 격이 아닌가?

  하지만 렌케가 초조해 하는 걸 보면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예절을 몰라서 불안해서 그런 건가?

  “열심히 할게. 걱정 마.”

  “열심히 할 필요 없어,”

  렌케가 의욕 가득한 내 말에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쓸 데 없이 부르는 거니 가서 얼굴만 비추면 돼.”

  얼굴만 비추면 된다니. 그래도 제국 1인자의 초대인데.......

  렌케가 이 초대를 꽤 짜증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황제와 사이가 좋지 않은 건가?

  어쨌든 렌케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렌케의 집무실을 나와 터덜터덜 걸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항상 바쁘고 고민할 게 많아 보이는데, 행복한 일은 없는 걸까?

  그동안 별 생각이 없었던 부분인데, 곰곰이 떠올려보면 렌케가 소리 내어 웃는 모습은커녕 미소 짓는 모습조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사람이 살면서 일주일 이상 한 번도 웃지 않는 게 가능한가?

  얼마나 웃을 일이 없으면 그런 걸까.

  이렇게 큰 집을 두 채나 갖고 있을 만큼 돈이 많고, 왕이 친구라고 직접 편지에 칭할 만큼 신분도 높은 사람인 것 같은데 행복하지 않은 걸까.

  게다가 암살자들에게 죽을 뻔한 적도 있었지.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렇게 무섭게 목숨의 위협을 받아야 하며, 많은 걸 가지고 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걸까?

  렌케와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이쪽입니다.”

  “아, 네.”

  내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지 뒤따라오던 하인이 방향을 정정해주었다.

  “점심식사를 하시고, 서재의 옆방으로 가시면 예절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네.”

  하인이 날 방에 데려다준 후 친절하게 알려주고 돌아갔다.

 *

  “안녕하십니까.”

  날갯죽지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아래쪽으로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남자가 나를 맞이했다.

  이런 게 편견인가?

  예절 선생님이라 길래 당연히 여자인줄 알았는데.

  “라일라예요.”

  하도 라일라라고 많이 불려서 그런지 이제는 자연스럽게 라일라라며 나를 소개할 수 있었다.

  “예. 얘기 들었습니다. 전 벤자민입니다.”

  “네.”

  ‘우와.’

  벤자민이라니.

  엄청나게 공부 잘 할 것 같은 이름이다.

  한국으로 치면 김상혁 같은 이름의 느낌.

  “일단 앉을까요?”

  “네.”

  벤자민 씨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어 공부방을 벗어나는 내 얼굴은 일주일 동안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사람처럼 퀭해져 있었다.

  ‘역시... 공부는 나랑 안 맞아.......’

  이럴 바엔 차라리 책을 읽는 게 더 나았다. 어차피 도찐개찐이긴 하겠지만.......

  뭔 놈의 외울게 그리 많은지.

  ‘대체 황제한테랑 황후한테랑 하는 인사법이 다른 이유가 뭐야?’

  뭔 놈의 황제한테 해야 되는 수식어가 아침 점심, 저녁별로 달라??

  “후.......”

  괜히 성질나서 샐러드를 크게 한입 찍어 먹으려고 하는데, 끔찍한 소리가 날 제재했다.

  “라일라님 잠시만요. 그게 샐러드 포크가 맞는지 확인해보십시오.”

  녹슨 로봇처럼 끼긱 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벤자민이 싱긋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식사법에 대한 2차 예절 교육이 시작되었다.

  나는 원래 밥을 먹을 때는 그냥 집히는 도구로 한입에 많이 넣고 배만 채우면 그만이었다. 소리 내서 먹는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피해도 안주는데 딱히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렌케의 별장에서도 그렇게 밥을 먹었었고, 여기 와서도 지금까지 그랬는데 아무도 뭐라고 했던 적이 없었다. 심지어 딱 한번 렌케와 같이 밥을 먹었을 때, 렌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고쳐야 되다니...!

  “라일라님. 지금 딱 그 정도는 남기십시오.”

  “네? 이 좋은 고기를 왜 남겨요?!”

  벤자민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청천벽력 같았다. 지금까지 그에게 들은 그 어떤 말보다도 당황스러워서 저절로 목소리가 올라갔다.

  “음식은 다 드시지 말고 조금씩 남기는 게 예의입니다.”

  “말도 안돼요! 음식 남기면 벌 받아요!!”

  “그만 드.십.시.오.”

  벤자민은 칼같이 대답했다.

  ‘으아아아아악!!’

  너무 싫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벤자민이 하는 말은 이상하게 힘이 있어서 감히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

  지옥의 이주가 흘렀다.

  내가 여전히 운동을 병행하고 있었으므로 식사 양을 줄이니 몸이 꼬챙이처럼 말랐다.

  이사벨이 나서서 내 옷을 전부 새로 맞췄다며 한눈에 봐도 불편하게 생긴 장식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드레스를 여러 벌 옷장에 채워 넣었다.

  게다가 벤자민은 집에서도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니게 했다.

  정말 정말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다.

  마차가 별장에서 이곳에 올 때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나아갔다.

  그러나 나는 코르셋과 하이힐 때문에 넋이 나가서, 렌케와 같은 마차에 탔음에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살이 빠졌군.”

  정적을 깬 사람은 렌케였다.

  “.......응.”

  머릿속으로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저주하는 수만 가지 말이 스쳐 지나갔지만 겨우 나온 대답은 그렇다는 호응이 다였다.

  “많이 먹지 그래.”

  “벤자민 씨가 못 먹게 해.”

  렌케의 두 번째 말에 대해서는 즉답이 나왔다.

  말하면서도 울컥했다.

  “힘든가?”

  “.......”

  ‘그걸 말이라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황궁에 다녀오면 예절 선생은 돌려보내도록 하지.”

  “!!”

  “정말이야?!”

  몸을 벌떡 일으켜 렌케를 똑바로 쳐다봤다.

  과하게 간절한 눈빛을 하고 렌케를 쳐다봤는지 그런 날 쳐다보던 렌케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입가가 움찔 움찔 한 게 뭔가를 참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벤자민 씨한테 배운 게 많긴 해. 내가 부족한 게 많다는 것도 느꼈고.”

  잠시 그런 렌케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마차 의자에 몸을 털썩 파묻으며 말했다.

  렌케가 흠흠 헛기침을 하더니 대답했다.

  “벤자민은 우수한 학자야. 예절보다도 지식을 배우는 게 더 나을 거다. 원한다면 장기적으로 고용하지.”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 내 집에 있을 때는 음식이나 복장 예절은 신경 쓰지 않게 하라고 지시하지.”

  파격적인 제안에 눈이 크게 뜨였다.

  “정말이야?!!”

  “그래.”

  ‘예스!!’

  양 주먹을 치켜들었다. 역시 렌케는 좋은 녀석이었다.

  한결 기분이 편해져서 기분 좋게 렌케와 담화를 나눌...뻔 했지만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역시 인간이 마음이 너무 편해지면 찾아오는 건 잠인 것 같았다.

  한참 꿀잠을 자다가 누군가 툭툭 건드려서 정신을 차렸다.

  “으으.......”

  “일어나.”

  의자 밑으로 떨어뜨려놓은 팔을 거둬들이며 몸을 일으켰다.

  ‘언제 누웠지.......’

  습관적으로 침을 닦는 제스처를 했지만 오늘은 다행히 침은 안 흘린 모양이었다.

  “다 왔어?”

  렌케가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차 문을 벌컥 열고 먼저 마차에서 휙 뛰어 내렸다.

  “아... 저.......”

  마차 바로 근처에 서있던 사용인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 머쓱하게 손을 내리며 버벅 거렸다.

  문을 열어주려고 한 것 같았다.

  ‘아차.’

  안에서 문 열고 내리면 안 되는 거였나?!

  하지만 벤자민이 그런 건 안 알려줬단 말이야...?

  괜히 찔려서 마차에서 내리고 있는 렌케를 휙 돌아봤지만 표정이 무덤덤한 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휴.”

  황제 앞에서만 실수안하면 되지 뭐.

  사실 그마저도 불안하긴 했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결심(2) 2017 / 12 / 18 287 0 4121   
21 결심 2017 / 12 / 18 322 0 5004   
20 계획(5) 2017 / 12 / 16 332 0 5032   
19 계획(4) 2017 / 12 / 16 315 0 4535   
18 계획(3) 2017 / 12 / 15 302 0 6104   
17 계획(2) 2017 / 12 / 15 308 0 5750   
16 계획 2017 / 12 / 14 296 0 4718   
15 엘리아 공주(2) 2017 / 12 / 14 329 0 4456   
14 엘리아 공주 2017 / 12 / 13 314 0 5238   
13 무도회(3) 2017 / 12 / 13 296 0 4223   
12 무도회(2) 2017 / 12 / 12 337 0 4008   
11 무도회 2017 / 12 / 12 304 0 4891   
10 바깥 나들이(3) 2017 / 12 / 11 312 0 4246   
9 바깥 나들이(2) 2017 / 12 / 11 346 0 4822   
8 바깥 나들이 2017 / 12 / 11 300 0 5717   
7 황궁 2017 / 12 / 11 339 0 5186   
6 황궁으로 2017 / 12 / 9 332 0 4414   
5 렌케의 집(2) 2017 / 12 / 9 305 0 5061   
4 렌케의 집 2017 / 12 / 8 276 0 6526   
3 수상한 남자(2) 2017 / 12 / 8 298 0 5513   
2 수상한 남자 2017 / 12 / 7 300 0 5923   
1 낯선 세상 (1) 2017 / 12 / 7 534 1 497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고귀한 여자
솜솜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