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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천사가 떨어졌다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12.7

[빙의물]
의료봉사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뜬 세진.
다짜고짜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서 무작정 도망쳐 나와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는 도중 수상한 사람들에게 쫓기던 남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렌케의 집(2)
작성일 : 17-12-09 23:53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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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렌케와의 대화를 끝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일주일 동안 저택 안은 정신없이 돌아갔다.

  나야 뭐든 잘 모르니, 운동을 하고 책을 보다가 청소를 돕거나 하는 일상을 보냈지만 제롬을 비롯한 렌케의 부하들은 몇몇을 빼고는 수시로 무장을 하고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왔다.

  내심 짐작건대 렌케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쫓는 건가, 했지만 어차피 내가 뭐 도와주거나 할 일은 없었기에 그냥 내 할 일을 했다.

  떠나는 날이 되어, 긴트와 네 명의 메이드 분들이 우릴 배웅했다.

  대충 듣기로는 이곳이 렌케의 별장 같은 곳이라고 했고, 종종 렌케나 그의 부하들이 일 때문에 내려오기 때문에 집사와 메이드가 상주한다고 했다.

  “안녕히 계세요.”

  “조심히 가십시오.”

  긴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끝까지 정중한 몸짓으로 허리를 꾸벅 숙여보였다.

  내게 친절하게 대해줬던 메이드들과도 한 명 한 명 작별인사를 한 후에야 마차에 올랐다. 사실 그들 중 한명을 내 전담시녀로 삼아 수도로 데려갈 뻔 했지만, 나는 그런 게 너무 이상하게 여겨졌기에 긴트의 제안을 극구 거절했다,

  애도 아니고 씻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하는 것쯤이야 충분히 혼자서도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고.”

  마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창밖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마차 의자는 푹신해서 딱히 엉덩이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몸이 마차가 덜컹거림에 따라 같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미 민폐인데, 가만히 있기라도 해야지. 이들에게 더 짐이 될 수는 없었다.

  마차에는 나 혼자 탔고, 렌케와 10명 정도 되는 렌케의 부하들은 모두 말을 탔다. 내가 말을 탈 줄 모른다고 하자, 그중 한 명이 내가 타고 있는 마차를 끌고 있는 상태였다.

  말에 대해서 내가 아무리 잘 모른다손 치더라도 장시간 엄청난 속도로 쉴 새 없이 달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이들은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꼭 잘 훈련받은 정예부대를 보는 것 같았고, 이들에게는 이렇게 이동하는 것이 한두 번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마차에 있다 보니 이제는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잠까지 자는 경지에 이르렀다.

 -똑똑

 -똑똑똑

  “일어나.”

  “헉!!”

  대자로 누워있던 몸을 얼른 일으키며 본능적으로 입가를 닦았다. 질척한 침이 손을 따라 쭉 늘어났다.

  손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소매로 입가를 쓱쓱 닦았다. 옷소매가 축축해졌다.

  “내려.”

  “으응.”

  비몽사몽하며 마차에서 휙 뛰어내렸다.

  뒤늦게 렌케가 꼭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손을 내민 걸 봤지만, 난 이미 마차를 내린 상태였다.

  “다녀오셨습니까!”

  “헉!”

  렌케의 손을 무안하게 만든 걸 미안하다고 얘기할 틈도 없이 우렁찬 목소리가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용인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렬로 반듯이 서 있었다.

  제일 가운데 있는 아름다운 금발머리의 여자가 앞으로 나와 렌케에게 다시 한 번 인사했다.

  “다녀오셨습니까.”

  렌케는 그 인사에 화답하지 않고 곧바로 나를 가리켰다.

  “라일라. 내가 후견인이다.”

  “네?”

  금발머리 여자가 크게 당황하고 날 쳐다봤다. 그러다가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표정을 숨기고 깊이 허리를 숙여보였다.

  “예. 각하.”

  렌케가 제롬과 함께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금발머리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해왔다.

  “반갑습니다. 라일라님. 전 시녀장 이사벨입니다. 머무르실 곳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사벨이라는 여자의 뒤를 강아지가 주인 쫓아가듯 따라갔다.

  렌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력이 있는 사람이었던 건지, 저번의 집보다 훨씬 더 큰 집이었다. 복도가 가도 가도 끝이 안 났다. 건물 내부의 느낌은 화려하지 않고 깔끔하기만 한 게 렌케의 집이 맞구나 하는 느낌은 들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날 라일라라고 소개하다니.

  앞으로는 이세진이 아니라 라일라로 살라고 간접적으로 쐐기를 박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곳에 머무르면 됩니다. 라일라님. 잠시 쉬고 계시면 시녀를 보내겠습니다. 필요한 것이나 저택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그 아이에게 얘기하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사벨은 말은 곧 갈 것처럼 얘기해놓고 내가 방에 들어가는 것을 빤히 쳐다보더니 따라 들어오기까지 했다.

  “?”

  내가 이사벨을 멀뚱멀뚱 쳐다보자 이사벨이 결국 입을 열었다.

  “각하와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각하께서 여성분을 데리고 오신 건 처음인지라.......”

  별로 어려운 질문을 아니어서 곧바로 대답했다.

  “아, 제가 기억을 잃고 숲에서 방황하고 있는데 그분이 쫓기고 있는 걸 봤어요. 위험한 상황에 그의 목숨을 구해주게 됐고, 그가 제게 보답을 하고 있는 거예요.”

  “어머! 세상에. 그럼 그 은인 분이 라일라님이었군요!”

  이사벨의 표정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날 보던 경계심 어린 표정이 확연한 호감으로 돌변했다.

  “기억을 잃으셨다고요....... 안타까워라. 필요하신 게 있다면 정말 뭐든 말씀하세요. 마음 편히 지내시고요.”

  “네, 네.”

  이사벨이 폭풍처럼 환영의 인사를 쏟아놓더니 휑하니 갔다.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리고 널찍한 방을 둘러볼 틈도 없이 금세 메이드 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라일라님. 소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빨간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귀여운 사람이었다.

  “시간이 늦었는데 씻고 주무시겠어요?”

  ‘음.......’

  “아뇨, 그냥 잘게요. 내일 아침에 씻을래요. 세수할 물만 주세요.”

  “아... 예. 그럼 얼른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침에 씻는 게 이상한가?

  소냐의 반응이 약간 이상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얼른 해주었다.

  대충 씻고 편안 옷을 입고 침대에 털썩 누우니 세상 만족스러웠다. 마차에서 그렇게 침까지 줄줄 흘리면서 잤는데도 막상 침대에 누우니 또 잠이 오는 걸 보니, 인간은 역시 제대로 된 잠자리에 누워서 자야하는 모양이었다.

 *

  번쩍 눈을 떴다. 아마 다섯 시쯤 됐겠지. 십년을 넘게 운동선수로 살았던 내 몸, 아니 영혼은 알람이라도 맞춰놓은 것처럼 기가 막히게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하지만 어제는 낮에 잠을 많이 잤으니 좀 더 일찍 일어났을 수도 있다. 그렇게 치면 한 네 시 정도 되었으려나.

  비몽사몽간에 어제 밤 소냐에게 받아두었던 바지를 몸에 끼워 넣었다.

  얼굴을 쓱쓱 비벼 눈곱을 떼며 복도로 나갔다.

  “아.”

  짜증나.

  대체 대문짝이 어디 붙어 있는 거야?

  한참 걸은 것 같은데도 입구가 안 나왔다. 어제 어디로 들어왔던 건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났다.

  나가는 문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던 변태 놈의 집에서의 악몽이 떠오른다.

  또 창문으로 나가야 되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복도에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 더 걸어 다니다가, 겨우 사용인 한 명을 만나 연무장으로-운동장인줄 알았는데 기사들이 훈련하는 연무장이라 하더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연무장은 렌케의 별장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컸다. 수용인원이 더 많은 걸까.

  앞에 저렇게 큰 건물이 있는데도 연무장을 사이로 하고 뒤에 한 채가 더 있는 걸 보니 이 건물에 사는 사람이 꽤 많을 듯싶다.

  꾸준한 운동의 성과로 체력이 아주 조금 나아졌는지, 훨씬 더 커진 연무장을 11바퀴나 돌 수 있었다.

  잠이 깬 건 당연하고, 땀이 줄줄 흘렀다. 한쪽 구석에 서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연무장 뒤쪽 건물 입구가 시끌시끌했다.

  그 입구에서 나처럼 편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몇몇 보였다.

  칼을 쓸 줄 아는 렌케의 부하들이 섞여 있는 걸 보니 기사(?)들이 아침 훈련을 하려는 것 같다.

  ‘타이밍 좋네.’

  딱 내가 운동 끝나니까 훈련을 하러 나오고.

  앞으로도 이 시간에 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기사들의 운동시간을 확인해두고 근력운동은 마저 해야 해서 방으로 돌아왔다.

  한참 스쿼트를 하고 있는데 노크하고 들어온 소냐가 소리를 질렀다.

  “어머!!”

  소냐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외쳤다.

  “마, 망측해라! 라일라님 뭐하고 계시는 거예요?”

  망측?

  스쿼트 자세가 좀 그렇긴 하지.

  소냐가 그러는 이유를 쉽게 납득하고 대답했다.

  “운동이요. 저 삼십분이면 다 끝나니까, 그때 씻을게요.“

  “운동...?”

  멍하니 서 있는 소냐를 내버려두고 스쿼트를 마치고 윗몸 일으키기를 시작했다.

  근육들이 찢어질 듯 아픔을 호소하는 감각이 익숙했다.

  결국 소냐는 내가 요가를 하는 것까지 다 쳐다보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달려가서 내가 씻을 준비를 해주었다.

  목욕을 도와준다는 걸 나도 할 줄 안다고 단칼에 거절하니, 소냐는 의외로 쉽게 납득했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나가는 소냐의 표정이 멍했다.

  내가 운동하는 모습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다음에는 요가 같이 하자고 해볼까.’

  소냐에 대해 생각하며 목욕을 마치고 소냐가 갖다 놓은 간편한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바지를 입고 싶었지만 여기 여자들은 일상복으로 치마를 입는 게 문화인 것 같아서 그냥 입었다.

  머리를 말리고 있으려니 소냐가 음식이 담긴 카트를 끌고 들어왔다.

  “근데, 항상 이렇게 방에서 밥 먹어야 되나요?”

  일일이 갖다 주기 귀찮을 것 같은데.

  “시, 식당이 있긴 한데.......”

  소냐가 또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방금 한 말이 뭐 이상했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점심때부터 거기에서 제가 알아서 밥 먹을 게요. 밥 다 먹고 여기 안내 좀 해주세요.”

  “네.”

  방금 한 말은 별로 이상하지 않았는지 소냐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소냐를 따라 저택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저택을 한 바퀴 다 돌고나서의 감상은 참담했다.

  전담 시녀 따위 자주적인 삶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필요 없다! 라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도 이제는 소냐가 없으면 어쩌지, 걱정까지 되었다.

  방에서 서재까지 가는 길과, 연무장 가는 길이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았다. 여기가 거기 같고, 아까 거기가 여기 같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당분간은 서재에 갈 때마다 소냐에게 안내를 부탁해야할 판이라는 거다.

  소냐의 말론 렌케의 본가나 황궁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는데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렌케의 본가고 황궁이고 관심도 안 갔다. 눈앞의 길을 기억하느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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