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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붉은 꽃이 피는 마을
작가 : Ki다린
작품등록일 : 2017.11.30

부모님의 행방을 모른 채 외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던 쌍둥이 희원과 수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수원과 희원의 외당숙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쌍둥이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향하게 된 시골 마을에서 희원은 자꾸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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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9 19:52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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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원에게 마을의 전승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전히 퍼즐 조각은 부족했고 나는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학교, 집만을 반복하는 지루한 일상을 지내다 보니 이사 온 첫날에 겪었던 이상한 일들을 겪는 일들도 없어서, 이대로라면 그냥 여기서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 점차 머릿속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외당숙 내외는 여전히 우리에게 친절했고, 반 아이들도 절반 정도는 우리에게 잘 대해준다. 마을을 오가며 보는 마을 사람들도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어 어디에 사는 누구라는 둥, 기본적으로는 친절한 모습이었다. 우리를 배타적인 태도로 대하는 반 아이들 절반의 모습으로 볼 때 우리의 존재에 불만을 여기고 있을 어른들도 있을 것 같지만, 일단 겉모습으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수원은 서울에 비해서 교과 과정이 한참 뒤떨어지고 부족하다고 투덜거렸지만, 수원 정도라면 학교의 수업이 변변치 않아도 잘 해낼 것임을 나는 믿고 있다.

 

  그리고 학교와 집을 오가며 마을 내를 둘러봐도 눈에 띌 만큼 붉은 꽃이 많이 펴있는 곳은 발견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할머니가 우리 이름을 근원에서 도망친다는 뜻으로 지은 것은, 단순히 자신의 고향을 싫어했다는 이유뿐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마을의 비밀을 찾아내리라, 라는 결심이 점차 희석되고 나는 나태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그런 안일함을 꾸짖는 것처럼 어느 날 밤, 나는 기이한 일과 마주하게 되었다.

 

  자고 있던 나는 요의에 눈을 떴다. 저녁을 먹은 후에 숙모가 주신 수박을 너무 먹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을 가서 일을 마치고 손을 씻을 때까지만 해도 잠이 덜 깨어있어서 빨리 침대에 몸을 누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불 꺼진 어두운 복도를 휘청휘청 걸었다.

 

  쿵쿵.

 

  갑자기 마룻바닥이 울렸다.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또 어떤 개념 없는 사람이 한밤중에 집을 뛰어다니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예전에 살던 서울의 반지하 방이 아니고 시골에 있는 단층 기와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반쯤 감겨 있던 눈이 또렷하게 뜨였다. 이 집에 사는 것은 외당숙 내외와 그 딸인 보람, 그리고 나와 수원뿐. 단층이라 위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쿵쿵.

 

  다시 소리가 들렸다. 마루를 누가 뛰어다니는 듯한 그 소리는 처음엔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지만 점차 그 세기가 커지고 있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이 차올라 나는 빠르게 걸어 방으로 향했다.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나 역시 거의 뛰다시피 했다. 나의 발소리와 이상한 발소리, 그 두 개가 겹쳐서 집안을 울렸다. 집이 넓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꽤 오래 달렸건만 방은 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히히힉!”

 

  쿵쿵거리는 큰 소리를 뚫고 느닷없이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기괴한 그 웃음소리에 쭈뼛 머리털이 서는 것을 느끼며 나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공을 마주하고 말았다.

 

  “히히히힉!”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은 이모할머니였다. 만면을 일그러트리고 웃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른 나는 내 쪽으로 달려오는 이모할머니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모할머니는 계속 웃으면서 내 뒤를 쫓았다.

 

  한밤중에 운동이라도 하고 계신 걸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써 봐도 몸이 편찮으시다던 이모할머니가 이렇게 늦은 시각에, 저렇게 기괴한 모습으로 운동을 하고 있을 리는 없었다.

 

  발소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나는 뒤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죽을힘을 다해 달려, 무작정 앞에 보이는 방문을 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그고, 커다란 장롱이 보이길래 그것을 열었다. 방 앞에서 히히힛, 하는 웃음소리와 덜커덕덜커덕 문고리를 들리는 소리가 들려 마음이 급해졌다.

 

  장롱 안에는 옷가지나 자질구레한 물품들이 들어 있어, 나는 미친 듯이 그것들을 바닥에 옮겼다. 빈 장롱 안에 들어가 문을 닫자, 한 줄기의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방 밖에서는 여전히 기묘한 웃음소리와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이것이 꿈이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이것이 꿈이라면 제발 깨게 해주세요. 손을 맞잡고 빌어도 이 지독한 꿈에서 깰 수 없었다. 나는 덜덜 떨며 문밖의 저 괴물이 손잡이를 돌리다 지쳐 돌아가기만을 바랐다.

 

  그때, 무엇인가가 떠올랐다. 조금 전에 본 이모할머니의 광기에 찬 얼굴이, 가끔씩 꿈에 찾아오는 할머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머릿속에서 또 그 꿈이 제멋대로 재생되었다. 흰자를 희번덕하게 빛내고 있는 할머니와 달빛에 반사된 흰 이에 묻어있는 붉은 피. 쥐 시체를 들고 웃고 있는 할머니. 여태껏 꿈이길 바라오던 그 광경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나는 겨우 깨달았다.

 

  몸이 떨리다 못해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장롱 안에 울렸다. 그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잡아서 막았다. 장롱 안은 조용해졌다. 방 밖에서 들리던 소리도 조용해진 것 같은 기분에 나는 귀를 장롱문에 대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간 것일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손을 뗀 것인가, 했지만 여전히 내 양손은 내 입을 꽉 누르고 있었다. 시험 삼아 다시 숨을 쉬어봤지만, 소리는 작게 입안을 맴돌다 사라질 뿐이었다.

 

  그럼 어디서 숨소리가 나는 걸까.

 

  나는 고장 난 로봇이 움직이는 것처럼 서서히, 간헐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장롱 틈 사이로 보이는 것도 선명히 잡아냈다.

 

  “차앚아았다아.”

 

  내가 본 것은 장롱 틈 사이에 얼굴을 붙이고 이 안쪽을 바라보는, 만면에 괴이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모할머니의 얼굴이었다.

 

  *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내 방의 천장이었다. 이사 온 지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익숙해진 천장 무늬는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바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가 왜 방에 있는 거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지난 기억을 되짚어 봐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거친 손길로 장롱문을 여는 이모할머니의 모습만 떠올랐다. 할머니 때와 마찬가지로 또 지독한 꿈을 꾸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쿵쿵, 바닥을 울리는 소리와 기괴한 웃음소리. 이것들이 내 무의식이 멋대로 만들어낸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생생했다.

 

  “뭐해?”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아 끊어진 기억을 찾기 위해 머릿속을 뒤지고 있을 때, 수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학교 늦겠다. 얼른 씻어.”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리려는 수원을 향해 나는 급하게 말했다.

 

  “있잖아.”

  “응?”

  “어젯밤에 이상한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이상한 소리?”

 

  수원은 의아한 표정을 했다.

 

  “누가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라든가… 히히힉, 하고 웃는 소리라든가…”

  “악몽 꿨냐?”

  “…못 들었나 보네.”

 

  악몽이라는 단어로 일축하는 수원의 얼굴로 보아, 듣지 못했다는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깊이 잠들었으면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 내가 꿈이라도 꾼 것인가.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수원이 내 어깨를 잡아채, 나는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형.”

  “응?”

  “형 발목에 그거 뭐야?”

 

  수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이동해보니, 내 오른쪽 발목에 울긋불긋하게 자국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뭐지…?”

  “벌레 물린 건가? 형 창문 열어놓고 잤어?”

  “아닌데…”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얼른 씻어.”

 

  수원은 멍하니 서 있던 내 등을 떠밀었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향하면서도 내 시선은 계속 발목에 못 박혀있었다. 어제 씻을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자국인데.

 

  화장실에 도착한 나는 씻기 위해 화장실 바닥에 놓인 작은 의자에 쪼그려 앉았다. 시선이 아래를 향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발목으로 시선이 가서, 나는 무심결에 발목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대었다. 울긋불긋한 자국에 손가락을 하나씩 맞춰서 가져다 대자 딱 들어맞았다.

 

  손자국이었다. 누가 내 발목을 잡아끌어 내 방에 데려다 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어젯밤에 내가 본 것은 꿈속의 광경이 아닌 현실이고 이것은 그 증거였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나는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곤 머릿속을 뒤덮는 공포감을 떨쳐내기 위해 씻는 손에 속도를 더했다.

 

  *

 

  “어… 그래서 정조, 아니 영조가 탕평책을…”

 

  수업시간. 국사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 안의 풍경은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태반의 아이들은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거나 다른 짓을 하고 있었고, 선생님 역시 아이들의 태도를 인식해서인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건성으로 수업 중이었다.

 

  수원은 이과였기 때문에, 왜 사회탐구 수업을 이과인 자신이 들어야 하냐고 투덜거리면서 책상에 대놓고 다른 참고서를 펴놓고 있었다. 교실 안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은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혜원뿐이었다. 나는 열심인 그녀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다가 교과서로 시선을 떨궜다. 하지만 수업을 듣기 위함은 아니었다. 나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 일어난 일은 꿈이 아니다. 그것은 발목에 남겨진 자국이 증명하고 있다. 수원이 벌레 물린 자국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손자국이었다. 어제의 그 일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면 이모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새벽에 집안을 뛰어다녔다는 말이 된다. 그리곤 기절한 나를 질질 끌어다가 방에 옮겨 놓았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지만, 다른 상처나 느껴지는 고통은 없었다.

 

  이로 인해 나는 가끔씩 꿈속에서 보던 할머니가 쥐를 잡아먹고 있던 그 광경을 단순한 꿈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어제 이모할머니의 그 모습이 현실이라면, 할머니의 그 모습 역시 현실이리라. 그 기이한 일들이 다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오는 공포감을 최대한 인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는 할머니들의 기행이 어떠한 퍼즐 조각이 될 것인지 계속해서 궁리했다.

 

  할머니나 이모할머니의 모습은 평소의 그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마치 어떠한 것에 씐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귀신. 그래, 귀신에 씐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마을에서 아마도 귀신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라는 첨언이 붙은 것은 그 소녀가 귀신이라는 것이 아직은 확실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신이라고 가정해보자.

 

  할머니와 이모할머니는 귀신에 씌어 기행을 일으켰다. 그것이 이 마을의 어떤 비밀과 연관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어디선가 위화감이 든다. 우리 할머니가 귀신에 씐 것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은 이 마을이 아닌 서울의 반지하 방에서가 아니었던가. 귀신과 마을의 비밀은 관련이 없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할머니들의 모습을 저 멀리 치워두고 퍼즐 판을 맞출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수원에게 털어놓아야 할까. 망설이며 흘끗 옆을 바라보자,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수원이 보였다. 역시 수원에게 말하는 것은 그만두자.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고, 수원은 공부를 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어서 함께 이 마을을 뜰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수원의 역할이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자.

 

  하지만 정보가 부족했다. 안일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다시 마을에 대한 조사를 재개해야 한다. 철문. 그 철문의 열쇠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자. 나는 책상 아래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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