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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07. 세잎클로버(1)
작성일 : 17-12-09 18:24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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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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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이 수사대에 들어간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중 절반이 좀 못되는 시간은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기계공 짓을 했다. 싫다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이 헷갈릴 뿐이었다. 자신이 수사대원으로 들어간 건지, 기계부서로 들어간 건지 말이다. 오히려 원래 알던 것보다도 더 익숙하게 기계를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린은 처음 접속한 이후로 섣불리 접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잘 접속을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린에게 독립적인 수사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린 스스로도 많이 신중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린은 여전히 윤수의 밑에서 수사를 돕고 있다. 반과도 수사하게 해주겠다던 제닌은 영 아무 말도 없었다. 반은 불만 아닌 불만이 조금 생겼지만, 린과 윤수가 죽이 잘 맞아서 그게 나을 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린과 반에게 휴가가 생겼다.

 

  “휴가요?”

  “응. 세 달에 한 번씩은 강제로라도 좀 쉬게 하거든. 두 명씩. 이번에는 너랑 반이야. 내일은 출근하지 말고 좀 쉬어.”

 

  의외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처박혀서 수사만 하면 사람이 정신이 없을 테니, 어쩔 수 없나. 수사대 업무는 주말이 따로 없다. 출근하지 않더라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그러면 집에서라도 처리해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사생할 침해가 있으니, 이런 제도는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린은 퇴근하기 직전에 이 말을 들은 터라, 잠시 생각했다. 뭘 해야 할까. 그리고 바로 결정했다. 반은 린을 따라 뛰어오더니만 린에게 물었다.

 

  “누난 뭐할 거야?”

  “‘세잎클로버’에 가려고. 출근하고 한 번도 못 가서.”

  “그래? 그럼 나도 갈래.”

  “왜 나한테 말해? 네가 연락드려야지.”

  “누나가 대표님이랑 친하니까 나도 간다고 전해주면 되잖아.”

 

  안 그래도 린은 대표에게 전화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반이 이렇게 말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1층 로비에 서서, 린은 곧장 세잎클로버의 대표에게 전화했다. 세잎클로버는 현재 존재하는 NGO단체 중 가장 크다. 아동복지는 물론 노인복지, 그리고 장애인복지시설까지 부서를 나눠 모두 운영하고 있는 대규모 단체다. 봉사자도 언제나 모집 중인데, 일손은 당연하게도 부족하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았는데도 곧장 전화를 받는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말이다.

 

  「루나! 오랜만이야. 출근하고 바빴어? 얼굴 보기 어렵네.」

  “응. 근데 내일 쉬게 되어서, 가려고.”

  「쉬는데 온다고? 괜찮겠어? 쉬어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아. 나 말고 반 H 미네도 갈 거야. 걔도 쉰대.”

  「아, 그래? 알았어. 반이랑 친해졌구나? 같은 데서 일한다고 해서 놀랐거든!」

  “역시 반한테 내 얘기한 게 노아 너구나?”

 

  그때야 린이 꼬리를 잡았다는 듯 쏘아붙이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색한 웃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린은 작은 한숨을 쉬고, 내일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정보국을 나가면서, 반은 린에게 슬쩍 물었다.

 

  “대표님하고는 어떻게 친해지게 된 거야?”

  “그냥, 어릴 때부터 봤어. 소꿉친구 같은 거야.”

  “누난 내일 몇 시에 갈 건데?”

  “나는 언제나 오전 9시에 맞춰 가. 그 때 애들이 아침 먹고 그럴 때라 바쁘거든.”

  “그럼 나도 그 때 맞춰서 갈게!”

 

  반은 매우 들떠 보였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그렇게 들뜨다니. 린도 딱히 스스로 들뜰 만큼 기뻐서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저 ‘세잎클로버’에 진 신세를 갚는다는 생각과, 자신이 그곳에서 받은 도움을 자신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하는 거지. 린이 아동복지쪽으로 봉사활동을 줄곧 해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집에 들어갔을 때, 린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아까 전화했던, 노아였다.

 

  “노아? 무슨 일이야?”

  「루나,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반이랑 많이 친해졌어?」

  “고작 그게 궁금해서 이 늦은 시간에 전화했다고? 노아, 요새 심심해?”

  「고작이라니! 루나가 연애할지도 모르는 건데!」

  “뭘 해? 내가? 누구랑? 상상이 지나친데.”

 

  린이 질색하며 말하니 노아는 조금 실망한 것 같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평소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있을 것이다. 노아는 린보다 4살이 많다. 하지만 워낙 오래 전부터 친구처럼 지내 와서, 노아는 린이 언니라고 부르는 것보단 이름으로 불러주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노아 이전의 대표가 물러나면서, 노아를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젊은 나이임에도 저렇게 커다란 NGO 단체를 관리하는 대표가 되었고, 실제로 운영을 잘 하고 있다. 물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린은 노아가 빈틈인 틈을 노려 공격해 들어갔다.

 

  “너는 무슨 소식 없어?”

  「나? 없지, 당연히.」

  “왜 없어? 너 세잎클로버에서 인기 얼마나 많은데. 모른다고 하지 않겠지? 설마 눈이 그렇게 높은 거야?”

  「루나아. 나 그만 괴롭혀라, 정말..」

 

  노아가 졌다는 듯 말하자, 린은 웃음을 터뜨렸다. 짧은 통화를 끝내고, 린은 내일 세잎클로버에 갈 준비를 한 후 일찍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대충 우유로 아침을 때운 후 밖에 나왔는데, 건물 앞에 자동차가 한 대 있었다. 그리고 린이 나오자마자 내려오는 창문. 린은 혹시나 했던 게 역시나인 것을 보고 경악했다.

 

  “너…?”

  “좋은 아침! 얼른 타. 가자.”

 

  린은 이제 겨우 3개월을 일한 터라 잘 알 수 없지만 정보국의 보수가 좋다고는 해도 1년 만에 차를 구매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반은, 차가 있다! 별로 타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그렇고, 괜히 거절했다가 직장에서 껄끄러운 것도 싫어서 일단 타긴 했다. 보조석에 타서 안전벨트까지 하긴 했지만, 표정은 역시 좋을 수가 없었다. 반은 운전을 하다가 린의 표정을 슬쩍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왜 그래, 누나.”

  “반, 너 퍼스 출신이야?”

 

  린이 대뜸 물으니 반은 그제야 린이 왜 그러는지 알았다. 퍼스 출신은, 별로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는 말이다. 퍼스는 유전자조작이 발전한 곳으로, 아이를 임신할 때부터 유전자조작을 가해 뛰어난 두뇌나 신체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딱히 불법은 아니지만, 그것에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드러난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린도 그런 모양이었다. 아마 반이 지금 나이에 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부모님의 재력이 들어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익숙하다고 느꼈지만, 린이 그렇게 말하니 어쩌니 좀 더, 서글펐다.

 

  “응, 그건 맞지만 이건 내가 대출 받아서 산 거야. 내가 지내는 곳이 정보국하고 좀 거리가 있거든.”

  “대출?”

  “응. 차 한 대 사겠다고 한 번에 1년 모은 월급을 쏟아 부을 수는 없잖아. 나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아직도 갚아야 할 돈이 산더미라고.”

 

  린은 아주 약간, 미안해졌다. 부모님 재력으로 떵떵거리며 누리는 거라고 생각해 묻지도 않고 쏘아붙였다. 린의 잘못된 버릇 중 하나였다. 자신이 생각한 게 맞다고 단정해버리는 습관 말이다. 린은 어쩐지 미안해져서 사과하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차 안은 매우 조용해졌다. 세잎클로버는 린의 집이 있는 센트럴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요새는 교통수단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는 않은데, 차가 있다면 안 탈 이유는 없다. 30분 정도 더 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침묵은 조금 거북했던 터라, 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나도 누나 따라서 가려고. 아동 쪽으로.”

  “…아. 노아한테 들었어. 너는 어르신들 봉사 쪽을 주로 했었다고.”

  “응. 뭐, 여러 사정이 있는 거지.”

 

  린은 그 순간 반의 표정이 매우, 슬퍼졌다는 걸 알았다. 린 자신이 아이 돌보는 걸 더 좋아하는 것만큼, 반에게도 어르신들을 돕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단순히 착해서가 아니라 이유가 있는 거였나. 더 말하지는 않을 것 같아 보여 묻지는 않았다. 린은 여전히 미안함이 남아 있었기에 아까 한 말은 없던 것처럼, 평소처럼 말하려고 노력했다.

 

  “애들은 좀 더 돌보기 힘들 거야. 말이 안 통할 때가 있거든. 화내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

  “그렇구나. 나는 동생은 없어서, 잘 할 자신은 없지만..”

 

  역시 여러 번 가봤던 건 맞는지 막히지 않고 길을 잘 찾는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며 중얼거리는 반의 얼굴을 본 린은 반이 약간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뭐, 나름대로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라는 건가? 자꾸 미안하게 좋은 점만 보이기 시작하네. 린은 어깨를 으쓱하곤 말을 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하다보면 익숙해질 수 있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무리 봐도 적응 안 되지만 어느 순간엔 일정 부분은 기계처럼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이야.”

  “누나 동생이 없다고? 의외야. 있을 것 같았는데.”

  “왜?”

 

  린의 눈에 세잎클로버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입에서 되는 대로 물은 거였다. 그런데 반은 웃으면서 그 질문에 아주 친절하게 대답했다.

 

  “애들하고 놀 때 진짜 즐거워보여서.”

  “…너 대체 뭘 본 거야?”

  “회사에서도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는데, 불편해서 그래?”

 

  반과 린이 탄 차가 세잎클로버의 정문을 지났다. 반은 자연스럽게 아동관 쪽 주차장으로 향한다. 린은 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일부러 선을 그으려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자연스러운 모습 같은 걸, 쉽게 내보일 수 있을 리도 없다. 아마 반이 회사 동료라는 걸 알았더라면 적당히 했을 것이다. 훔쳐 본 반이 나쁘다. 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런 린을 보며 반은 미소 짓곤 곧 차를 주차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세잎클로버의 아동관 앞에 서자 반은 다시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오늘은 나도 누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

  “걱정 마. 아마 너는 좀 나이 있는 애들을 맡게 될 테니까.”

  “왜? 누난 아냐?”

  “응. 처음 오는 사람들은 나이가 있는 애들을 맡는 편이 좋아. 아직 어린 애들은 이별에 익숙하지 않아서. 물론 나이가 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설명하면 알아듣기는 하거든. 나는 예전부터 돌보던 애들도 있고, 일손이 부족한 데에 가. 운이 좋으면 같이 하는 거고, 아니면 끝나고 같이 가는 정도일 뿐이겠지.”

  “그렇구나….”

 

  반이 아쉬운 듯 말을 줄이자 린은 그런 반을 보다가 먼저 아동관으로 향했다. 반도 린의 뒤를 따랐다. 아동관 근처까지 갔을 때, 누군가가 아동관에서 나왔다. 옅은 갈색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니 약간 노란빛으로까지 보인다.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왼쪽 귀 뒤로 넘기면서 걸어 나오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옅은 연보라색이었다. 앞머리는 길게 늘어뜨렸지만, 뒷머리는 틀어 올려서 단단히 고정해두었다. 마치 린과 반을 기다렸다는 듯이 둘을 보고 환히 웃는다. 그리고 반이 여기 이외에는 보기 어려웠던 린의 미소도 꾸밈없이 드러났다.

 

  “노아!”

  “어서와, 루나. 반도 어서와.”

  “안녕하세요, 대표님.”

  “아냐. 그냥 노아라고 불러도 돼. 루나는 노아라고 부르라니까 망설이지도 않았는데.. 반은 정말 예의바르구나.”

  “노아, 무슨 뜻이야. 그 때 난 네가 나랑 동갑인 줄 알았다고.”

 

  린이 노아의 뺨을 꼬집고는 늘이며 말했다. 노아는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린의 손을 찰싹찰싹 쳤다. 분명히 나이로는 노아가 더 언니인데, 린이 언니이고, 노아가 어린 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 린이 곧 노아를 놓아주고 나서야 노아를 따라 린과 반이 이동했다. 노아는 걸어가면서 반에게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해. 물론 누구에게나 똑같이 친절해야 하는 건 맞지만, 조금 더 쉽게 상처 받으니까.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해도 혼내는 것보다는 우선 왜 그렇게 했는지 들어본다거나 하는 게 중요한 거지.”

  “그렇군요..”

  “반은 오늘 7살 반에 갈 거야. 거기 계신 선생님 말씀 따르면 돼. 린은 오늘 아기방에 가줄래? 오늘 선생님 한 분이 아프셔서 못 오셨거든.”

  “응, 알았어.”

  “안내해줄 테니까 나 따라와.”

 

  노아가 반에게 손짓했다. 린은 반에게 잘하라는 듯 손을 흔들어주고는 아주 익숙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동관은 건물이 높지 않았다. 좀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넓었다. 그러고 보니 노인들이 지내는 곳도 좀 그랬다. 반은 그게 궁금해서 노아에게 물었다.

 

  “노아씨, 근데 왜 여기는 유독 건물이 넓기만 하고 높지 않은 거예요?”

  “아. 아이들 나이대가 어려서 그래. 초등학생부터는 다른 건물에서 지내는데, 여기는 미취학아동들 뿐이거든. 그래서 계단이 있는 것보다는 없는 편이 아이들도 지내기 편하니까. 네가 주로 갔던 어르신들이 계신 곳도 마찬가지야. 일단 지내기 편한 게 좋잖아. 그게 이 세잎클로버의 존재이유이기도 하고.”

 

  노아는 반이 결국 자신을 높여 부르는 걸 알았지만 그냥 두었다. 린처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할 수 있는 거다. 노아는 2층으로 올라갔다. 반은 주변을 여전히 두리번거리고 있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이라 워낙 알록달록해서 신기한 모양이다. 모빌 같은 것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기도 하고, 삐뚤빼뚤 글씨가 적혀있거나 그림이 그려진 종이들이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아이들의 작품인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잘 지내는 것 같다. 그림에 어른들이 유독 없는 건,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그 때 노아가 반에게 물었다.

 

  “반, 여기에 아이들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해?”

  “네? 어…별로 없지 않나요? 사실 요새 아이를 많이 낳는 추세도 아니고..”

  “그렇지 않아. 웬만한 학교 정도의 아이들이 있어. 여기에만 200명 정도 있는걸. 정확히는 204명이고.”

  “200명이요?”

 

  반이 놀라서 되물었다. 예상 외로 많은 숫자다. 요새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물론 수명이 늘어났고, 의료사업도 많이 발전한 터라 일할 수 있는 나이도 늘어난 상황이기는 하지만.. 역시 의외다. 아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님이 현재 키울 상황이 되지 않거나, 부모가 없는 고아들뿐이다. 반은 이해가 되지 않아 노아에게 다시 물었다.

 

  ‘왜 여기에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거예요? 분명히 출생률 같은 걸 보면….“

  “그렇지, 출생률만 생각하면 분명히 아이들이 이렇게 많을 이유가 없지. 요새 학교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니까. 그럼 이유가 뭘 지 생각해볼까? 최근에 이 세상을 뒤흔든 가장 큰 변화는 뭐지? 힌트는 네가 일하는 곳이야.”

  “…D월드요?”

 

  반이 되묻자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2층에 다 올라와서 왼쪽 복도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반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역시 7세반 근처라 그런지 아래층에 있던 그림들이나 글씨보다는 훨씬 잘 그리고 잘 썼다. 그리고 D월드라는 말을 들으니, 반도 짚이는 게 생겼다.

 

  “설마, 접속에 실패한 사람들 때문에…?”

  “맞아. 그게 요새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많잖아. D월드가 특정한 사람들만 접속할 수 있도록 조작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런 걸 이용해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뭐 그런 얘기까지 나오면서 말이야.”

 

  접속실패. 아주 간단한 말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D월드에 접속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VA와 신체를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신경에 접속을 실패한 사람들은, 심한 장애를 갖게 된다. 작게는 몸에 작은 경련이 일어나거나 마비가 오는 정도지만, 심하게는 사망한다. 신경이라는 것이 매우 섬세한 것이라, VA가 지금만큼 안정적으로 동기화되기까지는 꽤 많은 피해자들이 나왔다. 반도 그런 사람을 세잎클로버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세잎클로버에서 돌보고 있는 장애인들 중 대다수가, 우습게도 접속실패로 인해 신경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접속실패 때문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어. 이래저래 발견도 늦었고…. 물론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지니까 더욱 그런 것도 있지만 말이지. 아이들은 부모님이 왜 갑자기 아픈 건지, 혹은 죽은 건지 이해하지 못하니까. 솔직히 그런 이유라고 한다면, 나라도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물론 그렇게 된 사람들에게는 정부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상세계로의 접속을 강요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말 맞지 않는 신체조건이었던지, 운이 나빴던 것이다. 그것을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당사자야 어쩔 수 없지만, 그 가족은 이렇게 고통 받게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반이 작게 고개를 숙였지만, 노아는 아는지 모르는지 걸음을 멈추었다. 반의 걸음도 멈추었다. 반의 눈에 ‘해바라기반’이라고 적힌 문이 하나 보였다. 분홍색으로 칠해진 귀여운 문이다.

 

  “여기에는 7살짜리 아이들 여섯 명이 있어. 7살 반은 두 반이 있는데, 그 중에 여기에 좀 오래 있던 아이들이 있는 반이 여기, 해바라기 반이야. 선생님이 부탁하시는 것만 잘 도와드리면 될 거야. 끝날 때쯤 다시 데리러 올게.”

  “아, 네. 감사합니다, 노아씨.”

  “너무 아파하지는 마. 그 아이들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으니까.”

 

  노아가 작게 웃었다. 반은 문고리를 잡기 전에 아주 조금 망설였다. 물론 반이 이 아이들의 부모에게 무슨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정보국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게, 미안한 마음이 아주, 조금 들었던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동정한다고 싫어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반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 있는 힘을 다해 아이들을 도와주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정했다! 반이 각오한 얼굴로 노크를 한 후 문을 열자, 안에서 놀고 있던 것 같은 아이들 여섯 명이 동시에 문을 돌아보았다. 놀란 쪽은 반이다.

 

  “아…저……선생님은…?”

  “선생님!!!”

 

  아이들 중 한 명이 다른 방으로 뛰어간다. 반은 어쩐지 못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색하게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다. 반은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안녕, 나는 반이라고 해. 오늘 여기서 너희들하고 잘 지내보려고….”

  “…되게 이상하게 생겼네.”

  “야! 너 오신 분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얼른 사과해!”

  “내가 왜! 생각한 대로 말한 것뿐인데!”

  “너! 전에도 그거 때문에 선생님한테 야단맞았으면서! 내가 이른다!”

  “이르기만 해봐!”

  “자자, 너희 또 싸우니? 그만, 그만. 놀랐죠? 얼른 들어와요. 노아한테 들었어요. 오늘 도와주실 분이라고.”

  “아, 네. 반, 이라고 불러주세요.”

 

  벌써부터 정신이 없다. 노인 분들은 반이 도와드린다고 다가가기만 해도 아주 고마워하시며 웃어주셨기 때문에 처음 대면부터 어려움을 겪은 건 오늘이 처음이다. 아이들은 약간, 어렵구나.. 반은 새삼 그걸 실감했다.

 
작가의 말
 

  세잎클로버는 이 세계에서 가장 큰 봉사단체입니다. 이곳에서 반과 린이 처음 만났죠:) 그 인연으로 휴가를 이곳에서 보내게 됐네요.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세잎클로버 대표 노아도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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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수사대 첫 임무(3) 2017 / 12 / 9 227 0 10289   
4 004. 수사대 첫 임무(2) 2017 / 12 / 7 238 0 7314   
3 003. 수사대 첫 임무(1) 2017 / 12 / 7 242 0 10554   
2 002. VA수사대(2) 2017 / 12 / 6 258 0 6350   
1 001. VA수사대(1) 2017 / 12 / 6 393 0 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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