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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1
작성일 : 17-12-09 18:04     조회 : 297     추천 : 1     분량 : 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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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봄비가 나바재 씨와 함께 거친 천에 싼 시신을 들것에 실어나른다. 유족들이 수많은 시신을 지고 두 사람을 따른다. 숲을 벗어난 장례행렬이 장작더미를 쌓아올리고 벌판에 시체를 태운다. 밤이 지나고 나서야 불이 꺼진다. 원하는 사람들은 뼈를 수습하여 챙겨간다. 버려진 유골들은 모아서 가루를 내 멀리 날려버린다. 예전같았으면 밭에 뿌렸을지도 모른다.

 "봄비 씨. 잿빛양털 씨는 죽었습니다. 이 참에 노을녘 사람들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합니다."

 봄비가 뼛가루를 마저 바람에 날리며 대답한다.

 "나는 가지 않을거요. 싸우려고 벼르는 사람도 보낼 수 없습니다. 호위할 사람 열 명 정도를 함께 데려가되 위협하지 말고, 누구도 다치게 해서도 안됩니다."

 "강제로라도 다 데려오는 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 곳에 살도록 내버려두기엔 척박한 땅입니다."

 "더 얘기 않겠습니다. 원하는 자들만 데려오고, 남고자 하는 자들은 남겨두세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가능한 모두 데려오도록 하지요."

 봄비가 뒤돌아 걷는 나바재 씨를 쳐다본다.

 "나바재 씨. 너럭바우에 대한 것은 언급하지 마십시오."

 

 31.

 봄비는 잿빛양털 씨의 시체를 화장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목 밑으로만 태웠다. 머리통은 그가 어머니 나무로 개선할 때까지 어깨에 걸쳐둔 창끝에 묶어두었다.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수염에는 날파리가 꼬였다. 그러나 피가 빠지고 잘 마른 탓인지 목의 절단면은 조금 말라 쪼그라들었다.

 머리통은 창 째로 마을 한가운데에 전시되었다. 봄비는 그에게 모로비 씨와 사냥꾼들을 살해한 죄를 뒤집어씌우기로 결정했다. 가족과 친우의 죽음에 분노한 사람들 덕분에 잿빛양털 씨의 머리통을 이틀만에 다시 수습해야 했다. 봄비는 손수 부서진 것들을 모아 따로 묻어주었다.

 

 32.

 나바재 씨가 토굴집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꽃사슴 한 마리가 경계심을 드러내며 노파 뒤에 숨어들어간다.

 "무슨 일입니까? 이 척박한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온 것입니까?"

 "그럴리가요. 저는 대모님께 슬픈 소식을 전하러 온 겁니다."

 노파가 다 자란 꽃사슴을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는다.

 "둘 중 누가 먼저 죽었습니까?"

 나바재 씨가 경계심을 풀어보려는 것인지 말린 열매를 꺼내 꽃사슴에게 건넨다.

 "한 명만 죽었습니다. 어리고 경솔한 이가 살아남았지요. 늙고 지혜로운 이의 목숨을 댓가로."

 꽃사슴이 열매 냄새를 맡아보더니 혀를 대어본다. 노파가 이마 주름에 노기를 비친다.

 "너럭바우 그 아이는 잿빛양털 씨가 죽을 때 무엇을 했다던가요?"

 나바재 씨가 웃음기가 오르려는 것을 애써 감추며 이야기한다.

 "당연히... 도망쳤지요."

 꽃사슴이 열매를 전부 씹어삼킨다. 나바재 씨의 쓰다듬는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다른 열매를 받아먹는다.

 "대모님. 원래 노을녘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찬동하지도, 적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우리들은 중립을 지키려 했지요. 허나..."

 "허나, 봄단풍 아씨가 너럭바우를 꼬드기고..."

 "잿빛양털 씨는 그 녀석들에게 충분히 휘둘려왔지."

 "하지만 이제 다 죽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은 살아있는 사람이 결정해야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나에게 무엇을 결정하게 하려고?"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잿빛양털 씨는 사냥꾼으로 죽었소. 너럭바우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고."

 "처음부터 우린 싸울 생각이 없었소이다. 그건 잿빛양털 씨도 마찬가지였어. 오로지 너럭바우 그 아이만 경거망동했을 뿐입니다. 고작 그 얘기만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닐텐데..."

 나바재 씨가 일어나더니 모닥불에 모래를 부어 꺼뜨린다.

 "노을녘은 사람이 살아남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곳입니다. 가혹한 땅이지요. 원하는 사람들은 나무그늘의 빈 땅으로 들어와 자리잡으세요. 그것이 봄비 씨의 뜻입니다."

 

 33.

 너럭바우는 벌판 한가운데서 곰과 마주친다. 처음 보는 짐승이다. 그는 창과 활 중 하나만이라도 챙기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짐승을 자극하지 않으려 등을 돌리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물러난다.

 "겁먹지 말아라. 아이야."

 뜻밖에도 짐승이 말을 걸자 너럭바우가 당황한다.

 "어르신이군요. 다른 살아계신 분들이 있습니까?"

 "나무그늘에 무슨 일이 생겼나보구나."

 "네... 그것이..."

 능소니가 주저앉는다.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탓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구나. 너는 누구의 아들이냐?"

 "저는 ... 잿빛양털 씨의 아들입니다."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구나. 그는 누구의 아이니?"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질문을 다르게 해야겠구나. 별들은 언제 전부 시들었느냐."

 "세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낮과 밤을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 번 얘기해다오."

 너럭바우도 주저앉는다.

 "별이 전부 죽자 사람들이 나무그늘로 건너가 어르신들을 전부 죽였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맞서싸웠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곰이 거칠게 우짖는다. 너럭바우는 오금이 저리다.

 "전부?"

 "네."

 "멍청한 놈들! 누구 하나 도망한 자가 없단 말이냐?"

 "사로잡히고 죽어가는 새끼들을 두고 떠나지 못한 탓입니다."

 긴 한숨이 흐른다.

 "내가 늦은 탓에 일을 그르쳤다. 이제 다 소용없게 되었구나!"

 

 34.

 봄비가 나바재 씨를 마중나간다. 노을녘에서 그를 뒤따라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냥꾼의 자부심 때문에 농사짓는 삶을 거부했겠지. 그가 나바재 씨의 등을 두드리며 방 안으로 안내한다.

 "매번 힘든 일만 시켜서 미안합니다. 별 일 없이 돌아왔으니 다행이오."

 "봄비 씨. 이제 각지에 퍼져있는 씨족들의 우두머리를 한데 모을 생각입니다."

 "당신이 두고 온 사람들처럼 그냥 알아서 살게 두세요. 왜 불러오려 하시오?"

 "물론 그들은 살던 곳에서, 지금처럼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싸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생각의 차이로 서로를 죽이기도 하겠죠. 지금은 당신만이 그 수많은 우두머리들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싸울 사람은 싸우라고 하시오. 죽일 사람은 죽이게 두고. 각자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살게 두면 그만이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사장은 왜 죽였습니까?"

 봄비가 버럭 화를 낸다.

 "그가 능금아재를 죽였으니까! 그래서 그를 죽이는 것으로 충분했소. 남은 사람들이 계속 들소를 숭배하건 기도를 드리건 놔둔 이유이기도 하지!"

 "이번 한 번만 그들을 불러모으면 충분합니다.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찾아가 싸우는 것보다 그들에게 싸우지 말고 죽이지 말라고 한 마디 하는 것이 낫지요."

 "그들이 알아서 선택할 수 있고, 깨우칠 수 있는 문제요."

 "봄비 씨..."

 "그렇게 하고 싶으면 날 시키지 말고 당신이 하세요. 다시는 언급하지 마시오."

 "할 수 있으면 제가 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대체 왜! 내가 나무그늘의 짐승들을 전부 죽이자고 해서? 흑단들소의 배를 가르고 염통을 먹었기 때문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었어!"

 나바재 씨가 옆구리의 통증 때문에 휘청거리는 봄비를 붙잡는다.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벌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봄비 당신도 다 알면서 나선 것 아닙니까! 왜 이제 와서 그만 두겠다는 거야!"

 봄비를 천천히 누이고 나서 나바재 씨가 약초 달여낸 술을 한 잔 먹인다.

 "벌판에 불을 지르는 순간 다 각오한 일 아닙니까... 당신 뿐만이 아니라 나도 함께 각오했지요."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
 

 너럭바우는 반석. 반석은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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