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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당연하게 사랑해줘
작가 : 서언
작품등록일 : 2017.11.21

온몸이 차가워져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치의 병 '콜드병'. 콜드병으로 엄마를 잃은 천재의사 김세영이 콜드병 환자인 차재훈의 주치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 사랑해줘 (16)
작성일 : 17-12-09 17:42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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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왜 웃어.”

  

 내 앞으로 걸어온 차재훈이 물었다.

  

 “너는 왜 웃는데.”

  

 내가 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재훈도 웃고 있었다.

  

 “몰라.”

  

 퉁명스러운 말투와 표정이었다.

  

 “아까 그렇게 가면 어떡해.”

 “아까?”

 “학교에서 나온지가 언젠데 왜 이제 와. 너 우리 집 주소도 모르잖아, 핸드폰 번호도 모르고 너는 계속 안오면.”

  

 뭐지? 이 분위기는 지금 나 혼나고 있는건가? 아니면 투정을 듣고 있는건가? 아니면.

  

 “걱정됐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대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말투를 보면 투정에 가까웠다. 투정스러운 말투 속에 걱정이 묻어있었다.

  

 “아니.”

  

 아니라고 부정하는 거 보니 걱정한게 맞는 것 같다. 차재훈은 보통 반대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

  

 여기다 대고 맞잖아, 하고 말해버리면 계속 아니라고 말할게 분명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차재훈과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검은색 세단이 우리를 지나갔다. 차재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차안에서 경현이 내리고 회장의 문을 열었다.

  

 “다녀오셨어요.”

  

 차재훈이 회장에게 인사를 했고 차회장은 피곤한 듯 눈가를 매만졌다. 회장의 눈이 인사를 한 차재훈이 아닌 내게로 향해 있었다.

  

 “김선생 별일 없었지?”

  

 별일... 순간, 머리에 차재훈의 방에서 본 구릿빛 엉덩이의 남자가 스쳤지만, 고개를 저었다. 말할 자격도, 이유도 없었다. 괜히 또 사건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네.”

  

 내 대답을 비웃기라도 하듯 회장의 뒤쪽에서 목발 신세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 너 잘 만났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익숙한 얼굴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너 이새끼야!”

  

 남자가 냅다 던진 목발이 회장의 등 바로 뒤에 떨어졌다. 하마터면 목발에 맞을 뻔한 회장을 모두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집 앞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달려가 남자를 잡았다. 남자가 비틀비틀 경호원의 손에 이끌려 걸어왔다. 가까이 다가오자 술 냄새가 진동했다.

  

 “괜찮으십니까?”

  

 차경현이 회장을 걱정스레 쳐다보며 물었다. 차갑게 변한 회장의 눈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긴장감 속에 회장이 천천히 뒤돌아 남자를 쳐다봤다.

  

 “목발.”

  

 회장이 목발을 보며 말하자 경호원이 목발을 주워 회장에게 건넸다. 건네받은 회장이 한숨을 작게 쉬고는 남자의 몸에 사정없이 내려쳤다. 남자가 악,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악!!!”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저새끼, 저새끼!!!!!”

  

 고개를 든 남자의 붉게 충혈된 눈이 정확히 차재훈을 향하고 있었다. 회장이 고개를 돌려 차재훈을 쳐다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리해. 다신 볼일 없게.”

  

 회장이 경호원에게 말한 후 차재훈을 흘깃, 쳐다보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회장이 들어가자마자 차재훈이 고개를 푹, 숙였다. 괜히 눈치가 보이는 건 나였다.

  

 “들어가지 말까?”

  

 내 물음에 차재훈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됐어

  

 차재훈이 옮긴 발을 따라 나도 발을 옮겼다. 아무래도 오늘도 하루가 너무 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회장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저 새끼 뭐야?”

  

 회장은 옷도 벗지 않고 메이드가 가져온 와인을 벌컥벌컥, 한입에 털어 넣었다.

  

 “출장 갔을 때 집에서 작은 소란이 있었나 봅니다.”

 “집에서? 감히..”

  

 차회장의 이토록 화가 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메이드가 따라 준 두 번째 잔을 따라 반쯤 마셨을 때 회장이 고민 없이 차재훈을 향해 와인잔을 던졌다. 순식간에 차재훈의 발밑으로 검붉은 와인이 깨진 잔 사이로 흘러나왔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치만 보고 있던 내 앞에 차재훈이 느릿하게 발을 뗐다. 발등 위로 빨간 피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대체 넌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회장의 언성이 조금 더 높아지며 차재훈을 향해 다가서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차재훈을 내 쪽으로 이끌기 위해 팔목을 잡았다.

  

 “회장님! 재훈이 잘못 아닐 수도 있잖아요.”

  

 차경현이 차회장을 막으며 말리는 투로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재훈은 팔목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빼고 깨진 와인잔 위를 천천히 걸었다.

  

 “재훈아!!”

  

 놀란 차경현의 목소리가 들리고 차회장은 그런 차재훈을 아니꼽게 쳐다봤다.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자식 누구야?”

 “죄송합니다.”

  

 차회장에게 기어이 가까이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는 차재훈의 모습이, 한번도 약해 보이지 않았던 그 애의 뒷모습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약해 보였다.

  

 “누구냐고 물었다.”

  

 차재훈은 꽤 오래 침묵을 유지했다. 그냥 내가 말할까, 나도 목격자니까, 저 남자가 누군지, 그래서 차재훈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말하고 싶었다. 최대한 차재훈을 변호해주고 싶었다.

  

 “그냥, 예전에 싸웠던 사람이에요.”

  

 결심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차재훈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내가 차재훈을 변호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차재훈은 자신의 엄마인 송미정을 변호해주고 싶어했다.

  

 “처신 똑바로 하고 다녀. 와인잔 새로 가져와.”

  

 차회장이 말했고 차재훈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대체 어떻게 다니면 그런 쓰레기 같은 것들이 내 집에까지 와? 내 집에 와서 목발을 던져? 감히 나한테?”

  

 회장은 여전히 분이 안 풀렸는지 씩씩, 거리며 말했다. 차경현이 옆에 앉아 메이드가 건네주는 와인잔을 대신 받았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화 푸세요.”

 “내가 이래서 집에 들어오기 싫어! 어휴.”

 “어머니는 어디 가셨나요?”

  

 차경현의 물음에 메이드는 얼버무렸고 회장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또 방에서 퍼질러자고 있겠지.”

  

 차재훈은 다시 천천히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여전히 고개는 푹 숙이고 있어 차재훈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차재훈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은 와인 자국이 새겨졌다. 계단을 올라가는 차재훈의 표정이 그제야 보였다. 작은 찡그림 하나 없이 혼이 빠진 듯 걷는 차재훈의 힘없는 발걸음이 영 신경 쓰였고 동시에 불쌍했다.

  

 “왜?”

  

 차재훈의 방에 따라 들어가자 느릿하게 쳐다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차재훈이 물었다.

  

 “앉아.”

  

 괜히 기운 없는 모습에 미간이 찡그려졌다. 침대를 턱짓으로 가리키는 나를 보고 차재훈은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과 목소리였다.

  

 “뭐가.”

 “다.”

  

 이런 목소리로 다 괜찮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싶었다. 나는 차재훈의 어깨를 억지로 밀어 침대에 앉혔다.  

  

 “봐봐.”

  

 그 앞에 앉아 차재훈의 다리를 내 무릎 위에 올렸다. 발바닥 아래 와인잔의 파편이 박혀있었다. 멍청이도 아니고 진짜.

  

 “멍청이냐?”

  

 고개를 들어 차재훈을 쳐다보자 차재훈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다니까.”

  

 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괜찮단다. 저 눈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방에 가서 구급 약품을 가져와야겠다.

 탁, 하고 문이 닫혔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혼자 두면 안될 것 같은 기분에 멀지도 않은 거리를 뛰어갔다.

  

 “뭐해.”

  

 다시 방문을 열자 차재훈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문 앞에 선 나를 한참을 쳐다보던 차재훈이 작게 말을 뱉었다.

  

 “간 줄 알았어.”

 “내가 왜 가.”

  

 다시 주저앉아 차재훈의 발바닥을 살폈다. 다행히 파편이 많지는 않았다. 핀셋으로 큰 파편을 빼내고 차재훈은 아파하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올릴 때마다 마주치는 눈에 조금 민망했다.

  

 “아프지?”

  

 파편을 다 빼고 고개를 올려 차재훈을 쳐다보며 물었다. 차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 내도 돼.”

  

 다시 고개를 숙여 이번에는 약을 발랐다. 분명히 아까보다 아플텐데 여전히 차재훈은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붕대를 꺼내 감았다.

  

 “다음부터는 네 몸 상하게 하지 마. 결국 네 손해야.”

  

 차재훈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김세영.”

  

 낮은 차재훈의 목소리에 고개를 올려 쳐다봤다. 눈을 마주한 그 애의 눈빛이 약간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불쌍하게 보지마.”

  

 차재훈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슬픔이 묻어나 있었다. 순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누군가에게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 했다.

  

 “불쌍하게 보는 게 싫어.”

  

 물끄러미 차재훈을 쳐다보던 눈빛을 거뒀다. 또 차재훈을 불쌍하게 볼것만 같아서.

                

 “미안.”

 “안 보진 말고.”

  

 다시 퉁명스레 말하는 차재훈의 목소리에 소리 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래.”

  

 괜히 민망해져 붕대가 칭칭 감겨진 발을 발로 툭, 건드렸다.

  

 “잘자.”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차재훈의 눈빛에 도망치듯 차재훈의 방을 빠져나왔다. 나오자마자 답답한 듯 숨이 벅차 뱉어졌다.

  

 * * *

  

 그냥 붕대를 건드렸을 뿐인데, 툭, 하고 아주 무심하게 건드렸을 뿐인데, 이상하게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잘자.”

  

 닫힌 방문을 쳐다보고 있자 쿵- 하고 떨어진 심장이 다시 둥둥, 뛰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모든 긴장이 풀린 후에야, 발이 욱신거리고 아파지기 시작했다.

  

 “미치겠다. 진짜.”

  

 인정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해야 했다. 붕대를 감는 시간이 이상하리만큼 더디게 가고, 무심히 툭, 치는 손길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고 닫혀진 방문에 다시 둥둥, 심장이 뛰는 이유는 딱 하나, 김세영 때문이었다.

  

 “아...”

  

 쓰러지듯 누운 침대, 천장 위로 김세영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잠 다 잤네.”

  

 이상하게 웃음이 떠나지 않는 긴 밤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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