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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바다의 광시곡 (Dark Ocean’s Rhapsody)
작가 : 김솽
작품등록일 : 2016.9.1

일체의 공기도 허락치 않는 진공의 바다, 불과 수백년 전만 하더라도 일체 사람의 손길을 허락치 않던 이 칠흑의 원시 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의 손에 더럽혀진 채 각종 마기(魔器)의 잔해들로 이루어진 데브리들이 강을 이루어 씁쓸한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세상을 뒤덮듯 혼재한 프로파간다 속에 이제는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것인지 단언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저 자신이 믿는 정의가 옳은 것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Prologue. 파편 (Fragment) - (3)
작성일 : 16-09-03 19:15     조회 : 445     추천 : 0     분량 : 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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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와 단절된 이 좁은 공간에 순간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동조율 양호. 시그널 그린. 레이턴시 체크를 시작하겠습니다.”

  “부탁할게.”

 

 살며시 두 눈을 감고 마소(魔素)의 흐름에 정신을 겹쳐간다. ‘가온누리’의 안에서 순환하는 마소의 흐름이 인간의 형태가 되어 서서히 시우의 정신과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양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본다. 마치 처음부터 시우의 손이었던 것만 같이 ‘가온누리’의 차가운 두 손이 시우의 정신에 반응해 움직였다.

 

  “좌완, 우완 상태 이상 없음. 체크를 계속해주십시오.”

 

 서서히 고개를 들어 실내에선 보이지 않을 하늘을 올려다본다. 두터운 철벽이 시야를 막았지만 그 너머 활짝 펼쳐진 하늘과 그 마소의 흐름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져 왔다.

 

  “오빠, 동조율이 올라가고 있어요. 너무 집중하지 말아주세요.”

  “아, 미안.”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가온누리’의 시선이 다시 정면의 프론트를 향해 움직였다.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두 눈 안에서 투명한 마소의 흐름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신호 전달 오차 평균 0.000013초. 문제는 없지만 아직도 동조율이 파도를 치고 있어요, 오빠.”

  “미안,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어.”

 

  프론트 너머에서 여러 대의 모니터 화면을 쉬지 않고 오가던 유나의 시선이 ‘가온누리’의 두 눈을 향했다. 유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오빠답지 않네요. 일단 필요한 데이터는 다 받았으니 그만 나오셔도 괜찮아요.”

  “그래,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기분 좋게 피부를 스치던 바람이 점차 사그라 들더니 이내는 완전히 사라져갔다. 마기와의 동조에서 풀려난 시우의 눈 앞에 어두운 콕핏의 정경이 펼쳐졌다.

 

  “휴우.”

 

 어느 샌가 땀에 젖은 시우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조종석 구석에 자리한 레버를 잡아 당기자 콕핏 정면의 해치가 열리며 외부와의 기압차를 못이긴 마소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밖으로 퍼져나갔다.

 시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어느 샌가 콕핏 앞으로 다가온 승강기로 걸음을 옮기며 다시 프론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가온누리’의 정비에 한창인 유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코 밑으로 흘러내리는 안경을 잡아 끌어올리느라 더욱 분주함이 배가되어 보였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설치된 계기판을 조작하여 승강기를 지상으로 움직였다. ‘가온누리’의 실루엣을 따라 승강기가 점차 하강해갔다.

 칠흑 속에 파묻힌 듯한 검은 색으로 도장된 ‘가온누리’의 모습은 흡사 고대 신화 속에나 등장하던 ‘사신’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마를 덮은 장갑의 선을 따라 양쪽으로 길게 뻗은 뿔만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보는 사람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양쪽 어깨 장갑에 새겨져 있던 엠블럼들은 홍염에 불타 짓이겨진 듯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한때’ 엠블럼이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것이 전쟁에 사용되던 군대의 기체였을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현대전에 사용되는 마기(魔器)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들이 ‘가온누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우주 공간에서 기체를 컨트롤하기 위한 추력기는 물론이고 당초 기체를 움직이는 동력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기체의 골격을 이루는 프레임과 그 위에 덮인 장갑이 전부였다. 이런 기체는 종전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런 ‘가온누리’의 존재는 정말 말 그대로 ‘망령’이었다.

 시우는 목에 걸려있던 헤드셋을 한쪽 귀에 다시 고쳐 걸며 입을 열었다.

 

  “유나, 정비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으음~ 글쎄요… 그다지 큰 문제도 보이지 않고, 구동 시뮬레이션 결과값도 평균 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크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

  “다행이군. 정비가 끝나면 평소처럼 그냥 쉬고 있어. 난 잠시 어디에 좀 다녀올 테니.”

  “에? 방금 돌아오셔 놓고 또 어디를 가시려구요!”

  “금방 돌아올 거야.”

 

 이후로도 유나의 당황한 목소리가 헤드셋 너머로 울려왔지만 그 내용을 알 순 없었다. 시우는 다시 헤드셋을 목에 걸치곤 어느 샌가 지면까지 내려온 승강기에서 내려와 ‘가온누리’의 격납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 Dark Ocean’s Rhapsody =

 

 

 곱게 깔린 잔디 위를 온화한 바람이 쓸어 넘겼다.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세워진 비석들이 드넓은 초록의 잔디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찾아올 가족조차 존재하지 않는 대다수의 비석들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서서히 침식되어 갔다.

 시우는 그런 수많은 비석들 가운데 한곳에 발길을 멈추어 그 위에 꽃을 내려놓고는 무릎을 굽혀 앉은 채 잠시나마 두 눈을 감고 묵념을 시작했다.

 

  “역시 이곳에 있었구나.”

 

 다시 두 눈을 뜨고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명호 형.”

 

 호명에 화답하듯 짧은 갈색 머리의 남자는 자신의 짧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살짝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방금 너희 집에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네가 말없이 어디론가 가버렸다길래 한번 들려봤지. 외출을 가뭄에 콩 나듯이 하는 네가 갈 곳이라면 뻔하니까.”

  “그랬군요.”

 

 시우는 다시 명호에게서 시선을 떼고 정면의 비석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자신보다 주변을 챙기던 바보 같은 여자, 이곳에 잠들다.’

 

  ‘소은하’란 이름을 한 여인의 비석에는 그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시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미동조차 않은 채 그 비석의 글귀를 몇 번이나 되새겼다.

 

  “그 일이 있은 지 이제 8년이나 지났구나.”

  “…예.”

  “그리고 네가 군을 떠난 지도…”

  “더 이상 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습니까.”

  “아, 그래. 미안하다.”

 

 이어가던 말을 단번에 저지당한 명호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연신 자신의 턱수염을 어루만지기만 했다. 시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검은 정장을 추스리곤 명호를 향해 돌아서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아, 그냥 단순히 인사. 앞으로는 자주 보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말야.”

  “일 때문인가요?”

  “뭐 그렇지… 팬텀이 아닌 다른 부대에 배속되게 됐어. 정확히 말하자면 팬텀의 멤버 전체가 그 부대에 병합되는 거지만.”

  “팬텀이?”

 

 시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대답을 구하는 표정으로 명호를 바라봤다. 그럴 만도 했다. 팬텀은 현재 I.U.G 산하의 부대를 전부 통틀어 당해낼 자가 없는 최강의 에이스 마기(魔器) 파일럿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들에겐 팬텀이 새겨진 엠블럼을 어깨에 달고 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자긍심 같은 것이었다. 그런 팬텀이 한꺼번에 다른 부대에 병합이라니?

 

  “너도 귀가 열려있으니 이곳저곳에서 들어 알고 있겠지만… 요즘 ‘스펙터’라고 불리는 녀석이 설쳐대는 통에 거의 대부분의 작전 수행이 불가한 상황이거든.”

 

 시우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하지만 명호는 그런 시우의 표정 변화를 보지 못한 건지 그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갈 뿐이었다.

 

  “기체의 성능을 극대화해도, 아무리 좋은 무장을 실려 보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니까. 이대로 가다간 작전 수행이 문제가 아니라 I.U.G가 보유한 병기들의 신뢰도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길 거라 판단한 거겠지. 그래서… 이번에 팬텀에 대항하기 위한 특화 부대를 창설했다고 하더군. 난 그곳의 대장으로 가는 거고.”

  “하지만… 그런 거라면 팬텀을 굳이 다른 부대에 병합시키지 않아도…”

  “지휘 통제 체제가 지금의 군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인 모양이야. 뭐, 그 이상의 내용은 군사 기밀이라 이야기할 수 없다만.”

 

 명호는 멋쩍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뭐, 그런 이유로 앞으론 그 스펙터란 녀석의 꽁무니를 상시 대기조로 기다리면서 졸졸 따라다녀야 할 거란 말이지. 당연히 이런 시간을 내기도 힘들어질 거고.”

  “그렇군요.”

 

 명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짧게 대답하는 시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네 녀석이 같이 있어준다면 정말 마음이 든든했을 텐데 말이지.”

  “명호 형.”

 

 시우가 다시 한번 미간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명호를 바라보았다. 명호는 어깨에서 손을 떼며 피식 웃음을 흘리곤 돌아서며 어디론가 걸음을 옮겨갔다.

 

  “네가 더 이상 이 썩은 바닥에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한결같이 이곳에 찾아와 꽃을 바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지. 그냥…”

 

 잠시 명호가 걸음을 멈춰선 뒤 한번 더 시우 쪽을 돌아보았다.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해온 전우로서 시우 네가 함께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해본 말일 뿐이야. 이번 녀석은 정말 터무니 없는 상대니까. 그 뿐이다.”

  “…예.”

 

 명호는 피식 웃음을 뱉은 뒤 다시 가던 걸음을 옮기며 시우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럼 또 보자고. 유나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명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우는 흐린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쫓기만 할 뿐이었다.

 

 = Dark Ocean’s Rhaps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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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16-09-08 21:51
 
잘 읽었습니다. 진지한 타입의 SF물이네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김솽 16-09-09 00:04
 
조상우 님, 이렇게 찾아와 읽어주시고 댓글에 추천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의욕이 샘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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