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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당연하게 사랑해줘
작가 : 서언
작품등록일 : 2017.11.21

온몸이 차가워져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치의 병 '콜드병'. 콜드병으로 엄마를 잃은 천재의사 김세영이 콜드병 환자인 차재훈의 주치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 사랑해줘 (15)
작성일 : 17-12-09 17:41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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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차재훈은 다시 뒤 돌아 성큼성큼 걸어갔다.

  

 “너 차는 어디 있어?”

  

 이다빈의 물음에 나는 자연스레 차재훈과 내가 타고 온 차로 시선을 돌렸다.

  

 “응? 저거 타?”

  

 호기심을 잔뜩 묻힌 채 이다빈이 물었다. 근데 이상하게 더 이상 마냥 해맑아 보이진 않았다.

  

 “너 진짜 재훈이랑 무슨 사이야?”

  

 이다빈이 걷던 걸음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너 소문 있는거 알아?”

  

 이다빈의 말에 내 걸음도 덩달아 멈췄다. 이제 학교 다닌 지 3일이었는데 벌써 소문이 돌았나, 해봤자, 천재라는 소문이겠지 뭐.

  

 “너 혼외자라는 소문 있던데.”

  

 무슨 말도 안되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 내게 이다빈이 한걸음 다가오며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곤 다시 싱긋, 웃어 보였다. 순간 이다빈이 차경현과 닮아 보였다.

  

 “아니야.”

  

 내 말에도 이다빈은 여전히 호기심 어린 표정 그대로였다.

  

 “그럼 다행이고.”

 “뭐가 또 다행인데.”

  

 속마음이 그대로 튀어 나와버렸다.

  

 “네가 혼외자면 재훈이 더 불쌍하잖아.”

  

 “야.”

  

 “그럼 나 먼저 갈게, 오늘 재훈이 집에 가는 날이거든.”

 “뭐?”

  

 내가 놀라서 묻는데 이다빈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손까지 흔들며 주차장 쪽으로 뛰어갔다. 이미 차 안에 타 있는건지 차재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다빈이 멀리 보였다. 그리곤 차에 올라타는 것까지 봤다. 아, 나는 어떻게 가라고. 집에 가는 날이라고? 나는 그대로 교문을 빠져나가는 차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 * *

  

 다시 한번 생각해도 학교가 실용성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그저 외관만 신경 썼다. 주차장에서 교문을 빠져나오면서 수십번 학교 욕을 했다. 무슨 학교가 차 없으면 걷는 것조차 힘든지. 어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학교를 빠져나와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야옹, 하고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났다. 마치 아이를 때려 비명 같은 울음소리에 발걸음 느려졌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학교 근처에 산책길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야옹, 다시 한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산책길 한쪽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한손에 든 주사기가 가까워질수록 고양이가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나도 모르게 남자에게 뛰어갔다.

  

 “뭐 하는 거죠?”

 “네?”

  

 이마를 덮는 검은색 머리가 찰랑거렸다. 그 밑에 동그란 검은색 뿔테안경을 손으로 쓰윽, 올리고는 남자가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그대로 남자의 손에 목덜미를 잡혀있던 고양이를 빼앗아 내 품에 안아 들었다.

  

 “뭐 하는거냐고요.”

  

 턱짓으로 주사기를 가리키자 남자가 이해했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아...예방주사... 맞히고 있었어요.”

  

 반듯하게 다려진 하늘색 셔츠를 목까지 빽빽하게 채운 남자는 좁지 않은 제 등을 가릴만한 큰 백팩을 당겨 메며 일어났다. 남자가 일어나자 주변에 참치캔이나 고양이 사료로 보이는 것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 예방주사를 맞혀야 하거든요. 특히 이런 길고양이들은”

  

 남자가 검은 뿔테안경을 다시 올리며 말했다. 남자의 시선이 고양이로 향했다. 남자의 검은 뿔테안경 너머, 남자의 눈은 고양이와 비슷했다. 아니, 쭉, 길게 찢어져 올라간 것이 어쩌면 고양이보다는 차재훈과 더 닮아 있었다.

  

 “진짜예요.”

  

 여전히 의심스럽게 쳐다보자 남자가 변명하듯 말했다.

  

 “저 여기서 애들 많이 접종했는데...”

  

 남자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고는

  

 “오해하지 마세요.”

  

 어색하게 웃었다.

  

 “아!”

  

 순간, 내 품에 안겨있던 고양이가 손톱을 세워 내 손등을 길게 긁고 도망쳤다.

  

 “안돼! 나비야!!”

  

 놀란 내 목소리보다, 남자의 탄식이 더 컸다. 남자가 한숨을 쉬자 어깨가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쟤만 맞히면 되는데.”

  

 목소리에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 있었다. 고양이가 지나간 길을 보고 다시 남자의 어깨를 쳐다봤다. 한눈에 봐도 기가 죽은 어깨였다. 내 오해가 맞았다.

  

 “오해해서 미안해요.”

  

 내 사과에 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나저나, 손 괜찮으세요? 약 바르셔야 하는데 나비가 아직 예방접종 전이라...”

  

 남자가 말하며 메고 있던 가방에서 연고를 꺼냈다.

  

 “바르세요.”

  

 괜히 민망했다. 좋은 일 하는 사람 의심부터 하고 너무 경솔했다. 그냥 지나갈 걸, 속으로 후회하고 있는데 남자가 고양이 무늬의 대일밴드를 꺼내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남자가 건넨 파란색 고양이 그림이 있는 대일밴드를 손등에 붙였다.

  

 “고마워요.”

  

 물끄러미 내 손위에 붙여진 대일밴드를 쳐다봤다.

  

 “고양이 좋아하나봐요.”

  

 민망해서 한마디 더 걸자 고양이를 닮은 눈의 남자가 웃었다.

  

 “네, 항상 여기 와서 길고양이들 밥도 주고, 약도 주고 해요.”

 “아..네, 그럼.”

  

 더 할 말이 없어서 어색했다. 어색하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뒤를 돌았다.

  

 “아, 저 나비만 맞히면 여기 애들 다 맞은건데...”

  

 남자의 아쉬운 말이 들렸다. 저 말을 안들었어야 했는데 내 귀에 너무 톡톡히 박혔다. 내 오해로 인해 저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도와줄게요.”

  

 어차피 도망간지 얼마 안됐으니까, 금방 찾을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집에 가면 꼭 자기 전에 생각날 것 같았다.

  

 “정말요?”

  

 내 말에 차재훈을 닮은 남자의 눈이 반으로 접혀지며 웃었다. 약간 귀찮았지만, 피해를 주느니 약간 귀찮은 게 나았다.

  

 * * *

  

 나비라는 이름은 남자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얼마나 불렀는지 모른다. 도망친 갈색 무늬의 고양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비야~!”

  

 한번 더 크게 불렀다. 이쯤 되면 나비라는 이름을 몰라서 안나오는게 아닌가, 싶었다.

  

 “저, 근데 몇 살이에요?”

  

 한참을 나비를 찾고 있는데 남자가 뜬금없이 물었다.

  

 “스물 여덟...”

 “네?”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지 않았다면 아마 스물여덟이라고 말할뻔했다. 나 지금 교복 입고 있지, 차재훈이랑 같은반이지....

  

 “스무살이에요. 학년은 3학년.”

  

 대충 대답하고 다시 고양이를 찾고 있었다. 하도 안보이니까 약간 오기가 생겼다.

  

 “어? 그럼 누나네요? 저는 열아홉살이에요.”

  

 남자의 말에 나비를 부르려던 입이 다물어졌다. 내 주변에 요즘 따라 열아홉살이 왜이렇게 많은거니.

  

 “복학하신 거에요?”

  

 꼬박꼬박 존댓말로 귀찮게도 질문을 한다.

  

 “네.”

  

 고양이나 빨리 찾았으면...하고 눈을 더 빨리 굴렸다.

  

 “어! 저기!!”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에 크게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토록 찾던 갈색 고양이가 나무 밑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천, 천천히 가요, 천천히.”

  

 남자가 흥분하며 말했다. 덩달아 나도 숨을 작게 쉬고, 몸을 낮춰가며 한 걸음씩 걸었다.

 고양이가 두 사람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도망갈 것 같은 고양이의 모습에 침이 꿀꺽 삼켜졌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 이렇게 어려운 일을 내가 다 망쳤어. 다시 한번 내 옆의 남자에게 미안했다.

  

 “나비야, 착하지?”

  

 남자가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비라고 불리는 고양이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는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이내 천천히 다가가는 우리를 비웃듯 보란 듯이 빠르게 도망쳤다.

  

 “아..”

  

 남자가 한탄스러운 소리를 냈고 나도 덩달아 긴장했던 몸이 풀렸다.

  

 “쟤가 좀 경계가 심해서. 이번에도 간신히 잡았거든요.”

  

 남자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래, 그렇게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를 겨우 만났는데 나 때문에 놓친거다.

  

 “미안해요.”

  

 진심으로 미안해서 저절로 사과가 나왔다. 남자가 여유롭게 웃었다.

  

 “괜찮아요, 같이 찾아주시기까지 했는데...”

  

 남자가 말꼬리를 흘렸다.

  

 “저 죄송한데 다음에도 같이 찾아주실래요?”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 사실, 혼자 하기가 좀 벅찼거든요. 아, 근데 절대 부담 드리는 건 아니고... 고양이 그러니까, 아, 나비가 접종을 못하면 질병에...”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두서없는 말을 뱉어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조금 귀찮지만, 남에게 피해를 안주기 위해서 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까.

  

 “그래요.”

  

 내 대답에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감사합니다.”

  

 밝게 웃는 남자의 모습이 이다빈처럼 해맑아 보였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쓱, 올리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민다.

  

 “저는 이호경이에요, 제 핸드폰 번호 알려주세요.”

  

 어느새 내 손에 올려진 핸드폰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뭐 하는건가, 싶어서였다. 번호를 입력해서 건네자 남자가 다시 해맑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남자의 입꼬리가 꽤 높이 올라갔다.

  

 * * *

  

 버스에 내려서 또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택시를 타려고 했더니 주소를 모르니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다. 덕분에 곳곳에 핀 꽃을 보며 완연한 5월의 날씨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꽤 높은 언덕에 가벼운 등산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나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왜 이제 와.”

  

 내 앞의 차재훈을 보기 전까지는. 차재훈은 팔짱을 끼고 저택 언덕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불만 가득한 표정의 차재훈을 보자 이상하게 헛웃음이 나왔다. 또 뭐 때문에 삐지셨을까.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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