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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Andrea
작가 : 체리씽
작품등록일 : 2017.12.9

bal AceTy, 황제의 반려 가문에서 태어난 소녀가 이름없는 황제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생기는 판타지 로멘스.
아트랑, 이 대륙에서 유일한 제국. 여태까지 많은 아세티를 배출했던 발 아세티(bal acety) 가문에서 태어난, 안드레아는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집을 나와 거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7개의 고대 귀족 가문이 천 년에 한 번 내려오는 신탁에 따라 아트랑의 영광을 위해 황성으로 모이게 되는데...

 
[서장] 클로이 02
작성일 : 17-12-09 13:36     조회 : 197     추천 : 1     분량 : 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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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 딜런!”

 “워...쫓아오지 말아줄래?”

 “야!”

 

 하고 둘은 정신없이 하천 주변을 달렸다. 지난 세 달이 지나, 익숙해진 이 산책로를 미친 듯이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클로이는 달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뺨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맑은 공기. 클로이는 저도 모르게 마구 웃으며 달리고 있었다.

 

 거리로 나올 때, 그리고 이번. 단 두 번의 달리기는 클로이의 생활 전반을 바꾼 것이었다.

 부러워하던 생기를, 가득 품에 안고, 딜런을 쫓아간다는 명목 하에 정신없이 달리는 클로이를 딜런은 이해한다는 듯이 약올리는 말들로 더 달릴 수 있게끔 도와준다.

 

 “밥 먹을래?”

 “아니.”

 

 딜런이 클로이의 매몰찬 거절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이는 웃으며 딜런의 까만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나 저녁에 많이 안 먹잖아.”

 “야. 맨날 사과만 먹으니까 하는 말이지.”

 

 딜런은 괜히 주변의 돌을 한 번 찼다. 퍽 하고 날아간 돌이 꽤 멀리까지 당도한다. 클로이는 고개를 살풋 저었다. 딜런은 뭘 하든 그냥 어린아이 같기만 했다. 물론 클로이는 딜런의 그런 점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제이크는?”

 “형을 붙여주지 않을래? 우리 마을에 제이크는 엄청 많다고,”

 “알았어. 딜런의 형은?”

 “또 정육점에서 샐리랑 노닥거리겠지.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말야.”

 

 제이크는 딜런의 형으로 정육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했던 듯, 클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샐리와 제이크라니, 좀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샐리와 청초한 제이크. 보통 반대가 되어도 이상한데, 이 조합이란.. 클로이는 심미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인간적으로는 꽤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고기를 가뭄에 콩나듯 사러갔을 때 샐리의 태도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성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이크는 샐리의 그런 점이 마음에 안 든다고 클로이에게 어렴풋이 흘려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안드레아든 클로이든 지금의 상황에서는 여성상이라는 것에 대해 일말의 편견이나, 관심 따위 없었다.

 

 “아 달이 떴어.”

 “오늘은 슈웨이의 달인가?”

 “그렇지. 파란색이니까.”

 

 슈웨이. 이 제국의 수도.

 안드레아는 슈웨이라는 말이 나올 때면 움찔거리고는 했다.

 여기저기 맨날 슈웨이 슈웨이, 물의 신을 믿는 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이었다.

 

 물의신인 슈미즈의 도시인 슈웨이는 제국의 중심이자, 안드레아가 할머니와 살던 삭막한 도시였다. 황궁을 중심으로 흐르는 아세티 강가 주변에 쫙 펼쳐진 귀족들의 집을 지나가다 보면 나오는 할머니의 작은 성.

 bal AceTy가 있었다.

 

 “너는 슈웨이에 가본 적 있어?”

 “아니.”

 “아아, 난 아세티 강을 한 번 보고 싶어.”

 

 파랗고 이쁘겠지. 저 달도 그러니까. 하는 딜런의 말을 곱씹으며 클로이는 “나 먼저 갈게.”하고 자리를 떴다. 뒤에서 딜런이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고 무작정 뛰었다. 이어 딜런이 자신의 어깨를 잡아챘다.

 

 “왜, 왜그러는거야? 내가 뭐 실수라도 했어?”

 “아니, 방에 들어가려고.”

 “갑자기?”

 “그냥. 나 먼저 갈게. 쫓아오지 마.”

 

 딜런은 클로이가 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뒤로 돌았다.

 새로 사귄 친구, 클로이는 언제나 비밀이 많았다.

 어떤 얘기를 해도 흥미롭다는 듯이 웃을 때가 많았고, 가끔 보이는 거지들을 측은하게 바라볼 때도 많았다. 일을 하지 않아도 클로이는 항상 먹을 것을 사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딜런은 클로이에게 “너 얼마 있냐?”,“너 귀족이었어?” 등의 눈치 없는 말을 할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었다.

 

 단지 봄의 여왕의 달(Mayrilly month)에 와서 지금까지. 그 석 달간의 시간동안 클로이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나이도 진짜 열여덟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단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클로이가 자신에게 내비치는 감정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단지, 그가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는 수도인 슈웨이나 황제, 황제의 반려에 대해 얘기할 때뿐이었다. 어차피 황족은 아닐테니, 그저 몰락한 귀족이려니 하고 생각했다.

 딜런은 눈치가 없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무뎠다.

 

 딜런은 이내 몸을 옮겼다.

 다음 결속의 밤에 있을 파트너를 신관이 정해주는 날이었다.

 어차피 제이크는 샐리라는 고정적인 사람이 있었고, 자신은 유동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했다.

 로라가 기다릴 것이었다.

 

 딜런은 클로이와 바라보던 슈웨이의 달을 올려다봤다.

 딜런이 가끔 슈미즈의 존재를 의심할 적마다 뜨는 슈웨이의 달은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제 일생을 바칠 만큼의 아름다움으로 항상 슈미즈는 딜런의 눈을 옭아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딜런은 신이 있다고 믿었다. 어느 누구보다 공정하고 공평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바탕 달리고 난 클로이는 골방으로 들어섰다.

 상당히 비좁은 공간, 본인은 이런 공간에서 몸을 숨기고 살게 될 것이라 상상을 못했던 나날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멀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 곳이라면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다.

 

 이 조그만 골방까지 사람들이 신경 쓰기엔, 제국은 넓고 아직 즉위한지 얼마 안 된 어린 황제는 할 일이 많았다.

 

 물론 황제가 클로이 보다 어린 사람은 아니었다.

 단지 클로이의 기분이 그랬다.

 즉위한 지 얼마 안된 초대 황제의 현신. 클로이는 그를 뜻하는 수식어를 볼 때마다, 도망친 자신이 더욱 겁쟁이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건 안드레아로써의 생각일 뿐, 지금의 클로이는 별로 생각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했다.

 

 아펠(Apel)은 상공업의 도시였다. 달리 말하면 무역의 도시. 수많은 나라의 상인들이 거쳐 가는 길목이자, 국경 근처의 한적함이 공존하는 마을이다. 클로이는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긴다.

 

 클로이는 이 골방에만 들어오면 안드레아가 되어버린다.

 결론은 평민들은 잘 읽지도 않는 책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 안드레아의 변이었다.

 

 안드레아는 지난 세월동안 그 저택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다.

 어떤 지식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생각이 자신을 지배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지식을 채울 때, 본인의 존재를 증명 받는 느낌을 안드레아는 책에서만 느낄 수 있었다.

 안드레아는 20년의 세월을 그 방안에 갇혀 지독하게 고독을 맛보았다.

 

 고독의 끝은 절망이었다.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을 정도의 우울과 슬픔은 안드레아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망각하기엔 조금 짧은 것 같았다.

 책을 읽고 글을 써도 봐 줄 사람은 없었다.

 집안사람들은 자신을 경멸과 경외가 공존하는 어정쩡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일쑤였다.

 안드레아는 그것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드레아는 아펠에 와서야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었는지를 자신을 받아들여준 착한 로라를 보며 깨달았고, 자신이 얼마나 풍족하게 살았는지를 낯선 거지 아이들을 보며 깨달았다.

 언젠가 안드레아는 가난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오만이었다.

 

 안드레아는 가난의 실상을 알았다.

 당장 먹을 것이 없었고, 씻을 물이 없었다. 그러니까 모든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축복을 못 받은 것이었다.

 

 그들은 슈미즈가 미처 신경 쓸 수 없는 도시의 경계에 변변한 집도 없이 살고 있었다.

 안드레아는 지난날의 오만을 반성했다. 그녀는 갇혀있을 때 먹을 것이 없어도 자유를 위해서라면 다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도 예전에도 다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안드레아였다.

 이 작은 골방이라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물론 안드레아는 여기 여관을 통째로 다 살 수 있을만한 보석을 들고 오기는 했다.

 차라리 이걸 가지고 장사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쯤은 진작 들었던 것이다.

 단지 그 시기를 잡고 있을 뿐이었다.

 

 안드레아는 다른 사람들이 혹시나 자신을 알아볼까봐 굉장히 걱정했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편으로 안심했다.

 

 20년을 갇혀 지낸 소녀를 알기에는 세상은 너무 자기중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드레아는 그들의 이기심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상관없었다.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클로이일 것이다. 라는 안일한 생각이 클로이의 뇌리에 스쳤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방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안드레아가 고개를 들었다.

 세상은 벌써 너무도 깜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 클로이는 인상을 쓰고, 옆을 더듬어 초를 찾았다.

 한 번 더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렸고, 클로이는 어둠 속에서 불을 켰다.

 세상이 조금 환해진 것에 안심하며 클로이는 재빨리 일어났다.

 여관주인이겠지 하고 문을 열자, 제이크와 딜런이 보였다.

 

 “어?”

 “뭔 어? 야. 나 들어갈게.”

 “술 사왔지~”

 

 제이크가 클로이를 밀치고 골방으로 들어왔다.

 딜런은 장난스럽게 술병을 흔들어 보인다. 클로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루를 마무리하려던 계획을 잠시 수정하기로 했다.

 

 사실 처음 먹어보는 술을 내심 기다렸는지도. 열여섯, 성인이 되었음에도 할머니를 비롯한 집안사람들은 안드레아를 꺼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안드레아는 밖에 나와서 막상 술을 먹자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만일 주사가 있어 다시 슈웨이로 돌아간다던가 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딜런이 술을 먹으러 간다며 저녁에 자신을 놔두고 갈 때마다, 내심 먹어보고는 싶었다. 기회가 이렇게 올 줄은 몰랐지만 오히려 지금 먹어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안주는 아펠 사람들이 즐겨먹는 사과나 복숭아 정도였다. 시원한 사과의 향에 클로이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 진짜 사과 좋아하는 거 같아.”

 “그러게.”

 “응?”

 

 어느새 클로이의 얼굴이 사과 빛으로 물들었다.

 딜런은 짓궂게 웃으며 클로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클로이는 어느새 다가온 딜런을 보더니 환하게 미소짓는다. 그런 미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적어도 이 마을 안에서 딜런 하나뿐이라는 게, 딜런에게 있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얼씨구? 이제 클로이까지?”

 “닥쳐 형.”

 “갖지도 못할 사람 넘보는 거 아니야.”

 “형이 뭘 아는데.”

 

 딜런의 말에 제이크가 으쓱한다.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제이크에게 있어 딜런은 동생이고, 동생에게 일말의 희망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제 일이었다.

 클로이는 누가 봐도 조금 있다가 고귀한 신분이 될 아이였다. 물론 이 마을에서 그 사실을 제이크만 알고 있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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