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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05. 수사대 첫 임무(3)
작성일 : 17-12-09 12:00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1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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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는 곧 다시 린을 불러냈다. 린은 다시 반과 윤수의 사이에 의자를 가져다가 놓고 앉았다. 방금 전에 잡혀온 사람들을 조회한 정보가 컴퓨터 화면에 떠 있었다. 그 중에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화면에 뜬 건 네 사람이었다. 둘은 여자, 둘은 남자라는 것 외에는 방금 전에 린이 본 사람들과 전혀 닮지 않았다.

 

  “VA로 볼 때와는 또 다르지? 자, 같이 보여줄게.”

 

  윤수가 화면을 조작하니, 그 사람들 옆으로 VA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니 알 것 같았다. 린을 잡았던 거구와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협박하고 있던 남자, 그리고 여학생 두 명이다. 나이까지 속인 것으로 보아 불법적으로 VA를 제작한 것 같다. 그래도 바로 잡혔다는 건, 자신들이 정식으로 발급받은 주소를 사용했다는 이야기인데…. 굳이 왜 이렇게 한 거지? 잡히면 끝장이라는 걸 모르나?

 

  “이 사람들, 정보탐색꾼들이야.”

  “정보탐색꾼이요?”

  “응. 네가 말한 대로, 데이터를 훔치는 거야. 그걸 자기들이 이용하든,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아먹든 간에 말이야.”

 

  VA는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 VA를 구성하는 코드야 얼마든지 있지만, 그 안에는 개인적인 정보가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야 신경과도 동기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사람마다 다 다른 게 VA가 복잡한 이유 중에 하나인데, 그것을 도둑질한다는 건 굉장히 악질이다. 만약 그걸 훔쳐서 어디에다가 사용해버리면, 그 사람은 정상적으로 VA로 접속할 수가 없게 된다. 정부공인 VA를 잃어버린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훔친다는 건 VA 자체를 훔치는 것과 같고, 그 사람의 신체 일부를 훔치는 것과도 같다. 그만큼 중범죄다.

 

  “이 넷을 제외하고는 다 D월드 사람들이었어. 그냥 폭행이나 협박 같은 걸 즐기는 미친 사람들.”

  “그런 걸 왜…그러고 보니 저한테도 ‘즐기러 왔을 지도 모른다’느니 이상한 소릴 하던데….”

  “네가 어제 왔으니까 잘 모르는 게 있는데…. D월드에서의 ‘사망’은 좀 특이한 형태야. 들어본 적이야 있겠지만, 본 적은 없겠지.”

 

  윤수는 다시 키보드로 뭔가를 쳤다. 그러자 화면에 사진이 하나 떴다. 매우 놀라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얼굴과 몸이다. 그런데, 부서져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에는 핏자국만 남는다. 린은 이 괴기한 사진에 인상을 찌푸렸다. 현실의 사람은 공격을 당하면 피를 흘리고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D월드 사람들은 데이터로 되어 있는 탓에 피를 흘리기는 하나, 시체가 남지 않는다. 몸의 구성 자체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조각이나 가루 같은 건 남아도, 시체처럼 그 형태 그대로 남지 않는단 말이다.(엄밀히 말하면 피의 경우에도 프로그래밍된 것일 뿐, 허술하게 프로그래밍 된 VA는 부서질 때 피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서 D월드에서는 매장이 아니라 바람에 날리는 풍장이 훨씬 유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D월드의 새로운 문화인 셈이다.

 

  “이렇게 특이한 모습으로 사망하다보니, 그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어. 사이트도 있었어. 옛날에 우리 쪽에는 ‘자살사이트’라는 게 유행했잖아? 그것처럼 그걸 ‘구경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

  “…이해가 안 가요…분명히 그것도 죽는 건데….”

  “응, 죽는 거지. 근데 D월드에서는 그렇게 사라져버리니까, ‘죽음’도 와닿지 않나봐.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말이야. 물론 그것도 이쪽, 그러니까 현실 쪽 사람들의 관점이겠지만 말이야.”

 

  D월드에서 죽으면, 그 고통을 온전히 현실의 몸도 받는다. 신경이 연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외적으로는 잘 티가 나지 않는데, 심한 물리적인 공격을 받을 경우엔, 신경을 통해 심한 고통을 느끼고, 근육이 찢어지거나 터지기도 한다. 윤수는 그걸 설명해주었지만, 사진은 보여주지 않았다. 방금 전에 D월드에서의 사망과는 전혀 다른 충격적인 사진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수사대에 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겠지만……지금이 아니어도 될 테니 말이다. 린이 매우 심각한 얼굴을 계속 하고 있자, 윤수는 시선을 방금 그 피의자들에게로 돌렸다.

 

  “어쨌든 자신들이 한 짓은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잡아 왔냐…뭐 이런 소릴 하더라고. 한 번 가볼래?”

  “어딜요?”

  “신문하러.”

 

  린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수사에 신문도 들어간다. 조사를 해야 하는 거니까. 하지만 예상하지도 못하게 수사를 처음 마주대하는 날부터 범인에게 큰일 날 뻔하고, 그 사람을 잡아 신문까지 하게 되다니.. 이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은 됐지만 이내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수는 고개를 끄덕이곤 앞장섰다. 9층 전체는 보안부와 수사대가 있는 층이다. 하지만 이 정보국의 지하에는 유치장이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층에, 조사실도 있다. 물론 조사실은 9층에도 있다. 다만 윤수는 그 자들을 9층까지 끌고 올라올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지하에서 일을 끝내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자 린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윤수는 린에게 도리어 물었다.

 

  “뭐야. 지하에 대해서 못 들었어?”

  “지하요?”

  “반 녀석, 뭘 가르쳐준 거야? 정보국 지하에는 유치장하고 조사실이 있어. 방금 그 피의자들은 다 지하에 있고.”

 

  린은 그제야 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건지 납득했다. 이내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바로 열리지 않는 걸 보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 앞으로 홀로그램이 떴다.

 

  『보안부 인원 외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윤수는 아주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자신이 목에 걸고 있던 사원증 같은 카드를 가져다 댄 후, 문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 홍채 인식기인가? 그때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아무래도 유치장이 있다 보니, 유치장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 같다. 안은 예상 외로 굉장히 밝았다. 지하라서 조금은 어두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일부러 엄청 밝게 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안쪽에서는 불만을 터뜨리는 소리와 그걸 제지하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윤수를 따라 걸어가니, 꼬불꼬불한 길을 이리저리 걷게 됐다. 방에는 ‘제3조사실’ 등의 이름이 붙어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저게 없는 곳은 뭐 하는 곳인지 생각하면서 걷던 린은 윤수가 멈춘 것을 알고 자리에서 멈추었다. 윤수는 피의자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걸 말리고 있던 수사대원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아, 오늘 형이에요? 하필 사건 터졌을 때…. 고생하시네요.”

  “뭐, 돌아가면서 하는 거니까.. 저 녀석들, 엄청 시끄럽네. 조사?”

  “네. 아, 린. 인사드려. 우리 선배님이셔.”

  “안녕하세요.”

  “그래.”

 

  수사대에 얼마나 신입이 없는 건지, 린이 자기 소개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린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인지 인자한 아버지 같은 미소를 짓는 수사대원을 보니 어쩐지 민망스러웠다. 곧 윤수가 유치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안 쪽에 쭈그리고 있던 한 명이 창살을 붙잡으며 세게 흔들어댔다. 철컹철컹, 철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남자가 손에 반지를 끼고 있기 때문에, 그것과 창살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인 것 같다.

 

  “얼른 풀어줘!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뭐, 데이터는 못 훔치셨겠지. 그런데 경찰 폭행에, 그 어린 피해자도 폭행·협박 했잖아. 증인도 있는데 자꾸 그럴래?”

  “증인이 어딨다고 그래?! 니들 말 못 믿어!”

  “여기.”

 

  린은 윤수가 갑자기 자신을 가리키자 놀라 움찔했다. 창살에 매달린 채 소리 지르고 있던 남자가 린을 보았다. 사납게 생겼다. 린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하지만 저 사람은 창살 안에 있고, 아무 문제도 없다. 그 남자는 매우 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아까 윤수가 보여 준 걸로 보았을 땐, 린의 VA를 꼭 붙잡아 고통스럽게 했던, 그 남자였다. 린은 아직도 팔이 저리다. 어쩐지 인상을 찌푸리게 됐다. 남자는 린의 목에 걸려 있는 사원증을 보았다. 사원증에는 개인 정보는 하나도 적혀 있지 않다. 컴퓨터로 스캔하면 읽을 수 있으니까.

 

  “같은 수사대원을 증인으로 데려왔다는 건, 그 금발 누나가 이 꼬맹이라고? 진짜, 니들 VA 양심적으로 좀 만들어라.”

  “그건 니들도 마찬가지야. 자, 그럼 한 명씩 조사 해볼까? 제일 안달 난 것 같으니까 너부터 하자.”

 

  윤수가 빙긋 웃고는 창살에 붙어 있던 그 남자를 먼저 끌어냈다. 밖으로 나오니 그 남자의 모습이 좀 더 실감이 났다. D월드에서 만났던 사람과 완전히 딴 판이다. 덩치도 없고, 마른 체구에, 사납게 생긴 이미지만 비슷할 뿐, 생김새도 전혀 다르다. 방금 전에 VA를 양심적으로 만들라고 말했던 거 맞아? 자신도 전혀 다르게 형성했으면서…. VA 형성에는 제한이 크지 않다. 성별과 나이, 기본적인 데이터는 속일 수 없게 되어 있으나, 그 외의 것들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니 현실과 VA가 다른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윤수의 뒤를 다시 졸졸 따라간 린은 제7수사실로 들어가게 됐다. 핸드폰으로 비어있는 수사실을 확인한 것 같다. 제7수사실은 그저 방 한 칸이었다. 안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책상에 붙어 있는 컴퓨터가 있는 정도. 컴퓨터라고는 하지만 홀로그램으로 가동하는 거라, 그냥 책상으로 보아도 이상하지 않다. 윤수는 자신의 맞은편에 그 사납게 생긴 사람을 앉히고, 자신의 옆으로 린을 앉게 했다.

 

  “온 김에 서류작성도 해볼까? 자, 이렇게.”

 

  윤수가 책상을 검지손가락으로 두 번 치자, 홀로그램이 작동했다. 그리고는 린의 목에 걸려 있는 사원증과 자신의 사원증을 책상 근처에 가져가니, 자동으로 수사관 이름에 윤수와 린의 이름이 입력되었다. 윤수는 홀로그램화 된 키보드를 린 쪽으로 밀어내며 턱짓했다. 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타이핑할 준비를 했다.

 

  “이름, 거주지, 등록번호 확인해볼까?”

 

  매우 싫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으나, 잡혀 온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천천히 입을 여는 그 사람의 이름은 존이었다. 존은 이 근처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린이 관련정보를 치니 컴퓨터가 자동으로 필터링을 해서 해당 사람을 확인했다. 정보조회가 되니 린도 자연스럽게 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벌써 전과가 몇 건 있다. 오늘 범죄가 가장 약할 정도로, 꽤 심각한 수준이다. 그 중에 대다수는, 정보탐색꾼 사건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데이터를 훔쳐 팔아먹었거나 이용해먹었다는 이야기이다.

 

  “나한테만 처음 잡힌 거지, 여기 익숙하겠네.”

  “시끄러.”

  “이번에도 데이터를 훔치려던 거지? 그럼 스캐너는 어디서 구했어?”

 

  린은 ‘스캐너’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요새 D월드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게 바로 저 ‘스캐너’라는 것이었다. D월드 사람들의 데이터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훔칠 때 사용하는 기계로, 정말 스캐너처럼 생겼다. 그 스캐너를 D월드의 사람에게 가져다대면, 정보를 훔치기 시작한다. 정보를 훔친다는 게, 단순히 가져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뜯어오는’ 것이라서, 그야말로 흉기다. 린이 조금만 더 늦게 그 여학생을 발견했더라면, 그 여학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정보를 누군가에게 훔쳐가고 부서진 데이터가 남기는 하나, 그 신원을 밝히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 사이에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는 그 사람의 데이터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이다. 그걸 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런 범죄도 일어나는 거겠지만.. 보통은 작은 범죄조직이 더 큰 범죄조직에 파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린이 전과 정보를 조금 더 자세히 보니, 이 사람도 다른 범죄조직에 그 정보를 팔았다. 그 사람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윤수는 홀로그램으로 존의 VA가 가지고 있던 스캐너를 띠웠다.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양새다. 주둥이 쪽은 넓고 납작한 모양이고, 손잡이가 있다. 검은색으로 아주 대충 칠한 투박한 것이다.

 

  “본 적 없는 스캐너인데.. 직접 만든 건가?”

  “스캐너를 만들 정도의 실력자로 보이진 않아요. 스캐너로 정보를 온전히 훔쳐내려면, 그 기술도 상당히 정교해야 해요. 그런데 이 사람은….”

  “그래, 맞아. 한 번 떠본 거야. 자, 그럼 어디서 구했어? 통장부터 탈탈 털어야 하나?”

 

  윤수가 웃으면서 말은 했지만 존에게는 엄청난 압박이었다. 어디서 구헀는 지를 말하면, 분명히 그쪽부터 엮어 들어갈 게 뻔했고, 그렇게 되면…. 존은 갑자기 몸서리를 치더니만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끔찍한 걸 생각한 것 같다. 린과 윤수도 존이 ‘겁에 질려 있다’는 걸 알았다. 그저 고집을 피우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윤수는 숨을 작게 내쉬었다가 팔짱을 끼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말을 안 하면 조회할 거야. VA로 어디어디 들렀었는지. 그러면 다 밝혀질 거, 왜 말을 안 해?”

  “…나는 몰라.”

 

  윤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더 묻거나 하진 않았다. 시간을 끌려는 생각이라면 훌륭하다. VA가 돌아다닌 모든 곳을 조회하는 건 시간이 걸린다. 그게 D월드 사람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거라, 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람은 현실의 사람이지만, VA가 존재하는 한 그 부분에 있어선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린은 그 사이 스캐너를 자세히 보았다. 단순히 투박하게 생겼다고만 느꼈는데.. 자세히 보니 스캐너 손잡이 부근이 긁혀나갔다. 뭔가가 있었는데 지워낸 것 같다.

 

  “존씨, 여기에 뭐가 있었죠? 왜 지웠어요?”

  “그, 그런 거 아니야!”

  “어디?”

 

  윤수가 묻자 린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확실히 뭔가 있었는데 긁어낸 모양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스캐너다. 흉기이기 때문에 입수될 때마다 보안부 데이터베이스에 업데이트 된다. 그런데 없다는 건,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존이 스스로 만들었든, 아니면 다른 단체에서 또 귀찮은 걸 만들어낸 것이든 말이다. 그 때 윤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수는 핸드폰을 확인하더니만 방금 전에 린이 보았던 존의 전과기록을 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네? 너 좀도둑이 아니구나? 계속 정보탐색꾼 사건인데…딱 한 번 상해사건이 있네.”

  “…….”

  “게다가 이게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다치게 한 그 사람의 딸이 오늘 피해자고?”

 

  윤수의 말에 존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참으로 솔직한 표정이네. 윤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윤수가 본 문자는 보안부에서 온 것이었다. 피해자에게서 고소장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방금 윤수가 말한 부분을 찾아낸 것 같다. 린은 윤수의 말에 당시 상해 사건의 진술서를 살펴보았다. 피해자가 진술한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왜 그 사람을 상처 입혔는지에 대해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도중에 사건 관련 사진을 보게 됐다. 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전에 윤수가 보여주었던 VA가 부서지는 모습을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날카로운 것으로 찔린 모습이다. 그것을 넘기고 나서 피해자 진술서를 찾았다. 린은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그 사이 윤수는 다시 존에게 입을 열었다.

 

  “이 정도 밝혀졌으면 이제 얘기해도 되잖아. 따님 데이터 훔쳐서 그 집으로 직접 접근하려거나 그럴 생각이었어?”

 

  데이터를 훔쳐 다른 연속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그리고 그 흔한 사건들 중 하나는, 바로 그 훔친 데이터를 이용해 잠입해 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단체에 대한 비밀을 알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그 단체와 관련된 사람의 VA 데이터를 훔쳐와 그 사람인 척 들어가 비밀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남은 데이터 부스러기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되면, 정부에서 그 VA 사용을 정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밝혀질 때까지의 시간싸움인 셈이다. 그 때 존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진술서를 읽고 있던 린도, 존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윤수도 존의 웃음소리에 약간 당황했다. 그는 뭐가 그리 웃긴지, 꽤 오랜 시간 웃었다.

  린은 그 사이에 피해자 진술서를 다 읽었다. 별다른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그저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에서, 돈을 독촉했다는 이유뿐이었다. 존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물론 존은 그 집주인이 말하려던 의도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지만 말이다. D월드는 개인주의가 심하게 팽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침해하면,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국과 정부에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하고 있으나 잘 되지 않았다. D월드만의 문화까지 생긴 상황이니, 쉽게 해결이 안 되는 것도 당연했다. 그 때 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일하겠어? 그 새끼가 제일 아끼는 딸을 최악의 꼴로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윤수는 존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존의 말은 현재 수사대의 상식으로는 모순이다. 물론 그 딸의 데이터를 훔치면, 딸의 존재가 사라질 수는 있다. VA가 파괴되니까. 하지만 그걸 데이터를 훔치는 것으로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 것이다. 데이터가 스캐너로 긁힐 때의 고통도 분명히 있지만, 그건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칼이나 다른 흉기에 비해 고통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완전히 스캔하지 못하면 불완전한 데이터가 되어 훔친 사람은 그걸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일부 스캔된 부분은 복구가 가능해서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로 ‘최악의 꼴’이라고 설명한다? 그게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이다. 윤수는 존에게서 뭔가를 더 알아내려고 했지만, 별다른 걸 얻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데이터가 파괴될 때의 그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여자들 중에 하나는, 괜찮은 데이터를 훔치면 그걸 살 생각으로 참여했던 것 같다. VA 정보 중에 외모 데이터만 훔쳐 자신이 사용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모든 조사가 끝나고 윤수도 린도 고민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린은 윤수를 보았다. 저렇게 여유 없어 보이는 윤수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아무래도 사건 자체가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린은 조사실에서 컴퓨터 사용법을 금세 익혔다. 일단 담당수사관으로 입력이 되면, 그 수사관들의 지문이 아닌 이상 키보드는 이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보안은 되어 있어야지 개인정보는 물론 서류에 대한 신빙성도 올라가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사건이 좀 커질 것 같네. 새로운 스캐너가 나온 것부터, 뭔가 탐탁지 않아서.”

  “뭐가요?”

  “일반적으로 스캐너를 사용할 때 목적은 데이터를 훔치는 건데, 방금 존은 그런 목적이 아니라 어쩐지 그 이상의 것을 노렸던 것 같거든. 내가 예민한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이 스캐너가 일반 스캐너랑 좀 다른 것 같아. 그래서 의학부에 보내려고.”

  “의학부에요?”

 

  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캐너는 VA에 작용하는 기계다. 그러니까 그런 VA의 신체를 검사하고 고쳐주는 건 의학부에서 담당하니까 스캐너에 대한 조사도 의학부에서 해결한다. 스캐너의 종류를 분류하는 것도 그렇다. 그것에 대해 대충 설명한 윤수는 스캐너 데이터를 린에게 넘겼다. 린은 멍한 얼굴로 그것을 보다가 윤수를 보았다. 윤수는 어느 새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 있었다. 린은 한숨을 내쉬고는 윤수에게 물었다.

 

  “의학부는 몇 층이에요?”

  “그걸 가져다주려면 아마 3층. 거기 아까 본 유리가 있을 거야. 걔한테 주면 돼.”

  “유리가 이걸 분석해요?”

  “응. 왜 천재 소리를 듣겠어? 의학부에서도 VA 분석하고 치료법 개발하고, 스캐너 같은 흉기 분석하는 그런 부서가 있거든. 되게 세분화되어 있는데 유리는 여기저기 호출 받아. 그 정도 능력자니까.”

 

  반이나 유리가 최연소천재들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지. 린은 입을 삐죽거렸다. 뭐, 딱히 그게 샘이 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좀 대단하기는 하다. 반은 몰라도 아마 유리는 엄청 노력했을 것이다. 보고 배워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입을 삐죽거리고 있다. 윤수는 그걸 보고 린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린이 놀라 맞은 데를 감싸고 윤수를 보았다. 세게 때린 건 아니었지만 생각하고 있던 터라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져다주라니까 불만이야? 아니면 유리가 천재인 게 부러운 거야?”

  “네? 아닌데요.”

  “아니라니.. 표정에 다 드러나는데.”

 

  린은 윤수의 말에 포기한 듯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도 마침 딱 3층에 도착했기에 린은 얼른 내렸다. 윤수는 마치 자기 동생들 중 예민한 편에 속하는 셋째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애도 자신이 생각하는 걸 들키기만 하면 매우 화를 냈는데, 린이 딱 그래 보였다. 윤수는 더 이상 린을 붙잡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의 수사대실로 돌아갔다. 린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감정 컨트롤이라는 게 말이 쉽지, 언제나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학생 때부터 그랬다. 린은 감정을 잘 숨길 줄 몰랐다. 특히나 짜증이나 분노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하고 가까워지는 게 무서웠다. 반이나 윤수는 친절한 편이라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문제는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 아무리 잘 하고 싶어도 어딘가에는 비밀이 있고, 어딘가는 연약한 곳이 있듯이 말이다. 부러워한다는 걸 들키기 싫은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이라든지.

 
작가의 말
 

 첫 날부터 열심히 구르는 린이네요. 윤수는 그런 린의 심리를 꽤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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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8. B-15 창고(3) 2017 / 12 / 14 255 0 9047   
17 017. B-15 창고(2) 2017 / 12 / 14 235 0 6253   
16 016. B-15 창고(1) 2017 / 12 / 13 246 0 9223   
15 015. 붉은 달 스캐너 사건(2) 2017 / 12 / 13 236 0 11770   
14 014. 붉은 달 스캐너 사건(1) 2017 / 12 / 12 231 0 9406   
13 013.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4) 2017 / 12 / 12 241 0 11789   
12 012.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3) 2017 / 12 / 11 249 0 11192   
11 011.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2) 2017 / 12 / 11 259 0 9964   
10 010.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1) 2017 / 12 / 10 232 0 9061   
9 009. 세잎클로버(3) 2017 / 12 / 10 251 0 9279   
8 008. 세잎클로버(2) 2017 / 12 / 9 247 0 12680   
7 007. 세잎클로버(1) 2017 / 12 / 9 263 0 9112   
6 006. 수사대 첫 임무(4) 2017 / 12 / 9 234 0 4911   
5 005. 수사대 첫 임무(3) 2017 / 12 / 9 228 0 10289   
4 004. 수사대 첫 임무(2) 2017 / 12 / 7 238 0 7314   
3 003. 수사대 첫 임무(1) 2017 / 12 / 7 242 0 10554   
2 002. VA수사대(2) 2017 / 12 / 6 258 0 6350   
1 001. VA수사대(1) 2017 / 12 / 6 393 0 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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