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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23화- 충격의 중간고사
작성일 : 17-12-09 10:49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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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충격의 중간고사

 

  “푸르른 5월의 첫 날을 시험이나 치면서 맞이하다니.”

 

  중간고사의 마지막 날 아침, 교실로 하나 둘 들어서는 아이들은 저마다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아, 어릴 땐 5월이 제일 좋았는데. 어린이날도 있고.”

  “얘들아, 5월엔 내 생일도 있다는 거 잊지 마.”

  “헐.”

  “안물.”

  “안궁.”

 

  중간고사가 진행되는 3일 내내 초긴장 상태였던 교실에 슬그머니 여유가 번지고 있었다. 실없는 농담을 따먹으며 웃는 아이들이 반, 영어 단어를 조금이라도 더 머리에 넣으려고 수첩에 눈을 박고 있는 아이들이 반이었다.

 

 

  그 와중 찬별은 책상에 고개를 박고 절절 끓는 열과 싸우고 있었다. 좀처럼 몸살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지면 몸이 덩달아 약해지는 것은 신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찬별은 뜨거운 눈두덩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괜찮아?”

 

  수연이 조심스럽게 찬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휴, 몸도 뜨거워, 너.”

  “누가 학교에 폭탄 테러했음 좋겠어.”

  “난 그렇게 허무하게 죽긴 싫어.”

  “미리 유서 써놔.”

  “차수연, 박찬별이 고용한 폭탄 테러범에 의해 꽃다운 나이 열여덟에 여기 묻히다.”

  “나랑 같이 묻어달라고도 써줘.”

  “미안. 난 남이랑 침대도 같이 못 쓰는 타입이라.”

 

  시답잖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1교시 시험 감독관을 맞은 국사 선생님이 앞문으로 들어왔다.

 

 

  시험 중간 중간 놓인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암기를 하려 말이 없었고 찬별은 책상에 뺨을 대고 눈을 붙였다. 수연은 그런 찬별을 신경 쓰느라 좀처럼 벼락치기 암기를 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모든 시험이 끝났다.

 

 

  “답 맞춰보자!”

 

  아픈 찬별을 대신해 부반장이 교무실에서 받아온 답지를 흔들며 교탁 앞에 섰다.

 

  “1번 3. 2번 4. 3번에 1. 4번에 1.”

 

  곳곳에서 탄식과 환호가 뒤섞여 쏟아졌다.

 

  “아 왜 4번에 1이야? 3번 아님?”

  “1번 맞어.”

  “나도 3번인데.”

  “아씨. 복수 정답 처리해야 되는 거 아니냐?”

  “야 5번에 답 뭐야!”

  “5번에 3.”

  “잠깐만, 잠깐만! 펜 좀 꺼내고!”

  “아 이따 해, 넌.”

  “6번에 2.”

 

  답을 체크하는 교실은 프랑스 대혁명의 현장처럼 뜨거웠다. 조용히 답을 체크하던 찬별은 가방 안에 시험지와 필기도구를 모두 쓸어 담았다.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가방을 챙기던 아이들 모두 찬별에게 시선을 모았다. 찬별이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모두가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의 휘둥그레진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수연이 휴지를 챙겨주었고 아이들은 찬별의 주변에 둥그렇게 원을 만들었다. 찬별의 긴 속눈썹은 눈물에 젖어 더욱 숱이 진해보였다.

 

  “반장, 엄청 아픈가봐.”

  “반장, 괜찮아?”

 

  곳곳에서 찬별에 대한 동정어린 목소리들이 새어나왔다. 얼굴이 새빨개져 우는 찬별을 대신해 수연이 찬별의 실내화를 벗기고 운동화로 갈아 신겼다.

 

  찬별이 엉망이 된 눈을 들어 말했다.

 

  “고마워, 차수......”

 

 

  찬별의 눈물은 다음 날 곧장 전교에 퍼졌다. 감정 표현이 없기로 유명한 찬별이(평소에 오죽 뚝뚝하게 있었으면 별명이 ‘빡친’ 별이겠는가.) 울음을, 그것도 펑펑 퍼뜨렸다니 그 이유를 알고픈 다른 반 아이들은 슬금슬금 교실을 들여다보곤 했다.

 

  수연은 참 알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세상이 멸망한 것처럼 용암 같은 눈물을 쏟던 박찬별. 그러던 애가 다음 날 너무나도 멀쩡한 얼굴로 나타난 것은 단짝인 수연이 보기에도 과연 기이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란 말인가?’

 

 

  찬별은 쉬는 시간에 누군가가 농담을 하면 누구보다도 크게 웃었고(반 아이들은 그녀의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라기 일쑤였다.) 틈만 나면 수연을 끌고 매점에 가 소시지 빵을 잔뜩 사 먹었으며 급식 시간에는 누구보다도 반찬을 듬뿍 떠와 입에 마구 밀어 넣었다.

 

  “왜 그렇게 먹어대? 임신했어?”

 

  수연의 질문에 찬별은 다만 윙크를 찡긋 해보일 뿐이었다.

 

  ‘아아, 뭔가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어.’

 

  수연은 복잡한 머릿속으로 찬별의 기행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을 해보았다.

 

 

  재연에게 이별 통보 받음 -> 재연에게 고딩 커밍아웃 -> 제대로 실연 -> 몸살 -> 중간 고사 개망

 

 

  그 결과 평소의 찬별보다 3단계는 업 된 지금의 찬별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찬별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미친 게 아닐까?

 

  수연은 자신의 결과 도출이 나름 논리 정연했다고 생각하며 찬별의 팔을 붙잡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정신 놓으면 안 돼, 친구.”

  “걱정 마. 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맘이 편하다네, 친구.”

 

  그렇게 말하는 찬별이 수연은 더욱 불안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후부턴 학교에만 왔다 하면 병든 병아리처럼 꼬박꼬박 졸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 같았으면 분필을 이마에 명중시키거나 “뒤로 나가 서있어!”라고 외쳤을 선생님들도 찬별에게만큼은 “어디 아픈 것 아니니? 양호실 갈래?”라고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도대체 밤에 뭘 하고 학교 와서 조는 거냐.”

 

  그래서 꾸지람은 수연이 대신 도맡았다.

 

  “인터넷으로 뭣 좀 찾느라. 선진여고 사건 있잖어.”

 

  찬별의 말에 몇 아이가 고개를 돌려 관심을 보였다.

 

  “아, 그거 어떻게 됐대?”

 

  찬별은 진지한 얼굴로 모두에게 말했다.

 

  “거기 교장이 그 여자애 상대로 고소를 했대.”

  “헐! 대박!”

 

  교실이 삽시에 술렁거렸다. 선진여고라는 옆 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학교 건물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을 제보해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사건이 있었는데, 제보한 그 학생을 학교 교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것이었다.

 

  “아 더러워서 어디 학교 다니겠냐.”

 

  곳곳에서 한숨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진짜 또라이 같은 선생 많아.”

  “선생 자격도 없는 것들.”

  “나도 그 얘기 들었어. 고소하면서, 취하를 하더라도 교내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을 했다나 봐.”

  “그게 어른이냐?”

  “우리가 서명운동이라도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찬별의 이야기에 한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후, 선생님들 알면 완전 싫어할 걸.”

  “어, 존나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나 있으라고 할 거야.”

 

  우울한 침묵이 교실을 에워쌌다. 정말 가만히 있는 게 옳은 걸까? 설치지 말고, 까불지 말고?

 

  그 무거운 침묵을 깨고 한 아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울 학교 선생님들은 좀 괜찮은 편이지 않냐.”

  “뭐랭.”

  “진짜야. 울 학주만 해도 성격은 지랄 맞아도 사람이 은근 따수운 데가 있잖아.”

 

  그렇게 말한 아이가 학주 특유의 표정을 따라해 보여 모두가 뒤집어지게 웃었다.

 

  학생 주임은 50대의 남자 체육 선생님인데 다리를 절었다. 젊은 시절 학생을 구하다 그리 되었다는 소문이 돌아서 은근히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학주의 표정을 따라하던 아이는 이어서 늘 개량한복 차림에 교양 있는 말씨로 유명한 윤리 선생님 성대모사, 화려한 교포 스타일의 영어 선생님 성대모사를 이어갔다.

 

  책상을 두드리며 배꼽이 빠져라 웃는 찬별을 보고 수연은 한숨을 쉬었다.

 

 

  찬별이 과도하게 씩씩해진 바람에 수연은 오히려 우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생 신분임이 밝혀진 뒤론 지욱과도 연락이 뜸했다. 가끔 지욱에게서 선톡이 오긴 했지만 수연이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은 아예 없어졌다. 두려웠던 것이다.

 

  “뭘 그렇게 재고 있어. 맘에 들면 든다고 말하면 되지.”

 

  찬별은 바로 얼마 전 실연을 겪은 여자라고는 상상되지 않을 정도의 표정을 하고서 수연을 나무랐다.

 

  “내가 예뻤으면. 나도 너처럼 자신감 있었겠지.”

 

  수연이 시무룩하게 말하자 찬별은 혀를 쯧쯧 찼다.

 

  “나도 나지만, 너도 참 너다. 키 크는 동안 자존감은 안 키우고 뭐 했냐?”

  “아, 강의는 사양합니다, 박 선생님. 너 자신을 스스로 사랑해라, 뭐 그런 얘기라면 울 언니한테서도 신물이 나게 들었으니까 그쯤 해두셔.”

 

  수연은 찬별의 일장연설을 단칼에 쳐내고서 한숨을 땅이 꺼져라 뱉었다. 찬별은 방금 한숨이 터져 나온 수연의 입술에 빵또아를 덥썩 물려주었다.

 

  “뭐랄까...... 그래, 사실 네가 완벽한 미인까지는 아니지만......”

  “애써 돌려 말할 것 없어, 친구. 울 엄마도 인정했어.”

  “뭐라고?”

  “수연이 네가 못생기진 않았지만. 그 뭐냐...... 좋은 유전자를 수민이 저것이 다 가져가긴 했지.”

 

  찬별은 배를 쥐고 깔깔 웃었다. 수연은 자학 개그가 통하자 슬쩍 기분이 밝아졌다.

 

  “울 언니 유전자 몰빵은 친척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누가 ‘수연이도 크면 수민이 같이 예뻐지겠지.’ 하시면 옆에서 누가 ‘어휴, 수민이는 저 나이 때 안 저랬어요!’ 하신다니까.”

 

  켁켁거리며 웃던 찬별은 금세 동정 어린 눈빛으로 수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어구, 그랬어요? 언니한테 유전자 몰아주고 찌끄러기만 갖구 나왔어요?”

  “야! 찌끄러기까진 아니다.”

  “그래, 인간아. 두고두고 기억하란 말이야. 넌 최고로 판단력 좋고 강한 난자였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 힘으로 뭔들 못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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