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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디온
작가 : 염적
작품등록일 : 2017.11.7

과거 중간계를 휩쓸었던 원인모를 악마들의 습격이 일단락 된지도 어느새 20년, 전쟁을 종식시키는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인간영웅 에디온 중 가장 강력한 자인 에르세데스 메데스의 아들인 에르세데스 이안은 평화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며 20살의 성인으로 거듭난다. 처음으로 맞는 방학에 떠난 첫번째 여행. 하지만 여행도중 대륙 곳곳에서 이상현상들이 발견되고, 이안과 일행의 앞에 다시 한 번 악마들의 위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 1장 : 온실 속의 영웅 (4)
작성일 : 17-12-08 20:57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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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밖은 벌써 해가 중천에 와있었다. 따사롭다기 보다는 따가운 햇볕이 느껴졌다. 피부가 따가웠다.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못한 채로 밖에 나와 마차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시장은 여전히 북적북적댔다. 빠르게 뛰어가느라 등 뒤에 맨 가방은 파도가 출렁이듯 이리저리 흔들렸다. 안에 든 양이 적지 않았기에 달리는데에 특히 힘이 더 들 수밖에는 없었다.

 “젠장, 시계 좀 보고 있을걸!”

 나는 헨레드 아저씨와 조나단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렸던 나 스스로에게 계속해 욕지거리를 되뇌었다. 정신없이 달린 지 10분정도가 지났을까, 저 멀리에 마차장의 모습이 이제 조금씩 보여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달리니 수많은 마차중에서 익숙한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레이널 아저씨!”

 마차 앞에 서서 다른 마차의 마부와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있던 레이널은 내 목소리를 듣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손에 든 커피잔을 살짝 올려들면서 내게 인사했다. 나는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서도 그 커피잔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쓰기만 한 검은 물은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거지?

 나는 재빨리 마차 앞으로 가 헉헉대는 숨을 골라쉬며 말했다.

 “헉, 헉, 죄송해요. 조금 늦었네요.”

 “괜찮다. 늦잠이라도 잤니?”

 레이널은 웃음을 띄어보였다.

 “아,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사제 한 분이 들어오셔서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팔렸었어요.”

 “사제님이 여관에?”

 레이널이 흠칫 놀랐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나도 아까 조나단을 처음 발견했을때 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히 놀랐으니까.

 “정신이 팔릴 만 했었겠구나.”

 “그럼요, 대화도 나누었는걸요. 이름이… 벨드… 머시기 조나단이라고 하더라고요.”

 “조나단? 헤델리아 신전의 그 조나단말이냐?”

 “엥? 그 사람을 아세요?”

 “알다마다, 굉장히 유명한 사제지. 헤델리아의 타오르는 축복 조나단을 모를수가.”

 세상에, 그렇게 유명한 사제였단 말이야?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나요? 난 그것도 모르고 알아보지도 못했네.”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유명세를 모르니 그 사람에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호들갑을 떨어주지 않은 거에 더 고마워할걸?”

 레이널이 씨익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왜 유명한지 물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아는 사제라고는… 어디 보자, 역사책에 나와있는 대사제들과…… 그들의 지도자격인 더원…… 이름이 뭐였더라…… 여하튼 음, 그뿐이었다.

 “조나단은 예명은 타오르는 축복으로 최단 기간에 상급사제에 오른 인물이지. 아마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적을거다. 포교활동도 많이 다녔던 걸로 유명하지. 덕분에 각 도시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소식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모양이다. 그가 뭐라고 하던?”

 “음… 대사제를 준비하는 의례를 통과중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인간들의 삼 왕국을 돌고 있다던데요?”

 순간 레이널의 눈이 동그래졌다.

 “대사제라…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가보구나.”

 “그런거 같더라고요. 대단한 심안을 지니고 있더군요. 제 이름을 단번에 알아내던데요?”

 “그래? 여러모로 놀라운 사람이구나. 그러니 늦은 건 용서해주마. 조나단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레이널이 잔에 담긴 나머지 커피를 몽땅 들이키더니 “캬.”하는 소리를 냈다. 우엑, 저걸 도대체 어떻게 단번에 삼킨담?

 “이제, 가자꾸나. 어서 타렴”

 레이널이 마차를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널은 곧장 컵을 옆에있던 마부에게 건넸다.

 “잘 마셨네. 나중에 또 보자고.”

 “조심해서 가게.”

 레이널은 그 말을 끝으로 동료 마부는 뒤를 돌아 자신의 마차로 돌아갔다. 레이널도 곧 마차에 올라탔다. 말은 푸르릉거리며 콧바람을 뿜어냈다.

 “워, 워. 이제 가자, 엑스칼리버, 프로이센.”

 저 이름은 아무리 들어도 말의 이름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름이다.

 말들은 이히힝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말발굽을 움직였다. 레이널은 유연하게 말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말들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지더니 곧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마차는 거친 벽돌길 위를 굴러 가느라 쉴 새 없이 덜컹거렸다.

 엉덩이가 신나게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의자에는 푹신한 쿠션이 잔뜩 깔려있어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대신 걱정인 것은 속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욱, 벌써부터 먹은 게 잔뜩 올라오려고 한다.

 바깥의 풍경은 쉴 새 없이 변하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상업도시의 모습이 사라지고 푸른 들판의 모습이 나타났다

 덜컹! 마차가 갑자기 심하게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 올라오는 속을 참으며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마차는 에스일라의 도심 지역과 외곽의 경계선을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왜이렇게 마차가 흔들리나 했더니, 다리의 시공이 완전 엉망진창이다. 벽돌은 모양이 맞지를 않고 이리저리 삐둘빼둘하게 끼워져있었다. 덕분에 그 틈 사이사이로 바퀴가 빠져 마차는 마치 통통 뒤어오르는 점핑 잭 마냥 덜컹거렸다.

 “젠장, 완전 비포장도로로군.”

 레이널은 간신히 고삐를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말들을 조절했다. 그의 혼신을 담은 운전덕분에 마차는 온전하게 다리를 건너갈 수 있었다.

 휴우, 다행이 먹은 걸 쏟아내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오고 나니 다행히도 마차는 훨씬 부드럽게 달릴 수 있었다.

 드넓은 초원이 보였다. 푸른색이 시야를 뒤덮자 내 속을 뒤 흔들던 멀미도 말끔히 사라졌다. 상쾌한 초목의 내음과 선선한 산들바람이 피부와 코를 간지럽혔다.

 “미케라벨까지는 족히 반나절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으니 좀 자 두렴.”

 레이널은 정면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눈을 감고 상쾌함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레이널의 말대로, 도시의 중심부 지역인 미케라벨까지 가려면 대학에서 에스일라까지 달려 온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고, 바람은 계속해 창을 넘어 밀려왔다. 잠을 자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였다.

 “잠을 자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씬걸요.”

 “그렇긴 하구나. 우기 중에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는 정말 오랜만이야.”

 요 근래에는 비가 쉼없이 내렸다. 그리고 설령 비가 오지 않더라도 하늘에는 우중충한 먹구름이 가득 차 있기 마련이었다. 지금이 딱 비가 와야하는 시기였고, 비가 올 시기였지만, 로시스의 그 누구도 그런 날씨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제아무리 농부들이라도 거의한 달내내 먹구름 아래에서 살면 기분이 좋을리가 있겠어?

 

 덜컹거림이 다시 심해졌다. 나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진동에 화들짝 깨어 허겁지겁 일어났다. 주위는 어느새 어두워져있었다. 마차 앞쪽에서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보아하니 미케라벨에 도착한 모양이군. 아마도 레이널과 미케라벨의 수비대가 대화를 나누는 모양이었다.

 “며칠동안 묵으실 계획이십니까?”

 “하루동안 묵을 생각입니다.”

 경비대원은 잠시 품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곧 꺼내들어 레이널에게 건넸다.

 “이것을 작성해 주십시오.”

 레이널은 그것을 받아들었다.

 “아, 그것은 이걸로 대신하겠습니다.”

 레이널은 다시 경비대원이 건넨 종이를 되돌려주더니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건……”

 경비대원은 잠시 레이널이 건넨 종이를 유심히 읽어보더니 잠시 동안 무언가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다시 평온을 되찾은 경비대원은 종이를 레이널에게 되돌려주며 말했다.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경비대원은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 마차 두 세대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고, 레이널은 고삐를 흔들며 마차를 출발시켰다.

 “그거 참 편리하네요?”

 레이널은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 이안. 일어났구나. 깜짝 놀랐잖니.”

 레이널은 실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런 그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거 수호의회 증명서죠?”

 “그래, 맞다. 덕분에 각 도시의 중앙지역에서는 통행료를 낼 필요가 없지.”

 레이널이 종이를 곱게 접어 품 속에 넣었다.

 “에스일라에서는 그래서 통행권을 끊었던 거군요?”

 “그래, 맞다. 그래도 뭐, 남들에 비해서는 싼 가격에 끊었으니 그것도 그것나름대로 이득이지.”

 거리는 넓었다. 길 양쪽에 쭉 배치 된 가로등은 어둠이 깔린 밤을 밝혔다. 미케라벨은 확실히 다른 지역들과는 확연히 그 위용이 달랐다. 도시의 중심부답게, 건물들도 길쭉길쭉하게 솟아있었고, 그 밀도도 굉장히 빽빽했다.

 “미케라벨은 다시 와도 놀라운 곳이구나.”

 레이널이 마차를 몰면서도 주위를 빼곡하게 채운 큰 건물들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물론 미케라벨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로시스에서 가장 크고, 가장 활발하며, 가장 유명한 도시였으니 그가 그렇게 놀라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인간의 도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항상 어딘가 인조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 때 부터 아누스들의 도시에서 지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저 이런 화려함에 익숙지 않은 건지.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차는 점점 더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안 그래도 휘황찬란하던 주위의 모습은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더욱 그 아름다움을 더해갔다. 거의 중앙에 다다르니 옆에는 넓게 늘어선 시장가가 눈에 들어왔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아직 사람들로 넘쳐났고, 길가에 배치 된 가로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노랑빛의 불빛들은 밤거리를 대낮 못지 않게 환히 비추어주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상점가가 나왔다.

 “저기 보이는 구나.”

 레이널이 잠시 말들을 멈추더니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나는 몸을 쭉 빼 그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익숙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달토끼’

 “다 왔네요.”

 늘 그렇듯 이번에도 우리는 말없이 달토끼 여관에서 하루를 묵기로 결정했다.

 왜 많고 많은 여관 중에서 저기냐고? 가본 사람들만 알겠지만, 저곳의 음식은 정말 대륙 최강이다. 입맛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레이널이 고작 음식 하나로 단골 손님이 되어버릴 여관이라면, 말 다했다.

 레이널은 다시 말을 출발시키기 위해 고삐를 흔들었다. 하지만 말들은 푸르릉 소리만 낼 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레이널이 몇번 더 배를 걷어차고 고삐를 당겨도 봤지만, 말들은 그대로였다.

 “허, 참. 이놈들도 지쳤나보구나.”

 “걸어서 가죠 뭐. 멀지도 않은데.”

 나는 그 말과 함께 짐을 챙겨 마차에서 내렸다. 바닥은 고르고 평평했다. 그래서 도시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멀미가 싹 가셨던 건가? 뭐 어찌됐든간에 사라졌으니 좋은 거지.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카운터에 아저씨가 따라 올거라고 말해 놓을테니 늦지 않게 오세요.”

 “그래, 마차를 맡긴 후에 곧장 따라가마.”

 나는 짐이 든 가방을 다시 고쳐매고는 여관을 향했고, 레이널은 방향을 꺾어 마굿간으로 향했다. 웃긴것은 저 말들이 내가 내리자마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못 된 자식들.

 나는 서둘러 여관으로 향했다. 오기까지 내내 자기만 해서 그런지 에스일라에서 만큼 몸이 피곤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 때도 잤던건 매한가진데. 그럼 아마 학교에서 쌓였던 피로가 조금은 풀렸나보다. 아, 그것도 아니라면 여관에서 만난 사제님이 나 모르게 축복이라도 내려주셨나? 이름이…… 벨드…… 음,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정말 나는 뭔가를 외우는데는 정말 소질이 없다.

 정신없이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여관 입구 앞에 도착했다.

 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에스일라의 여관에 비해 천장은 높았고, 안도 훨씬 세련됐다. 벽은 나무 대신 대리석이었고, 바닥도 울퉁불퉁한 구석이 전혀 없이 말끔했다. 찬장에는 샹들리에가 찰랑거리면서 조명의 빛을 반사해냈다.

 입구부터 프론트까지의 거리는 꽤 됐다. 덕분에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전과 비슷한듯 했지만 조금씩 바뀐 부분이 있었다. 저기 저 구석에는 못보던 피아노가 하나 생겼네? 누가 연주 하라고 갖다 놓은걸까. 또 저기 원래 허름한 천 소파는 말끔한 검은색 가죽 소파로 바뀌었고 그 위에는 지금 누가 앉아있다. 어? 잠깐만. 저 사람은?

 “밀레!”

 나는 소파위에 앉아있는 낯익은 사람을 보고는 너무 깜짝 놀란 탓에 소리를 지를 수 밖에는 없었다. 소파위의 그 남자는 내 목소리를 듣더니 미소를 지었다.

 “한참 기다렸잖니.”

 정말 밀레였다. 본드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에? 나는 반가운 마음에 쏜살같이 밀레에게 달려 나갔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한 발자국 정도 된 후에야 나는 빠르게 움직이던 다리를 멈추었다.

 “여기에 왜 있는거예요?”

 “대뜸 물어보는 구나. 그럴 줄 알았다. 네게 전해줄 희소식이 하나있어. 그걸 전해주려고 왔다.”

 “그게 뭔데 여기까지 직접 오고 그래요?”

 

 “이번 방학에 대한 이야긴데… 음. 이번 방학을 조금 다르게 보내볼까 하는데…… 넌 뭘 했으면 좋겠니?”

 “보아하니 이미 생각해둔 게 있는 거 같은데 빨리 말하기나 해요.”

 나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방학에 할 색다른 계획이라…… 생각해 둔게 없어서 예상할 만한건 없었지만 본드에서의 지긋지긋한 농사일이랑 훈련을 안 한다면 이곳 여관에서 주방일을 내내 한다고 해도 좋았다.

 “여행을 한 번 떠나볼까 하는데, 어떠냐?”

 밀레는 그 말을 입 밖에 내뱉고는 조금 후회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내가 밀레의 말을 듣자마자 시끄럽게 탄성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귀가 아픈건 물론이고, 주위의 이목이 전부 우리에게로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이안! 조용히 해라. 다 쳐다 보잖아.”

 “아, 죄송해요. 너무 좋아서, 헤헤.”

 “허, 인마. 본드가 그렇게 답답했어?”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뭐… 매일 똑같은 훈련만 하는게 지겹긴 하잖아요?”

 밀레는 그 말을 듣고는 역시나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웃어젖혔다.

 “그래, 사실 나도 좀 지겨웠다. 인정하마.”

 “짐은요? 가져오셨어요?”

 “그래, 전부 가져왔다. 방은 내가 잡아 놓았으니 거기로 올라가면 짐이 전부 놓여져있을거야.”

 밀레는 잠시 손을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객실 키다. 먼저 올라가라, 나는 레이널을 기다리다 가마.”

 “알겠어요!”

 나는 이미 등을 돌린 채 쏜살같이 계단으로 달려간 후 였다. 정말 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이라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아니 우선 그런건 정말 중요하지도 않았다. 제일 중요한 건 여행을 간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생각없이 흥분한 채로 계단을 올라오니 어느새 객실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빠르게 열쇠를 넣고 돌렸다. 그러자 문이 열리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동시에 문을 뜯어내려는 듯이 거세게 당기고 문이 열리자마자 쏜살같이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객실은 넓고 쾌적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저기 구석에 밀레가 쌓아놓은 짐 보따리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보기만 해도 설레는 기분이 내 몸을 감쌌다. 짐의 양을 보니 밀레가 정말 작정하고 마음을 먹었나보다. 족히 몇 주간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의 양이었으니까.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었다. 푹신한 침대의 매트리스가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올랐다. 아, 이대로 자고싶다. 하지만 반나절동안 마차안에서 달려온 턱에 얼룩이 잔뜩 진 옷을 입은채로 잠들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이 침대포는 아예 쓰질 못하게 될 테니까. 헌데 자꾸 졸음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눈이 자꾸 감겨온다. 이런…… 방금 전까지 신나서 방방 튀어오르던 치기어린 스무살 청년은 어디로 가고 늘어진 뱀장어 같은 애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거야? 나는 계속해 스스로에게 일어나란 말을 반복했지만 그 말은 흐려질 뿐이었다. 하나…… 두우울…… 세에에에에……. 쿠울.

 젠장, 침대포 하나는 물어줄 각오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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