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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당연하게 사랑해줘
작가 : 서언
작품등록일 : 2017.11.21

온몸이 차가워져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치의 병 '콜드병'. 콜드병으로 엄마를 잃은 천재의사 김세영이 콜드병 환자인 차재훈의 주치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 사랑해줘. (13)
작성일 : 17-12-08 17:50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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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3화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연지의 아슬아슬한 뒷모습 너머 차재훈의 모습이 보였다. 뚫어져라 차재훈을 쳐다봤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차재훈을 보자 나도 모르게 발이 움직였다.

 

 “뭐야?”

 

 방으로 들어가려던 연지의 앞을 막아서자 연지가 짜증스럽게 인상을 구기며 나를 쳐다봤다.

 

 “할 얘기가 있어서.”

 “뭐?”

 

 놀란 연지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나도 내가 지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야, 너 무슨 소리...”

 “할 얘기가 있어서.”

 “이, 미친.”

 

 연지가 내 머리카락을 쥐어 잡으려 손을 뻗는게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그 손을 피해 문을 닫았다. 문을 닫자마자 연지가 세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쳤어?”

 

 연지의 목소리를 뒤를 하고 본 차재훈의 눈이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

 

 “뭐, 뭐야?”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마지 죄지은 사람처럼 내 눈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차재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이연지는 왜 불렀어?”

 “뭐, 뭐가.”

 

 여전히 등 뒤로 연지의 씩씩, 거리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당황하는 차재훈의 방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갔다.

 

 “저 애가 그러더라, 생각하고, 상상해보라고.”

 “뭐?”

 

 침대에 걸터앉으며 묻자 차재훈이 다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심 마주친 눈이 곧바로 바닥으로 향했다.

 

 “뭐, 뭐하는 거야.”

 

 당황한 차재훈의 눈이 갈피를 못잡고 내가 꼰 다리로 향했다.

 

 “그래서 상상했어. 내가 머리만 좋은게 아니라 상상력도 풍부한 편이거든.”

 

 연지의 말대로 상상을 했다. 나의 상상 속 차재훈은 지금처럼 고개를 깊게 숙인 채.

 

 “너 쟤랑 자지마.”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어른 남녀가 뒤엉켜 있는 이 침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차재훈의 창문 앞 탁자 위로 와인과 와인잔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살짝 붉어진 모습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너 술 마셨어?”

 

 내 말에 차재훈은 더더욱 고개를 깊게 숙였다. 고개가 아플 정도로.

 

 “너 술 마시면 안돼.”

 “알아.”

 

 차재훈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그런 차재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나 아홉 살 때 미국 가서 지금 다시 한국 오기 전까지, 너희 아버지가 준 집에서 살았어. 메이드도 붙여줬는데, 처음에 온 메이드는 화가 나면 모든 물건을 다 부수는 사람이었어.”

 

 여전히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차재훈을 향해 말했다.

 

 “그때 나는 어렸고, 그렇게 소리치면서 물건을 던지는 사람은 처음 봐서 무서웠어.”

 

 내가 버려졌던 그 시절을.

 

 “온몸이 막 덜덜 떨리면서 무서웠어. 근데 그냥 참았어. 김변호사 아저씨 명함은 있는데 전화하기 싫더라고 아쉬운 소리, 무섭다는 소리 하기가 싫었어.”

 

 눈이 자연스럽게 와인잔으로 향했다.

 

 “어느 날은 메이드가 정말 화가 났는지 술을 마시다가 와인잔을 나한테 던졌어. 아슬아슬하게 눈을 피해서 눈 바로 옆에 스쳐 지나갔어. 아마 그때 알게 된 거 같아.”

 

 연해진 눈 옆의 상처와 달리 기억은 꽤 선명했다.

 

 “참으면 병신 된다는 거.”

 

 이제야 차재훈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는 차재훈의 눈을 이제는 내가 마주 볼 수 없었다.

 

 “근데 결국 전화했어, 나 너무 무섭다고, 살려달라고, 아줌마가 와인잔을 내 얼굴로 던진다고.

 그랬더니 김변호사가 너도 던져. 이렇게 말하더라고. 그때 계속 상상했어. 내가 아줌마 얼굴에 잔을 던지는 상상. 근데 그 상상이 이상하게 내가 눈이 안 보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더라.“

 “그래서?”

 “다시는 던지지 못하게 메이드가 잘 때 온 그릇을 꺼내 창문으로 던졌어. 엄청 큰 소리가 나서 옆집에서 신고하고 그랬거든. 그때 김변호사가 이렇게 말하더라. 잘했다. 그래도 다음엔 똑같이 얼굴에 던져버려.”

 

 내 눈이 하염없이 탁자 위에 있는 와인잔으로 향했다. 와인잔을 보며 무섭다거나 하는 감정은 없었다. 그저 그냥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느껴질 뿐이었다.

 

 “너한테는 누가, 그런 조언을 해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와인병을 들어보였다. 거의 다 비어진 가벼운 와인병에 웃음이 났다. 많이도 마셨네, 차재훈.

 

 “차재훈. 만약 내가 그때 김변호사 말대로 잔을 던져 메이드의 눈을 못 보게 만들어놨다면, 나는 아마 평생 후회 속에 살았을 거야.”

 

 차재훈의 눈이 올곧이 나로 향해있었다. 와인병을 탁, 소리와 함께 탁자 위로 올려놨다.

 

 “네가 안 그랬으면 좋겠어.”

 

 차재훈의 눈을 똑똑히 쳐다보며 말했다. 차재훈이 살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불었다. 가볍게 머리가 잠시동안 허공에 날렸다.

 차재훈의 눈이 멍해보였다. 천천히 나와 눈을 마주하는 그 애의 시선이 바람에 날리는 내 머리칼에 향해있는게 느껴졌다.

 

 “후회...”

 

 아주 작게 차재훈의 혼잣말이 들렸다. 동시에 탁자 위로 차재훈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었다.

 우리 형- 이라는 글자가 액정 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전화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꼭 어머니 방에서 해야 해.-

 

 밝아진 화면에 차재훈이 보지 못한 차경현의 문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미친.”

 

 내 목소리에 차재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설마, 차재훈이 이연지를 부를 이유가...

 

 “차경현이구나, 이딴 조언한 사람.”

 “...아니야.”

 

 눈을 피하며 답하는 차재훈의 모습은 누가봐도 거짓말이었다.

 

 “난 네가 네 형 말 듣는 거 싫어.”

 

 이런 조언을 한 차경현과 차회장과 자신을 낳아 준 엄마하고도 전혀 다른 사람인 차재훈이.

 

 “나는 너희 형 별로거든.”

 

 그들과 똑같아지는게 싫었다. 내가 말하자 차재훈의 눈이 다시 동그랗게 커졌다. 가끔 토끼 같은 면이 있었다. 눈이 아주 기다란, 말 안듣는 어른인 척하는 토끼.

 

 다시 한번 커튼이 휘날리며 창문 밖의 바람이 안쪽으로 들어왔다. 청량한 바람이 나와 차재훈에게 닿았다. 명백한 봄바람이었다. 차재훈이 헛기침을 하며 눈을 피했다. 굉장히 어색하게.

 

 다시 와인잔으로 눈이 갔다. 오랜만에 꺼낸 기억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메이드의 목소리가 아직 떠나지 않았다. 나를 처음 본 날 그 텅 빈 눈으로 그녀는 말했다.

 

 -“얘, 이제부터 너는 내 인형이야.”-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여 저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사실 그때, 메이드가 와인잔을 던졌던 날, 너무 무서워서 오줌을 쌌다. 그 말은 차재훈에게 영원히 비밀로 해야지.

 

 “다 죽여버릴거야!!!”

 

 한참 조용했던 연지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연지에게는 따로 미안한다는 말을 해야겠다.

 

 “약 먹었어?”

 

 안먹었겠지만 혹시나 해서 물었다. 차재훈이 느릿하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눈을 피하며 끄덕이는 고개가 거짓말 같았지만 그냥 믿어 주기로 했다.

 

 * * *

 

 아직 5월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여름이 시작되는 것 마냥 후덥지근했다. 마치 열대야가 온 것 같은 더운 밤이었다. 아니, 열대야가 틀림없었다.

 

 “미치겠네.”

 

 억지로 감았던 눈을 떴다. 몸을 돌려 창문 쪽으로 향하니 눈앞에 김세영이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여전히 솔솔,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움직이고 있었다. 기다란 커튼의 움직임에 단발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던 김세영의 모습에 다시 더워졌다.

 

 “아, 진짜.”

 

 더운 숨이 나왔다. 답답해서 입고 있던 티를 두어번 손으로 흔들어 억지로 바람이 통하게 했다. 물끄러미 약통에 눈이 갔다.

 

 “잘했어.”

 

 자꾸만 생생하게 떠올랐다. 미칠 것 같았다. 순간, 핸드폰이 진동음을 냈다. 형의 문자였다.

 

 -성공?-

 

 물끄러미 그 창을 쳐다봤다.

 

 -“난 네가 네 형 말 듣는거 싫어.”

 

 형의 문자 옆으로 김세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미치겠네.”

 

 머뭇거리며 손이 삭제버튼으로 향했다. 삭제된 메시지에 빈 창을 쳐다봤다. 정말 미친걸까, 왜 자꾸 옆에 없는 김세영의 모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까.

 끔뻑끔뻑, 눈이 천장을 향해 몇 번이고 끔뻑거렸다. 그때마다 천장 위로 김세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신 싱긋, 거리며 웃음을 띠고 있는 김세영의 입에서 잘했어, 라는 말이 나왔다.

 

 “뭘 잘해.”

 

 퉁명스러운 말과 다르게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 * *

 

 “약 먹었어?”

 

 눈이 퀭해 보이는 차재훈을 향해 묻자 차재훈이 눈도 안마주치고 계단을 내려갔다. 꼭, 저렇게 한번 말해서는 듣지를 않는다.

 

 “먹었냐고.”

 “어.”

 

 고개를 푹 숙인 채 계단을 걷는 차재훈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잘했어.”

 “아.”

 

 약 먹은게 기특해서 칭찬 좀 했는데 계단을 내려가던 차재훈의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앓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차재훈의 옆에 다가가자 차재훈이 머리가 아픈 듯 손을 이마에 올리고 있었다.

 

 “미치겠네. 진짜.”

 “뭐야. 왜 그래? 머리 아파?”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차재훈의 얼굴을 살폈다. 갑자기 왜 이러지. 이마 위에 올려진 손을 내리려 손을 잡자마자 차재훈이 세게 손을 쳐냈다.

 

 “뭐야, 왜?”

 

 얼마나 셌는지 반동에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이가 없어 가만히 차재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보며 당황한 차재훈의 모습이 보였다. 힘 좋다고 자랑하나.

 

 “왜, 그니까 왜.”

 

 당황했는지 차재훈의 목소리가 커졌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 모습이었다. 얼굴도 살짝 붉게 달아오른 것이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혹시 약에 대한 부작용인가. 당황한 차재훈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아...”

 

 차재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

 

 “차갑네.”

 

 여전히 차재훈의 얼굴이 차가웠다. 웬일로 얌전히 있는 차재훈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번엔 차재훈의 손을 잡았다. 여전히 차가웠다.

 

 “다행이다.”

 

 차재훈의 시선이 이번에는 내게 잡힌 손으로 향했다.

 

 “따뜻하다.”

 

 작게 뱉어진 차재훈의 혼잣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차재훈의 눈을 똑똑히 쳐다봤다.

 

 “너도 그럴 거야, 곧.”

 

 “아...”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차재훈이 다시 앓는 소리를 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차재훈이 가슴께를 부여잡고 걸어나갔다. 아무튼 도저히 파악이 안되는 캐릭터다.

 

 “같이 가!!”

 

 아무리 뒤에서 불러도 차재훈은 여전히 빠르게 걸었다.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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