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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당연하게 사랑해줘
작가 : 서언
작품등록일 : 2017.11.21

온몸이 차가워져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치의 병 '콜드병'. 콜드병으로 엄마를 잃은 천재의사 김세영이 콜드병 환자인 차재훈의 주치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 사랑해줘. (11)
작성일 : 17-12-08 17:44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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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차재훈은 학교를 빠져나오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야! 좀 천천히 좀!”

 

 숨이 차 공기와 함께 목소리가 매끄럽게 나오지 않았다. 거의 뛸 듯이 걸어 차 옆에 서 있는 차재훈의 옆으로 다가갔다.

 

 “다리 길다고 유세 떠냐.”

 

 내 말은 귓등으로 듣는지 인상을 팍, 구겨가며 차재훈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디 있어?”

 

 텅 빈 운전석을 보는 차재훈의 표정이 더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근무시간에 근무지 이탈해도 돼?”

 

 아무리 봐도 운전기사님과 통화하는 것 같았는데 반말을 찍찍 뱉는 차재훈의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뭐 하는 거야.”

 

 짜증스러운 표정에 나도 한번 쓱, 째려봤다. 아니, 정도가 있어야지. 자기 삼촌뻘인 사람한테 반말을 찍찍 뱉고 예전에도 느꼈지만, 버르장머리가 없어도 한참 없었다.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죄송합니다.”

 

 하필 건네받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다 기어들어가 마음이 아팠다.

 

 “괜찮아요. 저한테 보조키 주셨잖아요. 제가 데리고 들어갈게요.”

 

 아저씨는 감사하다고 한 열 번은 말하고 나서야 겨우 전화를 끊었다.

 

 “누가 네 멋대로 하래.”

 

 차재훈이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문득 잘생긴 얼굴이긴 하구나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사정이...”

 “알고 싶지 않아.”

 “딸이 있는데 아이가 좀 아파, 나한테 말씀하셨어. 또 지난 번처럼 너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나한테 보조키 주셨어.”

 “딸이 아픈 거랑 근무지 이탈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딸이 아프면 근무지 이탈해도 돼? 이 사람은 내 운전기사야. 네가 괜찮다 아니다 말할 위치라고 생각해? 괜찮다고 말할 사람도 나고, 화 낼 사람도 나야. 아까도 이연지 손등을 쳐 낼 사람도 나고, 화낼 사람도 나야. 주제넘게 나서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차재훈의 눈이 나를 올곧이 쳐다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어쩐지 죄책감이 서려보였다.

 

 “나 주제 넘으려고 네 주치의 한 거야.”

 “야.”

 “근무지를 이탈할 정도로 딸이 아팠어. 그럼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때 말고 또 이탈한 적 있으셔? 아마 없을걸? 있었다면 네가 바로 해고했을 테니까. 또 이연지한테 그런 건 내가 해야 할 일 맞아. 나는 네 주치의고 네 비밀을 지켜야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미안해하지마.”

 “미안은 무슨 미안, 누가 미안하대?”

 “얼굴에 다 써있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재훈의 눈이 지진이 난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무슨.”

 “눈에 지진 난다. 됐고 얼른 타.”

 

 기사님이 보조키를 주신 건 신의 한 수였다. 안그랬으면 저 지랄 맞은 차재훈과 더 오랫동안 여기서 실랑이를 했을 거다. 생각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차재훈은 조용히 조수석에 앉았다. 표정에 다 보인다고 한 말이 꽤 영향력이 있었는지, 합죽이가 된 차재훈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왜 웃어.”

 

 툴툴대는 말투였다.

 

 “귀엽네.”

 

 내 말에 차재훈의 얼굴이 경악으로 변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 차재훈의 표정을 보자 웃음이 또 새어 나왔다.

 

 “안전벨트 매.”

 “됐어.”

 “여기서 죽어도 모른다.”

 “뭐?”

 

 나는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 순간적으로 나가는 차에 놀란 차재훈이 손잡이를 세게 잡았다.

 

 “야!!!”

 “나 운전 3번밖에 안해봤어.”

 

 면허를 따고 네번째로 잡는 운전대였다. 허겁지겁 안전벨트를 매는 차재훈을 보며 다시 웃음이 터졌다.

 

 

 * * *

 

 차는 굉장히 느리게 달렸다. 아니, 달렸다는 표현이 무색했다. 시간이 어중간해 도로에 차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걷는게 빠르겠다.”

 

 차재훈의 비꼼과 함께 차가 신호에 멈췄다.

 

 “야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너 안 까놓고 말한 적 없는 거 같은데.”

 “너 내가 주는 약 안 먹을 거지?”

 

 차재훈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왜?”

 “네가 주니까, 내가 널 어떻게 믿어.”

 

 이유가 고작 그거였나? 나를 못 믿어서? 내가 빤히 차재훈을 쳐다보자 차재훈도 나를 빤히 쳐다봤다.

 

 “형이 주는 약은 언제부터 먹었어?”

 “다섯살. 12월 후부터.”

 “멍청해 보이는데 기억력 좋네.”

 “야.”

 

 차재훈이 어처구니없는 듯 웃었다.

 

 “너 친구 없지?”

 “응.”

 

 당연한 얘기를 하는 차재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차재훈이 다시 한번 실소를 터트렸다.

 

 “뭐가 그렇게 당연해.”

 “나 부모님 돌아가시고부터 쭉 미국에 있었어. 비자 문제 때문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학교 다녔을 때 빼고는. 한국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그랬고 나는 쭉 어른들하고 있었어.”

 

 부모님이 돌아가시자마자 차회장은 비서를 통해 내게 전폭적인 서포트를 약속한다는 계약서를 우리 할머니와 고모에게 건넸다. 결과는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혼자서 생활하게 됐지만, 할머니와 고모에게는 매달 생활비라는 명분으로 오백만원씩 입금되었다. 그것도 내가 차회장에게 진 빚 중 하나였다. 물론 내가 원한 적 없는.

 

 “한국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그렇고 계속 어른들하고 있었고.”

 “왜?”

 “어른들이 날 필요로해서?”

 

 차재훈이 다시 한번 실소를 터트렸다.

 

 “원래 천재의 삶이란게 그래.”

 “참나.”

 “그 사람들한텐 없는 게 나한텐 있으니까. 내가 필요했겠지. 심지어 난 어렸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면 막힌 부분을 뚫어주니까. 다루기도 쉽고, 머리도 좋고.”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눈 뜨고 나면 내 연구 결과가 다른 사람의 몫이 됐고, 그 다른 사람은 내가 그토록 믿고 따랐던 우리 팀 사람들이었으니까. 나는 그곳에서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어리고 약한 홀로 있는 낯선 이방인.

 

 처음엔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들이 나를 버린 거야. 내가 좀 더 잘하면 안버리겠지. 내가 더 잘하면 돼. 나만 잘하면 모두가 행복해져.

 이렇게 바보 같은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지만, 개뿔, 내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이상한거였다. 내 자료를 훔치고 제 자료인 양 만들어 내는 그들이. 그래서 말도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툭툭 뱉어지는 말에, 일종의 자기방어가 있었다. 아니, 자기방어였다. 나에게 상처 주지 마세요. 나에게 상처 주기 전에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줄 거에요.

 초등학교 2학년 9살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였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차 안에 슬쩍 차재훈을 쳐다봤다.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 아버지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꽤 길었던 침묵 속 차재훈이 물었다. 갑자기 무슨 질문인가 싶었다.

 

 “우리 부모님 돌아가시고 너희 아버지 통해서 김비서라는 사람이 왔어. 계약서를 하나 내밀었는데 나의 모든 것을 후원한다는 내용이었어.”

 

 차재훈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때도, 너희 아버지가 병원에 왔던 때도 왜 하필 나일까 싶었는데, 그게 너 때문이었던 거 같아.”

 

 고개를 돌려 차재훈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니까 말 좀 들어라, 약도 얌전히 먹고.”

 

 차는 어느새 저택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억지로긴 해도 내 인생을 너한테 배팅 한 거니까.”

 “내가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저택의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갈 때쯤 차재훈이 물었다.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였다. 체념한 듯한 표정과 차갑게 가라앉은 눈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당연하지.”

 

 아니, 나는 이 눈빛을 본 적이 있다. 전혀 다른 모양이었지만 이상하게 엄마와 닮아 있는 눈빛에 나는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뱉었다.

 

 “넌 그냥, 나만 믿어.”

 

 * * *

 

 언제봐도 큰 저택이었다. 이렇게 클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차재훈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저택으로 들어갔다.

 

 “도, 도련님! 도, 도련님, 왜, 왜, 벌, 벌써, 무, 무슨일로”

 

 집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메이드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 메이드를 보며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그에 반해 차재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해있었다. 놀랍도록 차분한 표정 속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지고 있는 건 붉게 충혈된 눈뿐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내 물음과 동시에 차재훈은 그대로 몸을 돌려 2층으로 향했다.

 

 “아이고, 큰일 났네, 진짜.”

 

 대답을 듣기도 전에 차재훈을 따라 올라갔다. 계단 밑의 메이드가 발까지 동동 구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호기심에 발걸음을 더 빨리했다.

 차재훈은 제 방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뭐해?”

 

 내가 말을 걸어도 차재훈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문손잡이를 째려보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서서 차재훈처럼 문손잡이를 쳐다봤다. 뭐가 있는 건가. 생각이 들 때쯤에 차재훈이 손잡이 위로 손을 올렸다. 또 다시 한참을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다가 이내 손을 툭, 하고 힘없이 내렸다.

 

 “아 뭔데. 진짜.”

 

 그렇게 몇 번을 문고리 위로 올렸다 내렸다. 허공을 배회하는 차재훈의 손이 답답했던 내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열자마자 깊게 탄식했다. 이 망할 놈의 호기심.

 

 방안은 뜨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헉헉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차재훈의 방안, 문을 열자마자 구릿빛의 넓은 등이 보였다. 그 순간 그 넓은 등 아래 숨을 고르고 있는 들뜬 표정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내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벌벌 떠는 손을 어쩔 줄 모르는 차재훈의 엄마 송미정이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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