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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당연하게 사랑해줘
작가 : 서언
작품등록일 : 2017.11.21

온몸이 차가워져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치의 병 '콜드병'. 콜드병으로 엄마를 잃은 천재의사 김세영이 콜드병 환자인 차재훈의 주치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 사랑해줘. (10)
작성일 : 17-12-08 17:41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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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화

 

 차재훈이 내 가방을 잡고 끌 듯이 걸었다.

 

 “야, 놔.”

 

 차재훈은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가방을 더 세게 잡았다. 내가 짜증스럽게 그 손을 뿌리쳤다.

 

 “곧바로 집에 가. 김기사 부를테니까.”

 

 차재훈이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놔봐. 나 쟤랑 할 말 있어.”

 “됐고, 얼른 가라고.”

 “아, 내가 왜!”

 “쟤, 보통 또라이 아니야.”

 “나는 뭐 정상 같니?”

 

 내 말에 차재훈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

 “그럼 됐네.”

 “아, 그래도 집에 가. 자리도 바꾸고.”

 

 나는 차재훈이 이해가 안 됐다. 왜 이렇게 초조해하면서 얼굴을 쓸어내리는지.

 

 “이연지는 한다면 하는 애야. 보통 또라이가 아니라고. 너까지 엮이지 마. ”

 

 차재훈이 다시 한번 얼굴을 쓸었다.

 

 “그래서 이연지는 한다면 하는 보통 또라이가 아니니까, 이연지가 날 죽일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초조해하는 차재훈을 보다 어처구니없이 터지는 웃음을 꾹 참았다. 애는 애였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누구를 죽일 수 있는게 아니야.”

 “이연지는 가능해.”

 

 심각하게 단호한 목소리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차재훈에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절대 그럴 일 없어”

 

 걱정스러운 차재훈의 얼굴에 픽, 웃음이 났다. 별걸 다 걱정한다.

 

 * * *

 

 결국, 학교 주차장까지 가서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내가 이겨서 학교건물로 들어왔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성큼성큼 차재훈이 자리로 걸었다. 차재훈을 따라 걷는데 그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걸어가는 내내 연지의 눈이 끈질기게 나를 쫓았다.

 

 “야 쟤가 자꾸 쳐다보는데.”

 

 내가 차재훈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작게 속삭이는 걸 보고 그대로 연지가 표정을 구겼다. 내가 차재훈과 가깝게 있자 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기보다 순수한 애 같았다. 다시 한번 차재훈의 걱정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아, 야.”

 

 차재훈이 놀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살짝 눈을 돌려 이연지를 쳐다본 모습에 혹시 지금 이른바 말하는 썸타는 사이인데 내가 그들의 사이에 낀 건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말해봐 너도 쟤 신경 쓰이지?”

 

 왜냐면 차재훈도 이연지를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었다. 당당하게 만나면 되지 왜 애꿎은 내 머리를 맞게 하느냔 말이다.

 

 “시끄럽고 네가 여기 앉아.”

 

 차재훈이 나를 창가 쪽으로 밀어 넣으며 자신이 통로 쪽에 앉았다.

 차재훈 덕에 나를 끈질기게 쫓던 연지의 모습이 사라졌다. 슬쩍 앞을 보고 있는 차재훈을 쳐다보다 주머니에 꽂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앞에 봐.”

 

 내 시선을 느꼈는지 차재훈이 말했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차재훈이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봤다.

 

 “왜”

 

 짜증스러운 말투와 표정이었다.

 

 “너 인기 많지?”

 

 차재훈이 나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너도 진짜 보통 또라이는 아니다. 그런게 왜 궁금한데.”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는 차재훈이 나는 불쌍했다.

 

 “근데 여자 손도 못 만져봤지? 네 몸이 소름 끼치게 차가우니까...”

 

 차재훈이 웃음을 거두고 나를 올곧이 쳐다봤다. 순간 딱딱하게 변한 표정이 또 가여웠다.

 내 머릿속에 차가운 자기의 몸이 겁이 나 내 손도 제대로 못 잡던 엄마의 모습이 스쳤다.

 

 “겁나지?”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겁이 나겠지.

 

 “내가 너 낫게 해줄게.”

 

 아홉 살의 내가 몇 번이고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나는 몇 번이고 차재훈을 통해 엄마를 만나고 있었다. 물끄러미 쳐다보던 차재훈이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짜증나.”

 

 차재훈이 작게 말을 하자마자 수업 종이 울렸다. 세상에, 수업 종이라니, 어제는 예상치 못하게 차재훈이 쓰러지는 바람에 듣지 못했던 수업 종을 듣자 정말 학교에 왔구나, 다시 실감이 됐다.

 

 종소리와 동시에 한 남자애가 급하게 교실로 들어왔다. 차재훈이 그 남자애를 보며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남자애는 뛰어가듯 자리에 가 앉았다. 유감스럽게도 연지의 옆자리였다.

 

 “재훈아 안녕.”

 

 차재훈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인사하는 걸 보니 친한 사이인 것 같았다. 아마 교실에서 유일하게 차재훈에게 인사를 한 애였다. 아, 물론 썸타고 있는 연지는 빼고. 세상의 걱정 따위는 모르고 살았을 것 같은 해맑은 웃음으로 인사한 남자애 교복 셔츠에 이름이 달린 명찰이 달랑거렸다.

 

 “응? 옆에 누구야? 전학생?”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옆에 앉은 연지는 지치지도 앉는지. 여전히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해맑게 웃는 남자애와 대비돼서 더 눈에 띄었다.

 차재훈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안녕~ 나는 이다빈이야!”

 

 전혀 경계심 없는 눈과 입이었다. 밝게 목소리를 내며 손을 흔드는 이다빈을 향해 나도 손을 들어 보였다. 손이 꽤나 어색하게 올라갔다. 차재훈이 힐끗 보며 비웃는게 보였다.

 

 “비웃지마라.”

 

 내가 이를 악물고 작게 말을 뱉어내자 차재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사이에 교실 문이 열리고 아영이가 들어왔다.

 

 “자, 조회할게요.”

 

 세상에 아직도 1교시 시작 전이다. 조회라니, 이 짓을 몇 번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 * *

 

 수업은 낯선 언어로 시작됐다. 듣다 보니 불어 같았다. 1교시가 외국어 시간이었나 싶었다. 시끄러웠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거였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이다빈을 향해 뭐라 뭐라 말을 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다빈이 막힘없이 술술 대답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만족하는 듯 웃음을 짓자 차재훈이 픽, 하고 다시 바람 빠진 소리를 내고 웃었다.

 

 “뭐야? 너 알아들어?”

 

 차재훈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정말 알아듣는 건지 아님, 타이밍 좋게 웃음을 터트린 것인지 알 수 없어 나는 차재훈을 빤히 쳐다봤다. 차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재훈의 책을 보니 나름 펜으로 줄도 긋고 메모도 한게 보였다.

 

 “아주 바보는 아니구나?”

 

 내 말에 차재훈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나는 정말 차재훈이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인 줄 알았다.

 

 “넌 못 알아듣냐?”

 

 차재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바보구나?”

 

 내가 한말을 조금 바꿔 그대로 뱉는 차재훈이 어이없었다.

 

 “나 그런 소리 처음 들어.”

 

 바보라니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차재훈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너 내가 얼마나 머리가 비상했...”

 “쉬이-”

 

 이제 막 나의 비상한 머리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는데 금발의 불어 선생님께서 정확히 나를 보고 경고를 주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차재훈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하게 갈수록 내가 하찮아지는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다음 수업은 수학 시간이어서 좀 괜찮았다. 문제는 또 외국어로 수업을 한다는 거였다.

 이번엔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다 지루했다. 내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자괴감이 들었다.

 

 “왜 하필 고3이냐.”

 

 내 말에 차재훈이 나를 쳐다봤다.

 

 “집에 가자.”

 “장난하냐?”

 

 차재훈이 나를 경멸하듯 쳐다봤다. 아, 근데 정말 지루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고 조금씩 변형에서 나온거라 더 이상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았다. 신선함이 없으니까 재미가 없고 지루했다. 하품이 저절로 나왔다.

 

 “뭐야?”

 

 하품은 아주 잠시였다. 잠시 동안 하품한다고 눈을 감은 사이에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해 있었다. 당황스러운 나와 달리 차재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너 나오래.”

 

 아, 하품한게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이제야 선생님의 화가 난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칠판 앞에 서자마자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뭐라고 말했다. 알아들을 순 없지만, 화가 났다는 건 느껴졌다.

 

 “I'm sorry.”

 

 내 사과에도 선생은 칠판을 가리켰다. 무서운 눈이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지. 의사소통이 안돼서 뭐라고 말하는지 몰랐다. 다시 한번 쏘리, 외치려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문제 풀어보래.”

 

 해맑게 웃던 다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거라면 눈감고도 풀지. 나는 그대로 펜을 들어 문제를 풀었다. 외국어는 못 했지만 수학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과목 중 하나였다.

 

 문제를 다 풀고 쳐다보자 선생은 언짢은 표정이었다.

 

 “들어가래.”

 

 역시 다시 한번 다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빈이가 나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역시 인상이 좋아서 그런가 애가 착하기까지 하다.

 자리로 돌아가려는 내게 연지가 발을 내밀었다. 못봤다면 넘어졌겠지만 너무 느린 연지의 행동에 눈에 확연히 보였기 때문에 발을 넘어 걸었다.

 

 “다음엔 좀 빨리 걸어봐. 넘어져 줄게.”

 

 내 말에 연지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아, 괜히 또 자극한 것 같아 후회됐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나와 차재훈이 눈이 마주쳤다. 차재훈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웃고 있었다.

 

 “뭐야 왜 웃어.”

 

 차재훈이 활짝 웃자 있는지도 몰랐던 보조개도 보였다.

 

 “뭐야 너 보조개도 있...”

 

 순간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내 머리 위에서 하얀색 우유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씩씩, 거리는 숨소리는 덤이었다. 올라가 있던 차재훈의 입꼬리가 급격하게 내려와 딱딱하게 얼굴이 굳었다.

 

 “너 내가 죽여버린다고 했지?”

 

 하, 한숨이 깊게 내뱉어졌다. 순식간에 하얀 교복 셔츠가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수업 중이던 선생이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젓고 있는게 보였다.

 

 “이연지!”

 

 차재훈의 목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이다빈이 성큼 걸어왔다.

 

 “일단, 일단 화장실부터 가자.”

 

 나보다 더 당황한 듯한 다빈이 나와 함께 교실을 빠져나왔다.

 

 “저기... 괜찮아? 어떡해... 입을 옷 없지? 내 체육복이라도.. 아! 그거 차에 있을 텐데. 잠깐 기다려. 가져다줄게!”

 

 우유를 부어 사고를 친 건 연지였는데 다빈이가 더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됐어.”

 

 뒤에서 차재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손에 내 가방을 든 채로 나온 차재훈이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가자.”

 

 “뭐?”

 

 “가자며 집에.”

 

 차재훈이 가방을 내게 건넸다. 품 안에 가방을 안아든 나를 차재훈이 지나쳐 걸어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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