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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칼끝이 너를 향할 때
작가 : 몬밍
작품등록일 : 2017.11.21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스캇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쪽 눈썹이 날개처럼 치켜 올라갔다.
'언제까지 저 소리를!'
지긋지긋한 말에 이젠 노여움이 타올랐다.
그는 몸을 돌려 분노를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그를 응시하는 로렌의 눈동자에 까마득한 슬픔을 보고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8화 바다 (수정)
작성일 : 17-12-08 16:51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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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은 홀린 듯 손을 뻗었다. 손에 감기는 차가운 쇠 느낌이 좋았다.

 예리를 품고 있는 늘씬한 검은 아무것도 세공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매료된 노인은 정신없이 차례차례 진득한 시선으로 칼을 햝듯이 훑었다.

 

 종이도 벨만큼 뾰족한 포멜, 휘날리면 빛 가루를 흩날릴 거 같은 힐트는

 

 ‘흔들려?’

 

 흔들리고..? 있었다.

 

 노인은 검을 높이 치켜 올렸다. 그 와중에 가벼움에 감탄하는데, 검 전체가 진동하고 있었다.

 

 ‘어째서?’

 

 다시 보니 자신의 손도 흔렸다.

 손뿐만이 아니었다.

 

 온몸이, 진동했다.

 

 ‘검에서 온 진동이 몸에 퍼진 건가?‘

 

 의아한 눈빛이 밑을 향했다.

 

 ‘세상에나 얼마나 떨리면 바닥이 흔들려 보이는 거지?’

 

 혼란스러운 노인이 쿵쿵 바닥을 찍자, 수천마리의 날개 짓 소리가 소름끼치게 사방에서 울렸다.

 

 그럼에도 노인은 감히 하늘을 쳐다 볼 수 없었다.

 

 

 지면이

 

 “쩌져져젹”

 

 찢어지고 있었다.

 

 균열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땅은 종이보다 쉽게 갈기 갈기 찢어졌다.

 

 “으아아아..”

 

 쉰 노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세상의 소용돌이에 파묻혔다. 뒤돌아 도망가려는 그의 발걸음도 한 발도 못가 끝났다. 뒤는 더 이상 땅이 아니었기에.

 

 "허어어어..."

 침이 흐르는 주름진 입에서 괴상한 신음이 흘렀다.

 공터의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땅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자 날개 달린 짐승들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회를 얻고, 날개 없는 짐승들은 그대로 추락하는 불우한 운명을 맞이했다.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 이럴까?’

 

 땅이 전복되고 짐승인지 인간인지 모를 소리가 천지에서 비명을 질르는 와중 노인은 멍청하게 생각했다.

 

 크라운 제국, 아니 대륙이 울부짖는 것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무언가가 멀리서 빠르게 공터로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은 절규했다.

 잠시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다고 한 그가 멍청해 미칠 지경이었다.

 운 좋다고 생각한 새도 흔적 없이 그것에 잡아먹혔다.

 오히려..

 

 오리혀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노인은 자신이 서 있는 땅을 돌아보았다. 딱 사람 한 명 앉을 유일한 지면은 세상을 관망하듯 고요했으며, 유일한 안전 지대였다.

 

 그게 노인을 지독하게 안심시키면서도 뼈가 시리게 공포스러웠다.

 마치 자신이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지휘봉은 은빛 검, 죽음의 명상; 진혼곡..을 연주하는 나.

 

 "하..."

 

 노인은 은빛 검을 뼈마디가 보일 정도로 세게 붙들었다.

 뭐가 되었던 좋았다. 설사 이것이 지휘봉이던 한 낯 쇠붙이에 불과하던, 이 검이, 이 장소가 나를 지켜 준다면!

 

 그러나 운명은 가혹한지, 노인의 지척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누웠다.

 벌써 놈이 다가와 흉물스러운 아가리를 벌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대신 온몸의 감각들이 눈이 되어 절박하게 밖을 훑고 생사를 확인했다.

 오줌이 얼어 추위가 다리 안쪽 살을 파고들는 감각, 귀에 요동치는 심장소리, 거친 호흡

 

 그리고 찰랑이는 소리..

 

 ‘찰랑?’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인은 청각에 예민하게 집중했다.

 

 ‘찰랑 찰랑’

 

 물소리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

 

 고요한 세상 속에서 노인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열리자, 짠 푸른기가 훅하고 예고없이 들어왔다.

 '파..파랗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노인은 힘없이 사지를 떨며, 털석 주저 앉아버렸다.

 찰박 찰박

 손에 축축한 물이 닿았다. 이윽고 푸른 물결들이 잔잔하게 그를 훑고, 메마른 그의 입에 넓고 외로운 숨결을 맞춰 왔다.

 

 “.....하“

 

 별들이 내려앉은 하늘에 공터 넘어, 지평선 넘어 빛나는 찬란한 푸른빛,

 그것은..

 떨리는 노인의 입에서 탄식같은 두 음절이 나왔다.

 

 

 

 “바다.“

 

 그것은 바다였다. 할멈이 말한 바다였다.

 짙푸르고 세상을 삼킬 만큼 깊고 짠 검푸른 물.

 하지만, 할멈이 놓친 게 있더라면, 바다는 세상 어느 것보다 더..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노인의 세상에는 바다가 없었지만, 지금 세상은.. 전부가 바다였다.

 

 오로지 별과 달, 노인 그리고 바다만 세상에 존재했다.

 

 

 아니,...

 

 

 

 노인이 하늘을 놀려다 보았다.

 

 바다에는 파문이 일고 빛이 빠르게 사라지고

 검은 침략자들이, 유일한 대지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노인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았다.

 천천히 일어나 깊은 심호흡을 하자 푸른 기운이 온몬을 꽉 감싸 안았다.

 

 얼굴 바로 지척에 다가온 친입자들의 존재는 흰 눈의 까마귀들이었다.

 그들이 무섭게 노인을 찔러오기 바로 직전

 

 

 “풍덩!”

 

 깨끗한 바다의 표면이 깨지며 노인이 푸른 장막 속으로 잠겼다.

 동시에 유일한 지면도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까아아아악!!!!!!!!!"

 

 세상에는 고요한 바다 위, 대지를 잃은 흡사 괴물의 비명과도 같은 까마귀들의 처참한 울부짖음만이 메아리쳤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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